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한 선진국 - 대한민국의 불평등을 통계로 보다
박재용 지음 / 북루덴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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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선진국'이라는 말을 들으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언제부턴가 어색하지 않게 '선진국'이라는 말을 쉽게 사용하는 듯 하다. 한류로 인해 문화적 위상이 높아지고 경제에 관한 자부심이 높아지면서, 특히나 젊은 층 사이에서는 거부감 없이 사용되는 단어다. 또, 이미 어느정도 경제적 업적을 이룬 나이 많은 세대에게도 '이제는 선진국'이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2000년 대 초에 한창 유행하던 말있다. 어떤 문제가 있을 때마다 우스께 소리로 TV에서 나오던 말이다. '이렇게 해서 선진국이 될 수 있겠어?' 아마 이 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말을 빌려 유행된 유행어 인듯 하다. 이와 비슷한 말로는 '이러니까 우리가 선진국이 안되는 거야'로도 사용된다. 90년 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이런 대사들이 꽤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은 선진국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일부 사람들에게 거부감이 드는 표현이 되기도 했다. 내가 첫사회 생활을 시작했던 곳은 '뉴질랜드'다. 그곳에서는 각종 알바부터 관리직까지 다양한 일을 했다. 흔히 'Flyer'라고 불리는 길거리 사람들에게 '전단지' 돌리는 알바, 'Glassie'라고 불리는 'Bar/Club'에서 빨간 헝급으로 컵 닦는 알바, 현지 학교와 아파트를 청소하는 알바, 면장갑 하나 들고가서 정원을 다듬어 주는 알바, 주차장 안내원, 마트 캐셔, 주방 설거지까지... 얼핏 생각하기에도 이 정도지만, 말도 안통하는 해외로 나가서 했던 알바와 직장생활은 생각보다 길고 많다.

인생이라는게 참 알 수 없는게, 이런 다양한 해외 현지 경험을 하고서 한국에서도 특별한 경험들을 했다. 중견기업 인사담당자, 경리회계 사무직, 구매대행업체 클레임 담당, 독일외제차 서비스 인사, 수출업, 농사, 교육업 그리고 도서 출판 등. 나이가 많다고 할 수 없지만 국내취업, 해외취업, 정규직, 비정규직, 국내외 알바, 농사, 강사 등 별의 별 경험을 국내외에서 겪다보니 분명하게 보여지는 차이가 있다. 어린시절부터 나는 통계화된 자료를 좋아했다.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에서도 'Developed countries', 'Advanced countries', Developing countries' 등의 단어를 구글에 검색하곤 했다. 또한 국가나 사회에 대한 통계와 자료를 한 동안 들여다 보며 자료를 모아두는게 취미였을 정도다.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게 관련 온라인 카페에서 활동하며 나름 많은 자료를 보고 모으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누군가가 '한국은 선진국이다'를 '참의 명제'로 받아들이는 날이 왔다는 사실이 격세지감이다. 20대 초반 해외로 나가 30대까지 젊은 시절을 보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는 이 기간동안 생각하는 방식과 살아가는 방식이 꽤 많이 달라졌다. 일하면서 사용하는 단어는 '한국어'보다 '영어'로 먼저 접하게 되는 단어가 많았고, 지금도 '영어'로 먼저 접했던 단어는 한국어로 쉽게 떠오르진 않는다. 당시 4년 간 해외에서 동양인도 흔치 않은 환경에서 살다가 처음 한국으로 휴가를 받고 서울에 거주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마 당시 나의 시선은 해외 외국인들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서울의 첫인상은 '무례하다. 바쁘다. 무표정하다'였다. 그리고 하나 또 하나의 생각은 독특하게도 2가지가 없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장애인, 쓰레기통' 물론 여러가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비교해보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당시 강한 인상을 받았던 것은 이것이었다. 해외에서 알바와 일을 할 때, 생각보다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들은 '외국인, 장애인, 노인'과 같은 당양한 사람들이었다. 다만 한국에서는 일을하면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고 같은 사람들 뿐이었다. 특히나 현지에서는 학교, 직장, 도서관 등 어딜 가도 장애인을 만날 수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쉽지가 않았다. 내가 일했던 Bar에서 아예 말을 하지 못하고 '소리' 정도만 내는 '마오리 언어 장애인'이 있었다. 지금도 기억이 나지만, 그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결코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서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신체의 장애는 있지만 사회적인 장애가 없었기에, 같이 일하는 이들도 그를 특별하게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심지어 불편할 수 있는 농담을 서로 주고 받으며 웃는 모습이 특이하기까지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차별적 발언'이라는 수위 높을 수 있는 농담이 통용되기 위해서 그 사회는 얼마나 '장애'라는 인식에 '불편함'이 없는지 알 수 있었다. 유학하던 당시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싱가포르인'이었다. 그는 한국의 문화에 굉장한 관심을 가졌다. 그러다 우연히 당시 한국의 최저임금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대한민국의 최저임금은 4,000원이었다. 친구는 절대 그럴 수 없다며 이를 믿지 않았다. 1시간을 일하고도 햄버거 하나 못사먹는게 말이되냐는 식이었다.

