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줄로 사로잡는 전달의 법칙
모토하시 아도 지음, 김정환 옮김 / 밀리언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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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이 문장은 '손금 어플' 후기에 썼던 제목이다. 이 글에는 꿈과 현실,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다. 정말 대통령이 되겠다는 글은 아니다. 첫 줄에 '제가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는 워딩은 많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마 이 글에서도 '제가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는 첫 문장에 이끌려 호기심을 갖고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인간 심리와 관계'에 대한 글을 쓸 때, 나는 난데없는 '양자역학과 미시세계'를 끌고 들어왔다. 사람들은 심리적 치료와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과학의 이야기에 당황스러울테지만 글의 전개를 궁금해 할 것이다. 보통 내가 사용하는 글쓰기 방법 중 빈도가 높은 방법이다. 전혀 연관성 없는 이야기로 시작하여 점차 주제로 향해가는 미괄식 전개 방법이다. 예전 어떤 소설가의 소설쓰는 법에 대한 글이 있었다. 그가 예시로 들었던 소설의 첫 문장은 바로 이것이었다.

"여기가 어디지...?"

이렇다, 저렇다 소개나 설명 없이 주인공이 하고자 하는 말을 먼저 던져 넣음으로써 독자는 그 글의 뒷부분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갖는다.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고 있나?' 상사의 물음에 직원은 대답한다. '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답에 상사는 되묻는다. '얼마나 걸릴 것 같은가?' 흔히 이렇게 이상하지 않아보이는 대화는 사실 비효율적인 전달법이다. '지금'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상사의 궁금증은 속시원하게 해결된다. '지금 하고 있습니다.' 흔히 강조를 위해 사용한다는 '지금', '바로', '단하나' 등의 단어는 사람의 심리를 모호함에서 명료함으로 바꿔 넣는다. 우리가 갖는 대부분의 호기심은 모호함에서 나온다. 묻는 이가 하는 질문의 본질은 '호기심 해결'이다. 본질의 해결을 위해서는 그에게 명료함을 주어야 한다. 유튜브를 시청하다보면 제목과 다른 내용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책도 마찬가지인데, 제목에 이끌려 골랐던 책의 내용이 전혀 제목과 상이하여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책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어찌됐건 나 또한 그 책을 구매한 구매자로써, 이 책은 '판매'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상업성이 중요한 출판업의 목표를 본질로 보자면, 이 책은 마케팅적으로 성공적이었으며 어떤 면에서는 좋은 책일수도 있다.

유튜브 라이브와 녹화를 가끔 올린다. 별거 아니지만 가장 고민되는 것은 '제목'이다. 제목은 얼굴이자 간판이고 홍보물이며 상품자체이기도 하다. 이런 제목을 잘 정하면 일단 절반은 성공인 셈이다. 띄어쓰기와 느낌표, 따옴표, 쉼표등의 문장부호와 문장의 앞뒤를 바꾸는 도치법으로 글은 엄청나게 달라진다.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은 독서입니다'라는 글보다, '독서입니다.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은.'이 훨씬 효과적이고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이 무엇인가요? 바로 독서입니다.' 또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문장이라고 볼 수 있다. 가끔 글을 쓰라는 권유에 글솜씨가 없어 고민된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좋은 글은 수려하고 화려한 글이 아니라 많이 읽히는 글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중음악을 클래식 기타 고고한 음악들에 비해 평가절하 하는 것에 대해 '하이브 이사회의장' 방시혁은 '좋은 음악은 많이 들리는 음악'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재야의 고수라도 방구석에서 능력만 쌓인 것은 고수라 볼 수 없다. 좋은 것은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소비되고 선택되는 것이다.

