장소들 - The Places
류성훈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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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 모르지만 최초의 언어를 사용한 인간은 '명사'부터 썼을 것이다. 무언가에 이름을 짓는 행위로 그것을 정의하고 싶었을 것이다. 정의를 좋아하는 인간의 특성이 자신에게도 '이름'을 짓고, 상대에게도 이름을 지었을 것이다. 이름 지어진 자신과 상대는 아이러니하게 그 이름에 갇혀 본질을 잃을 것이다. 언어는 본질을 멋대로 가둬 놓는 행위다. 피어 오르는 아지렁이를 아지렁이라고 부른다면 그 옅어지는 가장자리를 무어라 부를 것이며 그 가장자리의 가장자리를 무어라 불러야 하나. 인간이 존재를 형용하려는 순간 대부분의 것들은 가차 없이 난도질되며 멋대로 쓸모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구분된다. 칼로 잘려 나가진 본질의 외곽 부분은 부스러기가 되어 이름 조차 없이 무존재로 존재할 것이다. 고로 언어를 만진다는 꽤 날카로운 면도날을 다루는 일과 같다. 무언가 잘못 그어버리면 한뿌리 한뿌리가 동강나 버린다. 글을 쓰는 사람의 글의 칼날과 같으니, 시인의 글은 수술대에 올라선 외과의사의 상대를 닮았다. 미세한 감각으로 덜어낼 것과 그러지 않은 것들을 건들어내는 것이다. 물리학은 시공간이 관찰자에 의해 존재하거나 변용된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관찰자'로서 공간과 시간을 존재케 하고 변용케 한다. 그 위대한 업적을 매순간 매장소에서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라는 존재고 그 모호한 것을 대상을 수술대에 올려 놓고 섬세한 칼날로 본질을 들어내게 하는 것이 시인이다.

장소(場所)는 흙 위로 태양이 빛추는 글자, 장과(場), 도끼로 나무 찍는 소리를 의미하는 글자 소(所)가 합쳐진 글자다. 그것이 빛과 떨림을 모두 의미하니 조금더 깊게 보자면 양자역학처럼 존재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어떤 장소를 단순히 면과 면이 만나는 3차원으로 기억할 수 없다. 우리는 거기에 시간이라는 1차원을 덧되어 4차원을 산다. 거기에 시간을 제거하면 단순히 그곳은 장소가 아니라 '공간'이 되어 버린다. 비어있는 사이. 아무런 의미를 상실한 비어있는 곳. 그것은 아무 의미를 담아내지 못한다.

어떤 장소를 보면 공간만이 아니라 시간이 함께 머릿속에 그려질 때가 있다. 고로 장소에서 시간을 뺀다는 것은 모든 것을 비워 버리는 것과 같다. 등호를 사이에 두고 양변을 저울질해 보건데 그 값이 0이 된다면 장소는 곧 시간이 된다. 나에게도 그런 장소가 있다. 단순히 공간으로 보이지 않고 시간으로 보이는 장소 말이다. 남들보다 꽤 다양한 곳을 스쳐 지나갔다. 그것이 오죽이나 넓은지 지구를 몇 번을 돌았을지 모른다. 비행기의 속도로 12시간은 움직여야 도달하는 곳에도 나의 기억은 묻어 있다. 내가 공간을 이동하며 했던 생각은 그곳을 비어 있는 곳에서 가득찬 곳으로 바꾸었다. 비로소 장소가 됐다. 고대 영어를 쓰는 사람들은 명사를 동사화하여 사용했다. Place라는 장소는 동사 위치에 두어, '두다. 놓다. 배열하다'의 의미로 사용했다. 나는 공간에 시간과 기억을 두고 왔다. 내가 그곳에서 했던 모든 행동들은 빛의 형태로 우주 전체로 산란되어 수백억 광년 우주 끝에 죽지 않고 정보로 도달할지 모른다. 그것은 우주 끝에 있는 누군가가 정보를 확인하지 않는 이상 그저 내 머릿속에서만 희미하게 남아 있다가 사라질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런 시간이 있고 누구에게나 그런 장소가 있다.

