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 -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품위를 지키는 27가지 방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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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태어났다는 것이 유일한 자랑인 사람들이 있다. 단지 먼저 경험해 봤다는 이유만으로 남들보다 낫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꼰대'라고 부른다. 사람의 어른됨이란 '나이'와 상관없다. 허륜은 무관인 아버지 허곤에 이어 무관으로의 삶을 살았다. 그는 실존 인물로 조선 중기 용천 고을의 현감을 지냈다. 젊은 시절에는 오랑캐의 목술 숱하게 베던 공을 쌓은 무인이다. 이런 대단한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다르게 그의 아들은 정실 부인이 아닌 첩의 소생으로써 중인 신분으로 살아간다. 그는 29세에 과거시험의 잡과에 합격한다. 하지만 광해 7년 그는 조선 최고의 품계 정1품 보국숭록대부로 추증됐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아는 것이 많고 뛰어난 지혜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른이 저절로 된다고 믿었던 어린 시절의 치기 어린 '어른에 대한 인식' 때문에 나이만 많은 '꼰대'가 생겼다. 어줍잖은 조언을 통해 누군가의 삶을 가르치려고 한다는 것은 요새 젊은 이들에게 갑갑한 일이다. '내가 해보니...'로 시작하는 문장에는 '너도 같은 실패를 할까봐, 걱정되서...'라는 위선이 담겨져 있다. 세상은 운이 7할을 담당하고 있다. 마치 먼저 통과한 '러시안룰렛 게임'의 당사자가 이기는 노하우를 설파하는 것 만큼이나 의미없다.

단순히 운이 나쁜 이가 하는 조언에 대해 귀담아 들을 이유가 없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어른들이 하는 많은 이야기가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정말 귀중하고 소중한 말도 많다. 그들은 '꼰대'가 아니라 '어른'이다. 단지 먼저 태어나서 섣부른 조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품을 줄 알아야 한다. 초등학교 시절, 아주 중요한 경험이 하나 있다. 항상 엄지 발가락이 구멍이 나 있던 양말 때문에 학교를 갈 때마다 신경이 쓰였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입구에서 부터 신발을 벗어야 했는데, 실수로 양말에 구멍이 난 것을 확인 하지 못한다면 아이들에게 놀림이나 당할까, 항상 엄지발가락 부분을 길게 늘여 두 번째 발가락 사이로 꼬집고 다녀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은 아무 생각 없이, 아이들에게 그냥 구멍난 양말을 보여주며 말했다. "웃기지? 구멍났네" 하루종일 조마조마해야 했던 구멍난 양말이 나의 단순한 행동 하나 때문에 웃고 넘어가는 유쾌한 일화가 되었다. 스스로 깨면 병아리가 되지만 남이 깨면 계란후라이가 된다는 말처럼 자신의 경험을 통해 깨부숴지는 상황의 변화를 겪을 수록 사람은 어른이 되고 차분해진다. 다양한 상황에 유쾌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깨닫는 일은 그저 먼저 상황을 겪어보았다고 해서 생겨나지 않는다.

모든 일을 스스럼없이 알아서 해쳐나갈 것 같던 어른들의 나이가 되어보니, 아직도 나는 아이같다. 아직도 미숙한 부분이 많고 나보다 낫은 나이많은 이들이 차고 넘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평소 마음에 들지 않는 누군가를 험담하는 자리에서 동조하지 않으면서도 상황을 유쾌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여유나 스스로 가지고 있는 권위를 내려놓고 때로는 커다란 실수에도 눈감아 줄 수 있는 관대함은 흘려보낸 시간이 아니라 사색하고 경험했던 순간의 숫자로 결정되는 듯하다. 어린 시절 수첩에는 내가 스스로에게 지켜야 할 몇 가지에 대해 적어두고 다녔다. 다시 생각해보면 유치한 이야기들 뿐이지만, 거기에는 지금봐도 멋진 말들이 많다. 가령, 매번 가보지 않았던 길로 아무 이유없이 돌아가보자는 이야기나, 때론 아무 이유없이 누군가에게 감사의 문자를 보내보자는 내용까지, 따지고보자면 십 수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야기를 당시의 어린 나는 기록해두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진화'다. 우리가 어른이 되면 나이 어린 사람들보다 더 낫다라고 착각하는 바보 같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낸 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인류는 단 한번도 진화를 역행한 적이 없다. 자연선택설에 따라 우리는 더욱 우월한 이들을 만들어 냈고 과거의 누군가보다 더 우월한 누군가가 살아남았다.

