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어
로빈 노우드 지음, 문수경 옮김 / 더난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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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는 인간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무의식'을 탐구한다. 그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성인이 된 우리의 선택과 행동을 결정 짓는다고 봤다.

'로빈 노우드'의 '우리는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어'는 '프로이트 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여성이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심리는 무엇 때문일까.

'로빈 노우드'는 이것이 단순 '나쁜남자'가 가진 '매력' 때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여자가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이유는 어린 시절에 형성된 무의식적 욕구와 관련있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감정적 패턴을 성인기의 관계에서도 반복한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거나, 사랑이 불안정했던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채워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갈망을 갖는다. 나쁜 남자의 여자를 대하는 '애매한 태도'는 이 갈망을 자극한다. 그의 무심한 핸동 뒤에 감춰진 작은 따듯함이 마치 어린 시절에 간신히 받았던 관심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

로빈 노우드는 이런 심리를 책 전반에 둔다.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여성들은 자신이 사랑 받을 자격이 있고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다. 그 노력은 때로 자신을 파괴하는 '집착'으로 이어진다. 사랑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면 상대가 언젠가는 변화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를 떠나지 못한다. '나쁜 남자'가 자신에게만 한없이 '착해질 어느 순간'을 믿으며 일방적 관계를 잇다가 결국 자신조차 잃어버린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무엇이 중요한가. 첫째는 자신의 무의식을 인지하는 하는 것이다. 나쁜 남자와의 관게는 단순한 운명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익숙했던 과거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둘째는 자기 돌봄이다. 관계에서 상대의 사랑에 매달리기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우선이다. 다시 프로이트의 이론을 비리자면, 무의식에 의해 휘둘리던 삶을 의식적으로 다룰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우리는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어'는 '나쁜남자'를 비판하는 책이 아니다. '나쁘다'는 가치판다은 상당히 상대적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사랑을 왜곡시킨 스스로가 가진 심리적 뿌리를 직면하도록 돕는다.

'노우드'는 말한다. '사랑은 고통이 아니라 성장이어야 한다.'

관계에서 주는 것과 희생하는 것은 다르다. 어떤 것은 '내주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희생'이라면 '내줄수록' 스스로 잃어버리는 것이다. 고로 자신을 잃으면서까지 상대에게 매달리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결핍에 대한 욕구다.

책을 덮고 생각해본다. 사랑은 상대를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방향이 자신에게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이전에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데에서 사랑은 시작된다. '우리는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어'는 사랑이라는 복잡한 감정을 직면하도록 돕는다.

사실 이책은 2,30대 한창 연애를 할 젊은 여성들이 읽을 만한 책이다. 어쩌다가 나처럼 이미 흰머리가 스믈스믈 올라오는 아저씨에게 와서 읽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읽다보면 '성별'과 '나이'에 상관 없이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은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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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그늘
고광률 지음 / 파람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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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생존자 '하봉자'의 관점에서 미군 하지스의 내적 갈등이 교차로 묘사된다. 이는 단순 역사적 서술이 아니라 사건에 연류된 인물들의 다양한 관점을 느끼게 해준다.

소설 '붉은 그늘'은 가해자뿐만 아니라 '방관자'를 비롯한 모두의 역할을 묻는다. 최근 대통령의 '계엄선포'로 더 적나라하게 소설을 간접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총'이나 '군인'은 '끔찍함'보다 '추억'에 가깝다. '군대'하면 먼저 떠올리는 일이 20대 청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20대 초반에 군입대를 하며 비슷한 나이의 병사들과 '적잖은 추억'을 쌓은 일이 '군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다만 며 칠전 국회로 무장 군인이 투입되는 장면을 보게 됐다.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며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됐다.

'계엄군 투입'이라는 '교과서'에서 보던 사건을 실제로 봤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상을 사느라 '과거'를 잊곤 한다. '군인'이라는 말이 '추억'이 아니라 '공포'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소설로 혹은 짧지만 하루의 계엄으로 느꼈다.

고광률 작가의 붉은 그늘은 1950년 한국 전쟁 당시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을 그린다. 이 사건을 통해 집단 폭력과 책임을 묻는다. 소설 속 하지스는 군인의 명령과 인간으로써 양심 사이에 갈등을 겪는다. 그의 내적 독백이 비극의 본질을 직시하게 만든다.

하지스는 아이들을 겨냥하라는 명령을 받고 총구를 망설임없이 내렸다. 그 장면과아이들의 울음소리, 하지스의 내적 독백이 교차한다. 양심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 이 장면은 명령을 수행하는 군인의 역할과 인간으로써의 도덕적 책임 사이의 대립을 보여준다. 시민을 마주한 젊은 계엄군의 심리 상태도 이와 비슷했을까.

