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필요에 의해서 꼬여버린 관계...

닦이지 않은 유리문...

풀리지 않는 관계도 있다. 혹은 풀려서는 안되는 경우도 있다. 문뜩 일과 시간에 바라 본 창에는 꼬여 있는 전선줄이 보였다. 상당히 복잡하게 꼬여 있지만, 저것들은 모두 필요에 의해 꼬여 있을테다. 멍하니 봤다. 저걸 풀었다고 나아지는 건 무엇일까. 상념에 든다. 꼬여있는 관계를 풀었다고 나아지는 건 없다는 결론에 닿는다. 그저 조금 정리됐다는 안도만 남을 뿐이다. 왜 저것들은 꼬여 있을까. 각자 다른 역할을 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고로 저걸 풀었다고 그들의 역할이 달라지진 않는다. 사람은 본래 태어나면 딱 하나의 자아를 갖는다.

'나'

시간이 지나면 다른 자아도 받아 들인다.

'아들'

빈 얼굴 위에 하나, 둘 씌웠던 페르소나가 쌓인다. 학교를 간다. '아들', '친구', '제자'. 최근 읽고 있는 위어드(weird)라는 책을 보니, 동양인들은 자아를 사회의 요구에 따라 나눠 갖는단다. 공감된다. '서양'보다 사회가 기대하는 다른 자아가 많다. 문화는 그 곳에 정착하면서 사람들의 사고 방식을 바꾼다. 그것은 유전자처럼 전해지며 자연선택처럼 선택받는다. 더 환경에 적합한 것들이 살아남는다. 동양인들은 '자아'를 잃으면 잃을수록, '사회가 내린 정답'에 자신을 맞추면 맞출수록 살아남는다.

가정에서는 어떤 아들, 학교에서는 어떤 학생, 친구에게는 어떤 친구.

서양인들은 대게 '나'로 살아간다. '선배', '후배', '선생님'도 없다.

모두 이름이다. 처음 보는 사람도 '통성명'을 하면 이름을 부른다.

서로가 온전히 하나의 자아로 받아 들여준다.

우리는 다르다. 우리는 자아를 쪼갠다. 자아가 쪼개면 쪼개 질수록 '정체성'은 혼란하다. 페르소나를 돌려가며 스스로를 잃는다. 대게 자아를 상실하면 우울에 빠진다. 자신이 누구인가. 사회가 정한 기대치에 자신을 숨기다 보면 진짜 자아는 사라진다. 그 상태로 사회가 복잡해지니, 혼자 있는 시간도 줄어든다. 자신을 인지 생각할 시간이 줄어든다. 학교, 직장에서 8시간을 지내고 가족, 친구와 나머지 시간을 지낸다. 다른 이름에만 집중하다보니 자신을 잃는다. 마치 몰입한 캐릭터를 빠져 나오지 못하는 대배우의 착각과 같다.

가면에 쌓여진 진짜 자신을 상실한다. 여러 가면만 돌려쓴다. 생을 마감한다. 동양인이 우울한 이유다.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하는 것은 '호칭'도 한 몫이다. 사회는 '호칭'을 남기고 '이름'을 지운다. 한국인은 점차 이름을 잃어간다. 본디 이름도 온전히 자아를 담지 못한다. 그것이 자아를 담을 시간도 없이 빠르게 삭제된다. '오빠', '형', '사장님', '선생님', '아빠'로 순식간에 쪼개진다. 사회는 '호칭' 속에 '표준모델'을 심어 놓는다. 표준모델에서 벗어나면 '독특하다'고 표현한다. 자신다워 지는 것보다 '표준 모델'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뉴질랜드에서 버스를 탄 적 있다. 버스 기사 님께 목적지를 물었다. 목적지는 'New Lynn'이라는 곳이다. 기사는 몇 번을 되물었다. 내 입에서 나오는 'L' 발음이 듣기 힘든 모양이었다. 기사는 퉁명스럽게 "영어 공부 좀 해"라고 야단하고 문을 닫았다. 인종차별적인 경험. 이 경험을 다른 이에게 말했더니, 대부분은 '버스기사'를 콧수염 난 백인 아저씨로 떠올렸다. 내 이야기의 대상은 마오리 아주머니셨다.