'장소들'을 집필한 '류성훈' 시인의 글은 이미 출발지에서 광속으로 우주 끝을 향해 달려가는 정보를 언어화하여 종이 위에 담아 두었다. 그 아련한 기억은 그의 추억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추억으로도 남아졌다. 작가는 아주 복잡한 자신만의 세계관으로 함수를 짜놓은 상자와 같다. 어떤 값이 입력되면 작가의 시간과 공간, 기억은 아주 세밀하게 작동하여 완전히 새로운 것을 토해 놓는다. 안타깝지만 작가가 가지고 있는 함수는 그의 고뇌와 슬픔, 기쁨, 우울함, 즐거움의 다양한 감정에 기인한다.

고흐는 스스로 엄청난 고뇌를 지니고 살아가다가 정신병원에서 권총자살을 했지만 그의 고뇌는 현대인들에게 작잖은 인사이트를 남겼다. 모짜르트도 스스로 엄청난 작품을 남긴 작가지만 엄청난 빚을 지고 가난에 허덕였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30대에 도박으로 부모의 유산을 모두 날렸다. 젊은 시절을 방탕하게 보내 많은 빚을 졌고 성욕과 도박의 유혹에 쉽게 현혹됐다. 그의 젊은 시절은 쾌락과 그 뒤에 찾아오는 환멸감의 윤회였다. 그는 질투심이 많고 타인의 존경과 세상의 찬사를 갈망했다. 이런 세속적인 인생을 살던 이력이 그의 글을 '그의 글'답게 한다. 그는 결혼 이후 굉장히 불행한 삶을 살았다. 그의 아내와 맞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다만 그 또한 스스로에게는 여러 고통을 주었겠지만 결국 자신을 더 자신스럽게 만들었음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우스께 소리로 하는 소크라테스의 이야기가 있다.

"좋은 아내를 얻으면 행복할 것이고, 나쁜 아내를 얻으면 철학자가 될 것이다."

결국 작가는 좋음과 나쁨의 어떤 선택에서도 글의 성향이 결정될 뿐이다. 류성훈 작가가 자신의 눈과 경험으로 소화하고 글로써 만들어낸 모든 경험들은 아주 미묘한 그만의 역사가 숨겨져 있다. 그것은 찬찬히 읽다가 문뜩 누구의 글이었는지 기억이 가물한 나의 옛추억과 만나 완전히 새로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시인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시인의 글은 시인의 삶으로 완성된다. 고로 그의 글은 이미 쓰여 있지만 현재 진행 중이고 앞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나아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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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살을 빼야 살 수 있습니다 - 내장지방 명의의 내 몸을 살리는 지방간 다이어트 살 수 있습니다 1
구리하라 다케시 지음, 윤지나 옮김 / 서사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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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 몸무게가 한 달 만에 80kg에서 65kg까지 빠졌던 기억이 있다. 방식은 간단했다. 토마토와 녹차, 양치질이다. 토마토는 단순히 저칼로리 식품이기 때문에 말할 나위가 없다. 다만 녹차와 양치질은 의외로 다이어트에 굉장히 도움을 준다. 그중 양치질부터 이야기하면 이렇다. 양치질을 하고나면 이후 얼마 간, 간식을 먹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쾌한 입안을 유지하고 있으면 마치 샤워 뒤에 외출을 하기 싫은 것처럼 음식을 입에 넣고 싶어 하지 않게 된다. 뿐만 아니라 치약이 주는 상쾌함은 괜스레 식욕을 억제하기도 한다.

