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이리 재미날 줄이야 - 아프리카 종단여행 260일
안정훈 지음 / 에이블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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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병이었다. 운전병은 하루 두 번의 배차를 받는다.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이렇게 배차를 받으면 운행시간은 길게는 1시간, 짧게는 20분도 걸리지 않는다. 두돈반이라고 불리는 트럭을 적재소에 대놓고 보통의 운전병은 담배를 피우러 자리하거나 낮잠을 잔다.

운이 좋고도 내가 배치받은 차량은 '신병훈련소'에서 자대로 가는 병사를 데려다 주는 일이었다. 오후에 차량 배차가 있더라도 '병사'를 운송하는 운전병의 특혜란 '졸리지 않도록 배려'하는 일이다. 그렇다. 쌀이나 과자를 싣는 운전병과 다르게 '사람'을 싣는 운전병은 최대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

당시 배차 받은 대대에서 혼자 쉴 수 있는 '휴게소'를 마련해 주셨다. 이전 담당 운전병은 그곳에서 TV를 보거나 탁구를 칠 수 있었다고 들었으나, 내가 갔을 때는 이미 TV와 탁구대는 사라져 있었다. 최소 15평은 되는 휴게실에는 벽 가득 책이 꽂혀 있었다. 자리에는 소파가 하나 있었다. 가끔 나를 대신하여 배차 받은 운전병들은 그 곳에서 낮잠을 자곤 했다.

오른손 검지 손가락으로 꽂혀 있는 낡은 책을 '스윽'하고 쓸어가다가, 몇 권의 책에서 멈춰서 꺼내 읽었다.

당시 책을 들고 건물 밖으로 나가면 시원한 계곡이 산을 끼고 흐르고 있었다. '졸졸졸' 하는 소리와 새소리가 절로 마음을 정화 시켰다. 그곳에서 '차량'을 전방으로 배치하고 책을 읽었다.

군생활 2년 중 1년은 이등병과 일병이라 거의 책을 읽지 못했으나, 상병이 되면서 시간적 마음적 여유가 생기면서 독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당시에 책을 읽으면 수첩에 기록하고 점수를 써놓거나 한줄평을 써놓기도 했는데 당시 1년 간 읽은 책은 100권 정도 됐다. 리스트는 이렇다.

'호아킴 데 포사다'의 '마시멜로 이야기'

'유수연 강사'의 '23살의 선택, 맨땅에 헤딩하기'

'허경영'의 무궁화 꽃은 지지 않았다'

(당시는 이 인물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편었다.)

'박현욱 작가의 '아내가 결혼했다.'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타워'

'츠지 히토나리'의 '냉정과 열정사이'

'공지영'의 '사랑후에 오는 것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

'박윤서 작가'의 '창판협기'

대략 이런 것들이 기억난다. 당시 페이지를 넘길 때 나의 모습과 배경 시간, 감정이 동시에 기억나는 걸 보니, 책이라는 것이 참 신비하다. 오죽 책만 보고 살다보니, 당시 타부대 대대장 님께서 일부러 부대까지 찾아왔다.

당시 위병소에서 앉아 근부하고 있었는데 그 창가로 다가오셔서 만원짜리 몇 장을 '툭'하고 던져 주셨다.

'볼 때마다 책 읽고 있더라고, 책 좋아하는 것 같은데, 전역하면 책사서 읽어라'

지금 생각해보면 스쳐 지나가는 나의 모습을 지켜보고 전역날 일부러 찾아와 돈까지 던지고 간 그 모습이 너무 대단해 보인다.

'나는 그런 어른이 되어가고 있을까.'

아마 그 대대장의 나이는 지금 나보다 훨씬 어렸을 텐데 말이다. 어쨌건 당시 읽었떤 책 중 인상 깊은 책이 '한 아이 엄마'가 아들 둘을 데리고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살면서 겪은 이야기를 쓴 책이었다.

살면서 아프리카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본적 없었다.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은 어떤 역사를 쌓고 왔을까'

완전히 이질적인 삶에 매력을 느꼈다. 그때 이후로 나의 꿈이 '아프리카'에 가는 것이 됐다.

아프리카는 나에게 그런 곳이다.

단순히 돈만 있다고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단순히 시간만 많아도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이 둘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 조건은 아니다.

아프리카에 가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뿐만 아니라, 그곳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같은 돈이면 충분히 유럽에서 편하고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으며 그럴싸한 사진을 SNS에 올릴 수도 있다.

