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의 역사 -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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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예의'를 말하면 '꼰대'라는 말을 듣는다.

연세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설혜심' 교수는 책 들어가는 서두에 '매너'에 대한 주제로 책을 쓰는 행위가 '꼰대'임을 천명하는 일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실제 사회 분위기가 그렇다. 스스로 '젊은 사람'들과 소통이 자유로운 '열린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고자 하는 '어른'들이 늘면서, 혹은 스스로 '젊은 마인드'를 갖고자 하는 '어른'들이 늘어나면서 '꼰대'는 젊은 층끼리 '어른'을 비하할 때 쓰는 은어에서 지금은 어른들 조차 그 언어에 갇히게 되는 듯하다.

책은 동양에서 말하는 '예의'가 아니라 서양사를 기준으로 '매너'와 '에티켓'를 서술한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지금까지 품격있는 인간이 갖춰야 할 다양한 지침들을 소개한다.

이 소개들을 읽다보면 아무리 '고대'나 '중세'라고 해도 지금의 예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떤 지침의 경우에는 '저런 걸 굳이 적어서 교육해야 하나' 싶은 것들도 있다. 그만큼 당연한 매너와 예의들이 과거부터 조금씩 쌓아 올려져 지금이 됐음을 알 수 있다.

'매너'와 '에티켓'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에티켓과 매너라는 것은 모를 때는 모를 수 있지만, 한 번 알고 나면 계속해서 신경쓰게 된다. 고로 기본적인 생활 태도를 통해 상대의 삶과 사고방식을 알 수 있는 꽤 유용한 비언어적 수단이다.

대한민국 남자들은 본인이 의식하던, 의식하지 않던 오른쪽으로 걷는 경향이 있다. 가령 둘이 걸어가게 되면 항상 오른편에 서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군대'에서 배워진 습관이다. 군대에서는 언제나 '상급자'가 오른편에 선다. 이는 통솔의 개념과 닿는다. 군대에서는 2인 이상이 함께 걸어 갈 때, 가장 상급자 혼자 거수경례를 한다. 오른손을 올리는 과정에서 오른쪽 손이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 습관은 군전역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는데 '상급자' 개념이 아니라 '보호자' 개념으로 바뀐다. 가만히 걸어가다보면 대체로 아이는 차도에서 멀도록 손을 잡아주고 여성과 걸어갈 때도 밖으로 서서 걸어가는 경향이 많다.

꽤 적잖은 예의는 사실 '군'에서 배운다. 가령 압존법도 그렇다.

'할아버지! 아빠께서 밥 먹으라고 하셨어요.'

이 말의 큰 오류는 할아버지와 아빠의 관계설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아빠보다 더 높기 때문에 할아버지 앞에서 아빠를 낮춰야 한다. 이런 '꼰대스러움'은 20대 초반 군입대한 남성들 사이에서 꽤 유의미하다. 거의 대부분의 군대에서 벌어지는 '갈굼(?)'은 이처럼 예의에 관한 부분이 많다. 군선임이 식사를 하기 전에 숟가락을 들지 않는다거나 선임이 무거운 짐을 들고 있을 때, 재빨리 그것을 건내 받는 것, 전화를 받을 때, '여보세요?'하고 받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참고로 '사회생활'을 할 때, '여보세요'하고 전화를 받는 것은 옳지 못하다.

'네, ㅇㅇㅇ 입니다'하고 신원을 바로 밝히는 것이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 이는 사업이나 직장생활에서도 중요한 일이다.

군대가 아니라 '가정'에서도 이런 '매너', '에티켓'에 관한 기억이 있다. 어머니는 설거지를 하실 때, 항상 나를 옆에 세워 두셨다.

'엄마가 설거지할 때는 항상 옆에서서 말동무를 해주는 거야'

그때 말씀하셨던 기억은 30년 가까이 됐지만 지금도 누군가 설거지를 하면 슬그머니 나와서 옆에 서게 된다.

그 밖에 누군가가 짐을 들고 있을 때, 후딱 손을 비워 준다거나 자동차를 탈 때, 뒷좌석에 앉지 않는 예의도 있다. 약속시간에 항상 10분 일찍 도착해야 한다거나, 먼저 인사를 건내야하는 간단한 예의도 있다. 전화를 끊을 때 항상 상대가 끊을 때까지 기다린다던지, 헤어질 때는 상대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는 것도 그렇다.