그게 왜 이상한지 이해를 못하는 나와 그게 왜 당연한지 이해를 못하는 그와의 생각의 차이는 엄청나게 깊었다. 간국의 경제력에 비하면 터무늬 없다고 했다. 당시 호주의 최저임금은 2~30불인 경우도 많았고 뉴질랜드도 11~14불 사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현지 교포와도 관계가 꽤 있었는데, 그들이 한국으로 여행을 가면 하는 얘기는 분명하게 있었다. "왜 쓰레기 통이 없어?" 한국의 길거리에 쓰레기통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불편한 일이다. 한국에 쓰레기통이 없는 이유는 시민들이 생활 쓰레기를 자꾸 버림으로 관리가 없어진 탓이다. 간혹 지하철 화장실에 가면 종종 화장실에서 발생하기 힘든 쓰레기들이 보이기도 하는데, 변기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온갖 쓰레기를 버리는 이유도 있는 듯 했다. 도서관이나 지하철에는 빈번하게 '화장지'를 훔쳐가는 경우도 많아서 화장지를 열쇠로 잠궈 놓는 경우도 많고 때에 따라서는 화장지가 비치가 안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지금도 한국의 경제력에 관해서는 어느 나라에가서도 자부심이 느껴진다. 또한 일부 사회에 대한 인식은 우리가 선진국으로 알고 지내던 기타 선진국들과도 비슷하다. 다시 또 어떤 부분은 그렇지 않다. 우리 사회가 이 정도로 올라와서 보니,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동경하던 국가들도 비슷한 양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등 선진국이라고 여겨오던 이들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점을 보다보면 '선진국' 별게 있나. 싶기도 하다.

'선진국'이라는 말은 굉장히 모호하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어떤 부분에서는 좋은 사람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아닐 수도 있겠네요."라고 말 할 수 밖에 없다. 직원으로써의 평가는 어떻고, 가족 구성원으로써는 어떠하며, 친구로써는 어떤지, 모든 분야를 따지고 봐서 하나로 정의 할 수 없다. 우리는 복지에 관해서는 북유럽과 비교하고 경제에 관해서는 서유럽과 비교한다. 군사력에 대해서는 '미, 중, 일'과 비교한다. 세계 최강의 국가와 비교하기에 언제나 우리는 선진국이 아니다. 이는 좋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솔직한 개인적인 생각을 담아두자면, '대한민국은 아직 개발도상국다'가 내 생각이다. 이 말에 기분이 나쁠 수는 있으나, 개발도상국에서 '도상'이라는 말은 '어떤 일이 진행되는 과정이나 도중'을 의미한다. 한국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며, 아직도 개선해야 할 많은 사회, 경제, 정치적 부분이 존재한다. 우리가 '선진국'이라면 '완성형'이어야 한다. 아직 그렇지 않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책은 객관적인 통계자료를 통해 한국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보여준다. 여성에 대한, 장애인에 대한, 노인에 대한, 농어촌에 대한 아직까지의 대한민국의 현상과 민낮에 대해 시원하게 까발리고 정리해 뒀다.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히고 볼거리가 많다. 현재의 우리를 알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에게 한 번 쯤 우리 위치를 확인하기 좋은 책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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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정면
윤지이 지음 / 델피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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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미수의 정신과 의사. 그는 '죽음'에는 관대하지만 치통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의사를 포기하고 그림을 그리는 아내, 그녀는 표정에 감정을 담지 않지만, 그림에는 감정을 담아냈다. 소설은 온통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죽고 싶어하거나 죽었거나 죽음을 앞두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모두 모순을 가지고 있다. 공을 무서워하는 야구선수와 병원을 무서워하는 의사. 마징가제트에 더 잘어울리는 메칸더브이 주제가. 소설은 단 한차례의 밝음도 없이 마주하고 있는 어둠을 향해 진격해 나간다. '우울증'.