입안이 청결하지 못하면 살이 빠지지 않는다. 입안에는 수 백 종의 세균이 수 천 억 마리가 살고 있다. 내부로 연결되는 첫 번째 입구인 입 안은 그래서 중요하다. 외부에 노출된 공기는 세균 번식을 유발하고 그것이 음식과 함께 내부로 들어갔을 때 장내부에도 영향을 끼친다. 장내 세균의 균형이 깨지게 되면 변비에 걸리기 쉽고 대사 기능이 저하된다. 대사가 나빠지면 지방 연소가 수월치 않게 된다. 이는 살이 잘 빠지지 않는 체질이 된다.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붓고 통증이 생기는 풍치는 치주병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로 인해 염증이 생기면 '염증성 사카토카인'이라는 물질이 생긴다. 이 물질은 인슐린 작용을 방해한다. 이로써 당이 혈액으로 방출되면 혈당이 올라간다. 혈당이 오르면 지방간이 악화되고 당뇨에 노출된다. 이로인해 다시 잇속 모세혈관이 약해지면 다시 풍치가 발생하고 악순환은 그렇게 돌고 된다.

양치질뿐만 아니라 '녹차'도 마찬가지다. 녹차는 단순히 마셨을 때만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녹차는 입냄새와 충치 예방을 도와준다. 녹차의 카테킨 성분은 체내에 불필요한 노폐물과 중성지방을 소변으로 내보내 준다. 녹차는 이뇨작용을 일으킨다. 소변을 자주보게 된다. 이뇨작용은 어떤 면에서 좋지 못할 수도 있지만 몸속에 노폐물이 빠져나가는데 큰 도움을 준다. 그 밖에 녹차는 간 해독작용을 도와주기 때문에 앞서 말한 '간 기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이로인해 피부가 밝아지고 다이어트에도 꽤 큰 도움이 된다. 같은 양을 먹고도 누군가는 체질적으로 더 많은 살이 찌고, 누군가는 살이 찌지 않기도 한다. 그것이 단순히 '양'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섭취했느냐의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몸속에서 어떻게 분해되고 사용되며 저장되느냐다. 자동차의 예를 들면 알 수 있다. 같은 자동차도 같은 양의 기름으로 갈 수 있는 연비는 다르다. 어떤 자동차는 기름을 많이 먹기도하고 어떤 자동차는 기름을 적게 먹기도 한다. 어떤 자동차는 이동하지 않아도 그저 현상을 유지하기만 해도 기름을 많이 먹기도 하고 어떤 자동차는 기름을 적게 먹기도 한다. 그것은 기름을 얼마나 넣느냐가 아니라 에어컨 작동이나 차체무게, 엔진 효율 등 다양한 부분의 메커니즘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헬스장에 운동을 하러 가면 그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퍼스널트레이너(PT)는 체중조절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에게 '스쿼트'라는 운동을 시킨다. 뿐만아니라 하체 위주의 운동을 자주 시키는데 이유가 있다. 하체는 우리 신체의 70%에 해당하는 근육이 몰려 있는 곳이다. 여성의 경우 다리가 두꺼워질까봐 하체운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같은 무게대비 지방과 근육은 3배 정도 차이가 난다. 즉 같은 부피의 근육은 지방보다 3배 무겁다. 그 말은 몸무게가 많이 나가지만 훨씬 날씬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무게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보기 좋은 몸을 만들기 위해서 펄스널트레이너들은 하체 운동을 많이 시킴으로써 근육량을 늘리고 건강하고 보기 좋은 몸매로 만든다. 지방은 그것을 유지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지만 근육은 그것을 유지하는데 꽤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편이다. 고로 근육이 많은 사람은 그 근육을 유지하는 것 만으로도 꽤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살이 덜 찌는 체질로 변화한다. 대체로 살을 빼러 간 이들은 런닝머신이나 실내 자전거를 오래타는 경향이 있는데 유산소 운동은 즉각적으로 몸에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지방을 연소하는 효과가 있지만 그것은 운동하는 동안에만 벌어지는 효과다. 고로 산소를 사용하지 않고도 꾸준하게 살이 빠지기 위해서는 그것이 운동하지 않는 동안에도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정량의 근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므로 운동은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을 병행하는게 좋다.