이런 예의는 사실, '학교'에서 배우는 바가 없다. 책을 따로 사서 보는 일도 없다. 그저 말과 말로 전달될 뿐이다. 설혜심 작가의 '매너의 역사'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유럽 중심의 '매너'를 말한다. 당연히 현대 대한민국의 '매너'와 차이가 있을 것 같지만, 유교적 예의라는 기본틀을 가진 우리에게도 꽤 익숙한 매너들이 많다.

아마 'MANNER'라는 말자체가 '방법'이라는 의미를 공유하고 있는 것과 같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로를 대하는 기본적 방법이기 때문인듯 하다. 동양과 서양할 것없이 공통적인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매너'는 '지켜도 그만, 안지켜도 그만'인 무언가가 아니다.

이러한 자연발생적 문화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인류가 왜 매너를 발명해 냈고 그것을 유지해내고 있다는 점을 볼 때, 매너를 배우고 가르치는 것은 '꼰대'라고 폄하하고 폄하 받을 일이 아니라 사회생활의 기본 교양이다. 학교에서는 지식을 쌓고 가정에서는 교양을 쌓아야 한다. 이처럼 지식교양은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조화에 필수적이다. 한쪽만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소흘히 할 수 없다. 교양을 '꼰대스러움'으로 치부하는 오늘의 풍조에서, '매너와 교양'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이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개인과 가정, 사회 모두에게 중요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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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빠르게 실패하기 (15만 부 기념 에디션)
존 크럼볼츠.라이언 바비노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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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고 '글' 쓰다보면 꽤 재밌는 제안이 오는데, 어떤 경우에는 '진행비'를 제안하고 어떤 경우에는 책만 지원한다.

'블로그 운영'에 관한 '강연 제안'이 오거나 '책읽기'강연, '글쓰기'에 대한 제안, '마음챙김'에 관한 제안도 있다. '신문 컬럼' 제안, '유튜브 출연 제안', '출간 제안' 등도 그렇다. '독서'는 너무 흔하지만, 여기에 '글쓰기'가 함께 있다보니 주제 넘게도 '팔로워'나 '이웃'이 늘어나고, 장문의 '고민'이 메일로 오거나, '손편지'를 받는 팔자에도 없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많은 제안 중 흥미로운 제안에는 '응'하고 그렇지 않은 제안은 거절한다. 거주가 '제주'라 활동은 제한적이다. 다만 생각치 못한 경험은 삶의 양념이 된다. 비록 '사비'가 들어간다고 해도 '가치'가 있다면 '돈'과 상관없이 움직일 의사도 내비친다.

'얼마인가요?'하는 물음은 꽤 난감한데 시장 가치로 적정 금액을 제시하면 그냥 응한다. 독서활동을 파생으로 얻게 된 부가소득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생각은 없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쌓인 50 미네랄로 'SCV' 한 기를 더 투입 생산하는 바라고 여긴다.

사람은 어떤 부분에 가능성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냥 할 뿐이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바는 없다. 단지 할 뿐이며 그것이 형태를 다르게 하여 나에게 '기회'를 만들어 준다면 눈치를 살피다 '악셀레이터'를 밟을 준비를 할 뿐이다. 어쨌건 이 습관은 아무리 해도 손해가 아니기에 그렇다. 기회가 오지 않아도 '손해'가 거의 없는 완전한 습관이지 않을까 싶다.

오랜 습관 중 하나는 '완독' 후 바코드 아래편의 '도서 금액'을 확인하는 것이다. 책은 아주 가성비 좋은 매체다. 2만원 정도 하는 금액에 거의 10시간을 취미 생활할 수 있다. 스스로를 고요한 환경에 두도록 하고, 사고의 '질'과 삶의 '질', 주변 사람의 '질'을 바꾸게 한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가능하고 취미를 즐기면서 다수에게 '대단하세요.'하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 '게임'이나 '영화감상', '음악감상', '유튜브 보기'처럼 그냥 취미 생활을 할 뿐인데 다수가 이처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취미는 많지 않다. 습득한 취미의 활용이 넓고 투자대비 얻은 소득이 많으며 '인류' 최고 석학들과 생각을 공유한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하와이'로 갈 수 있고, 조선시대나 로마시대로 갈 수 있다. 전장의 군인이 되거나 남성이 여성이 되고, 여성이 남성으로 살아 볼 수 있고, 왕이 되어 볼 수도 있이며, 화학자나 수학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도 모두되어 볼 수 있다.