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이는 끔찍한 질병이다. 2011~2013년 10대의 사망 원인 1위는 '투신'이다. 2위가 '질식사'며, 20대의 사망원인은 '질식이 1위다. 30대의 사망원인 1위 또한 '질식사'다. 40대도 질식사가 2위다. 여기서 질식사와 투신은 모두 자살을 의미한다. 간단한 통계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더 끔찍하다. 38분마다 한 명이 자살을 하고, 5,000명 중 한 명이 자살로 목숨을 끊는다. 길을 걸어가다가 스치는 여러 사람들 중, 일부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혹은 조금은 긴 시간 안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가임여성 1면당 출산률 0.837명. 심지어 서울의 출산률은 0.58이다. 어쩌면 이는 인류역사상 국가가 자살과 저출산으로 자연소멸하는 최초의 사건 진행일 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젊은 사람들의 이기심이나, 높은 부동산, 사교육비, 여성의 사회진출 등. 많은 사회학자들이 원인을 내놓고 있지만, 대한민국 저출산의 원인은 '우울증'이다. 정작 아이를 낳고 사랑하고 살아갈 20~40대의 젊은 사람들에게 '아이를 낳는다'는 것보다는 '생존하는 것'을 더 권장해야 할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아주 많은 사람들은 '아이 낳기'보다 '생존하기'가 더 힘들다. 2000년 이후, 대한민국에서 자살로 목숨을 끊은 인구는 30만 명 가까이 된다. 이는 거의 34만의 '아이슬란드' 인구와 맞먹는다. '출산지원금', '아동수당' 등의 출산혜택은 얼마나 효용한가. 책은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 부부와 우울증을 앓는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약물에 중독되고 도통 인지능력이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젊은 층에게 '삶'은 고통이고 죽음은 '충동'이다. '죽음에 대한 충동은 삶에 대한 불만이나 좌절, 슬픔 이전에 존재하는 하나의 욕구이고 본능이며, 그것은 식욕이나 성욕과 다를바 없다'는 대목이 나온다. 모두가 유행처럼 '죽음'을 선택하는 시대에 죽음은 특별한 '각오'라기보다 '참던 욕구가 표출되는 일종의 본능처럼 보여진다. 우울할 틈도 없는 생존경쟁에서 환자들의 83%는 자신이 겪는 감정변화가 '병'이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우울증은 단순히 감정을 잘 다스리는 일로 해결되는 일은 아니다. 우울증이란 '스트레스와 정서를 조절하는 편도체와 해마 기능이 저하 됐을 때 생긴다.

식욕과 성욕이 크게 저하되고 수면시간이 줄어들며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하는 '우울증'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국가적 재난 사태를 만들어내는 가장 위험한 병이다. 우리는 얼마 전, '코로나 재난지원금'의 명분으로 소액의 지원금을 받았지만, 실제로 '국가 재난 사태'를 일으키는 질병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라 '우울증'이다. 대한민국은 100년 안으로 현재 인구의 30% 수준이 된다. 200년 뒤, 대한민국의 인구는 1000만 명 밑으로 떨어진다. 단순 계산으로 2750년에는 한반도에는 인구가 없어 지구상에서 소멸하는 국가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 출산률 0.58명, 국가 출산률 0.837명. 지금은 덤덤한 이 숫자는 다시 생각해보면 굉장히 무섭다. 1970년 프랑스는 출산률이 2.47명으로 떨어지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출산지원'은 '출산율'을 올릴 수 없다. 100년 뒤에 1,500만 명의 인구가 된다. 이런 비현실적인 인구 감소는 '돈을 찍어내는' 양적완화보다 더 큰 화폐가치 하락을 만들어 낸다. 이것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낸다.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면, 총공급 곡선은 왼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는 당연히 경제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화폐가치가 하락하면서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 이 후의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이다. 허무맹랑하다는 '허경영 총재'의 긴급 생계지원금이 어쩌면 저렴한 조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든다.