그렇다. 사회는 '표준 모델'을 제시한다. 거기서 벗어나지 않길 기대한다. 다만 사회가 만들어낸 '표준모델'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 모델을 연기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자신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것을 동양은 쉽게 잊어 버린다. '공자'는 말했다.'군군신신부부자자',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 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 이 말은 혼란스러운 시대를 정리하는 명언이지만, '사회가 만들어낸 표준모델'에 충실하라고 주문한다. '온전히 자신다워 지라'는 말은 없다. 공자가 바라는 세상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아니라, 안정된 질서의 사회다. 그 유교사회의 교육을 받으며 우린 '행복'을 버리고 '사회 안정'을 택했다. 이 질서는 아주 오랜 기간 동양이 서양 문명보다 우수하도록 만들었다.

해외에서는 껌을 씹으며 서빙하는 직원을 가끔 만난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더 쉽게 본다. 공무원이나 은행원들은 기다리는 '고객'을 두고도 자신들끼리 수다를 떤다. 특별하게 유니폼을 입었다고 자신을 잃어버리진 않는다. 우린 조금 다르다. '손님'이라는 페르소나만 걸치면 '갑'이 된다. '자신'은 없고 '갑'과 '을'만 존재한다. 손님은 손님답고 종업원은 종업원답다고 여긴다. 손님이 '왕'이라는 이상한 '표준모델'이 생기면 다수의 자아는 굉장히 괴상망측한 방식으로 바뀐다. 군복만 입으면 죄다 삐딱해지는 민방위대원처럼 사회가 만들어낸 모델로 자신을 쏙하니 집어 넣는다.

꼬여버린 관계, 그것은 풀어내도 달라지지 않는다. 잃어버린 관계는 반드시 잃어버려야만 한다. 사회가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규칙이다. 확실히 단절되고 잊혀져야 한다. 그러고 싶지 않지만 그래야한다. 사장에게는 충성을 다해야하고, 후임에게는 위신을 세워야 한다. '자신'은 없다. 그냥 그래야 한다고 '사회'가 규정했다. 그것에 자신을 끼워 넣는다. 얼마 전, 군부대의 부조리에 관한 영상을 봤다. 사회에서는 평범한 또래 대학생 친구들이 그곳에만 가면 괴롭히고 군기잡는다. 사회의 압력에 무릎을 꿇는 일이 많아지면 원치 않는 방향대로 삶은 흘러간다. 닦이지 않은 유리창으로 꼬여 있는 관계를 살피니, 더 갑갑하다. 꼬여 있는 관계를 살피는 일 같아 보인다. 조용히 혼자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짧아지면 질수록 '내'가 아닌 '표준'처럼 살아갈 것 같다. 어쩐지 일상에서도 이런 망상이 잦아지는 걸 보니 MBTI가 어느정도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아직 완독 전 생각입니다. 완독 후 2부로 이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인들의 비밀
문주용 지음 / 이지퍼블리싱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군부대에서 대대장실 청소를 한 적 있다. 사무책상 위에 올려 진 'The secret'. 선뜻 열어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얼마 뒤, 부대 도서관에서 그 책을 대여했다. 그 뒤로 같은 책을 여러 번 봤다. 가장 많이 산 책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다. 이를 제외하고 '더 시크릿'이 가장 많다. 언제나 바이블처럼 가지고 다녔다. 믿음은 깊어졌다. '상상만 하면 이루어진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나를 포함해 많은 이들을 끌어 당겼다. 초대박 베스트셀러가 됐다. 거기에 미쳐 있던 기간, 놀라울 만큼 이루고 싶던 것들을 이뤘다. 그럴수록 믿음은 더 커졌다. 다만 사색의 시간이 길어지며 근본적 의심이 생겼다. 지금은 더 이상 이를 믿지 않는다. 시크릿을 더이상 믿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론다 번', 그는 1951년은 호주 출생이다. 직업은 방송국 프로듀서다. 기본적 직업 자체가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이다. '기획'은 '계획'을 짜고 스토리텔링을 입힌다. 프로듀서는 평범한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전개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예전에 박사논문이 어떻게 쓰여지는지 적나라하게 목격한 적 있다. 실험의 기본은 '타겟팅 설정'이다. 다시 말하자면, '마늘'이 암에 좋다는 실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마늘'이라는 타겟을 설정해야 한다. '마늘'이라는 타겟은 어떻게 설정하는가. 실험하는 사람 마음이다. 배양된 암세포 배지 위에 '마늘', '레몬', '커피' 등 실험자가 임의로 설정한 샘플을 뿌린다. 유리막대로 'Z'를 긋고 잘 섞는다. 다시 배지를 배양기에 넣고 세포를 증식 시킨다. 이것을 스포이드로 뽑고 격자 유리막 위에 떨어뜨린다. 현미경으로 살핀다. 세포가 얼마나 줄었는지 계수기로 '짤깍, 짤깍'하며 하나씩 센다. 이것이 실험이다. 대부분의 실험에는 모순이 생긴다. 지금 당장 인터넷에 '마늘 발암물질'이라는 검색어를 넣어보자. 다시 '마늘 항암성분'이라는 검색어를 넣어보자. 아이러니하게도 둘 다 검색된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식재료에 '항암성분'이라는 키워드를 넣어보자. 거의 검색된다. 다시 '발암성분'이라는 키워드를 넣어본다. 거의 검색된다. 다만 '발암'보다 '항암'의 키워드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대부분의 논문은 '상업성'을 띄면 유리하다. '발암'을 연구하는 것보다 '항암'을 연구하는 편이 석,박사 실험의 조건에 상당히 유리하다. 대부분 실험실은 연구비 보조가 필수적이기에 실험에는 실험자나 '투자자'의 타겟팅이 필수적이다. 자신의 연구 성과는 '눈문'이란 형식으로 발행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연구와 논문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른 연구와 구별돼야 한다는 것이다.