자연의 법칙에서 그들보다 더 먼저 죽음에 가까워져 있는 열등한 '나'라는 존재가 감히 더 생명력을 뿜어낼 '우등한 존재'에게 조언할 수 없다. 인류의 역사는 항상 진보해 왔다. 불과 50년 전인 1971년까지 유럽의 선진국이라는 스위스에는 여성참전권이 없었다. 1996년까지 일본에는 '우생보호법'이 존재 했으며 이 뜻은 '우월한 생명체를 보호하는 법'이라는 뜻으로 16,500명이 본인의 동의 없이 국가로 부터 강제 불임을 당했다. 그 중에는 9살 소녀도 있었는데 그들이 이렇게 국가로부터 강제 불임을 당한 이유가 '청각장애'이나 '정신분열', '정신지체'처럼 도저히 공감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보같은 인류는 꾸준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보해 가면서 더 낫은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먼저 태어났다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좀 더 낫은 방향으로 진보해가고 있다는 가정에서 생겨나는 대우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보자면 사실상 더 어른스러운 것은 '나'보다 '후대' 쪽인지도 모른다. 격식을 차리고 남들이 해주는 대우에 고개를 뻣뻣하게 구는 사람일수록 '나이 말고는 내세울 것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노약자 배려'가 아니면 생존경쟁에서 이길 자신없는 나약한 이들이 문화와 남들의 배려 속에 숨어 권리를 누린다. 사실상 전쟁 수행능력이 가장 뛰어난 나이는 만 18세~ 30세까지다. 생존 능력이 극에 달하고 전투 능력이 뛰어난 나이라는 이야기다. 그 이전과 이후의 나이에는 보호 받아야 할 대상이다. 어느 영화의 유명대사처럼 '호의가 계속되면 그것이 권리인 줄 안다.' 내가 얻고 있는 것이 진정 납득 가능한 권리인지, 혹은 호의인지에 대해 잘 파악하고 경기장에서는 실력과 능력으로 당당하게 어른으로 인정받아보자. 책은 독일인의 글처럼 마냥 쉽게 설명하고 있진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사라져가는 이 세상에서 어른이 무엇인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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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 지음, 이수영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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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도소설은 마치 농담같은 가벼운 일로 시작한다. 주인공 지반은 페이스북에서 글을 하나 남긴다. 별로 크게 위험하다 싶지 않은 가벼운 이 행위는 그녀의 운명으로 바뀐다. 이 운명은 지반이 태어나기 전 부터 오랜 기간 쌓여 온 인도의 사회, 문화, 부패가 함께 하며 비극이 된다. 페이스북의 글 내용은 별 내용이 아니다. 인도의 어느 소외된 지역에 살던 주인공 지반은 낮은 계급층의 여성이다. 그녀의 동네에 기차역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그녀의 하루는 자신에게 온전하기도 빠듯하다. 아무도 그녀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지 않는다. 지역 기차역 폭발 사고에 관한 글에는 수많은 '좋아요'가 달린다. 그녀는 짧은 글을 기입한다. 그리고 '입력' 버튼을 누른다.

"경찰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돕지 않는다면, 그냥 지켜본다면 정부역시 테러리스트라는 뜻 아닌가요?"