윤지이 작가의 이 글은 '우울', '죽음'이다. 큼지막한 글씨에 덤덤하게 쓰여내려가는 책은 얇지만 쉽게 읽을 수 많은 없었다. 글의 분위기가 말하고 있는 속도와 감정을 충분히 받아들이며 읽어야 했다. 얇은 이 책을 읽는데는 4시간 정도가 걸렸다. 내가 조용히 앉아 누군가의 죽음을 소설로 듣고 있는 그 시간, 이미 대한민국에서는 6명의 생명이 자살로 목숨을 끊었다. 소설은 우리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표현했지만, 사실 따지고 보자면 그리 다르지도 않은 형태일지도 모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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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초격차 독서법 - 부자들의 지식은 복리로 쌓인다
가미오카 마사아키 지음, 장은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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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간, 읽은 책이 대략 500권은 된다. 독서하고 꾸준히 리뷰를 올리고 있지만 리뷰를 올리지 않은 책들도 있다. 어쩐지 돌이켜 보니 너무 많은 책을 읽은 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보여지기도 하지만, 나름대로는 치열한 삶 가운데 쪼갤 수 있는 최대한을 쪼개어 읽고 글을 쓴다. 단 하루도 글을 쓰지 않는 날이 없도록 하기 위해, 독서 중에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반드시 메모해 둔다. 그러다보면 '어쩌면 그렇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로운 생각을 쓸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생각은 많이 떠오르고 업로드를 1일 1회로 쪼개기 때문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나의 독서법은 '병렬독서'다. 한 번에 읽는 책이 많다. 인문학과 소설, 역사책 등을 때에 따라서 읽지만 한 권을 완독하면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식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날은 한 권도 읽지 못했다가 어떤 날은 한 번에 여러 권의 책을 끝내기도 한다. 그날 써야 할 '글의 소재'가 없다면, 현재 읽고 있는 책 중 가장 얇은 책이나, 얼마 남지 않은 책을 후다닥 읽고 리뷰를 남긴다. 1년 평균 250권의 책을 읽고 글을 쓰다보니, 나만의 철학과 노하우가 생긴다. 이런 글들을 모아서 나중에 책으로 써도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차례 했었다. 이 책은 나와 아이디어가 상당히 닮아 있다. TV방송 프로그램에 빌게이츠가 출현한 적이 있었다. 진행자는 빌게이츠에게 만약 딱 하나의 초능력을 갖고 싶다면 어떤 초능력을 갖고 싶은지 물었다. 빌게이츠는 웃으며 대답했다. "책을 빨리 읽는 능력이요." 그의 대답은 나도 참 공감되는 대답이기도 하다. 서점에서 너무 흥미로울 것 같은 책을 골랐는데, 두툼하고 읽을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면 굉장히 씁쓸하다. 게다가 책을 고르고 결제를 하러 가는 도중 또다시 흥미로운 주제를 만나면 더 고민된다. '지금 사놓은 책들도 많은데, 이 것들도 다 읽고 싶다.'

책 한 권을 펴놓고 눈을 책 모서리에 박아두고 책 장을 '휘리릭'하고 5초만에 넘긴다. 이 과정을 수 번 반복하다가 말한다. "다 읽었습니다." 진행자와 방청객은 놀란다. 간단한 책의 줄거리를 묻는다. 막힘없이 대답한다. 수 초만에 수 백 페이지의 책을 다 읽는 '속독법' 마치 초능력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그런 능력을 '속독'이라고 한다. 나는 이런 속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계 미국인 가수 중, 'David Choi'라는 인물이 있다. 나는 그의 노래를 좋아한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지친 하루를 위로 받는다. 어떤 날은 용기를 받기도 하고,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슬픈 감정을 갖기도 한다. 어떤 노래 가사에서는 인생에 대한 심오한 고민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의 노래는 아무 노래 건 모두 명곡들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와서 "저는 노래를 빨리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보세요. 지금 듣고 계시는 노래 1.0 배속으로 듣고 있나요?. 저는 10배 속으로 들어도 알아 들을 수 있답니다."라고 자랑한다면, 나는 이렇데 대답할 것이다. "그러시군요. 대단하시네요."

하지만 결코 그 능력이 부럽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차분하게 내 템포에 맞는 속도로 노래를 감상하고 즐기고 싶다. 조금 빠른 노래를 듣고 싶다면, 감성을 자극하는 발라드가 아니라 빠른 템포의 음악을 찾아 들으면 그만이다. 어째서 독서가 해결해야하는 목적이 돼야하는지 의문이다. 나의 세번째 저서인 "쓰면 이루어진다"라는 책에는 비슷한 내 생각이 적혀 있다. 나는 '1일1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책을 읽다보면 '사피엔스'나 '총균쇠', '코스모스'처럼 명저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때가 있다. 당연히 이 책은 1일 1독 할 수 없다. 목적이 전도되어 1일 1독을 하기 위해, 점차 얇고 빨리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선호하게 된다. 아마 이런 책들은 '시집'이나 '자기계발서' 일 가능성이 가장 많다. 시집을 '한 권' 처리하고 완독의 기록을 세웠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의 독서인지 나는 공감할 수 없다. 비슷한 내용의 '자기계발서'를 빠르게 읽어 내고 '한 권' 처리했다는 독서과 과연 무슨 의미인지도 알 수가 없다. 나는 책을 사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읽기를 권장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가장 호기심이 왕성할 시간과 시기'에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서점에서 너무 흥미로울 것 같은 책들을 충동적으로 구매하고 서재에 쌓아놓고 읽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끓어오르는 호기심이 잠잠해지면, 다시 그 책에 호기심이 생기는 일은 쉽지 않다. 호기심이 생겼을 때, 그 책을 읽는다면 몰입과 흥미는 배가 된다.