글이 좋은지 나쁜지는 대중이 판단한다. 1명이 읽은 글보다 100명이 읽은 글이 더 좋은 글이며 고로 쓰여지기 전까지 나쁜 글이란 없다. 사람에게 선택받기 위해선 일종의 몇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그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며 이처럼 여러 책과 매체가 공짜로 알려주는 값이 저렴한 정보다. 글이란 그저 오랫동안 많이 쓰다보면 기술과 노하우가 쌓이는 단순노동과 같은 원리로 성장하며 필요시마다 조금씩의 기술로 언제든 성장할 수 있는 복잡하지 않는 스킬이다. 전달의 법칙은 상대를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을 생각하게 하는 이타적인 고민을 하게 하는 굉장히 이타적인 훈련법임으로 단순히 글쓰기 외에 다양한 방면으로 우리가 고민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내용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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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으로 읽는 세계사 - 10가지 빵 속에 담긴 인류 역사 이야기
이영숙 지음 / 스몰빅인사이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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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빵집을 하셨다. 제주도의 화산회토는 통기와 투수성은 뛰어나 밭농사에는 최적이지만 벼농사를 하기는 적절치 못했다. 어린시절 제사를 지낼 때면, 카스테라와 롤케익이 올라왔다. 환타와 과즐 같은 과자를 비롯해 초코파이를 보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 모카빵을 올리는 곳이나 소보루 빵과 같은 현대 음식이 올라가곤 했다. 추석이나 설날과 같은 명절이 되면 제주에서 가장 바쁜 곳 중 하나는 '빵 집'이었다. 대량 예약 주문이 몰려와 타지역과는 다르게 제주의 빵집은 명절에 큰 대목이기도 했다. 어린시절 떡에 대한 추억 만큼이나 빵에 대한 추억이 많다. 아무리 외각지역으로 가더라도 마을마다 하나씩 반드시 있던 빵집 덕분인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타지역 만큼이나 많지는 않다. 지금도 제주는 유명 빵집이 많다. 함덕에 있는 오드랑베이커리나 메종드쁘띠푸르, 명당양과, 어머니 빵집, 키스테라 등 거대자본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들어오기 전부터 제주도에는 유명한 빵집들이 이미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자그마치 6천 500년 전, 한반도의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재배되던 벼는 세계 최초의 벼농사라고 알려져 있다. 이런 일로 우리의 쌀에 대한 사랑은 엄청나다. 막걸리며 떡과 누룽지, 식혜. 한과, 초청, 엿처럼 쌀을 이용한 다양한 문화가 발전되던 타지역과 다른 독특한 문화적 배경으로 빵은 나에게 친숙하다.

일찍부터 미국으로부터 개항을 해야 했던 일본은 오랜기간 동안 우리와 같이 쇄국정책을 고수했다. 그러다 서구문물이 제법 들어오면서 빵에 대한 접근도 우리보다 빨랐다. 우리가 부르는 '빵'은 실제 일본의 발음에서 가지고 왔다. 따지고보자면 빵이라는 단어는 '팡(pao)'이라는 포르투칼에서 온 것이다. 포르투칼이 일본에게 전해줬던 빵은 카스티야라는 스페인 스펀지 케익이었다. 이것이 조금 더 일본의 상황에 맞게 변화되어 우리가 먹고 있는 부드러운 카스테라가 되었고 제주의 차례, 제삿상에도 올라가는 것이다. 포르투갈(portugal)의 국명에는 이미 port라는 영어 단어가 속해져 있다. Port는 현재 수도 리스본 다음가는 포르투칼의 제2의 도시이기도 하다. port는 항구를 뜻한다. 남유럽 끝자락에 스페인에 의해 고립되어 있던 포르투칼의 땅은 꽤 척박하다. 실제로 이 나라의 국가 원수의 작위는 백작에 불과 했다. 위로는 스페인에 가로막혀 유럽의 문명에 닿지 못하고 농사 지을 수 있는 땅이 부족하였다. 그들의 이런 고립은 바다 밖으로 나가야 하는 필연을 만들었다. 그들의 이름처럼 항구(port)를 통해 유럽에서 최초로 대항해 시대를 열었던 그들은 생존 방법을 찾아 바다를 누비고 다녔다. 그들이 떠나고 찾았던 대륙은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들이었다. 그곳에 그들은 식민지를 건설하고 막대한 무역 흑자를 얻었다. 그들이 먹던 음식이 식민지와 다른 교역국에 전해지면서 세계 많은 곳은 Bread라는 영문명이 아니라 빵(pao)이라는 포르투갈의 말이 더 많이 사용되어진다.

