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트 - 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
최인철 외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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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 빠진 남편', '술을 좋아하고 항상 늦은 시간까지 밖을 돌아다니는 남편'. 여성은 남편의 고쳐지지 않는 도박과 술버릇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남편과 아내 사이에는 갈등이 발생한다. 아내는 남편에게 커다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도박을 즐겨하는 남편의 나쁜 습관과 술을 좋아하고 항상 늦게까지 밖을 돌아다니는 나쁜 버릇에 속이 썩을 만큼 썩었다고 말한다. 도저히 함께 살 수 없음을 인식한 아내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이혼의 유책이 남편에게 있다고 한다. 법적인 유책을 찾는다면 남편에게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부부의 실제 이혼 사유는 '남편'이 아니다. 남편에게는 죄가 없다. 이 부부의 이혼 사유는 '공감 부족'이다. 만약 아내가 함께 도박에 빠져있고 술을 좋아하며 함께 늦은 시간까지 밖을 돌아다닌다면 이 둘은 '천생연분'이 된다. 경제적으로 파산이 되거나 몸 건강이 나빠지는 일을 차치하고 부부 사이는 매우 좋을 수 밖에 없다. 혐오의 반의어는 '사랑'이라고 한다. 자신과 닮지않음에는 혐오의 감정이 생기고, 자신과 닮음에는 사랑의 감정이 생긴다. 세상에는 고양이를 끔찍히 좋아하는 부류도 있지만 고양이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부류가 있다.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매운 맛을 극도로 꺼려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은 자신과 공감대를 형상할 수 있는 사람에게 유대감을 갖는다. 또한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 이질감을 갖는다. 그렇게 공감과 사랑의 파이가 커지면 반댓쪽에서는 혐오의 파이도 함께 커진다.

해외에서 10년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 그곳에서 '언어'는 나의 장애물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도 '원어민'과 비즈니스하고 생활해야하는데 모르는 단어나 깊이있는 대화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같은 조건으로 한국에오니 '언어'는 나의 강점이 됐다.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주변 환경이 달라질 뿐이다. 혐오는 특별한 이들에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이라도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크기가 커지기도 한다. 독일계 미국인 정치 철학자인 '안나 아렌트'는 1963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당연하고 일상을 살던 폄범한 사람이 하는 일들이 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굉장히 나쁜 사람들이 자행할 것 같은 혐오의 감정은 사실상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생겨난다. 1960년 이스라엘의 첩보기관이 나치의 친위대 장교이자 홀로코스트 실무 책임자인 아돌프 아이히만을 체포하여 기소했다. 이후 공개 재판이 열렸는데, 아이히만은 사악한 악마가 아니라 몹시 친절하고 평범한 공무원이었을 뿐이었다. 어떤 특별한 이들이 악을 저지를 것이라는 생각은 생각보다 쉽게 깨진다. 단순히 조국을 위한 애국을 행하던 공무원은 상황에 따라 반댓쪽에서는 악의 상징이 된다. 조국에 충성도가 강할수록 이런 감정은 커진다.

내부적 결속이 잘 된다는 것은 '외부에 대한 혐오 감정' 또한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체로 독재정권이나 전체주의 국가들은 내부적 결속이 뛰어났고 외부에 대한 혐오도 함께 켜졌다. 자신과 닮아 있는 것들에 대해 결속하고 다른 것에 이질감을 느끼는 것이다. 어린 시절 '한민족'이라는 교육을 받았다. 이런 교육은 혼혈에 의해 '한민족'이라는 순수함이 오염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하곤 했다. 어린 시절 받은 이런 교육은 한민족으로의 결속을 다진다. 또한 이민자에 대해 철저하게 경계한다. 우리의 인구가 비교적 작기 때문이 아니다. 실제로 15억 중국인들을 보면 실제로 매우 결속이 잘 돼있다. 우리의 역사에서 혐오의 감정이 결속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잖이 있었다. 정치인들은 떨어진 지지율을 급하게 올리기 위해 '일본'과 '북한'을 바꿔가며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벤트는 혐오를 조장할수록 지지율이 올라갔다. 나치 또한 내부 결속을 위해 외부의 적이 필요했다. 망가진 독일의 경제에서 유일하게 대금업을 하며 부를 쌓아올리던 유대인이 그 표적이 됐다. 일본 관동지진에서도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갔다.