많은 나이는 확실히 아니지만 서른이 넘어가면서 분명 체질의 변화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 뱃살이 많이 나오고 쉽게 피곤해진다. 잠이 잘 오지 않아 뒤척이는 경우가 많고 일과가 끝난 뒤에는 피부 발진이나 비염 등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이것은 대체로 면역력 부족인 경우가 많다. 소화되지 않은 많은 에너지를 잠자리까지 갖고 가게 될 경우 깊은 수면에 방해가 된다. 수면에 방해가 되면 수면의 질이 좋지 못하여 면역력이 약화된다. 고로 자기 전에는 꽤 들어온 에너지를 소화시켜 두고 자는 것이 좋다. 물론 바쁜 일상에서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구리하라 다케시'라는 일본 의과 대학교수는 체질 개선을 위해 녹차, 다크초콜릿, 적절한 운동, 양치질 등을 꼽았다. 그것은 작고 사소하지만 분명 중요하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있고 알지 못했던 내용도 분명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며 그리고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나 또한 책을 통해 배운 내용을 토대로 다시 체질 개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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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 전2권 - 한글 번역본 출간 75주년 기념 1948년도 초판본 + 다이제스트판(해제본)
데일 카네기 지음, 크레센도 번역 그룹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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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모두 이기적이다. 그것을 부정하려고해도 어쩔 수 없다. 경제체제 경쟁에서 '자본주의'는 승리했다. 이 자본주의는 인간의 이기심을 근간에 두고 있다. 그것이 다른 체제보다 우월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가 이기심이 있다는 생물학적 근거를 뿌리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순자의 성악설처럼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최우선한다. 이 본능이 야만 수준에서 머물 때, 문명은 정체하지만, 그것을 잘 다루면 국가 전체에 부가 쌓이는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애덤 스미스에서 케인즈로 이어지는 수정 자본주의는 이를 법제화하고 규제화하여 체계를 정리했다. 적당한 개입과 적당한 자유를 통해 이기심이라는 본능을 발전의 원동력을 삼은 것이다. 자본주의의 승리는 국부를 높이는 것으로 사용될 수 있다. 바로 '관계'다.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의 상위에는 자아실현의 욕구와 존경 욕구가 있다. 인간의 욕구 중 상위에 있는 두 욕구는 생리학적 욕구나 안전욕구처럼 모두가 희망한다. 다시 말하자면 모두가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고 싶어한다. 이것은 본능이다. 모든 사람들은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하고 상대에게 존중받고 싶어한다. 그것은 수면욕이나 식욕과 같이 본능이다. 욕구 피라미드 하위에 있는 하위욕구는 '결핍욕구'다. 다만 그것이 충족된 이들에게는 그 욕구보다 더 큰 보상을 주어야 한다. '성장욕구'다. 그것은 상위 욕구다. 결핍욕구로 상대를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은 어린이나 동물정도다. 다만 모두가 이 결핍 욕구를 당연히 해결한 문명 사회의 성인의 경우, '성장욕구'가 원동력이 된다. 본능을 잠시 살펴봤다면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지 알아볼 수 있다.

몇가지 원칙은 이렇다. 내 본능과 욕구가 원하는 것을 상대가 하게끔 해라.