그렇구나. 싶은 소설 초반 몇 장에 평화로운 여성이 사회 문제에 대해, 생각없이 단 글 뒤로 이야기는 미친듯이 달려가기 시작한다. 평범한 일상은 조금씩 무너져 내린다. 지반은 자신의 했던 행동으로 그녀는 기차테러의 주범으로 몰린다. 체포되고 재판 받는다.

이처럼 한 여성이 언론과 계급, 정치의 희생양으로 재빨리 빨려들어가는 동안, 그녀에 연결된 두사람이 시선이 나온다. 지반에게 영어 수업을 받던 히즈라 계급의 러블리와 지반의 학교 체육선생님이 나온다. 독자는 안다. 지반이 결백하다는 사실을 이를 모두 지켜보고 있는 독자는 지반의 상황에 몰입하며 답답하고 억울함을 함께 느낀다. 주변에 도와 줄 법한 인물의 내적 갈등과 상황을 들여다 보면서, 혹시 어떻게 되진 않을까. 희망을 품어본다. 여기에는 여성과 계급, 부패가 끊임 없이 등장한다. 이 커다란 큰 흐름 중에는 지반에게 영어 수업을 받던 러블리의 작은 흐름도 비슷하게 흐른다. 그녀는 연기를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A급과 B급 중, B급으로 분류를 한다. 거대 자본과 힘이 있는 사람들이 명령은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영화에 출연하는 단역들은 그 영화에 어떤 형태로든 함께 하기 위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기다림이나 부조리를 인내해야 한다. 그마저 싫다면 영화에서 'B급 단역 배우' 쯤이야 빼어도 문제 되지 않는다. 마치 엄청난 인구이 인도라는 무대에서 큰 흐름에 저항감 있는 것들은 그저 걷어 내면 된다는 식의 인도사회를 비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반은 빠져나갈 길이 없다. 잠깐 보이던 희망도 모두 속임이고 억울함 뿐이다. 나를 도울 수 있을 것 같던 작은 희망도 커다란 흐름을 저항하지 못해 맥없이 꺾인다. 빠르게 빠르게 진행되던 소설의 전개가 후반이 되면서 난데없이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속도감 있는 영화 한편을 보는 것 처럼 흥미롭고 다시 괴롭기도하다. 인도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충분히 보면서 우리나라의 여러 영화가 생각이 났다. '기생충', '부당거래', '살인의 추억' 등 우리사회는 과연 어떠한가. 물론 우리사회는 조금 더 건강하다. 대통령과 정부에 관한 비판과 비난은 유튜브, 인터넷 신문, 커뮤니티에 어느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 사회에서도 충분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어쩌면 지반이 겪었던 운명의 흐름은 우리 7~80년대 사회와 비슷할 것이다. 1997년 12월 대한민국의 마지막 사형수가 처형됐다. 그 뒤로 20년이 넘도록 우리나라는 사형을 시키지 않는다. 지금도 사형에 대해 찬반 논란이 많다. 증거가 확실하고 자백까지 있는 극악무도한 사형수를 국민의 세금으로 부양해야 할 가치가 있는지를 묻는 사람도 있는 가하면, 국가의 공권력이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도 괜찮은가. 혹은 부당하게 공권력에 의해 살해 당하는 무고한 시민이 한 명이라도 생기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에 관한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수감시설은 '감옥'이 아니라 '교정시설'이다. 그 시설의 한자 뜻을 그대로 풀어보자면 矯(바로잡을 교)와 正(바를 정)을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수감자들을 교화시켜 사회에서 다시 재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바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그들에게 운동을 시키고 청소를 시키며, 책을 읽게하고 종교활동을 하게 한다. 한때 감옥(監獄)으로 불리던 곳은 '옥'에 가두고 감시하는 곳이었다. 여기에는 교화의 느낌이 전혀 없다. 많은 사람들이 형기가 짧고 잡으면 바로 풀어주는 우리나라의 이런 법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어쨌건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접어두고 다시 인도소설로 들어가보자면 인도는 사형제가 아직 존재한다. 인도는 작년 한에 4명이 사형 집행됐다. 전 세계적으로 보자면 2020년 사형 집행건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2020년 한해 동안 1천 건 이상의 사형이 집행됐다. 이는 추정치일 뿐 중국은 매년 수 천 명의 사람을 처형하는데 이는 국가 기밀로 분류되어 있어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다.