강수량이 많은 곳에서 많은 인력을 동원해야 재배가 가능한 벼농사와는 다르게 밀농사의 특징은 강수량이 비교적 적다. 밀을 생산하던 곳에서는 찌거나 끓이거나 삶는 조립법 보다는 굽는 조리법이 조금 더 효율적이 었을 것이다. 이런 단순한 환경의 차이가 문화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비교적 건조하며 보관이 용이한 빵이라는 식품이 탄생했다. 이는 더 넓은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실제로 유랑민족이던 유대인의 대표적 빵인 '베이글'이 그렇다. 베이글은 원래 우유나 버터도 들어가지 않은 마른 빵이다. 이 빵은 속이 비어 있어 더욱 고르게 바삭하도록 만들수 있었다. 가운데가 비어있던 이 빵을 유대인들은 줄로 엮어 다니며 이동에 유리했다. 따지고보자면 인구가 더 번창하고 더 커다란 문명사회를 이루던 동양이 아닌 서양의 사회가 된 지금은 이런 효율성이 기본이 되게 했던 빵이 역할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빵은 간편식품이기도 하다. 과일을 설탕과 함께 조려 만든 쨈을 바르기만 하면 언제든 쉽게 먹을 수 있으며 오랜기간 보관하기 유리했다. 우리의 디저트로는 떡이 있지만, 떡은 쉽게 상하기도 하였다.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마른 음식이 존재하는 서양의 문화가 더 빠르게 세계로 뻗어갔다는 점에서 빵이 세계사에 기여한 부분이 적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류 최초의 문명이었던 수메르 문명은 티크리스와 유프라테스 강 사이에 있는 건조한 땅에서 시작했다. 중동의 건조한 땅에서 시작한 이 문명이 재배했던 작물은 벼가 아니라 밀이었다. 그들이 밀을 재배하고 재배한 밀을 기록함에 있어 최초의 문자가 활용됐다. 밀의 수확량과 각종 거래를 기록한 것은 인류최초의 문자가 되고 인류최초의 회계가 되기도 했다. 이런 수확량을 관리하는 이와 노동하는 계층이 구분되었다. 문자를 아는 사람과 문자를 알지못하는 사람은 계층으로 구분되어 신분이 되고 글을 아는 이들이 얻어가는 특권은 단순히 노동량이 높은 노동가보다 많았다. 마른 곡식이 저장이 가능해지면서 사회는 자본 축적이 일어난다. 채집과 사냥으로 얻은 과일과 고기처럼 오랜기간 보관하기 어려운 음식은 곧 평등사회를 말했다. 함께 수확한 수확량을 함께 나눠 모두 소비해 버리는 평등사회는 자본 축적이 가능해진 이후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 겪는 자본주의도 여기서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다.

책은 쉽고 또 쉽다. 세계사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던 사람들이 쉽게 세계사를 접할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다만 몇 가지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조금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빵'이라는 재밌는 소재로 이처럼 세계사를 묶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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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냉장고 -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의 차이로 우주를 설명하다
폴 센 지음, 박병철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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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에 그냥 일어나는 일이란 없다. 분명한 인과관계가 있다. 살면서 몇 번이나 입에 담아봤을 법한 단어일까. '열역학 법칙'이라는 말은. 우리는 원리를 모르지만 현상을 아는 것들을 겪는다. 엔트로피가 어떤 원리로 이뤄 지는지 막연하게만 알고 있을 뿐이고 상대성 이론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다만, 어떤 천재 누군가가 그렇다고 정의한 나와는 상관 없는 원리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를 사용하고 전기인덕션을 사용하며 아인슈타인이 했다는 명언들을 새겨듣는다. '아인슈타인은 왜 냉장고를 만들었을까.' 다소 괴짜같고 유치한 제목임에도 그 속은 우리가 몰라도 편하게 쓰는 다수의 것들에 대한 원리가 13명의 과학 영웅들의 노력에 의해 이뤄진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단순히 '열역학 원리'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에서 과학 상식은 이야기를 거들고 빛나게 해주는 조미료 역할이다. 이 책의 흐름은 '사람'과 '사람'이다. 근래에 읽었던 책 중, 이처럼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 얼제였을까 싶을 만큼 재미있다. 원자단위의 미시세계에서 시작한 원리를 이용하여 상대성 이론과 같은 거시세계로 뻗어나가고 '데이터'와 같이 현실과 디지털 세계로까지 미치는 '열역학'이란 무엇이길래, 여러 과학자들은 그것을 추정하고 비판하고 추종하고 비판하길 반복했나.