보통 '사피엔스'를 읽고나면, '호모데우스'를 읽고 싶거나, '총균쇠'나 '지리의힘'을 읽고 싶어진다. 중국 역사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다시 그와 비슷한 책에 호기심이 생긴다. 그러면 틀림없이 앞전의 책의 내용이 반복되는 현상을 피할 수 없다. 사실 '속독'이라는 것은 그런 것 같다. 우리는 '동해물과~'라는 4글자를 보면 그 뒤에 이어지는 216자를 음독할 필요를 못느낀다. '발 없는 말~'이라는 4단어만 봐도 뒤에 이어질 단어를 알 수 있다. '임진왜란이란~'이라는 글자만 봐도 그 뒤에 이어질 대략적인 정의는 짐작할 수 있다. 속독이란 말 그래로 빠르게 읽어가는 능력이 아니라,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빠른 이해와 내용파악'을 의미한다. 이 책이야 말로 한 권을 완독하는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대부분 내가 사용하고 있는 방법과 같았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 다른 부분도 많다. 그래도 커다란 흐름에서는 거의 비슷하다. 이런 책의 경우는 빠르게 완독이 가능하다. 나는 책을 읽다가 메모를 하지 않는다. 다만 급하게 휴대폰을 들어 그 페이지를 촬영하고 휴대폰의 '빅스비' 버튼을 통해 음성으로 받아쓰기 기능을 사용한다. 당연히 맞춤법이 엉망일 수도 있다. 그래도 여의치않고 블로그 글쓰기에 저장해둔다. 그리고 책을 수 일 내로 완독하면 대략적으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메모했고 기록했는지 알 수 있다. 이 글을 베이스로 완독 후 최대한 빠르게 독후감을 작성한다. 그리고 임시저장을 누른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제목과 소제목을 확인하고 날개에 있는 저자와 번역가를 확인한다. 보통 들어가는 말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나서 책을 읽는다. 보통의 사람들은 바로 본론으로 읽는 경우가 많지만, 나중에 본론을 읽다보면 어차피 누가 쓴 글인지가 반드시 알아야겠다는 욕구가 든다. 이 내용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었으나 해당 책의 저자는 이미 이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해당 책의 저자는 '목차'를 확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목차를 반드시 확인한다. 책의 전개가 대략 어떨지 확인하고 가는 것과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는 분명하게 있기 때문이다. 나는 거의 책이 제공하는 대부분의 정보를 다 읽어 내려가려고 노력한다. 심지어 '감사의 말'까지 모두 읽는다. 어차피 내가 모르는 '누구 누구'에게 감사하다는 인사가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훑고 넘어간다. 이는 책을 만든 이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어렵게 출판된 이가 감사하고 싶은 이들을 담은 내용을 아무도 읽지 않는다면 이는 참 서운한 일일 것이다. 또한 이 글을 보다보면 글쓴이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이 얼핏 보인다. 가족과 딸에게 감사하다는 사람도 있고 도움을 준 모 대학 교수에게 감사하다는 사람도 있다. '90년 생이 온다'의 임홍택 작가 님은 오랜 기간 창고에 머물던 원고를 끄집어내 줬던 와이프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을 남겼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나는 그들이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갖고 어떤 이유와 경로로 이 책이 만들어졌는지를 살핀다. 공부하는 느낌이 아니라 그저 산책 나와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듯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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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제국의 미래 - 흔들리는 반도체 패권 최후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개정증보판
정인성 지음 / 이레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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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20년, 네이버 블로그 포스팅 기준으로 총 236권의 책을 읽고 리뷰했다. 2021년, 총 226권의 책을 읽고 리뷰했다. 그 와중에는 역사, 경제, 인문, 철학 등 다양한 책들을 만났다. 2년 간 총 462권의 책을 완독하고 글을 쓰면서  가장 좋은 책을 고르라고 한다면, 단 한 권을 고를 수는 없다. 각 분야마다 좋은 책들이 있었고, 분야 중에서도 좋은 책들은 서로 상호보완하면서 완전해졌다. 책을 읽을 때, 나쁜 책은 사실 존재하기 힘들다. 우리집 아이가 읽는 "아기돼지 삼형제"에서 훌륭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이또한 충분히 나에게 좋은 책이다. 원효대사에게 깨달음을 줬던 것은 '수많은 부처의 말씀'이 아니라, 시체 썩은 해골물이었다. 깨달을 사람은 무얼 통해서도 깨닫고, 깨닫지 못할 사람은 무얼 통해서도 깨달을 수 없다. 다만, 좋은 책으로 명확하게 꼽을 수 있는 책들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 중 하나는 바로 '반도체 제국의 미래'다. 내가 꼽는 '좋은 책'의 기준은 대체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게 만드는 책'이다. 어떤 책을 읽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다면 그것은 '인생책'이다. '반도체 제국의 미래'는 인생 책 중 하나다. 또한 많은 이들이 읽어야 할 좋은 책이다. 지금까지 접한 많은 반도체 서적 중, 이 책은 가장 쉽게 재밌게 읽힌다. 대한민국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육박한다. 심지어 2021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기록한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에서 27.5%는 반도체가 기어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 뗄레야 뗄 수 없는 반도체 이야기를 모르고 산다는 것은 굉장한 손해다. 흔히 동학개미라고 부르는 개인투자자의 경우, 하루만에 3조 원을 매도하고 다시 하루만에 3조원을 매수하기도 한다. 자신의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은 장기투자의 커다란 장애물이다. 장기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는 투자는 큰 수익을 만들지도 못한뿐더러, 사실상 산업의 기여도도 높지 못하다.