민주화 운동을 그리는 영화를 보면 시민과 군인들이 대립 초기에는 '인간다움'이 드러난다. '군인'들은 '시민'을 '삼촌', '부모', '형'처럼 생각하고 마찬가지로 '시민'들도 '군인'을 '동생', '아들', '조카'처럼 여긴다. 다만 사건이 점차 격해지며 전혀 공존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개체'로써 존재하게 된다.

우리는 짧은 계엄으로 잊혀졌던 과거를 강제 소환 당한다. 실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계엄'이라는 사실을 뉴스로 전해 들었다. 모두는 '수동적 방관자'에 지나지 않았다. 소설을 읽다가 내려 놓은 나또한 '실제'를 바라보며, '소설'을 떠올리던 방관자 중 하나다. 유튜브 스트리밍 채팅에는 '내일 학교 가야 하나요?' 혹은 '출근하기 싫다' 등의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우리가 1950년 비극의 시대에 태어났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고 살아갔을가.

명령을 따르는 군인이든, 침묵하는 시민이든, 모두가 어떤 형태로든 역사의 한 장면을 만들어 낸다. 고광률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 군인 하지스의 내적 갈등은 단순한 개인의 고민이 아니라 '인간 본질적인 질문'이다. 폭력 현장에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폭력은 누군가의 방관 속에서 자란다. 그 방관자가 어쩌면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불편한 진실이다.

그렇다고 계엄 사실을 듣고 잠못 이루진 않았다. '국회' 재적 의원 과반이 이를 해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뒤다. 실제 계엄은 해지가 됐고 계엄군 중 일부가 '의원'의 '국회 참석'을 묵인했다는 사실을 보며 소설속 '군인'의 내적 갈등이 떠올랐다.

대통령 계엄이 해지되고 사회는 말한다. 사회가 성숙한 관료주의가 되면서 리더 한 사람의 부재나 이탈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다만 대의민주주의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방관과 침묵에 의해 제도조차 무력하게 되는 일을 막는 것이다. 바로 '관심'이다. 얼마전 벨기에는 무정부 상태로 500일을 지냈다. 그 동안 평화롭게 국가가 운영되는 모습을 보였다. 해외에 거주하는 동안, 대한민국에서도 대통령 자리가 공석이 됐었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문제없이 국정운영되었다.

이런 성숙한 '제도'를 갖기까지 얼마나 많은 비극이 이땅에 있었는가. 소설은 잊고 있던 과거를 상기시킴으로서 지금의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또한 감사함을 갖도록 한다. 어쩌면 이것은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순기능일지 모른다. 책은 612쪽이나 되는 분량이지만 몰입도가 높아서 빠르게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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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인문학 필독서 50 필독서 시리즈 24
여르미 지음 / 센시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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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도서인플루언서 1위, 필명 여르미(류지아 작가)의 추천 인문서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만약 내 아이가 꼭 읽었으면 하는 책들은 어떤 책들이 있을까.

-'여르미 필독서' 중 나또한 추천하는 도서(읽은책)

1. '노자'의 '도덕경'

2. '마이클 센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3.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4. '공자'의 '논어'

5. '재레드 다이아몬드' '총균쇠'

6.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7.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

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9. '알랭 드 보통'의 '불안'

10.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

11.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여르미 필독서' 중 읽지 않은 도서(읽을 책)

1. '에릭 홉스봄'의 '제국의 시대'

2.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

3.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4.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

5.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

6. '카렌 암스트롱'의 '축의 시대'

7.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8. '르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9.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10. '칼 구스타프 융'의 '심리유형'

11.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여르미 필독서' 중 언급되지 않은 개인 추천 도서

1. '키스 휴스턴'의 '책의 책'

2.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3.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4.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5.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의 '모두 거짓말을 한다'

6. '팀 마샬'의 '지리의 힘'

7. '폴 센'의 '아인슈타인의 냉장고'

8. '이순칠'의 '퀀텀의 세계'

9. '도올'의 '노자가 옳았다'

10. '마이클 샌들'의 '정의란 무엇인가'

11. '헤르만 파르칭거'의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

12. '바트 어만'의 '기독교는 어떻게 역사의 승자가 되었나'

13. '헨드릭 하멜'의 '하멜 표류기'

14. '백승만' 분자 조각가들'

15. '해리 클리프'의 '다정한 물리학'

16. '마이클 셸런버거'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작가는 완독하지 말고 순서대로 읽지 않길 바랬으나 순서대로 완독했다. 2025년 읽을 책 리스트가 꽤 정리됐다.)