'론다 번'의 '시크릿'은 '타겟팅'이 먼저 이뤄졌다. 몇가지 실례를 통해 법칙으로 이야기를 일반화한다. 이는 물리학에서 '가설' 단계다. 가설은 실험을 통해 입증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면 그것은 다수가 합의하는 과학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유사과학으로 분류되어 '다수의 합의'를 이끌지 못한다. 시크릿의 '끌어당김의 법칙'은 다시 말하면, '끌어당김의 가설', '끌어당김의 이론'로 정정해야 할 것이다. '리먼가설', '초끈이론'도 상당히 괜찮은 가설과 이론이지만, 아직 '법칙'이란 이름을 쓰지 못한다. 시크릿은 '양자역학'과 '뉴턴의 만유인력', '상대성 이론'을 거론한다. 꽤 영향력있는 인물들을 거론한다. 게중에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처럼 물리학자도 있다. 끌어당김의 법칙이 과학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면 과학의 영역으로 이야기를 끌어가야 할 것이다. 법칙은 물리학 법칙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다가 논리의 빈틈이 생기면 '철학'으로 전개하고 다시 심리학과 종교로 이어진다. 이처럼 과학의 이름을 사용하면서 과학이 아닌 분야를 '유사과학'이라 한다.

둘 째, 종교적인 성격이 굉장히 강하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애둘러 말하지만 '맹신(盲信)'을 강요한다. 분명하게 맹신(盲信)을 강요한다. 맹신이란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덮어두고 믿는 일을 가리킨다. '의심하지 말라'. 그것은 어느 종교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처럼 들린다. 시크릿은 다시 말한다. '이미 이루어진 것 처럼 행동하고 말하라.' 이 말 덕분에 시크릿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이루어진 사람이 많아졌다. 이 아이러니한 말을 다시 풀어 말하자면 이렇다. 시크릿이 이미 이루어진 것 처럼 말하고 행동해야 이루어진다. 고로 사람들은 자신이 '시크릿'을 통해 얻는 것이 있다고 대외적으로 말하고 다닌다. 고로 '시크릿'은 굉장히 높은 확률로 성취한 이들을 생성해낸다. '에잇! 이거 거짓말이에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극히 줄어든다. 시크릿은 '불신지옥'처럼 믿지 않거나 의심하면 부정적인 것들이 끌려온다고 말한다. 어느 누가 자신의 미래와 인생을 걸고 '그거 거짓입니다'라고 소리쳐 말할 수 있을까. '론다 번'은 이 모든 것을 기획의 단계에서 계획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다만 그것은 그런 효과를 낳았다. 그렇다고 시크릿이 나쁘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어쨌건 시크릿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그렇다고 믿으면 그 방면의 것들에 더 기민해지는 '망상활성계'가 성취를 이루는데 도움을 줄 것이고, 긍정적인 생각은 성공을 앞당기는데 한몫할 것이다. 고로 지금도 시크릿은 내가 애장하는 책 중 하나다.