그렇다. 내 본능과 욕구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상대에게 잠시 물려주는 것이다. 이것은 간단하다. 누구나 타인에게 말을 하고 싶다. 그렇다면 말하고 싶은 욕구를 참고 잠시 귀를 기울인다.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비난하거나 불평하면 안된다. 이유는 이렇다. 그것은 성장욕구 중 존경욕구에 크게 상처를 입히는 행위다. 모든 사람은 인정받고 존경 받기를 원한다. 모두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반대로 내어 줄 때, 희소성은 수요 공급에 의해 발생한다.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은 국부론에서 딱 한번만 등장하지만 자본주의 전체를 꿰뚫었다. 가치는 공급대비 수요가 많을 때 높아진다. 모두가 원하는 것을 손에 쥐고 있으면 그 가치는 점차 올라간다. 놀랍게도 그것은 본능이다. 본능을 자제하는 것은 문명의 핵심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상대보다 낮추고 상대에게 더 많은 것을 줄수록 더 많은 것을 갖게 된다. 인간관계론의 핵심은 고로 '이기심'과 '이타심'이다. 그러나 그 이타심 또한 결론적으로 이기심이다. 같은 이기심이지만 더 큰 숲을 바라본 이기심이 결국은 더 많은 것을 얻어간다.

상대에게 더 좋은 것을 준다는 것은 어쩌면 굉장히 어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내가 가진 것을 상대에게 주는 것에 대해 손해를 보고 있다고 느낄 지도 모른다.

20대 초반, 뉴질랜드 휘테커스 초콜렛을 좋아했다. 흔히 벽돌 초콜렛이라고 부르는 그 초콜렛은 정말 달고 맛있었다. 나의 가방에는 언제나 초콜렛이 있었다. 오죽하면 나를 처음 만난 이가 나에게 초콜렛 냄새가 난다고 할 정도였다. 그 초콜렛을 값도 꽤 나갔다. 당시 뉴질랜드 달러로 7불정도 했다. 어느날,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그 초콜렛을 먹으라고 주었다. 그러나 그는 몇 일이 지나도 그 초콜렛을 먹지 않았다. 이후 왜 그것을 먹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대를 위한다는 것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내주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소중하게 여길만한 것을 내주는 것이다. 키우고 있는 율마나무에게 가장 아끼던 수 백만원 짜리 위스키를 비워 준다고 한들. 율마나무에게 그것은 쓸모가 없다. 위스키를 받은 율마나무는 어쩌면 얼마 뒤 시들어버릴 것이다. 사람은 각자 취향이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이 꼭 나에게 소중하라는 법은 없다. 누군가는 호랑이는 고기를 좋아하지만 코끼리는 풀을 좋아한다. 취향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상대가 원하는 것 중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을 잘 선택해여 주면 된다.

사람을 상대할 때 다른 원칙도 있다. 결코 거짓으로 사람을 상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짓으로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내가 거짓으로 나를 상대하는 이를 좋아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이타적인 것은 타인에게 이로움을 주는 일이다. 타인에게 이로움을 주기 위해선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된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에 흥미를 가져주는 이에게 호감을 느낀다. 타인의 이야기에 반응해주고 웃어주고 흥미가 있다는 듯 말해주는 것도 꽤 좋은 방법이다. 그것은 자신을 잘 알 때, 그리고 상대를 잘 알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즉 이기심이라고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자신을 위해 본 적 없는 이는 상대가 무엇을 좋아할지 알 수 없다. 고로 이기적인 이타심이 필요하다. 이것은 이타적인 이기심 보다 낫다. 지피지기면 백전 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비록 '적'에게 사용하는 말이지만 '친구'를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잘 알고 상대를 하는 것이다. 인간관계는 무엇보다 스스로도 속이지 말고 그것을 상대도 원할 것이라는 기본적인 확신 그리고 원하는 것에 취향이 다를 수 있다는 포용력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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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불행하게 사는 것에 익숙하다 - 마음이 ‘건강한 어른’이 되는 법
강준 지음 / 박영스토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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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제가 치국평천하"

'먼저 몸과 마음을 수양하고, 집안을 안정 시킨 후에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한다.'