성인 대부분이 1년 간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만약 그렇다면 1년에 한 권씩 읽어도 어떤 사람은 2~30년이 걸릴지 모른다.

고로, 만약 우리 아이가 전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으로 자란다?

혹은 어떤 사람이 죽을 때까지 딱 4권만 추천해 달라고 말한다?

나는 이렇게 추천할 것 같다.

'노자', '사피엔스', '코스모스', '총균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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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잘하는 아이가 이깁니다 - ‘갓민애’ 교수의 초등 국어 달인 만들기
나민애 지음 / 김영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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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초 학부모가 되면서 아이 교육에 관심이 많아졌다. 2024년, 그 이유로 교육 관련 책을 많이 읽었다. 유튜브 영상도 보고, 관련 글도 자주 쓰게 됐다. 글 상당수가 '교육'으로 향하다보니 알게 됐다.

모두가 비슷한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또한 노출이 잦은 전문가들도 익숙해졌다. 마치 초면이지만 구면인듯 하다. 나민애 교수도 그렇다.

여하튼 꽤 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느낀 바는 결국은 '문해력'이다. 다수의 전문가가 한 목소리로 말한다.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도,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도, 학교 선생님, 학원 원장, 작가 할 것 없이 모두 한 목소리로 말하는 바가 있으니 '문해력'이다. 한 가지를 더하자면 '한자'다. '영어'를 가르치는 '조정식' 강사도 만약 자신의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첫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자'라고 답했다.

대한민국 성인 열명 중 여섯이 1년에 책 한권 읽지 않는 나라다. 학부모 대부분이 '독서'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고 하지만 아마 실천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아이가 책을 읽기 위해서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책을 읽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머리로 알지만 행하지 못하는 다수의 학부모와 학생이 많다. 평생 책 가까이 해보지 않던 내 또래도 아이의 교육을 위해 이제 일과시간 외의 시간에 '책'을 읽어야 한다. 다만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나의 경우는 눈을 뜨지마자 '책'을 먼저 잡는다. 아이의 머리를 말릴 때도 책을 읽는다. 특별한 노력없이 나에게는 아이에게 물려줄 좋은 습관을 하나 모범적으로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정도 안심이다.

아이와 매주 수요일 '책의 날'로 정했다. 2주에 한 번은 반드시 도서관을 간다. 2주 간 읽을 30권의 책을 수레에 끌고 온다. 다 못읽어도 좋다. 그저 가져온다. 이유는 단순하다. 책을 좋아하다보니 느끼는 것은 구매한 책을 모두 다 읽지 않는다는 나의 습관에서이다. 책을 고르는 순간도 '독서 활동'의 일부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가 직접 고르고 읽고 싶으면 읽되, 읽지 않으면 그대로 반납한다. 같은 책을 두 번 읽어도 되고, 세번 읽어도 된다. 어떤 경우에는 30권 중에 한 권만 무한 반복하다가 29권을 그대로 반납한다.

도서관에 가지 않는 2주에 한 번은 '서점'을 간다. 아이의 학교는 매주 수요일이 4교시다.

유일하게 다니는 피아노 학원을 매주 수요일마다 결석한다. 이날은 아이에게 주말보다 기다려지는 날이다.

이날, 아이는 모아둔 용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도너츠를 먹는다. 먹고 싶은 것을 실컷 먹고, 하고 싶은 것을 실컷한다. 새로운 신발을 사거나, 옷구경도 이날간다. '이날'의 공식명칭은 '도서관 가는 날'이다. 아이는 '도서관 가는 날'을 주말보다 손꼽아 기다린다.

도서관에서 가만히 있지 못하던 아이들은 어느 순간부터는 무릎 위에 앉았다. 시간이 지나자 아이는 무릎에서 벗어나 도서 검색 컴퓨터 앞에 앉았다. 다시 얼마가 지나자 '학습만화' 앞에 서성인다.

지금은 학습만화와 동화책을 반반 가지고 와서 한참을 읽는다.

'나민애 교수'의 글은 지금껏 찾아보던 다른 여타 초등 교육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본질'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독했다. 새로운 무언가를 알기 위해 읽었다기보다 이미 행하는 일에 확신을 심기 위해서다.

가끔 교육에 대한 철학이 흔들릴 때가 있다. 역시 이것저것 주변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이다. 사실 뭐가 중요하다고 해도 '국어'가 무조건 중요하다. '국영수'라는 학습 과목으로 여겨서 그렇지 사실 국어는 '수학이나 영어'처럼 하나의 과목이라기 보다 모든 학습의 '근간'이지 않는가.