 여차하는 짧은 이슈에 많은 개인투자자의 돈이 매수와 매도를 번걸아한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굉장한 돈이 투자되고 회수된다. 흔들리는 돌다리 위에 발을 살포시 대었다가 여차하면 뺄 기세로 들어가 있는 투자자금과 눈 시뻘겋게 뜨고 경계하는 불안한 투자자들의 돈이 자그마치 3조원이다. 반도체 관련 기사도 스스로 독해해 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돈이 이처럼 많으니 시장변동성이 언제나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변동성이 심하다는 것은 그것이 곧 위험자산임을 의미한다. 4차 산업 혁명시대가 도래하고 코로나 바이러스 호재, 무한 양적완화, 코로나 지원금 명목의 헬리콥터 머니 등으로 시장 자산 가격은 무한대로 높아졌다. 나스닥과 다우지수는 보기 힘든 각도로 상승했다가 보합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코스피도 다르지 않다. 미래에 불안한 자산들은 살짝 발을 담구고 있다가 여차하면 뺄 기세로 눈치 게임을 하고 있다. 이런 불안한 위치에서도 마음 편하게 투자하는 이들이 분명하게 있다.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대부분은 투자한 종목에 대해 충분한 공부를 한다. 자신이 어디에 투자했고 그것의 산업과 미래, 과거를 모두 아는 이들은 시장에 자신의 자산을 맡겨놓고 산업이 수순대로 번창하기를 기다린다. 200만명의 개인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는 삼성전자 주주 중 반도체에 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작년 2020년 3월 다소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는 제목의 책을 '전자책'으로 읽었다. '반도체 제국의 미래'다.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해당 도서 리뷰에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것은 지금도 유요하다. 이것은 재독했지만 여전히 10점 만점에 10점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반도체가 어떤 구조로 이루어지고 산업의 생태계가 어떤지, 그 역사와 방향에 대해 기술됐다. 여기에 정인성 작가는 이 책을 어떤 방식으로 읽어야 하는지 상세하게 적었다. 어려운 용어에 대해서 이해하려 들지 말고 커다란 흐름을 훑어 보는 느낌으로 읽으라고 넌지시 알려준다. 이 책을 접해야 할 수 많은 독자가 반도체관련 산업에 종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듯 말이다. 책에 대한 감탄이 끝나기도 전에, 정인성 작가 님은 나의 블로그를 먼저 '구독'해 주셨다. 유현준 작가 님을 비롯하여, 정인성 작가 님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뒤집어, 시야를 천지개벽하게 만든 분에는 존경과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의 작가 님이 먼저 연락주셨다는 점에서 진심으로 영광을 느끼는 바였다. 더군다나 2021년 개정보증판에 친필사인하여 선물로도 보내주셨다. 개인적으로 굉장한 영광이다. 다만, 그도 잠시, 개정보증판에서 다루는 내용을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일어났다. 만 20개월만에 전에 읽었던 책을 재독하기 시작했다. 읽고 있는 책들이 많았지만 이 책이야말로 술술하고 읽혀 다시 금새 완독했다. 그리고 지난번 읽을 때와 같은 감동을 느꼈다. 마치 마법처럼 화려하게 작동하는 전자기기들은 사실상 과학과 기술의 산물이라는 사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일본에 새로운 공장을 짓기로 발표했다. 그 밖에 미국의 마이크론 또한 일본에 10년 간 약 176조 원을 들여 시설을 확장하고 공장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개정판 이전 도서의 표지에는 '삼성전자, 인텔, 그리고 새로운 승자들이 온다'로 적혀있다. 개정판에는 '흔들리는 반도체 패권, 최후 승자는 누가될까'라고 적혀 있다. 그간 반도체 산업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개정보증판의 표지로도 확인할 수 있다. 변화된 세계의 정세에 맞게 같은 책이지만 다르게 읽혔다.