안타깝지만, '론다 번'의 가정은 틀렸다. 거인들은 우리가 모르는 '비밀'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튜브를 찾아보자. 워렌 버핏과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버락 오바마, 마윈, 일론 머스크 등 성취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비밀'로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비밀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쏟아낸다. 그것도 무료로 쏟아낸다. 그들은 특별한 비밀을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이 뱉는 말들이 너무 특별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더 특별한 무언가를 찾을 뿐이다. 그들은 대부분 가장 멍청하고 미련하고 바보같은 방법으로 성공을 성취한다. 워렌버핏의 투자 방식은 '언제 올라갈지 모르니, 오래 들고 있자'이다. 또한 리처드 번스타인은 '무엇이 올라갈지 모르니, 전부 사라'고 했다.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는 그냥 일만 했으며 '비전노트'를 만들어 '최고 부자'라는 꿈을 적어 넣지 않았다. 전교 1등의 공부법은 실제로 단순하다. '많이 공부하기'다. 다만 대부분의 학생은 전교 1등에게는 특별한 공부법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것만 알아낸다면 자신도 언제든 그 위치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마법'이 있다는 '환상'은 세상을 재밌게 만들기도 한다. 간혹 앞과 뒤로 떨어지는 동전을 두고 '앞'이라는 고정된 정답을 외치고 있으면 절반은 무조건 맞는다. 절반이 맞는다는 소름끼치게 높은 확률은 삶을 즐겁게 하기도 한다. 실제로 인간의 사행성은 낮은 확률에서 달성했을 때 극에 달한다. 고로 더 많이 실패하다가 성공할수록 더 큰 희열을 느낀다. '거인들의 비밀'이라는 책은 12년 간 시크릿에 대한 문주용 작가의 생각을 정리한 책이다. 오랜 기간 시크릿을 믿음에도 특별하게 성과가 없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누군가는 '임금님이 벌거벗엇어요!'라고 용감하게 외치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 그는 시크릿이 잘못됐다고 말한다. 나 또한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나는 시크릿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믿어도 나쁠 건 없다고 본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분노가 세상을 바꾼다 - 홍사훈의 경제 브리핑
홍사훈 지음 / 베가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키'는 스포츠 용품 브랜드다. 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승리의 여신으로 알려진 니케(Nike)의 미국식 이름이다. 니케가 '승리'를 상징하는 것처럼 그 형제들도 각자 의미하는 바가 있다. '젤로스'는 질투, 비아는 '폭력' 마지막으로 크라토스는 '권력'을 상징한다. 이들은 제우스가 티탄 신족과 전쟁을 벌였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가 제우스를 도왔다. 재밌는 신화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이제는 영어 이야기다. 영어는 그리스어에 어원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권력'을 상징하는 '크라토스'는 '-cracy'의 어원이다. '지배, 힘, 통치, 국가, 정치를 의미한다. theocracy는 신정정치, aristocracy 귀족정치, mobocracy 우민정치, ochlocracy 폭민정치, monarchy 왕정제다. 이들은 모두 '-cracy'에 어원을 두고 있다. 단독적으로 정치하는 것을 monocracy 독재정치라고 부른다. (mono-는 단일하다는 의미를 가진다.) 여기에 반대를 의미하는 접두사 디(de-)가 붙으면서 democracy(민주주의)가 만들어진다. 국가의 주권이 누군가가 아니라 모든이에게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말하면 소유주가 한 명이 아니라 수 백, 수 천 만이다. 사장님 밖에 없는 대기업이다. 수 천만이 동업을 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누군가는 오른쪽으로 가길 원하고, 누군가는 왼쪽으로 가길 원할 것이다. 어느쪽이 맞는지는 없다. 각자 자신이 타고 있는 배가 훌륭한 목적지로 가길 원할 것이다. 모든 주인이 노를 들젓다보면 결국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 다만 민주주의에는 문제가 있다. 같은 목적의 사람들이 많아지면 민주주의라는 배는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다만 다수가 바라는 목적지가 반드시 올바르다는 법은 없다. 목적지는 누구도 가 본 적이 없다. 다수가 거짓 정보에 선동되어 같은 방향으로만 질주할 때, 배는 난파되거나 좌초되기 쉽다. 가는 길은 어떤 길인지 암초를 살피고 목적지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기타 여러가지에 대해 질문하고 의심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엔진을 가진 자동차도 무조건 '브레이크 장치'가 있기 마련이다. 달려가기만 했다고 빨리 도착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빠르고 안전한 도착을 위해 적절한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민주주의가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돕는 브레이크는 '견제'라고 부른다. 민주주의는 '견제'와 '싸움', '의심'이 필수적이다. 고로 시끌벅적 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카오스로 움직인다. 이것은 자연을 닮았다. 자연은 풀을 아무데나 자라게 하고 돌을 아무 곳에나 배치했지만, 그것은 그래야 할 이유가 있었다. 민주주의는 자연처럼 질주만하지는 않는다. 봄이오면 여름, 가을, 겨울이 오고, 다시 봄이 온다. 같은 자리를 순환하는 것 같으면서 점차 앞으로 나아간다. 이처럼 비효율적인 정치 방식이 민주주의다. 시끄럽고 지저분하고 비효율적인 민주주의는 아이러니하게 가장 완전한 체제다. 이는 카오스지만 결국 코스모스인 우주를 닮았다. 올바른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참여'와 '다양성'이 필수적이다. 고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역할은 민주주의에서 '언론'이 담당한다. 언론의 역할은 응원하고 축하하고 찬양하는 것이 아니다. 언론의 역할은 다수가 가는 방향에 대한 의심을 가지는 것이다. 키를 가진 이가 올바르게 운전을 하고 있는지, 도착지에 대한 정보는 분명한 것인지, 배의 문제는 무엇인지를 따져 들어야 한다. 각자가 생업에 집중하느라 우리는 대리인을 통해 통치하게 한다. 그들을 잘 감시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언론은 고로 뭐든 의심하고 불편한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의혹이 있으면 취재를 하고 확인이 되면 보도 해야한다.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가 '의심'이다보니 그들에게 필요한 기술은 '분노'다. 물론 그 분노 또한 주권자를 대리한다. 사법판단이 완전히 나오기 전까지 사실 언급하기 꺼려지는 주제들은 있다. 어쨌건 판단된 내용에 대해서만 취재하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 아니기에 문제가 있다면 제기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야기는 대통령 영부인과 도이치모터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해당 이야기는 '정치'에 관한 글이기에 별로 언급하고 싶진 않다. 어쨌건 첫 이야기는 '견제'를 한다. 두 번째는 제7광구다. '한중일'의 관할권 분쟁으로 얽혀 있는 이 곳은 가만히 있을 때, 일본에게 넘어갈 위험이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는 채산성 있는 다량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는 '정보 제공'을 한다. 세번째는 부동산과 관련되어 있다. 여기서는 의심을 한다.