'악'처럼 보이는 이런 '혐오'의 감정은 사실상 '사랑'이다. 내부적 사랑의 크기가 커지면 그만큼 혐오의 감정은 커지기 마련이다. 인간은 대체로 자신과 다른 이를 경계하려고 한다. 페루 남부의 잉카제국은 스페인 군대가 침공해왔을 때, 처음에는 손님을 환영하기 위해 마중나가기도 했다. 이런 환영의 끝에 잉카제국은 멸망했다. 인간에게 '혐오'란 '경계'를 의미하고 꽤 긴 시간 동안 이런 경계는 우리의 생명을 살려냈다. 혹여 잉카제국과 같이 '혐오'의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은 이들은 빠르게 멸망하여 그 유전자를 후대에 넘기지 못했으니, 혐오의 감정이 극심한 생존자들의 자손인 우리의 유전자 또한 혐오의 감정이 없을 수는 없다. 우리는 모두가 다 다르다. 혐오의 감정은 힘의 균형이 엇비슷할 때는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 서로 견제하며 평화를 유지하는 천하삼분지계처럼 작동한다. 하지만 이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이 오면 혐오의 감정은 노골적이게 된다. 상대적 다수는 상대적 소수에게 노골적인 표현과 행동을 취한다. 이런 행동들은 다수에 대한 결집을 돕는다.

누구나 강점과 단점이 있다. 나는 한국인이다. 주변에 한국인이 많은 환경에서는 내가 절대적 다수가 되지만, 제주도 출신이다. 절대 다수가 서울 출신인 한국에서 제주는 소수에 속한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내가 다수다. 나는 책을 좋아하지만, 책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 사이에서 절대적 소수다. 하지만 서점에서는 내가 절대적 다수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 모두는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소수이자 약자이면서 어떤 부분에서는 다수이자 강자이다. 우리가 강한 부분과 다수인 부분에서 혐오의 감정을 나타내면 반드시 다른 부분에서 소수이자 약자로서의 불이익을 얻을 것이다. 이는 어쩌면 사라지지 않은 감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를 의식하고 교육하는 것과 전혀 무지하고 살아가는 것은 굉장히 다른 일이다. 혐오의 감정이 사랑의 감정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이 아이러니함은 다양한 관점에서 알 수 있다. 우리가 누군가를 혐오한다면 우리는 그와 다를 뿐이다. 단지 내가 그와 다를 뿐이라면 그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라 충분히 내 의지로 그와 닮아지는 노력을 통해 바꿀 수 있다. 이는 나의 잘못일 수도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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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엄마의 부자 수업
랍비마마(여정민) 지음, 조우석 감수 / 트러스트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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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산업은 거의 유대인 덕분에 존재한다. 20세기 전반의 할리우드 8대 메이저 영화사 중 무려 7개의 사(유니버설, 파라마운트, MGM, 폭스, 워너 브라더스, 컬럼비아 등)가 유대인에 의해 창립되었다. 미국 영화산업의 직접 종사자는 50만 명이다. 간접종사자까지 합치자면 190만 명이나 된다. 헝가리 출신 유대인 윌리엄 폭스가 설립한 ‘20세기폭스’의 영화 아바타(2009)는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며 순수익 30억 달러(3조 5천억)에 달했다. 이는 2020년 현대차 순익 1조9천억보다 184%나 많은 숫자다. 현대차 고급브랜드인 제네시스(4만 달러)를 150만대 이상 수출해야 하는 규모다. 이처럼 영화산업이 중요한 이유에는 다른 이유가 또 있다. 그것은 ‘재고’가 남지 않는 ‘무형의 가치’를 판매하기 때문이다. 본인 사업을 운영해 본 사람들은 ‘재고’가 얼마나 골칫거리인지 알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리테일 사업체의 창업 초기 구성원으로 일했던 적이 있다. 유통 사업의 성패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 가장 큰 요인은 ‘재고관리’에 있다. 아무리 영업력이 좋고 마케팅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재고관리에 실패한 사업은 반드시 망한다. 재고는 사업체에 돌지 않는 혈액이 되어 유동성을 급격하게 수축시킨다. 