"열이란 무엇일까" 단순한 질문이다. 석탄으로 물을 끓여 증기를 이용해 동력을 만들던 영국은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당시 열효율이나 연비에 대한 관념이 없던 시기, 그들은 소모되는 에너지에 대해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 불과 몇 백 년 전에 일어난 이런 증기기관의 발달에 누군가는 시대를 앞서는 고민을 했다. 현상이 아니라 원리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어째서 탄소 덩어리로 되어 있는 석탄을 연소시키면 물의 온도가 올라가는가. 그냥 그런가보다 싶어 넘어가지 못하는 이들은 본질을 좀 더 연구했다. 낭비되는 에너지에 대해 고심하는 이들은 더욱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에 대해 고민하고 더 큰 에너지를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세상의 원리는 참으로 단순하다.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으로 우주 만물을 설명할 수 있으니 말이다. 따지고 보자면 진리란 엔트로피 만큼 단순한 것 인지도 모른다. 질서에서 무질서하게 무한대로 나아가는 법칙은 참으로 단순하지만 우리 인류는 이런 법칙에 이름을 정하기까지 많은 천재 과학자들의 노력이 필요했다. 쉽게 사용하는 냉장고의 원리가 사실은 우주를 구성하는 진리라는 사실을 책의 제목은 말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실제로 위험한 냉매를 사용하던 냉장고로 인하여 사고를 당한 베를린의 한 가족의 이야기를 듣고 투자를 받아 조금 더 완성적인 냉장고를 개발하고자 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지식과 재능을 조금 더 세상에 긍정적으로 쓰이기를 기대했던 모양이다.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른다. 중학교 과학시간이면 배우는 이런 과학 법칙을 심오하게 고민하던 이들은 당대 최고의 천재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그들이 고민하고 평생에 걸쳐 증명한 이런 지식들을 너무나 쉽게 공짜로 중학교에서 배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코 그것들에 대해서 감사함을 느끼지 못한다. 이 책의 포인트는 '과학 지식'이 아니다. 사실상 꽤 많은 부분을 '사람'에 두고 있다. 사랑과 죽음, 좌절과 질병, 고통 등 우리 모두가 평생 겪는 다양한 인생의 종류를 비슷하게 겪는 천재 과학자들의 삶 속에서 열역학은 배경으로 존재하고 있다. 열이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른다는 단순한 원리는 '비가역성'으로 정의된다.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만 흐르고 엎질러진 물이 다시 컵으로 돌아가지 않으며 쏘여진 화살이 한 쪽 방면으로만 가야 하는 원리를 에너지의 분산 방향의 규칙에서 찾았다. 여기에는 맥스웰부터 아인슈타인, 제임스 줄, 사디 카르노, 윌리엄 톤슨, 헤르판 폰 헬름홀츠, 루돌프 클라우지우스, 루트비히 볼츠만, 에미 뇌터, 클로드 섀넌, 앨런 튜닝, 제이콥 베케슈타인, 스티브 호킹 등이 거론된다. 그들은 선배 과학자가 쌓아놓은 과학 업적을 받고 더 발전시키고 다시 후배 과학자에게 넘긴다. 넘겨 받은 과학자는 다시 좀 더 진보적인 발전을 이뤄 다음 과학자들에게 넘긴다.

서로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경쟁을 하기도 하고, 동경하기도 하고 그들 중의 일부 생각을 의심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문과' 출신인 내가 '열'과 '냉장고'라는 간단한 키워드와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이야기를 들으며 열역학과 기타 거시세계, 미시세계를 훑어보게 된다. 분명 과학을 이야기 하고 있는 책이지만, 정말 잘짜여 있는 장편 소설을 완독한 느낌이다. 코스모스라는 거시세계를 바탕으로 여러 인문학을 소개했던 명저 '코스모스'의 정반대인 '미시세계를 바탕으로한 설정으로 충분히 대적해 볼 만큼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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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긴 여행을 했었어 (리커버 에디션) - 소설가의 세계 여행 에세이
박재현 지음 / 미구출판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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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를 자주 읽는다. 팬데믹으로 이동하지 못하는 욕구를 활자로 푸는 듯하다. 워낙 많은 여행 서적을 읽다보니 대충 어떤 컨셉인지 느낌이 잡히긴 한다. 이 책 또한 그러리라 생각했다. 겉표지에는 '소설가의 세계 여행 에세이'라고 적혀 있다. 소설가가 여행하면 뭐가 다른가. 특별하게 생각해 보지 않던 이 고민이 책의 초반부에 해결됐다. 문체가 다르다. 책의 문체는 '김훈 작가'의 문체를 닮았다. '김훈 작가'의 문체는 무엇인가. 책을 읽다보면 유려하고 감성적이며 화려한 문체를 만날 때가 있다. '어떻게 이걸 이렇게 표현했을까' 싶은 말랑말랑 거리는 문체와는 다르게 김훈 작가의 문체는 단단하고 간결하며 깔끔하다. 조잡한 조미료가 들어가 깊은 맛을 내는 사골이 아니라 깔끔하고 단단하며 간결한 시원하고 칼칼한 콩나물 북어국 같은 느낌이 난다. 나 또한 김훈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불필요한 접속사가 생략되고 주어와 술어를 짧게 끊어 쉽게 읽히고 빠르게 이해된다. 글을 다루는 소설가의 글이라는 사실을 굳이 확인시켜주지 않더라도 아마 예측 가능했을 듯한 문체다. 박재현 작가는 '좋은생각' 출판사에서 몸을 담고 있다가 소설가로 활동하는 듯 하다. 이 책은 책과 사진, 모두가 박재현 작가의 것이다.