제7광구는 나도 관심이 많은 분야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러시아 가채매장량보다 더 많은 매장량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제7광구는 실패한 영화의 제목과 닮았다.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는 말이 관용어처럼 쓰여지던 곳에서 이곳은 '독도'만큼이나 관심을 가져야 할 곳이기도 하다. 일본의 역사를 살펴보면 2차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일본에 대한 석유 수출 중지는 패전을 안겼다. 일본은 석유 운송로를 확보하기 위해 인도차이나 반도를 침공했고 미국은 이에 석유 수출 중지를 하면서 진주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했다. 현대는 '에너지 전쟁'이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들어가는 천연가스를 차단하고 사할린으로 들어가는 가스도 쥐고 있다. 중국은 이미 전기차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셰일혁명을 통해 '중동 에너지'로부터 독립한 미국과 소련, 중국이 3강 시대라고 볼 수도 있다. 쉽게 자유무역시대가 종료되고 보호무역의 시대로 이동하면서 우리 또한 '에너지 확보 및 독립'이 필수적이다. 안타깝지만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이들이 제7광구에 대한 관심이 적다. 한국이 2028년 안에 국제사법재판소와 국제해양법재판소에 분쟁 사건으로 제소하여 승리하지 않는다면 제 7광구는 일본과 중국이 나누어 가져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 편에 취재 다큐멘터리를 보듯 도서는 흥미롭고 속도감 있다. '속도'가 생명인 '언론'의 생태적 특징을 보완한 언론인의 책이다. 흥미롭게 읽힌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빙 잇 올 -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존 아사라프 지음, 박선주 옮김 / 부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페덱스' 로고에는 화살표가 숨겨져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철자 'E'와 'X' 사이의 공간을 살피면 우측을 향하고 있는 화살표를 볼수 있다. 그 화살표를 알아채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언제나 그 화살표를 보고 있었다. 화살표는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것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제 우리는 이 글의 첫 문장을 보게 됨으로써, 화살표의 존재를 알게 됐다. 앞으로 '페덱스' 로고를 보면 화살표가 보일 것이다. '존재'란 그렇다. 어떤 것에 집중하고 있는지, 어떤 것을 인지하고 있는지에 따라 그렇게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한다. 시대의 현재들은 언제나 '사랑'과 '감사', '긍정'을 말했다. 평소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어떤 것을 인식하는 순간, 그것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가장 좋아하는 철학은 '음양설'이다. '음양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다. '무조건 반대가 존재한다'라는 자연의 규칙이 불편하기도 했다. 다만 알면 알수록 '음양설'은 포용하는 분야가 많다. 철학과 물리학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현상을 볼 수 있게 한다. 어째서 시대의 현자들은 '감사'와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집중했나. 이것은 어쩌면 흔히 말하는 망상활성계(Reticular Activationg System, RAS) 때문일 것이다. 쌍둥이 녀석이 태어나기 전까지, '쌍둥이'라는 키워드는 내게 중요한 키워드가 아니었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는 쌍둥이가 없었고 내 주변에서 쌍둥이를 만나볼 일은 거의 없었다. 2017년 쌍둥이가 태어났다. 그 뒤로부터 세상은 나에게 거짓말 같은 현상을 보여줬다. 살펴보니, 살고 있는 동네에 '쌍둥이네'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사업장을 보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가 다니던 학교에도 쌍둥이가 있었으며, 어디를 가면 쉽게 쌍둥이들이 눈에 보였다. 이는 실제 쌍둥이가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앞서 말한 망상활성계 때문이다.