돌지 않는 돈이 재고의 형태로 창고에 남게 되면 물품 대금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판매되지 않는 물건이 재고의 형태로 묶여 있으면서 새로운 물품 주문과 투자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주문한 재고가 유행이 지나거나, 신선도에 문제가 생기거나 혹은 보관상의 문제로 심각한 이상에 발생하게 되면 엄청난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박리다매는 유통업에서 비교적 현명한 사업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완전한 사업이 있다. 재고관리를 넘어서 재고 자체를 남기지 않는 것이다. 사실상 유대인들은 재고가 남지 않은 무형의 자산을 판매한다. 이는 곧 물건이 아니라 서비스를 판매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유대계 JP모건은 웨스턴 유니언사를 사들인 적이 있다. 이때 무명의 전신기사였던 한 젊은이가 회사에 입사했다. 그가 바로 토머스 에디슨이다. 에디슨은 입사 후에 여러 발명품을 회사에 내놓기 시작했다. 이에 JP모건은 거금을 투자하여 ‘에디슨 전등’을 설립하고 대주주 겸 주거래 은행으로 자리매김했다. 유대인들은 재고를 쌓아두는 사업이 아닌 투자를 통해 다른 이들의 노력으로 얻는 수익을 극대화하고 자신도 더 큰 부를 축적했다. 또한, 벨의 전화사업의 상품성을 재빨리 파악하고 ‘제너럴 일렉트릭’을 설립하여 전 세계에 전화시장을 보급했다. 이들의 특징은 무형의 것으로 수익을 발생시키는 데 있다. 실제 제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대신 무형의 것을 사고팔면서 얻게 되는 것에 집중했다. 앤드루 카네기의 ‘카네기 제강’을 매입했던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그들은 자신이 지분 소유한 다른 회사들과 합병하고 ‘U.S스틸’을 만들어 미국 철강업계를 장악했다.

1차 세계 대전 이후의 독일의 위기와 마찬가지로 1907년 미국 대공황이 터지자 그들은 투신사와 영세은행을 구제하였다. 또한, 영업 중단 위기에 처한 뉴욕증권 거래소에 긴급자금을 제공하는 등 위기의 순간에 더 많은 투자를 집중적으로 하는 등, 그간 유동성 확보에 신경 써 왔던 덕을 톡톡하게 봤다. 유대인들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무형의 산물인 지식을 통해 유형의 것을 극대화하는 노화우를 값싸게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물건이 책이기 때문이다. ‘탈무드’ 역시 유대인 지혜를 담은 책이다. 그들에게 돈과 시간, 지혜는 영적이며 정신적이지만 언제든 물질적인 것으로 변환 가능한 고부가가치의 원천이다. 히브리어에서 ‘시간’을 뜻하는 단어는 ‘응시하다’, ‘살펴본다.’는 뜻이 있다. 그들이 시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다. 유형의 것처럼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인지하기 어려운 ‘시간’이라는 개념을 그들은 ‘감시’, ‘관찰’하며 사는 것이다. 히브리어 고대 언어에는 ‘시간’ 말고도 그들의 철학을 담고 있는 단어가 많다. 그들의 언어에서 ‘돈’은 ‘피’와 그 어원을 함께 한다. 피는 생명을 지속 사준다. 이를 쉼 없이 돌며 생명력을 유지하게 한다. 체류 되고 고인 피는 금방 응고되고 더럽게 된다. 빠르게 돌며 생명력을 유지하는 에너지가 돈과 피의 공통점으로 본 것이다.

영화산업뿐 아니다. 1995년 미국의 주식 시장에서 산업재나 소재, 소비재 등의 기존 산업이 비중은 73%를 차지하였다. 반면 2020년이 되자, 헬스케어나 IT, 커뮤니케이션 등의 무형 고부가가치 산업의 비중이 54%로 성장하며 기타, 부동산이나, 에너지 등의 기존 사업들의 비중은 46%로 줄어들게 된다. 2020년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 상위 다섯 종목은 모두 신경제 산업이 차지하고 있다. 이 다섯 기업 중 무려 2개의 사가 유대인이 창업한 곳이다. 2000년 이후 세계 경제 위기가 거론될 때마다 꾸준하게 무형의 서비스업은 그 규모를 확장했다. 유대인들은 전 세계 인구의 0.2%다. 그들은 세계 억만장자의 30%를 차지한다. 또한, 세계 100대 기업 소유주 혹은 CEO의 40%를 차지한다. 그들 모두는 판매하기 좋은 물건을 개발하기 위해 애를 쓰기보다 ‘명상, 마음, 자아, 감사’ 등의 무형의 키워드에 집중한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세상에 어떤 물건을 내놓지 않음에도 최고 기업이 되었고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세상을 위해 어떤 제품을 판매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들이 이처럼 커다란 성공을 할 수 있었던 이유 또한 무형의 것에 가치를 알았기 때문이다.