소설의 흐름을 보자면 낮은 계급의 누군가가 희생한다면 대중의 관심과 화는 '마녀사냥'을 그에게 쏠린다. 국가는 언론와 함께 사건을 빨리 종결 시키고 사건을 마무리 시키면 '마녀'를 처형하고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평화로운 국가로 이어진다. 아이러니하고 모순적인 국가의 존재 목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다. 언론은 정직해야하고 재판은 공정해야하며 국가는 소속개인을 보호해야한다. 마치 자신들이 지은 죄를 씻어내기 위해 죄없는 소나 돼지 같은 희생양의 목을 걸어 죄악을 씻어내고 다시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사회가 되지 않기 위해 어쩌면 조금 더 문화적인 방식으로의 사회적 변화가 꾸준하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설은 재밌고 흥미롭고 생각할 거리기 많은 소설이었다.

*사형제도의 의견이 아니라 소설에 대한 느낌점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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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브쓰리를 꿈꾼다
원희룡 지음 / 꽃삽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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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장관의 '조국의 시간'과 이준석 대표의 '공정한 경쟁' 두 권의 정치인의 책을 리뷰했었다. 두 책 모두가 '그를 지지한다' 혹은 '그를 지탄한다'에 촛점을 맞추지 않았다. 그의 말에 일부 공감했고 일부 공감하지 못했다. 당시 시대를 관통하는 이슈를 갖고 있던 인물이 공교롭게도 정치적인 인물들이라는 사실에 굉장한 호기심이 생겨서 책을 읽었다. 읽으면 소화하고 뱉어야 하는 내 독서 철학에 맞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소화하고 뱉었다. 그중 '조국의 시간'은 아주 많은 도서 리뷰들이 있음에도 인플루언서 키워드 챌린지 2~3위를 오가며 조회수가 나오고 '공정한 경쟁'은 네이버 메인에 오랜기간 실리면서 굉장히 많은 조회가 일어났다. 아마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많이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의 나의 글을 보면서 내 정치적 성향을 갸늠해 보려 애쓰겠지만, 난 여기서도 정치적 이야기를 쓰지 않을 것이다. 야당의 글이 두 번이나 소개됐으니, 민감한 정치 이슈답게 다음 도서는 이슈가 되는 여당의 대권 주자의 책을 소개할 것이다. 정치에 관한 글에는 평소 나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아닌 다소 낮선 분들의 방문이 잦은 편이다. 난데없는 악플이 달리기도 하는가하면, 뜸금없는 지지의사를 적어 주시는 분들도 있다. 도가 넘어서는 수준이 아니라면 삭제하진 않고 하나 하나에 댓글을 달고 있다. 이 글에서도 아마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른침을 다시 삼키고 글을 이어 가겠다.