우리 뇌에 들어 온 정보는 망상활성계에서 처음 받아들여진다. 이 곳에 들어 온 정보는 중요도에 따라 나눠져 이곳 저곳으로 전송된다. 어떤 정보에 우선권을 주고, 어떤 정보에는 우선을 주지 말아야 하는지 결정한다. 망상활성계는 실제로 감각 정보가 들어오면 특정 정보에 대해 각성시키고 기민하게 만든다. 마치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에 기민하게 된다. 쌍둥이가 태어나기 전, 다른 쌍둥이들은 이미 그 세계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이 중요한 정보가 아니었을 때, 마치 세상은 쌍둥이가 존재하지 않는 것 처럼 보였다. 다만 쌍둥이가 태어나자, 세상은 쌍둥이들이 넘쳐나는 것 처럼 보인다. 한 정보에 의식이 깨어 있고 각성해 있게 된다. 이것은 몹시 중요하다. 특정 정보에 갈망을 가지만, 이들의 뇌는 같은 방향으로 기민하게 반응한다. 이들의 뇌는 그 정보에 각성하고 기민 반응을 한다. 이런 상태는 의식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무의식적으로도 작용하며 심지어 자고 있는 동안에도 작동된다. 이런 증상은 '미친 증상'과 닮았다.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하면 그는 반드시 꿈에 나타난다. 뇌가 바라는 갈망이 무의식 속에 들어와 박혔기 때문이다. 닮은 목소리, 표정, 말투는 다시 그를 상기시킨다.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그것을 마법처럼 이루어준다는 '시크릿'은 사실 물리학적 '우주'가 아닐지 모른다. 결코 눈에 보이지 않던 '쌍둥이'들이 세상에 넘쳐나는 것은 어쩌면 새로운 '다중우주'의 접속일지 모른다. 다시 '페덱스'의 로고로 돌아와보자. 다시 바라본 페덱스의 로고에서 화살표는 너무나도 잘 보인다. 그 화살표를 집중해서 보고, 오래 바라보기를 한다면 그 뒤로 부터는 화살표만 보인다. 성공한 이들의 특징은 흔히 '목표의식'이라고 말한다. 원하는 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열정'을 이야기한다. 다만 '열정'에 앞서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정보에 과다 노출되는 것이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 쓰면 이루어지고, 말하면 이루어진다. 생각하면 이루어지고, 상상하면 이루어진다. 쉽게 이룬다고 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사실 온 우주가 나를 위해 작동되는 것 처럼 말하지만 실제로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목표를 기민하게 해주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간절히 원하는 이들은 먹을 때마다, 입을 때마다, 걸을 때마다 심지어는 잘때마다 목표가 떠오를 것이다. 그것이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파고 들면 잊혀져야 할 목표는 이따금씩 상기되며 지속성을 만들어 낸다. 한 번만 검색하면 관련 키워드를 자꾸 추천하는 알고리즘처럼 우리가 비슷한 정보를 만날 확률을 높혀준다. 의식적으로 해야 할 뇌의 작용은 자는 8시간동안, 운전하는 시간, 씻는 시간도 꾸준하게 이뤄진다. 간절히 바라고 그것을 실행하면 자아가 삭제되는 상황에 이르는 상황까지 무아지경으로 빠져 들어간다. 그것은 '몰입'이 된다. 열정, 몰입, 실천. 이것은 성공에 이르게 한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에게 누군가가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대단한 법칙을 발견하게 됐냐고 말이다. 이에 뉴턴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내내 그 생각만 하고 있었으니까."