예전 미국의 한 해군 장교의 연설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해군장교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이불 정리부터 시작하라고 말했다. 그것은 무슨 의미일까. 흔히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너무 상투적이지만 정말 그렇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쉽게 말하면 '편견'일 수도 있다. 다만, 조금 더 깊게 말해보자면 '빅데이터'라고도 볼 수가 있다. 그것은 미래를 성급하게 예단하는 것과 다르다. 사과씨를 보고 그것에서 사과나무가 자라고 사과가 열리겠다고 연상하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이다. 씨앗에서 무엇이 열릴지는 씨앗부터 알 수가 있다. 이제 '천하를 평정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수양한다'는 의미가 바로 잡힌다.

모든 것은 '잉태'되면 방향성을 가지고 성장한다. 흑인으로 태어나서 백인이 되거나, 남자로 태어나서 여자가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의지력과 성실함이면 뭐든 달성할 수 있다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것은 씨앗과 방향성이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기본'이다. 기본은 그래서 중요하다. 우리의 인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씨앗은 '건강'이다. 몸과 정신 이 둘은 둘 다 중요하다. 신체를 건강하게 하는 것 만큼 혹은 그것보다 정신건강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가. 이유는 이렇다.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눈이 벌겋게 충열되어 있거나 피가 철철 흐르면 주변인과 스스로가 위험 증상임을 인지한다. 그것은 즉각적인 대처를 가능하게 한다. 너무 마른 사람에게 주변은 마른 편이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사진이나 거울을 통해서 꾸준하게 주변인들과 비교하며 스스로도 모르게 체크할 수 있다. 다만 정신은 어떤가. 정신은 그렇지 않다. 정신은 주변에서 가장 알 수 없는 영역이다. 심지어 스스로도 가장 알지 못하는 영역이다. 누군가와 비교하여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신체와 달리, 정신은 비교하는 자체가 건강을 해친다. 고로 정신 건강을 유지한다는 것은 신체를 단련하는 것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일이다.

정신은 어떻게 삶에 영향을 주는가. 한국인 사망원인 중 5위에 속하는 '자살'은 질병이 아니다. 그러나 질병으로 인한 증상이다. 이 자살이라는 증상은 '우울증'이라는 정신질환에서 나온다. 정신건강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여기서 알 수 있다. 어려서 부터 부모는 '차 조심'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운수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자살사망자의 30%밖에 되지 않는다. '차조심 해라' 보다 자녀를 원한다면 '행복해라'는 말을 많이 해야 한다. 취업을 하는 것 보다, 학업 성적이 우월한 것 보다, 돈을 많이 버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그래도 살아 있는 일이다. 살아 있기 위해서는 최소 대한민국 국민의 사망원인 중 가장 위험한 병 정도는 관리해야 한다. 우리는 얼마나 이 병에 취약한가. 그것은 우리 사회를 보면 알 수 있다. 경제학에서 밴드웨건 효과가 있다. 밴드웨건효과는 편승효과라고도 부르는데,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현상이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사는 사회가 이 효과의 최전선을 보여주고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는 '유행'이다. 한국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비슷한 유형의 옷을 입는다. 남들이 다 하는 어떤 것 쯤을 기본적으로 따라한다. 미용실에 가면 헤어스타일이 몇 가지 정해져 있다는데, 남과 북은 그런 의미에서 비슷해 보인다. 한때, '고기뷔페'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그것이 유행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마치 짜기라도 했듯 그것에 몰려가 수요를 일으킨다. 마찬가지로 이 수요를 충족할 공급이 우후죽순으로 생긴다. 그러다 다시 어떤 것이 유행하면 사람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그쪽으로 수요가 몰린다. 그러니 남들이 다하는 것 쯤은 당연히 하고 있어야 하고 그 흐름에 미치지 못하는 이들은 결국 도태됐다는 착각에 빠진다. 원래 우리에게 기본적으로 있던 사회적 현상이다. 그러나 그것이 SNS가 발달함에 따라 더 극적으로 변했다. 이렇게 타인의 행동양식을 기민하게 바라보는 긴장된 심리 상태는 쉽게 지친다.