 이 책은 마지막 장을 덮은 이후부터 내가 꾸준히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다녔던 책이다. 전자책으로 읽었다는 사실이 몹시 아쉬운 책이다. 무조건 소장하고 읽어야 한다는 확신이 드는 책으로, 책에는 적지 않은 사진과 그림이 있다. 어려운 반도체의 종류를 설명하고 역사와 미래, 산업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막연하게 '신'의 영역일 것 같은 분야가 생각보다 멀지 않은 '인간'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사실 하나만으로도 반도체게 들어간 여러 기기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다. 인공 뉴런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일반 프로그래밍과 기계학습 프로그래밍은 어떻게 다른지, 그저 그런가보다 싶은 다른 세계의 이야기가 조금은 가까워진다. 세상이 나만 두고 혼자서 저만치 달려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요즘같은 시기에, 사실 아직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에서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는 인지는 정확한 위로감을 준다. 이 책을 다시 만난 것은 행운이다. 다만, 이 책은 작가의 말처럼 어떤 회사와 어떤 주식을 살지에 대한 해답을 내려주는 책이 아니다. 전반적인 산업과 지적호기심을 충족시키기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고해서 투자자들에게 불필요한 책은 더더욱 아니다. 변해가는 시장상황에서도 바뀌지 않는 '반도체'를 둘러싼 인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반도체가 만들어내는 0과 1의 신호는 어떻게 인간 사회와 산업을 바꾸는지, 그리고 그것이 변화시키는 개인과 국가는 어떤 부분이 있는지, 기술과 인문학이 함께 녹혀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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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천재 열전 -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인문적 세계를 설계한 개혁가들
신정일 지음 / 파람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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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확률적으로 탄생하는 것일까. 21세기에 노벨상 수상자는 매년 절반 이상인 54.5%는 미국인이다. 20세기에도 43.7%는 미국인이었다. 성비로 따지고 보자면 남성이 여성에 비해 17배나 많이 받는다. 20세기 전 후로, 노벨상을 많이 받은 국가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일본, 스위스, 러시아, 캐나다, 이스라엘' 10개국이 번갈아가며 순위를 다툰다. 아직 한번도 수상자를 배출해 본 적이 없는 나라도 112개국이나 된다. 이는 전세계 국가의 60%다. 인구 비율로 치자면 이 숫자는 훨씬 줄어든다. 과연, 15억 중국의 수상자는 10명 뿐이고 인도도 11명이다. 인구 871만의 스위스가 27명이나 배출했다. 노벨상 수상자를 기준으로 천재를 분류할 수는 없다. 수학계 권이 있는 상인 필즈상이나 문학계의 맨부커상, 예술계, 스포츠계를 비롯해 그 범주를 아무리 확장해서도 수상자 배출국가는 순위만 달라질 뿐, 그 명단이 달라지지 않는다. 이것은 천재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부유한 국가들이다. 천재가 탄생하여 그 국가들이 부유하고 선진적인 국가가 된 것인지, 그 국가들이 부유하고 선진적이었기 때문에 천재들이 탄생하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 천재들은 일부 소수 사회에서만 탄생했다. 조선은 천재가 탄생하기 적절했던 국가였을까.

조선은 한반도에서 500년 간 존재했다. 이 기간의 인구밀도를 보자면 참으로 놀라울 정도다. 조선 건국 직후(1392년), 200년 뒤인 임진왜란 직후 인구는 정확히 2배(1,172만)로 늘어나 있었다. 그 뒤로 다시 200년 뒤에는 1822만에 육박했다. 비슷한 벼농사 문화권이던 동남 아시아의 인구밀도보다 10배나 많고 중국과 일본에 비해서도 높은 인구밀도의 국가였다. 대체로 당시 인구는 군사력과 경제력을 말해준다. 전제국가에서 인구는 국왕이 동원할 수 있는 군병력과 동원노동력을 대변하기도 한다. 꾸준한 농업 생산력의 발달과 신분간의 식량 분배, 사회시스템이 적절하게 형성됐음을 말한다. 조선 후기, 망한 나라라는 이미지와 일본강제점령기, 한국전쟁 등으로 인해 한반도의 역사적 경쟁력을 폄하하는 간혹있다. 대한민국의 빠른 경제 성장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건국당시 60달러였던 1인당 소득이 3만 불이 넘었다.'는 식의 문구가 많이 사용됐다. 하지만 전쟁 직후의 경제력을 시작으로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1945년 일본 패망 이후 일본은 15년 만에 350%의 산업생산률을 이뤘다. 이는 극적인 비교를 위해 사용되는 일종의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보여지기도 한다. 한반도는 '지리기술제도'의 저자 '제프리 삭스'에 의하면 '행운의 위도'에 정확하게 들어 맞는 지리적 위치를 갖고 있다. 이는 신석기 시대부터 농업 기술 발달에 수월했고, 동양과 서양 간의 기온 차가 적어 무역과 교류에 수월했음을 이야기한다. 엄청난 전쟁의 폭격을 당했던 '독일, 일본, 한국'이 모두 이 행운의 위도에 속해 있다. 고로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이 극적이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으나, 조선이 애초부터 문제가 많고 가난한 나라로 보기는 힘들다.