숫자를 모르고 어떻게 수학을 배우고, 알파벳을 모르고 어떻게 영어를 배울 수 있을까.

모든 학습에는 '국어'가 근간이 된다. 고로 책읽기를 넘어설 어떤 학습법도 존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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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인간적인 건축 - 우리 세계를 짓는 제작자를 위한 안내서
토마스 헤더윅 지음, 한진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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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종이 질감'이 있다.

'더 인간적인 건축'은 아마 '벌크 페이퍼'로 만들어진 종이 같다. 겉보기에는 벽돌책처럼 보이지만 가볍고 두께감이 있으며 흐릿한 질감이 신문지를 읽는 것처럼 눈이 편하다.

이런 류의 종이는 책을 펴고 손가락에 만져지는 감촉부터 기분 좋게 한다. 책을 펼때마다 '훅'하고 콧구멍으로 들어오는 종이 냄새도 좋다.

내가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마 '한가지' 이유인 것 같다.

'향수'

해외에서 10년 간 거주하면서 다른 '한국인'과 다른 점이라면 참 '도서관'과 '서점'을 자주 찾았다.

다 읽지도 못할 거면서 '책욕심'은 왜 그렇게 많은지 영문으로 된 다양한 책을 구경하고 구매하고 오는 것이 취미였다.

다시 한국으로 귀국하면서 그때 구매한 대부분의 책은 처분했지만 그 향수가 아직도 남아 있다.

한국의 책과 해외책의 차이점은 아주 분명하다. 한국의 책은 화려하고 묵직하고 반들거린다. 한국인들이 '예쁜 것', '보여지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런 듯하다. 반대로 해외책은 '가볍고', '지루하다' 책표지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안쓰는 듯 하다. 대부분 한국 책들은 '양장본'이 기본처럼 출판되지만 '원서'들은 책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며 '수집'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양장본'을 선호하는 경우는 많이 없다.

벌크지의 특징이러면 눈이 너무 편하다. 향이 좋다. 가볍다. 촉감이 좋다.

'토마스 헤더윅'의 '더 인간적인 건축'을 보면 알 수 있다.

더 인간적인 건축은 현대 건축의 따분함에 대해 말한다. 직선, 반듯함, 일률적임 등 현대 건축이 갖고 있는 따분함을 이야기한다.

책은 '건축'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책의 구성을 보면 '책' 자체가 주는 매력이 훨씬 크다. 이는 일본의 '킨즈키'와 닮았다.

일본에는 '킨즈키'라고 하는 문화가 있다. '킨즈키'는 깨진 도자기를 금과 옻으로 수리하여 '금'이 난 자체가 하나의 디자인 요소를 주는 것이다.

일본 문화는 굉장히 독특한 특징이 있는데 건축과 정원에서는 동양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안정적', '인위적', '완전적' 분위기를 형성하면서도 '미완'을 좋아한다. 예전 일본인 지인에게 듣기에 안짱다리나 덧니, 얼굴점, 짝눈, 작은 키가 매력이라고 했다.

한국은 건축과 정원에서 비교적 '자연적'이고, '불완전성'을 가지면서 '깨끗한 피부, 대칭된 얼굴, 큰키 등을 선호한다. 문화에 우열을 가릴 수는 없으나 개인적으로 '미완'이 주는 '자연스러움'이 '인간적인 느낌'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독특한 생각이든 것이 있다. '인간적인'이라는 형용사와 '인위적인'이라는 형용사가 가진 특징이다. 둘은 얼핏 비슷하지만 다르다. 인위적인 건축은 직선과 단조로움, 일률적인 특징이 있다. 반면 인간적인 건축은 '곡선', '다양성', '복잡함'이 있다.

한국과 일본이 가진 미에 대한 모순처럼 '인간'이 가진 다양한 모습이 모순을 만들어내는듯 하다.

책에는 굉장히 다양한 장난스러움이 묻어 있다. 분명 번역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 장난스러움을 그대로 가져온 '출판사'의 노고가 그대로 느껴진다.

가령 단조로움이라는 말을 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안조로움'이라고 표현한다거나 손글씨로 적혀져 있는 다양한 주석들도 재밌다.

글씨가 삐뚤어져 있거나 갑자기 세로로 나오기도하고 그림에 맞춰 글이 갈려져 있디고 하다.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맛이 분명하게 있다.

책은 얼핏 두껍지만 대부분이 사진과 그림이다. 쉽게 넘어간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물리적 책에 백 퍼센트 만족하게 하는 책이다. 아마 책이나 건축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이 책을 접하면 흥미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이런 책이 더 많아지기를 개인적으로 소망해본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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