'여행을 위한 여행자'가 아니라 '일상'을 사는 평범한 사람이 과연 '아프리카'를 여행 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면 꼭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의 꿈은 '아프리카'를 가는 것이다.

그냥 하는 모든 일을 그만두고 몇 개월 갈 수도 있다. 다만 내가 원하는 방향은 그런 방향이 아니다. '그곳'을 갈 수 있는 충분한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 그것이다.

그 뒤로 나는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유튜버는 구독을 하고, 기행문도 '아프리카 기행문'은 꼭 사서 본다.

언제쯤 나도 아프리카를 여행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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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 48편의 어른 동화
돈 후안 마누엘 지음, 서진 편저 / 스노우폭스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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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기 중세 스페인의 작가이자 정치가이자 군인이자 귀족인 '후안 마누엘'의 글이다. 문화와 시기,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중세 시기 유럽의 귀족은 인구 전체의 5% 미만이다.

즉,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기회는 '인류사'를 통틀어 극하게 드문 일이다. 700년의 시간, 동양과 서양이라는 물리적 거리를 넘어 그의 글이 나에게 왔다. 그는 스페인 문학사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알폰소 10세의 손자로 아주 유력한 귀족 가문 출신이며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인물로 활약했다. 군사 작전에도 참여하고 왕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독립적인 정치적 입장을 갖기도 했다.

시기만 보아도 알 수 있듯, 당시 문학은 주로 종교적이었다. 글을 쓰는 사람도 대부분 성직자 중심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인의 사고 방식과 조금은 다를 수 있다. 다만 '후안 마누엘'의 글은 다르다. 그의 관점은 꽤 세속적이고 실용적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현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성공'을 이룬 이들을 인용한 '자기계발서'가 많다.

'워렌버핏', '빌게이츠', '일론 머스크', '마크 주커버그' 등 그렇다.

이들은 참 대단한 인물이지만 우리 세대의 인물일 뿐이다. 인류 역사는 이런 인물을 꾸준하게 배출해 왔다. 현대의 성공가들은 자신의 업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아직 현재 진형 중이다. 고로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대중에게 꾸준하게 어필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 인물을 포함하여 다수의 '성공한 인물'들은 그들이 아주 개인적인 이유로 했던 메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역사를 찾아가다보면 그들만큼 대단했던 역사적 인물들의 '사적인 메모'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는 다양한 세속적인 교훈을 우리에게 준다. 뿐만아니라 교훈을 이끌어 내기 위한 '동화'같은 이야고 함께 있다.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나 안데르센의 '발거벗은 임금님'도 이 책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재구성했다.

우리가 인간으로써 살아가는데 '규범'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법'과 달라서 칼로 무자르듯 동강 낼 수 없는 정의다. 하물며 법조차 해석이 다를 수 있어서 '법조인'의 다툼은 때로 '칼든 무사' 만큼이나 치열하다.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규범은 언제나 개인이 스스로 만들어낸 '가치관'과 부딪친다.

우리 사회는 '스스로 사회 규범과 자신의 가치관을 비교할 의지력을 상실했다. 고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대로 하세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법대로 하세요'는 언뜻 좋은 표현이지만 우리 사회는 '법'으로만 움직이진 않는다. 10대 소년이 80대 노인에게 반말을 한다고 해도 '위법'은 아니다. 학생이 교복을 입은 채 거리를 횡보해도 위법은 아니다. 법은 '최소한의 무언가'이지, '최선'이 될 수 없다. 대한민국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은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손에는 칼을 쥐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

장애인 주차장의 과태료는 10만원이다. 다시말하면 10만원을 주차비로 감당할 여력이 있으면 주차할 수 있다. 법이 가진 헛점이다. 같은 행위라고 하더라도 소득 수준에 따라 그 기준은 얼마든 낮아질 수 있다.

대한민국에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이 있다. 빌딩 외벽에는 그림이나 광고물을 설치하는 것을 규제한다. 다만 과거 월드컵 당시 일부 기업들은 과태료 500만원을 감수하고 응원 메시지와 광고물을 설치했다.

즉 법이 가진 기준이란 지나치게 주관적이다. 얼마의 자산을 갖고 있던지와 상관없이 '규범'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의 기준선을 갖는다. 때로는 꽤 적잖은 자산을 소유한 자산가가 더 겸손하거나 예의가 바른 경우를 본다. 결국 '법'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 '도덕'이라는 기준이 각자에 있어야 하는 이유다.