이등병부터 병장까지 경험한 군대의 경험이 '삶의 토양'이 되듯 다양한 삶을 간접 경험하여 꽤 다각적인 시야를 얻을 수 있다.

저자들은 '소비자'에게 꽤 정성으로 대해준다. 심지어 '도서관'은 그 방대한 자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이후 대중이 '영상'으로 만나게 될 컨텐츠를 먼저 보게 된다. 이렇게 그 든든함을 한그릇 먹고 가격표를 살핀다.

2만원?

책, 이것은 바닥에 공짜로 굴러다니는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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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임파서블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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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헤이그'의 소설은 얼마전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통해 처음 접했다. 소설의 주제는 '후회, 상실, 운명' 따위다. 과거 선택 대한 후회는 '라이프 임파서블'과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공통점이다.

소설 소재는 작가 개인적인 경험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우울증과 불안으로 힘든 시기를 겪은 적 있다. 책 날개에 적힌 작가 소개에는 그가 ADHD를 겪었다고 소개한다. 이런 경험은 그의 작품여 역시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글은 짧은 소주제가 빠르게 연결되어 있어 짧은 집중력으로도 긴 독서 시간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매트 헤이그는 자신의 소설에서 강조하는 바가 있다.

'과거, 그 순간에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 가정은 흥미를 위한 서사적 장치라기보다 스스로를 치유하고 동시에 비슷한 기억을 가진 많은 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장치다.

그는 자신이 쓸모 없다고 느끼는 많은 순간을 겪는다. 그런 경험은 소설에 잘 투영된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주인공 '로라'는 여러 삶을 선택하면서도 결국 완벽한 삶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결국 불완전하고 불행하다고 느꼈던 현재의 삶'도 오류를 수정했던 다른 삶과 마찬가지일 뿐이라는 것이다. 두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렇다.

'세상에 완벽한 우주란 존재할 수 없다.'

결국 불완전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던진다. '라이프 임파서블'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내용이 전개된다. 우리의 삶은 단순히 선택의 결과가 아니다. 선택의 결과는 분명 다른 미래를 만들어 내겠지만 그것이 무결함은 나타내진 않는다.

예전 축구를 잘하는 한 친구가 말했던 적 있다. 자신이 찬 공이 완벽하게 자신이 원하는 곳에 떨어지는 이유는 '일단' 걷어차고, 이후 '만족'하기 때문이란다.

마치 그 모든게 의도한 것처럼 선택 후에 '받아들임'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후회와 상실은 피할 수 없는 감정이다. 그것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삶의 다양성'을 대체롭게 즐길 수 있는 자세다. 우리는 어떤 완전한 선택을 하더라도 분명 후회하고 '상실감'을 느낄 것이다. 나비효과처럼 내가 뱉은 작은 말이 꾸준히 파장을 만들어 누군가의 수명을 조금은 줄이고, 조금은 늘렸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모든 선택을 통제하고 '완전'으로 만들어내기란 불가능함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흔적'이라는 과정을 만들어 간다. 우리의 말과 행동이 분명 어떤 식으로든 미래와 주변에 영향을 끼치겠지만 '어쩔 수 없다. 오물이 조금 묻었지만, 그또한 내몫이다'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72세의 은퇴한 수학교사 그레이스가 아들과 남편을 잃고 후회와 자책의 삶을 살다가, '기억이 날듯, 말듯한 옛 직장동료'가 남긴 '스페인 이비자 섬의 집 상속을 받으며 벌어지는 일이다.

소설의 어떤 부분에 따르면 '수학'이란 명료하게 '답'을 내려 놓는다. '옳다.', '그르다.' 수학에는 여러가지 해석에 의한 다양한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맞거나 틀리다. 이런 이분법적인 사고는 그녀의 삶이 '오답'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수학'보다는 '시'에 가깝다.

'시'에서는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도 '아름답다'고 감상할 수 있고 정해진 답이 없는 무수한 우주만큼의 답안이 가능해진다. 2+2가 4라는 결론은 '수학적으로 완전'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2+2는 2진법으로 답을 내리면 100이되고 3진법에서는 11이 되진법에서는 10이 된다. 결국 우리가 진리라고 믿는 '수학'조차 그 해석에 의해 무한으로 가능해진다.