글도 글이지만 사진이 너무 좋다. 여행 에세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글', '사진', '소재' 등이다. 이 삼박자가 고로 갖춰져 있다. 책은 '출발'로 시작하여 '집으로'로 끝난다. 여행 에세이를 자주 읽다보면 이런 구성이 많다. 가족과 헤어져,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집을 나서며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이런 구성은 사실상 인생과 맞닿아 있다. 삶이란 일정의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다. 어딘가를 향해 가는 듯 하면서도 결국 우리는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가 가야 할 목적지로 알고 있는 다수는 사실 '경유지'에 불과하다. 세계여행을 떠나며 작가는 이곳과 저곳을 여행한다. 그 와중에 좋은 사람을 만나고 연인을 찾기도 하며 나쁜 일도 겪기도 한다. 이런 다수의 경험은 반드시 우리가 목표한 바가 아니다. 생각치도 못한 일에 능동적으로 대처해가는 재미가 바로 여행이다. 어제 만난 친구와 다음 여행지를 함께 하기 위해 기존의 여행 계획을 수정하거나 하루 머물기로 했던 곳에서 수 일을 더 머무는 변수들은 사실상 목적지로 가는데 시간을 지체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어차피 출발했던 '집'인 경우가 많다. 빨리 가는 것이 목적인 사회에서 사실상 여행을 빨리 마무리 짓고 싶다면, 출발하지 않는 방법이 가장 많다. 여행은 최대한 시간의 여유를 두고 실패도 시간을 녹여 발효시킨다.

썩어야 할 것들은 썩도록 놔두고, 익혀야 할 것은 익도록 둬야 한다. 모든 것들은 시간이 필요하다. 삶을 살다보면 예상치 못했던 변수를 항상 만나곤 한다. 그것이 내 눈앞에 닥칠 때면 마치 그것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작가는 13시간이나 되는 열차를 짐칸에서 불편하게 이동한다. 해외의 물갈이 탓에 속이 좋지 못함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경험이 곧 '글감'이 될 것이라고 위안했다. 하지만 바로 닥친 현실에 '그런 것 조차 필요없다'로 바뀌며 현실의 절박함에 촛점을 둔다. 제3자인 내가 돌이켜보건데, 그의 그런 지옥같은 경험은 결국 정말 '글감'이 되어 나와 같은 독자의 내부에도 남는 훌륭한 자산이 되었다. 유럽이나 미국을 가까이 하고 있지 않아, 우리는 여행하기 어려운 곳이라는 불평을 듣기도 한다. 유럽이나 미국으로 가려면 10시간에 가까운 비행기를 타야하고 여행비보다 경비가 더 많이 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의 주변에는 저렴하고 훌륭한 문화와 사회를 갖고 있는 국가들이 많다. 값싼 물가로 언제든 즐길 수 있는 동남아 여행지가 저렴한 경비로 감당할 수 있는 좋은 위치이기도 하다. 일본과 중국이라는 동양의 커다란 문화권을 언제든 즐길 수 있으며 오세아니아와 러시아를 비롯해, 유럽, 오세아니아, 아시아 이렇게 3대륙이 최단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작가는 세계여행을 한다. 동남아시아와 구소련의 국가들을 비롯해 개발도상국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유럽과 미국을 거치며 선진국으로 여행한다. 어쩌면 세계를 돌며 개발의 순차를 모두 경험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미국과 유럽과 같은 선진국들을 인접하고 있었다면 우리 국민의 다수는 해외여행을 쉽게 경험해 못했을 지도 모른다. 우리는 대학생 신분으로 친구들과 가볍게 동남아시아를 여행지로 다녀온다. 젊은 나이에 호주나 뉴질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도 하고 일본과 중국과 같이 서구인들이 동경하는 곳을 저렴하게 다녀오기도 한다. 동서양의 문화를 모두 쉽고 가깝게 옮겨 다니며 학습하는 우리의 습관은 우리를 문화적 흡수성을 키웠다. 오늘 대한민국의 여권파워가 세계 2위라는 기사를 접했다. 우리는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무비자 입국국가만 190개 국에 이른다. 이렇게 열려 있는 기회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세계로 나가는 것은 '외화반출은 죄악'처럼 느꼈던 IMF시대의 관념과 다르다. 현재 넷플릭스 83개국 중 오징어 게임은 1위를 하고 있다. 이는 그저 재밌는 컨텐츠 하나가 동양의 국가에서 터진 것과 다르다. 오징어 게임은 우리의 어린 시절 '놀이'와 '문화'를 담고 있는 문화컨텐츠다.