형체 없는 ‘시간’은 더 말할 것도 없는 ‘무형’의 산물이다. 이는 상호 간에 약속으로 ‘존재’가 결정된다. 있다고 믿으면 있고, 없다고 믿으면 없는 상상의 매개다. 넷플릭스의 창업자 마크 랜돌프는 역시나 유대인이다. 넷플릭스 한 달 이용료를 대략 만원 정도다. 매달 사라지지 않는 1만 원짜리 제조 상품을 구매하는 일보다 사람들은 시청하고 사라져 버리는 영화 이용권을 훨씬 선호한다. 사실상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IT 공룡 기업들은 제품이 아니라 시간을 판매하는 셈이다. 대표적인 유대인이 창업한 기업을 예로 들어보자면 페이스북과 구글, 넷플릭스가 그렇다. 이 기업들은 구매자에게 어떤 제품도 판매하고 있지 않다. 그들은 체류 시간에 따른 광고 이익을 얻거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길 유도하고 있다. 결국, 그들에게는 제품이 아니라 시간이 돈인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구독경제’ 또한, 시간을 거래하는 일이다. 앞서 말한 넷플릭스를 포함하여, 스포티파이,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프라임 모두가 제품이 아니라 ‘무형의 서비스’를 판매한다. 말 그대로 무형의 서비스를 거부감없이 결제하여 이용하는 시대가 온 지금은 이상할 것 없지만 오랜 기간 노동을 통해 생산성을 확인받고 이익을 얻었던 다른 민족들에게 유대민족의 사업력은 불로소득을 통해 비도덕적으로 돈을 버는 나쁜 민족이라는 의식이 생기기도 했다. 약속과 시간처럼 완전히 무형의 것들에 가치는 서로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사회가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신뢰는 조금씩 형성된다. 예전 유대인들만의 소유물이던 ‘신뢰’는 우리 사회에도 꽤 정착되어가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과 중국에서는 유대인의 사고방법과 사업능력, 교육철학을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한창이다. 이런 영향은 어쩐지 오랜 기간 ‘교육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던 동양국가들의 특징 때문일지도 모른다. 유대민족 고유의 특징이라는 여러 가지 강점은 이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에 전파되고 우리 또한 그들의 철학과 사업성을 모방하여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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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합니다 - 무엇을 시작하든 끝장을 보는 사람, 이재명 첫 자전적 에세이
이재명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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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국정감사를 라이브로 시청했다. 일과 중이라 전체를 보지는 못했다. 2021년 10월의 경기도 국정감사를 먼저 들여도 보기라도 하듯 그의 책 '이재명은 합니다'의 118쪽에는 2014년도 국정감사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너무나 닮아 있다. 질의에 대답할 기회를 주지 않고 장황한 연설과 호통을 치는 모습에 대해 묘사되어 있다. 사안과 상관없이 본질없는 질의가 이어지고 청문회인지, 국정감사인지 알 수 없는 질문들이 쏟아진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국정감사의 내용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은 '여'와 '야'의 편을 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정치의 본질은 '정권잡기'가 아니다. 정치의 본질은 '여러 이해 관계가 얽혀 있는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고 사회 질서를 잡는 일이다.' 본질없는 질의에 이재명은 2014년도 국정감사 현장에서 웃음이 난다.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재명은 같은 형식의 질문을 받고 같은 반응을 보였다.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 정치의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크게 소리치며 호통치고 대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며 윽박지르면 TV의 편집된 화면에서는 꼼짝하지 못하는 상대의 모습과 잘못을 면박주는 질의자의 모습이 함께 담긴다. 문제의 본질과 상관없이 당황해하는 사람의 표정을 담기 충분하고 격양된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의혹 뿐인 일들에 대해 이미 커다란 죄를 지었다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

이것이 과연 진짜 정치인가? 국정감사를 지켜보던 나는 실제 '이재명 지사'가 꼼짝도 하지 못할 엄청난 사건의 전말이 밝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주주의는 그렇다. 누군가는 비열한 정치공작이라고 말 할 수도 있지만, 여와 야가 적당히 서로를 견재하고 행정, 입법, 사법이 서로 분리되어 견제하는 상호 견제,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김무성 전 의원은 '민주주의는 시끄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100% 공감하는 바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 대한 견제를 기분 나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견제는 민주주의에서 필수적인 장치이며 이것이 민주주의의 부패를 막는 수단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야당의 실력발휘를 통해 '이재명'의 잘못에 대해 크게 꾸짖고 밝혀내는 견제의 역할이 충분했으면 하고 기대했다. 스스로도 이재명 지사가 갖고 있는 수많은 의혹들에 대해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기술'뿐인 정치 공세들이었다. 국회가 국정에 대해 감사한다는 국정감사에는 잘못에 대한 감독과 감사가 아니라 TV에 자신의 역할을 돋보이려는 노력들로 가득했다. 국정감사가 '감사'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논리적 토론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질의에 대한 대답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고 본다. 마치 자신이 했던 질문에 대한 '명쾌한 대답'이 나올 것을 견제라도 하듯 대답을 못하게 하려고 기를 쓰는 모습을 보자니 적잖히 실망스러웠다. 이것은 '관습'이 아니라 '악습'이다.