야권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누가 있을까.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심상정, 이정미, 안철수, 김동연, 최재형 등 하나 같이 훌륭하다. 아마 앞서 열거한 이름을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모두가 비슷한 감정으로 글을 읽다가, '훌륭하다'라는 마지막 네 글자에 감정의 폭이 출렁 거렸을 것이다. 누구는 공감했고 누구는 황당해 했으며, 다수는 누군 괜찮은데 나머진 별로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깊이 알수록 누구나 훌륭하고 멋진 사람들이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에 따라 어떤 객체 건 누가 살아 남을지는 '자연과 환경'이 결정한다. 이것은 자연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자연과 닮아 있는 것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다. 나무는 썩은 열매와 실한 열매를 동시에 달고 있지 않다. 까치가 쪼아 먹은 감은 얼마 간 달려 있지만, 나무는 이 썩은 감을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낸다. 결국 강한 것을 남기는 것은 자연의 선택이다. 부실기업과 우량기업이 시장에서 똑같이 선택받을 수 없다. 시장은 자연스럽게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을 걸러내고 주가에 적용시켜 더이상 진화하지 못하도록 떨궈낸다. 이런 순기능이 사라진 자연과 시장, 환경은 전체를 병들게 한다. 이미 그런 상황은 지난 IMF에서 겪었다. 부실한 것들을 솎아내지 못하면 결국 그 사회는 병든다. 이처럼 우리 사회라는 가지에 열린 수많은 열매에서 솎아 내고, 솎아 낸, 실한 열매들이 앞서 말한 대선 후보들이다. 물론 여당의 대선 후보도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주권자들이 썩은 열매를 솎아내는 과정이다. 무엇이 실한지를 고르기 전에 무엇이 썪었는지를 골라내는 것이 사회 전체에 유리하다. 감귤농사에는 '적과'라는 아주 중요한 작업이 있다. 이제 자라나는 손톱만한 열매 구슬 중에 실한 하나를 두고 나머지 너 다섯개를 인위적으로 뜯어내는 작업이다. 여기에는 여차하고 실수하는 순간 실한 열매를 솎아 버리고 '아차' 싶을 때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늦었다. 그 다음 실한 열매를 찾고 재빨리 나머지것들을 제거해 나가야한다. 이 책의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썩은 열매'거나 '부실한 열매'는 아니다. 솎아낼 유권자의 옵션에 이 정도 각인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를 따라다니는 여러 오해들이 있다. 가령, 제주도 땅을 중국인들에게 팔아 치우고 있다거나, 전두환 대통령에게 큰절을 했다는 내용의 이면의 이야기들 말이다. 여기서 나는 그의 이야기를 해명하지 않겠다. 누구나 쉽게 인터넷을 치면 내용에 전말을 알아 낼 수 있다. 유튜브에서 그를 검색해보면 시종일관 '노잼인데 희안하게 유쾌한' 이상한 코드의 정치인을 만나게 된다. '정치인이 격없이 뭐하는 거야' 싶은 장난스러운 짤도 많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정치인이란 양복입고 멋있는 척을 해야하고 기품있어야 하는 우리시대 숙제가 숨겨져 있다. 성공한 사업가 스티브 잡스의 청바지와 검은티는 우리 사회 '재벌'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제와서는 재벌들 중 일부도 대중과 소통하면서 겪없어지는 경우도 왕왕있다. 왜 정치는 그러지 말아야 하는가.

고등학교 1학년, 학교에 누군가가 찾아왔다고 했다. 이름은 처음 들었는데, 공부는 꽤 잘했단다. 우리는 강당에서 그를 맞이 했다. 벌써 20년이 지난 일이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에 나질 않지만, 아직도 내 인생에 큰 영감을 줬던 강연의 내용이 있었다.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은 프랑스 식민지 코르시카라는 작은 섬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을 통해 프랑스를 넘어 유럽의 정치와 사회를 근대화시켰다. 결국 다른 대륙의 국가들도 유럽모델을 따라가면서 미국을 비롯하여, 한국과 일본까지 그가 끼친 영향력은 소프트적 파워만으로도 엄청나다. 아마 그는 어린 우리 학생에게 이런 전반적인 이야기를 이야기 하진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작은 장애가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는 뜻으로 짧게 지나가며 이야기 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 말 뒤로 나는 나폴레옹을 집에 돌아가 찾아봤다. 촌에서 태어나면 촌에서 그냥 사는 구나 싶었던 인생의 가능성이 무한대로 넓어지는 순간이었다. 작은 장애는 성장의 자극제일 뿐이다. 서브쓰리는 원희룡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이다. 그는 발에 장애가 있어 군 면제를 받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항상 뛰기를 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서귀포에서도 당시 한참은 외각이던 중문에서 학교를 다니고 제주 시내 명문 시내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서울대학교로 이어지는 모습이 '변방에 있어도 성장이 되는구나'를 보여주는 것 같다.