그런 상황에 쳐해져 있다는 위험 의식을 지금 가졌다고 해도 괜찮다. 원래 가장 위험한 것은 '모르는 것 조차 모를 때'다. 벌써 위기 의식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모르는 것을 알게 됐다. 그것은 의학적으로나 정신의학적으로나 굉장히 중요하다. 현재 자신이 병에 걸려 있다는 자각을 '병식'이라고 한다. 병식은 조현병 치료나 우울증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다. 대부분의 중증 환자는 자신이 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주변에서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에 중증으로 나아간다. 위험상황을 인지하고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는 것은 중요하다. 드라마 '스위트 홈'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있다.

"가장 짙은 어둠도 가장 흐린 빛에 사라진다."

그렇다. 일단 병식으로 자신이 질병에 노출됐다는 상황을 깨달았다는 것은 아주 어두운 방에 작은 촛불 하나를 켠 것이다. 예전 유행하던 노래 가사처럼 작은 촛불은 다른 초를 찾고 두 개, 세 개로 키워나간다. 자각을 하게 된 병에 다른 초와 다음 초들은 현대 의학적인 상담과 약물 치료도 있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그 병을 관리하겠다는 의지다. 비비안 그린은 인생에 대한 아주 기가 막힌 명언을 했다.

"인생은 폭풍우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 춤추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새로 산 신발을 신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한참을 걸어가는데 작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 빗방울에 마음을 조리며 걸어갔다. 혹시나 흙탕물을 밟은면 어쩔까. 혹시라도 비에 젖게 되면 어쩔까. 마음을 졸였다. 중간 중간 건물에서 비를 피하며 생각해봤다.

'어찌됐건 이런 방식으로 비를 피해도 집에 도착할 쯤에는 완전 젖어 있겠구나.'

어차피 젖어버린 신발. 나는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다른 친구들을 두고 물 웅덩이를 힘차게 밟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역시나 집에 돌아왔을 때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되려 천둥 번개가 쳤다.

'신발이 젖는 걸 두려워 했다면 나는 천둥번개'라는 더 큰 위기를 만날 뻔 했구나.'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고 따뜻한 차를 끓여 마시면서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을 다른 우주에 있을 또 다른 나'를 생각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 뭐든 즐기는 방식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가장 즐겁게 정신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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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시 기행 1 -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편 유럽 도시 기행 1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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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여행해 본 적은 없다. 책으로, 그것도 오디오북으로 여행서적을 봤다. 제주도 지방도로를 운행하며 '유럽' 이야기를 들었다. 머릿속에 심어둔 다양한 사진과 영상이 보조되며 이색적으로 들렸다. 본 도서는 지도나 사진이 많은 책으로 알고 있다. 다만 오디오북으로 들으니 그것들은 확인 할 수 없었다. 윌라 오디오북에서는 아주 짧게 유시민 작가가 도서 서문을 읽는다. 작가의 목소리로 듣는 이야기는 역시 오디오북의 매력이다. 기행문이라 많은 사진이 있을 책이다. 다만 유시민 작가가 찍은 사진을 보진 못했다.

정치를 떠나 '작가'로 삶을 살고 있는 유시민이라는 사람에 인간적인 호감을 느낀다. 정치인 시절에는 날선 표정을 하고 있던 정치인이었다. '작가'로 전향한 뒤부터 그의 인상은 매우 달라졌다. 같은 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그의 인상이 변하는 것을 보며, '사람은 마흔이 넘으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깨닫는다.

유튜브에서 여행을 다니는 컨텐츠를 찾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여행책을 선택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책이 갖고 있는 특장점 때문일 것이다. 책은 즉흥적이지 않다. 책은 생각을 정리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작업을 거듭 반복한다. 그렇게 정제된 글과 생각은 '유튜브' 보다 생생함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풍성함은 더하다. 여행을 다니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 문화와 역사, 인문학적 배경 지식까지 섞어 듣는 것은 여행서적의 매력이다.