상대에게 완벽한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TV에서 한 커트 더 얻어 내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면 여당과 야당에 상관없이 충분히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치인의 책을 읽다보면 초반 자신의 살았던 이야기의 일반 수필이 일정 부분 이어진다. 정말 재밌게 읽다가 중반부가 넘어가면 자신의 정치 철학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재명 지사의 에세이 또한 마찬가지다. 어느정도의 자신의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난 뒤, 일종의 자기 정치 홍보에 관해 진행된다. 그의 모든 이야기에 동감 할 수는 없다. 다시 그의 모든 말에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타 정당의 하는 것은 뭐든 다 반대하고 보는 '이기고 보는 식의 정치'는 사실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ABT(Anything But Trump), ABO(Anything But Obama)와 같은 용어는 미국 정치에서도 사용가능하다. 오바마 정권이 끝나면 다음 정권은 오바마 정책 지우기에 들어간다. 트럼프 정권이 끝나면 다음 정권 또한 트럼프 지우기에 들어간다. 상대의 정치 철학에 일부 수긍하는 행위가 지지자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표심을 요동친다. 반대로 상대의 철학이 완전하게 잘못됐고 여기에 극명히 반대 할수록 그것이 본질과 얼마나 멀어지느냐와 상관없이 표심은 요동친다.

이런 문제는 사실상 민주주의 태생에 근간한다. 어차피 민주주의란 세종이 집현전에 다양한 의견의 학자를 모아두고 회의(경연)을 하면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토론과 지위막론한 소통의 경연을 하던 배경과는 다르다. 민주주의는 치열하게 싸우면서 상대와 전쟁을 치루듯 발전해 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종의 이런 경연에 대한 부러움은 아직도 가득하다. 세종 재위 중에는 총 경연이 1,898회가 열려 월평군 6~7회가 있었는데 이는 그가 건강 문제로 중단하기 전까지 꾸준하였다. 이 경연에 당시 정치인들은 과로에 시달리곤 했다. 인조시대 삼전도의 굴욕이나 선조시대 임진왜란을 등을 보면 치열하게 당파싸움을 하더라도 결국 지도자의 선택으로 국가는 커다란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파 간의 싸움은 필수적이다. 영화 '남한산성'에서 최명길(이병헌)과 김상헌(김윤석)은 서로 간의 의견을 꾸준하게 내비친다. 그들은 어떤 경우는 치열한 전쟁의 적이기도 하면서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자는 공통된 해결책을 모색하는 동료이기도 하다. 이런 치열한 전쟁은 지도자에게 충분한 정보력을 전달한다. 이런 충분한 정보력의 출처는 싸움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대사를 보자면 한쪽으로 쏠려 있는 군사독재의 정치 기간에는 정치와 언론을 포함해 어느 한 쪽도 상대편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고로 적잖은 싸움은 분명 민주주의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하지만 최소한의 상대쪽의 이야기를 듣고 수궁하고 질문하는 논리적 치열함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대뜸 '사퇴하세요' 하고 윽박지르거나, '사과하세요'라고 소리치는 본질에 흐려진 싸움은 그것을 바라보고 결정해야 할 국민들에게 일종의 정보편향을 일으키게 하는 매우 나쁜 정치인이다. 그의 책을 읽다보면 그의 정책 방향과 상관없이 얼마나 그가 입지적인 인물인지 알 수 있다. 12살 소년 공장 노동자에서 인권 변호사와 시장 그리고 대통령 후보까지 끝도 모르고 올라가는 그에게는 '대통령'이라는 커다란 목적이 아니라 작지만 세밀하게 쪼개어져 있는 성취 가능한 목표들이 있었다. 그를 상대하는 수많은 천재들과는 다르게 충분이 인간적인 면모도 있다. 자신의 과거의 잘못에 대해 변명하거나 사적인 이야기에 대한 내용들도 이야기하면 변명이고 하지 않으면 뻔뻔해지는 상황에서 기어코 변명을 택하기도 한다. 앞으로 그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야당의 충분한 견제와 검증을 받고 좋은 결과가 있기를... 그리고 만약 그가 숨기고 있던 거짓이 있다면 이에 충분한 견제와 검증을 통해 걸러 낼 수 있기를... 모든 측면에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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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이 말하다 - 자유와 혁신의 세상을 여는 국가 찬스