원희룡 지사의 지지율이 3%에 달한다고 한다. 그가 여권의 대표 대선 주자가 될지, 다음 대통령이 될지는 나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나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 정치는 정치를 잘하는 한사람에게 위탁하고 난 뒤 그들이 잘하는지를 종종 감시하는 감시자의 역할만 하면 그만이지, 그들의 열열한 팬이자, 안티팬이 되어 그들의 오해와 해명을 번갈아 들으며 내 삶을 좀먹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어쨌거나 우리가 고르고 있는 실한 열매 중에 그가 속해져 있다는 것은 어린 시절 강당에 받은 충격이 나쁘지 않은 방향이라고 생각하게 할 것이다. 우리는 실한 열매 하나에 꽂혀 있을 것이 아니라, 썪은 열매를 골라내야 한다. 실한 열매를 찾고자 하면 가려지는 수많은 보물들을 놓치게 된다. 어쨌건 진보인지, 보수인지 알다가도 모를 그의 정치 성향이 어쩐지 나의 '균형' 철학에 맞닿아 있다. 이 글에도 아마 많은 팬과 안티가 달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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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맘대로 크는 아이 - 두뇌진료 20년차 한의사가 알려주는 뇌 균형 건강법!
노충구 지음 / 보민출판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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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서 ADHD를 치료하거나 틱장애를 치료할 수 있을까. 얼핏 서로 어울리지 않는 키워드들이지만 한의학의 관점에서 바라 본 ADHD와 틱장애는 어떤 모습인지 살펴 볼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우리의 인체를 '소우주'로 본다. 또하나의 작은 우주라는 뜻으로 우리의 신체는 우주운행원리처럼 '음양오행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음과 양은 우주만물의 기본이다. 이는 일종의 '기'인데, 서로 의존하면서 대립하고 순환하면서 전화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대표적인 성질을 나타내는 '금, 목, 수, 화, 지'의 오행 또한 서로 물리고 물리며 서로 의존하며 대립하고 순환한다. 우주 만물의 이치가 그렇다는 것을 전체로 건강이란 '코스모스'와 같이 잘 정도된 상태를 이른다. 고로 한의학에서의 치료는 어긋난 균형을 제대로 맞춰내는 일을 한다. 이것은 양의학과는 다르다. 양의학은 균형에 대해 고찰하기 보다 현상과 증상에 촛점을 둔다. 따지고보자면 뇌과학에 대해 접근할 때, 한의학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꽤 합리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ADHD(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는 일종의 장애다. 주의력이 부족하고 충동적이거나 과다활동을 하는 등의 행동을 한다. 산만하고 주의집중을 어려워 한다. 현대 뇌의학에서는 이런 ADHD 환자에게 '메틸페니테이트'라는 주의력개선제를 처방한다. 이는 매우 즉각적이며 강력한 효과를 준다. 그 밖에 클로니딘이나 아토목세틴을 처방한다. 이런 약물치료는 정신질환의 유일한 치료법이 아닐 수도 있다. 앞서 말한대로 ADHD는 질환이 아니라 장애이기 때문이다. 해당 약들은 일시적 주의집중력 개선에 지속시간이 존재한다. 즉, 보여지는 현상을 개선하는 관리약이지 치료제로 보기 어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나에게는 '매핵기'라고 불리는 일종의 증상이 있다. 식사를 하고 난 뒤에 더 심해지는데, '음~~', '큼~~'하는 소리를 내곤한다. 매핵기는 한방용어로 목 안에 내려가지도 올라오지도 않는 무언가가 걸려 있는 느낌으로 불쾌한 소리를 내게 하는 증상인데, 여기에는 '의지력'과는 상관없는 무언가가 있다. 주변에서는 그 듣기 싫은 소리를 내는 것은 의지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매핵기는 일종의 히스테리로 정신적, 심리적 문제로 발생하는 신경증이다. 신경증은 의지력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틱장애나 ADHD 환자를 지켜보는 우리의 시선은 과연 어떤가. 주의집중력이 없는 아이에게 '의지력'의 문제이거나 '성격'의 문제로 치부하고 있진 않은가. 내가 자주 찾는 이비인후과를 방문한 적이 있다. 매핵기에 관한 치료를 받기 위해 찾은 이비인후과였다. 진료를 받아보니 목에 이물질이나 가래는 없고 염증만 약간 보인다고 했다. 나는 위산분비억제제를 처방받고 병원을 나왔다. 이처럼 양의학으로 진단명이 없는 질병도 한의학에서는 진단명이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런 매핵기 치료법에 대해 성내지 말고 찬음식을 먹지 말라고 한다. 이를 보자면 한의학에서도 이미 오래전 부터 '신경 정신의학'을 다루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로 키우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의 아이에게 일어나고 있는 증상에 대해 그 원인을 고민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도 열심히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것들은 일종의 장애나 질환으로 보고 균형있는 성장을 도와주어야한다. 실제로 ADHD의 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내가 느낀 첫 인상은 '예의없다', '통제불능이다' 등의 인상이다. 하지만 부모의 경우는 아이의 이상 징후를 잘 살피고 돌봐 줄 의무가 있다.