조선이 천재가 길러지기 나쁘지 않은 환경이라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꽤 많은 설명을 했다. 이제 조선천재들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다. 도서는 '김시습, 이이, 정철, 이산해, 허난설헌, 신경준, 정약용, 김정희, 황현' 등의 천재의 삶와 재능을 기술한다. 이들의 대부분은 태어났을 때부터 엄청난 천재성을 보여 준다. 불과 대여섯살의 나이에 시를 읊거나 짓기도 하고, 총명함으로 주변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이들은 조선의 초기부터 중기, 후기까지 순차적으로 탄생하여 조선의 부흥을 이끌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있다. 앞서 말한 조선 천재들의 재능이 문학과 예능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은 조선의 커다란 문제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천재란 '아인슈타인', '뉴턴', '스티브잡스', '마라도나', '피카소' 등이 있다. 다만, 조선의 천재들은 모두 문예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정약용'처럼 실학으로 사회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천재들도 존재했다. 다만 당시 '조선'이 이런 천재를 양성하고 받아들이기에 쇄약한 그릇이 되어 결국, 얼마 뒤 조선이 망했다. 책의 중점은 사실 인문적 세계다. 천재들의 인문학적 재능에 대해 촛점이 맞춰져 있다. 도서 중간에 이들의 '시'와 '일화'는 꽤 감동적인 부분들이 많다.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세계 여느 천채들과 다르지 않게 조선의 천재들 또한 불행한 삶을 살았다. 천재가 불행한 이유는 그 '재능'에 있다. 재능은 반드시 쓰여지기도 하지만 주변의 시기와 질투를 만들기도 한다. 또한 일부 재능은 사람을 스스로 고립시켜 융통성 없는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송강 정철과 율곡 이이,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정철은 국사 시간보다, '국어'시간에 더 자주 만나는 인물이다. 수능 언어영역에서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으로 많은 수험생들을 힘들게 한 인물이다. 정철은 엄청난 재능을 갖고 있던 문인이다. 그는 술을 마시면 신분고저를 막론하고 면전에다 옳지 않은 부분에 대한 독설을 내뱉곤 했다. 그가 54세에 세자 책봉에 대한 문제로 왕의 미움을 받자, 선조는 정철을 '독철' 혹은 '간절'이라고 욕을 퍼붓기도 했다. 정철의 이런 성격은 수 백 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문화로 확인된다. 전라도의 일부에서는 제사를 지낼 때, 고기를 다지면서 '정철, 정철, 정철'이라고 외치기도 하니 말이다. 정약용을 좋아하는 이유는 '유쾌한 성격과 긍정적인 삶의 시선' 때문이다. 고학자에 '책'으로만 확인되는 '정약용'은 딱딱하고 재미없는 사람일 것 같지만, 실제로 꽤나 유쾌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책을 읽다보면, 제 3자가 보기에 불행해 보이는 그의 삶에서 그는 생각보다 무탈히 견디고 살아간다는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천재들의 대부분의 삶은 고난하고 힘들고 괴롭다. 그들을 시기하는 이들에 대한 경계에 꾸준히 노출되고 스스로의 자만을 주의해야 했다. 자신의 재능을 펼칠 사회가 오지 않는다면, 그들의 삶은 더 고달퍼진다. 글자를 먼저 읽거나, 말이 유창하거나 그림을 잘그리거나 하는 천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아이는 천재가 아니길'이라는 이기적인 마음이 들기도 한다. 천재는 '사회'와 '역사'를 위해 필요하나, 스스로는 참으로 고단하다. 마치 누군가가 해야할 일을 대신 짊어지고 가는 이들로 보여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율곡이이'가 굉장히 인상깊다. 그는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제갈공명처럼 보여진다. 1581년 그가 십만 양병설을 주장했을 때,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선조와 대신들의 댓가는 참혹했다. 그는 결국 자신의 뜻을 '제갈공명'처럼 모두 이뤄보지 못하고 탄핵하여 관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이후 제자를 양성하는 선생이 되었다가 다시 이조판서와 판돈령부사를 지내고 49세의 젊은 나이에 서울 대사동 사저에서 세상을 떠났다. 조선의 천재들을 통해 보는 '문학'과 '인문학', '인생'에 대한 의미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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