원희룡 외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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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고사 전국 1등, 서울대 법대 수석입학. 무난한 인생을 보장받는다. 1982년 5월 서울대 도서관 앞 광장에서 열린 집회를 본 그는 학생운동에 참가한다. 이후 학생 운동에 참가하여 활동을 하다가 운동을 잠시 멈추고 1년을 공부에 집중한다. 그리고 1992년 사법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한다. 정치란 비범한 사람들의 영역이라고 하지만 비범하고도 비범하다는 생각이든다. 2003년 대한민국에 상고출신 고졸 대통령이 탄생했을 때, 그의 인생을 보고 참 비범하다고 생각했다. 영화같은 선택을 하는 이들을 보면 본질이 다른 이들을 구분할 수 있다. 그는 서울지검과 부산지검의 검사로도 활동한다. 그의 이력은 검사에 이어 국회의 원3선, 제주도지사 재선을 포함하여 적잖은 행정, 입법을 모두 경험한다. 많지 않은 나이에 모두 경험한 인물이다.

그는 암호화폐에 대해 정부에 발언권을 갖기 위해 100만 원 너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구매하고 4일 만에 20%가 떨어지는 재밌는 행동력도 갖고 있다. 친일작가 김완섭 님이 자신을 온라인에서 공개 비난한 4천명을 고소하겠다고 밝히자 피고소인들을 무료 변론하겠다고 나서기도 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찾아가 세배를 했다고 비난하는 자리에서는 실제로 '12.12사태에 대해서 사과할 의지가 없느냐?'라는 요지의 말을 했다. 또한 '전 대통령 님, 덕분에 학생 시절 고생 좀 했습니다.'라는 농담을 했다. 서울 양천갑에서 국회의원 3선을 했던 그는 자신의 지역구인 목동 아파트를 2002년 3억 7500만원에 매입했다. 다시 그는 제주도지사에 당선되고 목동 아파트를 매각하고 제주도로 이사를 했다. 대게 다른 지역에서 선출직에 당선 되더라도 아파트를 보유하던 다른 정치인과는 다르다. 만약 그가 이를 그대로 보유했더라면 현재 시세로 15억 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공직자는 다른 기관 재직자보다 더 높은 윤리기준을 가져야 한다며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지금 현재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 중 하나인 여당의 '이재명 후보'를 견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그는 최근 조사에서 가장 높은 도덕성 후보로 선출되기도 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지 못하는 세상에서 가장 당당하게 누군가에게 도덕적 질의를 할 수 있는 사람 중 하나다. 보수와 진보를 오가며 상황에 따라 정치적 색을 바꾸는 다른 정치인과는 다르게 일관적으로 그는 보수진영에 터줏대감으로 자리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꽤 오랜기간 보수의 터줏대감으로 지내면서 그의 정치 견해는 시장에 대한 확고한 의견을 제외하면 다소 진보적인 성향도 있다. 특히 외교와 안보의 분야에서는 분명히 그러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을 뚫어내고 일관적이게 자기 색깔을 갖고 있다. 2018년 중국에서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대한민국에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다. 이런 쓰레기 대란이 있기 2년 전, 제주도에서는 재활용품 요일제 배출제를 시범운행 했다. 그리고 2017년 7월 본격 시행됐다. 이 행정의 변화로 1년 만에 1일 평균 매립 쓰레기가 27%가 줄고 재활용은 18%나 증가했다. 이에 대해, JTBC 썰전의 유시민 작가는 한 치를 내다 본 제주의 행정력을 높게 평가하며 전국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100m 달리기는 자동차들이 있다. 이중 일부는 고성능 엔진을 갖고 있고 나머지의 엔진은 형편없다. 이들에게 공정한 경쟁을 시키기 위한 방법으로는 심판의 기준에 맞게 성능 안좋은 이들에게 도착점을 1~20m 당겨주거나 조금앞에서 출발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조금 떨어져 있는 엔진의 성능을 교환, 교체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의의 경쟁은 그렇다. 약자에게 목적지를 줄여주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약자를 강자로 끌어올리는 일이다. 