우리가 이 아이들에게 어떤 프레임을 씌우기 전에 그 아이들이 뇌와 건강의 균형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를 살펴봐야한다. 책은 산만한 아이, 예민한 아이, 허약한 아이, 늦된 아이로 나눠 아이에게 뇌 균형에 관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5살 쌍둥이 딸아이을 키우는 입장으로 꽤 신경쓰고 읽었다. 아이가 몸살 건강으로 열이나고 아파도 속이 상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티가 나지 않는 뇌에 관한 불편함을 겪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무책임하게 방관하면 안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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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앵글 - 남이 부러웠고, 남이 되었다
임경택 지음 / 좋은땅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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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자주하는 상상으로 소재가 참신하다고 할 순 없다. 누군가와 영혼이 바뀌는... 그리고 나서 깨닫는 '나'에 대한 감사함. 이런 소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소비되는 것은 아마 많은이들이 자신에 만족하지 못하고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SNS를 들여다보면 멋진 소품과 행복해 보이는 삶들로 가득하다. 이것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나 또한 하루 중 가장 가식스러운 표정을 짓고 사진을 포스팅한다. 소설은 개연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다짜고짜, '차라리 여자로 태어났으면...' 이라는 바람과 함께 영혼이 바뀌어 버린다. 급한 전개에 당황스럽지만 그만큼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위해 직진으로 나아간다. 큼지막한 글자와 넉넉한 띄어쓰기, 빠르게 넘어가는 페이지지만 정작 페이지는 120쪽이 전부다. 쉽게 읽히고 쉽게 이야기가 흡수된다. 오랜 기간 긴 글을 읽어야 하는 부담감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빠르게 즐길 수 있는 소설이다. 주인공 경준은 자신의 현재를 비관하며 '차라리 여자로 태어났으면...'하는 바람을 한다. 그리고 실제 2000년도를 살고 있는 20살의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이 된다. 겉모습이 완벽한 여성이 된, 젊은 청년은 그녀로의 삶에 만족하고 살기로 한다. 제 3의 시선으로 바라 본 그녀는 아주 괜찮은 인생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으로 조금을 살고보니, 그녀의 삶이 녹녹치 않았음을 알게 된다. 누군가의 겉모습을 보고 인생 전체를 알 수 있다고 하는 판단은 우리에게 매일 일어난다.