문화에 대한 동경은 엄청난 파워를 가진다. 빠르게 먹을 수 있는 햄버거와 콜라, 감자튀김을 파는 요식업체인 '맥도날드'는 시가총액이 22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현대차, 기아차, LG전자, 대한항공, 포스코의 시가총액을 모두 더한 값의 2배에 가까운 규모다. 정말 햄버거는 훌륭한 맛을 인정받아 이처럼 판매되고 있는 것일까. 문화산업이란 그래서 중요하다. 우리가 유럽 문화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서구 유럽국가 다수의 회사 시가총액은 지금도 '패션', '직물' 등이다. 여행은 짧게 보면 아무런 생산활동하지 않고 멀리 돌아 집에서 집으로 도착하는 비효율적인 활동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대효율이란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맞는 것이다. 삶에는 효율이란 있을 수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변화하고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며 스스로 좋은 영향을 받고 오는 것이다. 여행을 떠났던 지가 꽤 오래 됐다. 책을 읽고 나 또한 혼자 조용히 여행하며 글을 쓰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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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이론 -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거대한 유산
윤성철 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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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노벨 물리학자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이 묻는다.

'만일, 다음 세대에 물려줄 지식이 단 한 문장 밖에 남지 않는다면, 무엇을 남기겠는가?'

이 질문에 천체물리학자, 사회학자, 미생물학자, 신경심리학자, 통계물리학자, 인지심리학자, 신경인류학자들이 한 마디 씩 던진다. 각자의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하나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 모두 고개가 끄덕여 지는 한 문장들이다. 천체물리학에서의 한문장은 '우주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이다. 우리가 명사로 활용하고 있는 '우주'란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사'이며 우리를 포함한 모든 존재는 절대적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우주를 명사로 정의하는 순간 우주의 모습은 절대적인 형태가 된다. 하지만 현재 천체물리학에서 우주란 끊임없이 변하고 있으며 이 변화에 따라 시공간이 형성된다. 이는 현대 물리학이 찾은 위대한 발견 중 하나다. 하나의 고밀도 점이 폭발하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팽창해가는 우주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순간 우리는 오랜기간 이해하지 못했던 시간과 공간을 비롯한 존재의 정체성까지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 째 대답은 사회학자의 대답이다. 그의 대답은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이다. 이는 역시 사회학자 다운 대답이다. 우리 인류에게 커다란 오류가 생겨 전체의 과학 지식이 송두리째 와해 되어버리는 일대 혁명이 생긴다면, 우리 후손들에게 남겨줄 유리한 한 문장은 '너는 혼자가 아니다'다. 여기에는 코로나19가 이를 증명했다. 부정적일 것만 같고 우리를 고립시키고 있다고만 느껴지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실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었다. 지난 중국 매체에 따라 중국 우한시 화난수산시장에서 새우를 파는 한 여성이 첫 코로나19의 첫 확진자로 추정된다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비말감염'으로 확산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사람과 사람이 소통 도중 아주 작은 비밀입자가 상대의 호흡기로 들어가 감염된다는 것을 말한다. 보균자의 기침, 재채기, 대화 중의 작은 침방울이 상대의 호흡기로 들어가 감염이 되는 아주 사회적인 질병이다. 최초의 확진자가 나타나고 수 개월 뒤, 대한민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2년도 되지 않은 사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세계를 이미 수 번을 돌며 인종과 국가 할 것 없이 수많은 확진자를 낳았다. 미국에서만 4천3백만의 누적확진자를 발생했고, 인도가 3천 3백만, 브라질이 2천 백만 명의 확진자를 발생시키며 최초의 감염자의 침방울이 다음 사람과 다음 사람에게 전달하며 벌써 전세계적으로 70만 명이 이 병으로 사망했고 전세계 누적 확진자는 2억명을 넘어섰다. 결코 단 한번도 만나 볼 일 없을 것 같은 누군가와 우리는 끊임없이 연결되며 일부러 피하고자 하더라도 피하기 힘든 사회구조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코로나19는 확인시켜준 샘이다.