월 100만원을 주느니, 200만원을 주느니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스스로 100만 원이나 200만 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빽'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금수저, 은수저와 같이 '부모빽'이 절대적인 시대에서 자랐다. 그가 말하는 '국가찬스'는 부모빽이 미치지 못하는 일부들에게 더 좋은 엔진을 국가에서 달아주겠다는 정책이다. 100m의 목표점을 80m로 줄어줘 목적지에 겨우 도달하게 하느니, 좋은 엔진을 달고 나아가라는 의미다. 세계적으로 경쟁해야 할 앞으로의 경쟁 사회에서 우리 젊은 시대가 도태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에게 국가는 경쟁력을 선물해야한다고 그는 믿는다.

그런 그의 지지율은 아직은 미약하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화를 보자면 아직은 모른다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그가 하는 모든 정치적 횡보가 옳다거나 그의 철학이 모두 옳다고 믿지 않는다. 다만 정치는 가지에 달려 있는 여러 열매 중 썩어 있는 열매를 솎아가는 과정이다. 중앙 정치를 오랜기간 벗어난 그가 갖고 있는 오점이란 '스타성'이다. 시원 시원하게 국민이 듣고자 하는 바를 뱉어내는 타입도 아니고 불필요한 이슈를 과도하게 만들어 내지도 않는다. 하지만 스타성으로만 정치인을 뽑는 시대는 이제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정치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켜주는지 매순간 느끼는 시대로 접어 들었다. 공정의 이슈가 젊은이들에게 커다란 화두가 되면서 많은 나이 많은 정치인들 또한 공정에 대한 철학을 내놓고 있다. 표심을 위해 이렇게 저렇게 바뀌어가는 철학이나 스타성이 아닌 본질로 다가가는 정치인이 우리에게 다시 필요한 순간 매우 적절한 대통령 후보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다음 도서는 '이재명 후보'의 도서입니다. 정치적 소신이 다르신 분들에 대해, 관련 내용에 대해 불편한 점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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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팔자는 뒤웅박 팔자 - Breaking the Myth 헛소리 깨부시기
다이애나 킴 지음 / 프로방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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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주인공입니다.' 우리를 위로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우리가 주인공이라는 말. 우리를 위로한다. 이 말이 위험하지는 않을까. 이 책의 설정은 독특하다. 글에서 '저자'는 주인공이 아닌 조연으로 등장한다. 심지어 글이 진행되는 상당기간 동안, 언급도 되지 않다가 후반부에나 등장한다. 글의 주인공은 저자의 '어머니'다. 가끔 우리는 스스로의 상황과 생각에 빠져 주변을 잊곤 한다. '왜 나에게만 가혹한지',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지.' 도통 왜 나에게 이러는지 알 수 없는 다양한 관계와 상황에 직면하곤 한다. 우리는 다른 누군가에게 '주인공 입니다'라는 위로를 받지 않아도 충분히 '주인공'으로의 자신의 모습만 기억한다. 왜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 그들에게 나는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에 대해 사실상 무감각하다. 우연이 찍힌 사진이나 동영상에서 나의 모습은 꽤 낯설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나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짓고 있는 표정이나 말투, 눈빛 모두가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아니다. 생각해보니, 나는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어떤 말투를 사용하고 있는지, 어떤 눈빛을 보내고 있는지 타인보다 무지하다. 나에 대해서 어쩌면 가장 모르는 것이 나일지도 모른다. 내가 짓는 표정을 하루 몇 번 거울을 통해서가 아니면 우리는 일생을 보지 못한다. 이런 우리의 무지는 '왜 저들이 나에게 이렇게 대할까'라는 갈등의 씨앗을 만들어낸다.