누군가와 영혼이 바뀌는 일반적인 소재와는 다르게 이 소설은 셋의 시선이 등장한다. 누군가는 여성이 되고 싶고, 누군가는 젊어지고 싶고, 누군가는 죽고 싶다. 그리고 각자 간절하게 바라는 모습이 된다. 하지만 곧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는다. 앵글은 각도를 의미한다. 사물은 각도에 따라 모두 달라보인다. 머그컵 하나를 주변으로 여러 화가가 그림을 그린다고 하자. 어떤 누가 그리기에는 머그컵은 손잡이가 없는 원통 모양일 것이다. 어떤 누가 보기에는 머그컵은 손잡이가 있는 컵일 것이고 위에서 바라본 머그컵은 속이 깊은 모양일 것이다. 이처럼 위와 아래, 오른쪽과 왼쪽으로 시선을 둘러가며 그 사물은 모양을 바꾼다. 화가들은 사물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믿었다. 화가들은 자신들이 보이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자신들의 그림에 모순을 찾아낸다. 자신이 그린 그림이 사물의 본 모습을 담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화가들은 자신의 그림이 사물의 여러 방향에 따른 모습을 표현하고자 한다. 사물의 한 방향의 모습이 아니라, 여러방향으로의 모습을 담으면 그 사물의 본질을 더 담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게 왜 예술작품이지?' 싶은 어그러진 모양의 입체주의의 등장은 이렇게 20세기 초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났다.

현실보다 더 추상적인 차원의 고민을 하던 예술가들에 의해 현상과 사물의 본 모습을 고민했다. 오롯한 그것의 본질을 담지 못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예술은 어찌보면 현실의 본질일 수도 있다. 예술은 입체주의를 벗어나, 색체와 농도, 질감과 여백 등을 통해 겉모습이 담지 못하는 감정과 분위기를 담아내며 '현대 예술의 장르'로 진화해간다. 트라이앵글이라는 소설은 내가 설명한 예술의 진화 과정과는 다르게 좀 더 재밌고 쉽게 쓰여져 있다. 어쨌거나 우리의 본 모습은 보여지는 그대로와 거리가 매우 멀다. 아무런 사건 사고 없어 보이는 누군가에게 커다란 아픔이 있고 편하고 좋아보이는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장애가 있다. 어린시절 남성의 '군대'와 여성의 '출산'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유치하게 싸우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도 가기 전의 유치함이 정말 유치해 질 나이가 되었을 무렵인 현재에와서는 젠더이슈가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지나친 패미니즘과 가부장적이던 사회문화가 충돌하며 남녀의 시각 차가 벌어졌다. 남자는 여자가 부럽고, 여자는 남자가 부러우며, 왕자는 거지를 부러워하고 거지는 왕자를 부러워한다. 토끼는 호랑이를, 호랑이는 토끼를 부러워 한다.

이처럼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정확한 인지가 없는 상태를 계속하다보면 처음에는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정도로 그치지만, 자기 비하와 비관, 타인에 대한 증오와 혐오로 감정은 변해간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잘 이해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잘 이해하는 사람은 다른 누군가에게 스스로인 타인을 잘 이해하게 된다. 우리 모두가 같은 상황과 현실을 살고 있으며 그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인식은 이타심의 기반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꾸준하게 감사노트를 작성한다고 하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해 하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지 않는 삶의 자세가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혐오의 초기 증상으로 발전한다. 나에게는 오늘도 남들이 평생 가져보지도 못할 무언가를 갖고 있는 인생을 살 수 있다. 자녀나 부모, 직업, 돈, 키 무엇일지 모르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감사해하며 그것을 인지하고 사랑하는 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무엇이라는 것을 이 '트라이앵글'이라는 소설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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