그 말은 당연하다. 영어를 간절히 하고 싶었던 만 스물의 나는 꿈에서도 영어를 공부했다. 노래를 듣다가 영어가 나오면 '기민'해졌다. 아이를 키우면서는 내 아이와 비슷한 또래들의 자꾸 보인다. 이것은 분명 '열정'은 아니지만, '열정'보다 더 '열정'스럽다. 끊임없이 같은 방향으로 회귀하는 회귀장치를 심어 놓은 듯하다. 우주라는 것은 내가 태어나기 전 부터 존재한 물리학적 시공간이 아니라 어쩌면 '내 머리'가 만들어낸 다차원 시공간일지 모른다. 그렇다.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돕는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쁜 회사 재무제표 - 좋은 투자와 돈의 흐름을 읽는 가장 쉬운 방법
이대훈 지음 / 베가북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국그릇에 된장찌개가 담겨 있다. 된장찌개를 좋아한다. 국그릇에 코를 박고 먹는다. 그렇다고 내가 국그릇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국그릇은 도구이지, 컨텐츠가 아니다. '책'도 그렇다. 책을 좋아한다는 말은 잘못됐다. 돌이켜 보니 그렇다. 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담고 있는 컨텐츠를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컨텐츠는 '경제'다. 경제는 반드시 책이 아니라도 좋다. 영상이나 사진도 좋다. 대학에서 '경제'를 공부했다. 경제는 매력있다.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을 닮았고 때로는 인생을 닮았다. 역사를 닮기도 했다. 경제는 그것들을 닮았다.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담기도 했다. 모든 것을 '경제'로 설명하는 것은 비판받기도 한다. 다만 환경에 더 적합한 종이 살아 남는다는 의미에서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와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농장에서 '적과 작업'을 한 적 있다. 한 가지에 너무 많은 과일이 달렸을 때, 부실한 과일은 저절로 낙과한다. 그것은 자연선택이다. 다만, 농부는 인위적으로 가장 실한 과일을 제외한 나머지를 뜯어 버린다. 농부가 개입하여 과일을 뜯어버리는 것은 케인즈주의를 닮았다. '자연 선택'을 돕는 '인위적 개입'. 농부는 가지에 달린 과일 중, 실한 것과 실하지 않은 것을 골라 내야 한다. 초짜 농부는 달린 과실 중 실수로 실한 걸 뜯고 부실한 걸 남기기도 한다. 여지 없이 부실한 과일은 크게 성장하지 못한다. 농부의 능력은 '농장'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것이 실한 과일인지, 부실한 과일인지를 아는 것은 몹시 중요하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는 대규모 양적완화를 불러 일으켰다. 더 근본적으로 가자면 2008년 리먼사태부터 이미 세계 경제는 엉망이었다. 일단 넘어지지 않기 위해 밟아야 하는 자본주의가 회복을 더디게 하고 급한 불을 끄며 진행하게 했다. 이대로 갔다가는 자산가치가 지나치게 상승하고 화폐가치가 엉망이 될테다. 화폐가치란 다시말하면 '달러 지위'와 '패권'을 의미한다. 농부는 한 가지에 달린 여러 과일 중, 더 크고 실한 과일을 키워 내기 위해 멀쩡한 과실을 뜯어내야 한다. 그 출혈을 감내하지 않으면 그 가지에 달린 모든 과일은 '꼬마과'가 된다. 아까워 뜯지 못한 농부의 최후는 '상품성 없는 과일'을 생산할 뿐이다. 미국 중앙 은행은 마구자비로 성장하는 과일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명분은 '인플레이션'이고 방식은 금리인상이다. 앞으로 '우수수'하고 부실한 과일들이 떨어져 나갈 차례다. 그간 농부의 두려움과 게으름으로 달려 있던 과일들이 와르르 떨어질 것이다. 필사적으로 가지 중 실한 것을 찾아내야 한다. 그 안목을 길러야 한다. 과일이 많이 달린다는 소문이 나자, 초등학생은 물론 전업주부와 중고등학생, 대학생 할 것 없이, 너도 나도 투자를 시작했다. 뭐든 잡고 있으면 성장한다는 확고한 믿음은 '그래도 미국주식은 안 망해, 그래프를 봐바!'다. 그렇다. 성장은 반드시 우상향 한다. 과일을 여는 나무가 다시 새싹으로 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와중 와르르하고 부실한 과실을 떨구고 나아갈 것이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들고 있는 과일은 대게 부실하다. 그들은 농사 한 번 지어보지 않고 '적과'를 시작한 초보 농부와 다름없다. 그것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그래프'나 허무맹랑한 '미래 비전' 따위가 아니다. 현실적인 '재무제표'를 들여다 보는 일이다.