결국 모든 것은 '해답'의 문제가 아니라 '해석'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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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OUT 일본근대백년 - 지식 바리스타 하광용의 인문학 에스프레소 TAKEOUT 시리즈
하광용 지음 / 파람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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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지리적 이점은 상당하다. 현대 운송은 육상에 비해 해상이 물류 비용을 30~70%까지 절감 할 수 있다. 해상 운송은 '항공'이나 '육상'에 비해 대규모 운송이 가능하다. 또한 연료 소비도 상대적으로 적다. 동쪽으로 '미국'과 맞닿아 있지만 과거에는 '하와이'라는 거점이 없다면 꽤 먼 거리였고 지구 자전으로 인해 동쪽으로 부는 바람의 도움으로 나가기는 쉽고, 반대로 들어가기는 어려운 지리적 위치를 갖는다.

지리적으로 동쪽으로 나르기가 굉장히 수월하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해상교역은 동에서 서쪽으로 나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은 세계 주요 무역항을 보유하고 있고 국제 물류 네트워크에 수월하게 연결될 수 있었다.

특히 철강이나 자동차, 전자제품과 같은 물품이 대량으로 미국에 나가기 쉽고 안보적으로 꽤 유리한 위치에 있어 '국방비 지출'을 절약 할 수 있다.

반도에 비해 나가긴 쉽고 들오기 어려운 곳이라 내부에서 쉽게 힘을 비축할 수 있었고 내부적 준비가 완료될 때 비로소 일방적으로 전쟁을 치를 수 있었다.

일본의 이러한 지리적 이점은 역사에서도 고스란히 발견되는데 고려가 몽고의 침략에 점령됐을 당시에도 일본은 '카미카제(바람의 신)'에 의해 몽골 침략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처럼 일본은 바람과 바다라는 자연적 장벽을 통해 외세의 침입을 방어할 수 있었고, 이는 일본이 독자적인 문화의 정치 체계를 유지하며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무역의 경로가 '육상'에서 '해상'으로 넘어온 중세 이후부터 일본의 발전은 다른 동양의 국가를 넘어서기 시작한다. 육상 경로의 시대에 언제나 '변방'이자, '비문명'을 유지하던 일본이라는 국가는 '유럽'과 직접 연결되는 '해상경로'를 얻게 됐다. 16~17세기에는 네덜란드나 포르투칼로부터 '후추'를 비롯한 값비싼 향신료를 직접 수입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다시 조선에 적게는 수 배에서 많게는 수 십배에 판매 했다. 같은 시기 조선은 '청나라'를 거치는 육상 교역에 의존하고 있었기에 일본과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었다.

일본의 역사는 이처럼 '무역이 번영'하면서 성장한다. 일본은 근대가 되면서 단순 무역 중계국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자국 내 산업 발전과 해양 기술을 급격히 성장시킨다. 특히 에도 시대의 안정된 정치적 구조와 나가사키와 같은 무역항을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무역 관리가 일본의 경제 기반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었다. 일본은 서구와의 무역을 통해 자본을 축적하고 이를 자국 산업에 재투자하면서 근대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유럽의 선진 기술과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자국의 전통을 유지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는 일본이 단순히 수입국에 그친 것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경제와 문화적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이런 전략은 이후 메이지 유신으로 이어지며 일본의 급속한 근대화의 토대가 됐다.

하광용 작가는 일본의 이런 근대화의 독특성을 조명한다. 일본은 서양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이를 일본화하여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했다. 문학과 예술, 교육 분야에서 이러한 양면성이 모두 보여졌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서 데려간 도자기공을 보며 많은 한국인들은 일본에 대한 억하심정을 가지지만 사실 왜에 갔던 많은 도자기공이 다시 조선으로 돌아오지 않으려 했다는 점을 보면 그들의 대우가 크게 나쁘지 았었다는 점도 알 수 있다.

'도자기'를 수출하여 무역을 하던 일본과 '무역'에 '사형'이라는 강한 처벌을 둔 조선의 차이는 어찌보면 단순한 정치가 아니라 '지리적 차이'가 만들어낸 역사적 차이일지 모른다. 일본근대백년은 미래의 우리와 일본을 알 수 있도록 일본 근대 100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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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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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비효과'와 비슷하고 '인터스텔라'가 떠오르기도 하면서, '세븐틴 어게인'이라는 책,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잠'도 떠오르는 매우 매력적인 소설이다.