책의 들어가는 부분에 가장 먼저 언급된 것은 '수치심'이다. 인간에게 아주 필수적인 덕목이다. 우리는 '수치심'이라는 감정으로 꽤 많은 부분을 억제한다. 세상은 단순히 '법'과 '돈'으로 흘러가진 않는다. 그것은 인간 사회를 외부적으로 통제하는 가시적인 시스템일 뿐이다. 결국 우리는 외부에 모호하게 존재하는 규범과 내부에 더 모호하게 존재하는 가치관에 대해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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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김동식 소설집 5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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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츠와 릴스가 중독성 있다더니 '김동식 작가'의 '엽편소설'이 나에게 그러하다. 짧게 끊어지는 소설은 '이북'으로 읽기 쉽고, 자기 전이나 짜투리 시간에 읽기 좋다. 두께가 있는 책들은 책장을 펴기 전에 대략의 부담을 갖고 시작하는 반면 김동식 작가의 소설은 몇 장 읽다가 소재가 끌리지 않으면 한 편을 통채로 넘겨도 괜찮다.

흥미있던 소재를 굳이 생각해보자면 '범죄 유전자' 편이 흥미로웠다. 해당 소설은 재판에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유전자'에 관한 소설이다. '범죄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는 '자의'가 아니다. '유전적 문제'는 곧 감형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로 전개된다. 이 판례는 부유한 권력자가 최초로 만들어 냈고 이후 사회는 '범죄 유전자 소유자'들이 '범법'을 저질러도 처벌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사회에는 '범죄유전자'가 우대받는 상황이 생긴다. 최초의 의도와 다르게 '범죄 유전자'는 우월 유전자로 여겨지고 사람들은 점차 '범죄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을 동경하기 시작한다.

소설을 읽다보면 대략 전개가 어떻겠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 경우는 허를 찔렀다. 범죄유전자를 가진 쪽을 '제노사이드'할 것이라고 여겼던 '예상'을 벗어나, '범죄 유전자'를 우월 유전자로 여기는 사회가 된다는 설정이 너무 흥미롭다.

예전 유시민 작가의 영상을 본 적 있다. '책읽기'에 관한 내용이었다. 워딩이 정확하진 않지만 그에 따르면 사람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글의 유형이 있단다. '이야기'를 쉽게 읽는 사람, '정보글'을 쉽게 읽는 사람, 역사나 인문학글을 쉽게 읽는 사람이 각각 다르다. 고로 자신이 '소설'을 읽는데 집중이 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다른 유형의 글을 읽으라는 조언이었다.

나의 경우는 '역사'나 '인문학' 책은 쉽고 빠르게 읽힌다. 다만 '소설'의 경우는 쉽게 읽히지 않는다. 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소설'을 읽을 때는 다른 책보다 그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린다.

읽다보면 '주인공'이 누구였더라, '아까 그 인물이 누구였지'하고 헷갈리기도 한다. 한번 흐름을 놓치고 나면 소설은 그때부터 엉망징창이 되버린다. 과거에는 메모에 소설 관계도를 적으면서 읽기도 했는데 그만큼 정성이 필요하단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짧게 끝나는 초단편소설은 지금처럼 집중력이 과거보다 높지 않을 때, '소설읽기' 훈련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의 소설 주인공 이름은 거의 정해져 있다.

등장인물은 각각 단편마다 다른 캐릭터로 나오지만 이름은 똑같다. 고로 소설 주인공의 관계를 이해하기 쉽고 전개도 예측하기 쉽다.

김남우- '남자 주인공 배우'의 줄인말로 대체로 남자주인공이다.

임여우- '여자 주인공 배우'의 줄인말로 대체로 여자주인공이다.

정재준- 대체로 이성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로 나오는 편이고 논리적인 인물이다.

홍혜화- 혜화역에서 영감을 얻은 이름으로 주도적이고 강한 여성의 캐릭터다.

두석규- 한석규 배우에서 따온 이름으로 대기업 회장, 정치인 등 권력자로 나온다.

공치열- 대체로 열정과 고집이 있는 인물로 나온다.

최무정- 작가 개인의 악연에서 따온 캐릭터로 악역이고 음모와 배신의 캐릭터다.

장진주- 발랄하고 긍정적인 캐릭터로 주변상황을 밝게 만든다.

이름은 보면 임여우는 ㅇㅇㅇ, 정재준은 ㅈㅈㅈ, 홍혜화는 ㅎㅎㅎ, 장진주는 ㅈㅈㅈ처럼 쉽게 지었다. 마치 만화 드래곤볼의 캐릭터 이름이 '야채'이름인 것과 닮았다.