근래 투자를 시작한 이들은 마치 자신이 투자이 신이라도 된 듯, 경제에 관해선 자기 철학을 갖고 있다. '국부론' 한 권 읽어보지 않은 이들 혹은 '벤저민 그레이엄'이 누군지 모르 이들은 '워렌버핏의 투자철학'을 들먹거린다. 재무제표는 확인하지 않고 17세기 일본인들이 쌀가격을 표시하기 위해 만들어낸 '캔들차트'로 미래 가격을 재단한다. 넓게 그려진 차트 위에 멋지게 선을 긋고 '매집구간', '개미털기', '매수신호', '매도신호'를 언급한다. 단연컨데 내일 쌀값은 어제 쌀값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쌀값을 형성하는 것은 '기온', '생산량', '인구변화', '식습관', '문화' 등 다양하다. 빨갛고 파란 그래프들 들여다 본다고 내일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보기 위해선, 최소한 '천문학', '심리학', '철학', '지리학', '수학' 등의 지식이 필요하다. 워렌버핏은 '워렌버핏의 투자철학'이란 책을 읽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차트를 살피고 투자하지도 않는다. 그가 가장 많이 보는 것은 '재무제표'다. 공시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혹은 '재무제표'를 확인하지도 않고 투자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워렌버핏은 말했다.

'물이 빠지면 누가 벌거벗고 수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드디어 물이 빠진다. 워렌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거래를 앞두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많지 않던 '물 빠지는 기간'에 적극 투자를 준비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책을 읽으면서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경제에 관심을 가진 것을 본 기억이 없다. 다만 이들은 '경제'가 아니라, 오로지 '돈'과 '자산'에만 관심을 가진다. 낙과 시기에 떨어진 과일은 안타깝지만 농장은 더 과감하게 부실 과일을 떨어뜨릴수록 성장한다. 그것이 세계 경제가 성장해 왔던 방식이다.

우리 딸이 성인이 되면, 가장 권장하는 아르바이트로 '경리 업무'를 시키고 싶다. 가만히 앉아서 영수증을 붙이고 오른 손으로 '더존 프로그램'에 숫자키를 누르는 '사무직 노가다'라는 경리직은 실제로 매우 바람직한 경제 공부이기도 하다. 회계를 공부하면 '차변'과 '대변'의 개념을 배운다. 돈을 지출했다고 마이너스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회계는 한쪽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다른 쪽에 플러스를 기록한다. 경제에서 그냥 사라지는 돈은 없다. 어떤 경제 활동도 자본이 재화로 변경되지 증발되지는 않는다. 100만원짜리 자전거를 구매하면 100만원이 사라졌을 뿐만아니라 100만원짜리 자전거가 생겨난다. 한쪽에는 사라지고 한쪽에는 생성되니 사실은 그 균형이 맞는다. 경리직원이 입력하는 단순한 차변과 대변은 감사를 통해 재무제표가 되어 그 회사를 평가하는 수단으로 자리잡는다. 제주에는 '부끄다'라는 표현이 있다. 표준어로 검색하면 '용솟음치다'로 나온다. 이 표현은 감귤에도 사용된다. 크기가 커다란 과일은 껍질이 '부끈 상태'일 때도 있다. 즉, 알맹이는 부실한데 물을 많이 먹으면 껍질만 '부꺼서' 크기만 키운 것이다. 이것은 상품이 되지 못한다. 어떤 회사가 인위적으로 규모만 키우기 위해 '부끈 상태'로 성장하고 있는지, 당도는 시원찮으면서 산도만 높은지, 어떤 비료를 사용하고 물은 얼마나 주는지, 햇볕은 얼마나 쐐고 있는지의 기록을 살필 수 있다. 아버지의 '영농일지'를 살피면 그해 농사를 예측할 수 있다. 그것이 거의 유일한 좋은 회사 찾는 법이다. 농사는 오늘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일이 아니다. 경제도 그렇다. 투자는 오늘하고 내일 수확하는 것이 아니다. 시기에 따라 언젠가는 꽃이피고, 언제는 과한 과일이 열려 있기도 하고, 언제는 '적과 작업'으로 괜찮은 회사를 골라 낼 때도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투자자는 '박영옥' 님이다. 개인적으로 죽기 전에 꼭 만나 뵙고 싶은 분이기도 하다. 그분의 별명이 '주식농부'다. 농장을 예로들자면 지금은 적과 시기다. 우수수 부실한 것들이떨어지고, 실한 과일 위주로 한참을 더 투자하면 그때서야 수확할 시기가 온다. 앞으로 10년, 적과 작업을 한 뒤 5년 성장을 하고 다음 5년에는 수확할 시기가 올 것이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