미생물학자의 대답은 무엇일까. '생명이란 우주의 메모리 반도체'다. 엄밀히 말하자면 유전자를 말한다. 유전자는 시공간의 자연환경에 대한 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저장공간이다. 우리를 잘 안다는 것은 이를 되짚어볼 때, 우리가 지나 온 기간과 환경을 알아 볼 수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땅 속에 수 만 년이나 묻혀 있던 어금니 하나만으로 그 사람의 외형을 복원해 내고 당시의 기후와 환경을 유추해내는 수준의 과학이 현대에도 이미 어느정도 완성 되었다. 공룡 시대에 공룡이 왜 커다란 몸집을 갖게 됐는지에 대한 고찰 등 모든 추측은 생명과 유전자를 통해서 가능하다. 우리가 지나온 생명의 자취를 담고 있는 메모리라는 사실을 휴대에게 전달함으로써 후대는 스스로의 정체성과 지난 과거에 대해 더 빠르게 파악해 낼지도 모른다. 신경심리학자의 '마음은 신체와 환경의 소통에 기원한다.' 책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설명했지만, 현대 정신분석학의 시초를 돌아보자면 이는 같은 말로 설명이 가능하다. 신체와 마음이 각각 분리되어져 있다는 이론을 오랫동안 믿고 있던 우리 인간들에게 마음이 신체와 환경의 소통에 기원한다는 이야기만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종교, 사회적으로 꽤 근대적인 사고 방식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통계물리학자의 '엔트로피(열역학)' 또한 매우 중요한 정보다. 아인슈타인이 앞으로도 절대적으로 변하지 않을 법칙으로 꼽은 '열역학 법칙'은 사실 굉장히 추상적이면서도 단순한 원리이기도 하다. 열역학 제1법칙과 열역학 제 2법칙은 과학의 법칙이기도 하면서 사실상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단순하게 여겨지는 현상이기도 하다. 인지심리학자의 '인간의 욕구는 전념이 된다' 또한 몹시 중요하다. 이는 오랜기간 우리 인간이 추구해 온 행복과 삶에 가장 기초된 내용이며 종교와 철학의 근원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신경인류학자의 '진화론' 또한 그렇다. 그저 단순한 진화론이 아니라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비교적 최근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내용이기도 하다. 이는 기존 철학과 종교를 뒤집는 이론으로 '지동설'과 같이 인간의 존엄에 전면적으로 대항하는 내용이다. 철저하게 과학적인 내용이지만 과학과는 다른 분야들과의 충돌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던 이런 내용을 후대인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천재물리학자 파인만의 간단한 질문에 시대를 대표하는 분야의 학자들의 대답은 다양했다. 우리 인류가 그간 만들어 온 역사와 문화 중 단 하나만을 남겨야 한다는 가혹한 설정에도 7명의 학자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 본 내용을 쉽게 설명했다.

질문의 요지는 후대인들에 남길 중요한 한 문장이겠지만, 이 말은 다시 말하면 현대의 우리가 알아야 할 가장 기초적이면서 중요한 지식과 원리를 말하는 바이기도 하다. 인문학과 과학을 오가며 가끔은 이과적이고 문과적인 문체로 설명해가는 이 책은 아주 쉬우면서도 또한 가볍지 않다.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거대한 유산을 이처럼 작은 책에 모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의 소재의 참신함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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