킬링 타임으로 읽기 딱 좋아서 전자책으로 종종 본다. 어쩌면 꽤 애매했던 전자책 용도를 찾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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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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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으로 판단할 때 말도 안되는 행동들이 있다. 생각해보면 선택에서 몇 번의 '감정적 선택'을 한 적 있다. 그 선택은 옳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선택에 대한 댓가를 치루고 깨달은 바가 있다. 바로 만족스러운 삶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떤 선택을 하건, 문제는 반드시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더 좋은 선택을 하는 법'은 아무 의미가 없다. 좋은 선택을 배워야 하는가. 아니다. '받아드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어떤 선택도 '좋다'는 받아들임이 결국 선택 자체를 최선으로 바꾼다.

오른쪽과 왼쪽 중 어떤 선택지가 좋은지 묻는다면 생각할 것도 없이 '아무거나' 선택해야 한다. 고심해서 '오른쪽'을 택하나, 고심해서 '왼쪽'을 택하나, 주어진 문제는 어차피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가위를 냈다고, 혹은 보를 냈다고 후회하거나 자책할 필요도 없다. 주어진 상황은 언제나 '임의'로 주어진다. 결국 바보 같은 선택도 최선의 결과를 숨기고 있고, 최선의 선택도 바보 같은 결과를 숨기고 있다.

세상이 임의로 주어지는 '가위바위보' 게임에 너무 고심할 필요가 없다. '가위바위보'는 고심하나 하지 않으나 성공률이 높아지지 않는다.

아무거나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결과도 받아드릴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좋아하는 '밈'은 '오히려 좋아'라는 말이다.

아무리 부정적인 상황이 쳐해진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좋아'라고 먼저 말해본다. 모든 선택지를 최선으로 바꿀 수 있는 마법의 말이다.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마지막은 '선택'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주인공이 했던 도덕적 고민과 내적 갈등은 '선택'을 만들었다. 이성적으로 볼 수 없는 어떤 선택에 누구도 '바보 같다'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을 받아드릴 그릇의 차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짧은 분량임에도 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같은 해에는 오웰상을 수상하며 꽤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었

어떤 책은 바로 직후 재독하게 되는데, 두 번을 읽는 것이 곧 하나의 완성체인 것 처럼 그렇다. 대표적으로 '사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가 그렇다. 교모하게 엮인 플롯과 반전은 완독 후에 저절로 첫 장면으로 가게 만든다.

처음 읽을 때는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지만 두 번째부터는 작가가 치밀하게 숨겨둔 복선을 찾아가며 감타나게 된다.

다시 읽으면 소설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등장인물의 대사와 행동 또한 완전히 다른 의미의 이야기가 된다. 클레이어 키건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도 '핑거스미스'와 마찬가지로 두번을 읽어야 소설이 완성된다.

이 소설은 1985년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인 뉴로스를 배경으로 한다. 석탄 상인인 빌 펄롱의 이야기다. 그는 아내와 다섯 딸을 둔 가장이다. 어린 시절에 미혼모였던 어머니와 함께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미시즈 윌슨의 집에서 자랐다. 미시즈 윌슨의 배려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장할 수 있었다.

운좋게도 크리스마스에 읽은 이 소설의 배경도 크리스마스였다. 펄롱은 수녀원에 석탄을 배달하고자 했다. 거기서 그는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만다.

'핑거스미스'처럼 소설은 서정적인 분위기를 내뿜는 잔잔한 소설에서 갑작스럽게 추리소설처럼 속도감을 갖기 시작한다. 펄롱이 거기서 보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젊은 여성들이다. 그중 한 소녀는 펄롱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 청을 받아 들아지 않았던 펄롱은 찜찜한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후 그 내용을 '아내'인 아이린에게 말한다. 다만 아내는 괜히 수녀원의 일에 개입하지 말라는 조언을 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주인공의 내적 갈등은 꽤 인상적이다. 나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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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 - 무던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예민한 HSP를 위한 심리학
최재훈 지음 / 서스테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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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검사를 하면 INFJ와 INTJ가 반반씩 나온다. 조금 우울해지면 INFJ가, 조금 예민해지면 INTJ가 나온다. F와 T성향이 반반 정도 나오는데 이렇게 나오나, 저렇게 나오나 피곤한 성격은 마찬가지란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많은지, 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가장 많은 조회수가 나온 주제도 MBTI다.