사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서점 구경'을 갔을 때, 항상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던 책이다. 무의식적으로 '베스트셀러'를 외면하다보니 항상 제목만 익숙하고 내용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라는 제목은 어쩐지 '청소년 판타지 소설'일 것 같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다만 분명 그렇지 않다. 만약 같은 이유로 이 도서를 외면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일독'해보기를 권한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이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윌라2.0'을 가입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소설을 '오디오북'으로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윌라'와 '인플루엔셜'이 같은 회사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적잖다. 이 둘은 같은 같은 회사이기에 혹여 해당 출판사 출판물을 구매하면 '윌라'에 오디오북도 있는지 확인하고 병독하는 것도 추천한다.

소설은 인상이 엉망이된 한 여성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여성은 자신을 둘러싼 관계가 모두 엉망이 됐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로 가득한 삶을 산다. 그는 아버지의 권유로 수영을 배웠으나 그만 두었고, 밴드 활동을 했었으나 하지 않았다. 그 밖에 다양한 생각과 선택을 하며 살아온 일반적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포기했던 여러 선택들에 대한 후회를 가지고 '죽음'에 다가간다. 그리고 자정에 가까워진 어느즈음, 그는 엄청나게 많은 책이 꽂혀 있는 '도서관'으로 가게 된다.

거기에는 자신이 포기했던 삶에 대한 책들이 빼곡하다. 그 여러권의 책은 그녀가 포기했던 '가능성'들이다.

여러 책 중 하나를 꺼내 읽으면 해당 '우주'로 빨려 들어간다.

그렇다. 해당 우주로 빨려 들어간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우리는 다중 우주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우주는 무한대로 쪼개진다. 우리가 내리는 모든 선택마다 하나의 우주가 된다.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소재의 소설이다.

주인공 '로라'는 아주 성공한 수영선수가 되거나, 세계적인 락스타가 되기도 하고, 남극에서 빙하를 관찰하는 과학자가 되기도 한다. 평범한 아내가 되기도 한다. 로라는 도서관에서 여러 가능성을 희망하며 이 책과 저 책을 꺼내 본다. 자신의 삶에서 했던 여러 선택이 나비효과가 되어 어떤 변화를 갖게 됐는지 매순간 관찰한다.

만약 그때 아버지의 말을 들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만약 그때 오빠의 말을 들었다면 어떻게 됐을가.

만약 그때 조금만 더 참고 일을 진행했다면 어떻게 됐을가.

그 모든 가능성이 '도서관'에 가능성으로 정리되어 있고 로라는 하나씩 꺼내면 그 삶을 체험한다. 그리고 점차 후회와 불만을 넘어 현재의 삶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워간다.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은 탄생(B_Birth)와 죽음(D_Death)사이에 선택(C_Choice)이다.'라는 말을 했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비록 그것이 사소한 선택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우주를 창조해 나간다. 즉 우리의 선택은 '우주창조'의 다른 방식이다. 소설속 '로라'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꽤 만족한 '결과'를 선택하기로 한다. 다만 자신의 삶이 행복하게 되면서,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이 범죄자가 되어 불운을 맞이하는 상황을 보게 된다.

아주 작은 나비효과가 자신을 비록한 주변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의 방향이 바뀌기로 나만큼 다양한 사람도 적잖다. 나는 '연구실험실'에서 20대 초반에 시간을 보냈었고, 해외에서 유학을 했으며, 현지 취업을 하고 관리자로 일했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수출사업을 진행하거나, 꽤 적잖은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학생을 가르치기도 하고, 또 흥미롭게도 출간도 진행했다. 더 많은 일들이 왔다가 스쳐 갔지만 가끔 만약 내가 '그 일을 계속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과연 그렇다.

인생은 B와 D사이에 C이며 지금 이순간도 우리는 무수한 우주를 창조해 나가며 스스로의 최선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얼마나 황홀한 일인가.

얼마전부터 '하루 관찰일기'를 쓰고 있다. 하루를 제3의 시선으로 관찰하고 스스로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영화를 감상하고 평점을 내리듯, 하루를 관찰하고 평점을 내린다. 그리고 거기에 한줄평을 내린다.

명작을 기다리는 관객의 입장이면서, 다음회에는 직접 연출과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다. 그 흥미로운 일을 하면서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한번 더 '재독'해 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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