전혀 관계없는 남과는 원수가 될 일이 없다. 살인 사건의 거의 대부분은 '아는 관계'에 의해 일어나며, 놀랍게도 그들 중 상당수는 친적이거나 배우자, 연인관계, 부모자식인 경우가 있다. 남남이라면 원수가 되지 않는데, 어째서 우리는 가까운 이들과 원수가 되어 버리는 것일까. 누군가를 끔찍하게 좋아 하는 일은 인간의 감정 매커니즘 상, 불행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우리는 치밀하게 이기적인 보상을 바라는 이들이다. 심지어 사랑하는 관계에서도 이는 다르지 않다. 내가 베푼 사랑에 대해 같은 무게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고 형성된 관계에 맞는 정도의 절대적 사랑의 질량을 받아야 한다고 착각한다. 이런 자신이 정한 저울추의 무게에 상대가 적정 보상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관계를 원수로 설정하고 무섭게 돌아선다. 자신감과 위로의 말로 사용되는 '당신이 주인공입니다'는 상대와의 관계에서 상처 받은 이들에게 주로 사용한다. '왜 나에게만 가혹한지',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지.', '도통 왜 나에게 이러는지 알 수 없는 이들에게는 '당신이 주인공입니다'라는 말이 아니라, '상대가 주인공이라면...'의 입장이 더 필요하다. 그들의 인생에서 나는 철저한 조연일 뿐이다. 그들은 내 마음을 전혀 알 수 없으며, 가늠한다는 것 조차 쉽지 않다. 앞서 말한대로, 나 스스로도 나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더 많이 오랜 기간 내 표정과 목소리를 듣는 이들은 오히려 타인일 수 있다.

이혼과 재혼, 출산과 육아라는 가정의 이야기와 이민과 사업, 투자와 같은 두 가지의 포인트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자신에게 처한 상황에 매 번 최선을 선택하다보면 피치못하게 맞닥들이게 되는 상황들이 생긴다. 행복이란 최선의 선택에 대한 결과값이 아니다. '왜 이런 선택을 하여,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느냐'라는 것은 자신이 설정한 불행에 대한 외부적 핑계를 찾은 일에 불과하다. 인도에 가면 많은 수행자들이 고행이라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찾는다. 일부러 존재할 필요도 없는 고통을 스스로에게 부여하여 극한의 상황에 처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면적 평화를 찾는 일이다. 실제로 행복이란 환경과 결과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사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른 문제다. 붓다는 왕자의 계급을 버리고 스스로 헐벗은 수행자가 되었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못 박히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상대를 용서하였다. 모든 환경이 완벽해 지고서야 행복을 말할 수 있다면 우리는 결코 행복을 얻지 못할 것이다. '세상은 끔찍하게도 끔찍한 곳이다. 그리고 세상은 아름답고도 아름다운 곳이다.' 이런 공존할 수 없는 두 문장에 고개가 두 번이나 끄덕여지는 이유는 우리가 두 시선 모두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세상은 가만히 있다가도 칼을 맞을 위험한 곳이고, 다른 누군가에게 세상은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곳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풀어내는 여타 에세이나 존재하지도 않는 소설 속 허구의 삶에 들어가보는 소설과 다르게 이 책은 오랜 갈등에 쌓여 있던 어머니의 시선으로 들어가보는 독특한 소재를 갖고 있다. 책의 저자는 '다이애나 김'으로 미국 뉴욕/뉴저지 변호사를 하시며 DK 법률컨설팅&에듀케이션 이사이다. 그의 소개를 영문명으로 읽고서 책을 접했던 것은 책의 재미를 한층 더하게 했다. 후반부까지, 글 속에서 저자가 과연 누구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설정은 추리소설처럼 계속해서 고민하게 한다. 책은 400쪽이 넘는 꽤 두터운 내용이지만 주말 간, 자리를 깔고 꽤 오랜 시간 읽었던 책이다. 소재 뿐만 아니라 뛰어난 필력으로 빠르게 읽히고 이해되고 재미있다.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또한 나는 다른 누군가의 조연으로써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 또한 생각하게 하는 굉장히 훌륭한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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