예민하다고 하면 특히 '성격이 더럽다'와 연결되는데, 그것은 외부적으로 '짜증'을 표출 할 수 있는 예민성에 한정된 말이다. 그보다 더 예민하다면 '짜증'마저 삼키는 것이 상황을 둥글둥글 넘어 갈 수 있다는 지혜를 얻게 된다.

Highly Sensitive Person은 말 그대로 '매우 예민한 사람이란 뜻으로 HSP라고 줄여 부른다. HSP는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이 정의한 개념이다. 보통 사람보다 외부적인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그게 완벽한 나다,'

평소 무던한 성격이라고 자부하고 살았다.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되면서 조금씩 예민해지고 민감해지기 시작한다. 더군다나 그 아이들의 특징이 말 많은 쌍둥이라 더욱 그렇다.

오죽하면 나의 최대 관심사는 '책 읽을 장소', '시간', '환경'을 찾아 나서는 길이다. 살기 위해 발악하듯 그런 환경을 찾아 다녔다.

키즈카페, 수영장, 카페, 도서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이 '수다쟁이'들과 '각각' 행복해지는 길을 찾아 헤매다보니 조금씩 아이들이 성장해간다. 주변에서는 '말 많이 할 때가 좋은 거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결국은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무튼 이런 환경에서 가장 예민해지는 것은 '청각'이다. 가끔 부모님댁을 가면 아무도 보지 않는 TV를 켜놓는 경우가 있다. 집안에 왁자지껄한 소리가 나야 마음이 편하다는 부모님의 집에는 항상 TV가 켜져 있다.

그러면 '귓속으로 들어온 소리는 빠져 나가지 못하고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다가 정신적 방전을 시켜 놓는다. 그런 이유로 주변에 TV가 켜져 있다면 반드시 꺼버린다.

이 예민함이 점차 극에 달한다. 단순히 소리를 줄여주는 '노이즈캔슬링' 고가 해드셋을 구매하고, 귀마개는 필수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그냥 평소에도 귀를 막고 살고 싶은 심경이다. 사회 활동에 큰 문제가 없다면 맥스 귀마개를 24시간 착용하고 살고 싶다는 바람이 간절하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루프'라는 귀마개인데 꽤 고가다. 착용하고 나면 외부에서 귀를 막고 있는지 보이지 않으며 일상 소음의 데시벨을 낮춰준단다. 고가의 제품이라 아직 구매하진 않았지만 몇 달째 구매를 망설이는 제품 중 하나다.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 '청소기 소리', 심지어 형광등에서 미세하게 들리는 전자기적 소리까지 각종 소음이 정신적으로 고단하게 한다.

뭔가 품격있는 취미를 갖고 싶었던 욕망은 없으나 특히 가사 없는 '클래식 음악' 혹은 '빗소리', '물소리', '새소리'를 틀어놓고 심지어 나중에는 그것마저 꺼버린다. 2개의 유료 명상 어플리케이션을 구독하고 있고 아주 극단적으로는 '개인적인 이유'로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가 적다.

최재훈 작가의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를 보니 HSP의 특성 중 사람을 만나는 일에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여 쉽게 지친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면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얼마나 많은가. 그 사람의 표정, 목소리, 말투 등을 파악하고 그 상황과 사람에 맞는 말을 하는 것은 아주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HSP 성향의 사람들은 꽤 이타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편이라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HSP의 사람들을 사람들은 원하고, HSP 사람들은 사람들을 멀리하고자 한단다.

사람을 어떻게 딱 열 두가지 성향으로만 나눌 수 있겠냐만 MBTI에서 내향, 직관, 계획형인 것만은 분명하다. 거기에 사고와 감정이 것이 딱 절반인 만큼 다른 성향보다 더 복잡하고 예민한 듯하다.

T와 F를 구분하는 방법에서 '우울해서 빵 샀어'라는 질문을 던지면, '무슨 일 때문에 우울한데?'하는 감정형 반응과 '무슨 빵을 샀어?'하는 사고형 반응이 있단다.

나의 경우는 '우울한데 왜 빵을 사지?'하고 생각하면서 '근데 무슨 일있어?'라고 답할 듯하다.

책에서보니 '타고난 성향'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 말은 즉, 생긴대로 살라는 의미다. 가진 것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하면서 살라는 의미다. 그러하다. 나름의 내면적 고통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어찌저찌 살고 있다. 그러고보면 HSP로 태어난 걸 피할 방법은 없고 받아 들여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고민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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