유시민 작가의 책은 국가가 아니라, '도시'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프랑스,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가 아니라 왜 '로마, 아테네, 이스탄불, 파리'였을까. 아마 그것은 유럽 역사의 특징을 보면 알 수 있다. 대체로 5000년 간 크고 작은 변화는 있지만 반도 내에서 같은 민족이 뿌리를 박고 살았던 우리는 유럽인과 다른 역사관을 가졌다. 우리에게 서울은 언제나 우리가 살던 지역이었지만, 이스탄불의 경우, '터키의 역사'로 한정하기에 그릇이 크다. 로마 또한 '이탈리아의 역사'로 한정하기에 그 그릇이 너무나 크다. 대체로 도시들은 다양한 민족이 흔적을 남겼고 다양한 언어와 인종, 문화가 흘러지나간 자리다. 비교적 현대에 건국된 국가에 그 도시를 담아내기 역부족이다. 유럽은 고로 국가보다 도시가 깊이 있다.

꼬리를 올리고 흔들며 강아지는 반가운 감정을 표현하지만 같은 표현 방법이 고양이에게는 긴장과 불안이다. 결국 같은 것을 보고도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지니, 고양이와 개가 앙숙이 되는지 모른다. 따지고 보면 역사관이 다른 것은 유럽만이 아니다. 중국과 일본, 한국도 역사관의 차이는 크다. 중국은 영토주의적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 자국 영토 내에서 일어난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보는 관점이다. 반대로 우리는 '민족'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한다. 그러니 중국과 한국 사이 역사적 문제가 갈등이 되곤 한다. 고구려나 고조선의 경우, 중국의 역사관에서 중국의 역사지만 우리의 역사관에서는 우리의 역사다. 프랑스 나폴레옹이 북미에 있던 루이지에나를 미국에 매각한 것은 1803년이다. 그렇다면 그 지역은 언제부터가 미국의 역사고 어디까지가 프랑스의 역사일까. 알 수 없다. 그것은 그저 관념적 차이일 뿐이다. 뉴욕의 맨하튼 또한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만든 식민 도시다. 두부 자르 듯 정확하게 잘라 구분 할 수 없는 것들이기에 역사는 때로 갈등이 되기도 한다. 유럽 도시는 그간 어느 한 국가에 속하여 오랜 기간 머물지 않았다. 고로 유럽 여행을 현대 국가 중심으로 보는 것은 그것을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없다.

그의 기행문에서 절묘한 표현이 떠올랐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에 관한 내용이다. 피라미드나 만리장성처럼 거대한 유적들이 있지만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은 그 의미가 특별하다는 것이다. 강제 동원된 노동력을 사용하지 않았고 민주적이며 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건축된 구조물이라는 것이다. 그 의미를 생각해보자 단연 그렇다고 여겨진다. 그것은 각자 잘 분업화 된 기술자, 노동자, 행정가들이 평화스럽고 문명화된 방식으로 축조했다.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에펠탑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을 가까이 보려고 다가가면 거기에는 그저 150년 된 철제물이 있을 뿐이다. 그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조금 떨어져 봐야한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기 드 모파상'은 에펠탑이 파리의 풍경을 해친다며 건설을 반대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에펠탑이 세워진 이후에 그가 에펠탑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은 그에게 그 이유를 묻자 그는 답했다.

"여기가 파리에서 에펠탑을 볼 수 없는 유일한 곳이니까."

따지고보자면 어떤 것을 보지 않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멀리 떨어지는 것도 있지만, 그것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향하는 것도 정답이지 않을까 싶다. 그것을 우리 속담으로 '등장 밑이 어둡다'라고 한다. 따지고보면 유럽여행을 소망하면서 가장 가까운 곳조차 그 아름다움을 즐기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으며 장소와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어떻게 가져야 삶이 풍성해지는지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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