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 2차 세계대전 당시, 인간성과 용기를 최후까지 지켜 낸 201인의 이야기
피에로 말베치.조반니 피렐리 엮음, 임희연 옮김 / 올드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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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인 Resistance는 우리말로 저항을 뜻한다. 영어와 프랑스어는 모두 라틴어를 뿌리로 파생한 로망스 언어이며 우리가 폭넓게 공부하는 영어와도 아주 민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로망스어군은 '로망스'라는 단어 답게 로마 제국의 군인이나 개척자 혹은 노예들이 쓰던 말인데, 인도유럽오적의 가장 큰 어군 중 하나로 유럽과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에서 6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뿌리이기도 하다. 당연히 레지스탕스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저항을 뜻하지만, 영어에서도, 이탈리아어에서도 발음은 물론 쓰임도 비슷하다. 이 레지스탕스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의 점량에 저항하여 유럽에서 일어난 지하저항 운동인데, 이 책은 당시 사형수들의 사형 집행 전에 쓰여진 편지를 모아 출간된 책이다.

역사적 배경을 모르고서 글을 읽는 것이 사실상 무의미 할 지도 모른다.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을 알고 책을 읽으면 이 책이 담고 있는 특별한 메시지가 보인다. 세계 2차 세계대전이라고 하면 우리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던 '일본제국'이 아니면 크게 독일의 '나치'과 '미국'간 전쟁 정도라고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할리우드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2차 세계 대전은 굉장히 큰 범위에서 복잡하게 일어난 말 그대로 세계대전이다. 여기에서 이탈리아. 특히나 파시스트와 독일군을 상대로 치열한 대립을 하던 레지스탕스 사형수들, 201명에 대한 편지 내용이다. 그들은 우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회사원을 비롯해, 판매대리인, 정비공, 재단사, 대학생, 지방관청 직원, 가구공, 회계사 등의 일반 직업을 갖고 있던 보통 사람들이었다.

흔히 무솔리니나 히틀러 개인의 일탈처럼 그려지는 이 전체주의적 집단 광기는 너무나도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반대세력을 탄압해갔다. 인종과 성향은 물론 정치적 이념에서 조차 전체에 반대하는 이들에 대한 탄압은 규모를 확산했다. 이런 홀로코스트는 인간의 본성 뿐만아니라 문명과 국가, 관료 사회의 이해에 굉장히 중심적인 사건이 되기도 한다.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계획된 대량 학살을 보며 멀리 이탈리아 이야기 이지만 꼭 우리의 역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멀리보자면 독립군에 대한 일제의 탄압도 떠오를 수도 있지만, 더 가깝게는 내가 살고 있는 제주의 4.3 사건이 떠오르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은 여러가지 사상과 인종의 이데올로기가 형성되고 사라져가던 과도기였다. 민주주의, 전체주의, 민족주의, 절대주의 등 정치체제의 이념과 자본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라는 경제체제의 이념이 크게 부딪히면서 세계적인 비극이자 개인의 비극이 발생했다.

민간자본이 자유롭게 사업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친기업적 '자유시장' 경제를 가진 국가와 노동자자들의 권익을 최대한 국가가 보장하고 빈민구제와 유치산업보호에 국가와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기업적 경제를 가진 국가 중 어떤 체제의 유지가 국익을 극대화하는지에 대한 체제대립 때문에 우리는 많은 무구한 사람들을 잃었다. 대체로 이에 직접적인 관여가 없는 대중이 다수였다. 민간자본이 상대 국가에 자유롭게 들어가 기업활동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자유시장'주의와 그것을 방어하려는 '사회주의'의 대립은 넓게 보자면 그들의 비극에 큰 접점은 없다. 201명의 편지를 읽으면서 커다란 흐름 속에 희생되던 개인 사와 그들이 마지막으로 보내던 편지에는 이념에 대한 이야기보다 사랑과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다는 점에서 남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먼 곳에서 언어와 인종, 국적, 시대적 배경, 나이가 모두 다르지만 역시나 그들도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일상을 살다 세상을 떠나는 개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짧게 그리고 담담하게 표현된 고문에 관한 글들도 읽다보면 가슴이 먹먹하기만 하다. 책을 꽤 두껍지만 초반에 관련 설명을 해주는 부분을 넘기고 나면 생각보다 금방 읽힌다. 남의 일기장이나 편지를 들춰 보고 싶은 것은 인간의 습성인 듯하다. 비교적 현대와 가까운 이 역사적 비극을 바로 맞대어 맞이한 201명의 편지를 우리는 읽어보고 더 많은 걸 느껴 비슷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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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의 협상법 - 인생의 승부처에서 삶을 승리로 이끄는 협상비법
신용준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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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부사에는 'nec'라는 '여유, 여가, 한가함'을 이르는 말이 있다. 여기에 라틴어 중성형 명사인 'otium'이 합쳐진 negotium의 원래 의미는 '여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처럼 여유나 한가함이 없이 바쁜 것을 영어의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business(비즈니스)라고 하기도 한다. 이처럼 협상이란 본래 사업이나 일 등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인 만큼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일을 말한다. 영어에서 negotiation은 협상, 교섭, 담판, 섭외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모든 의미가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낸다는 뜻이다. 우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혼자서는 살아 갈 수 없다. 타인들에게 원하는 것을 내어주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얻어가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살아간다. 이런 인간 사회의 본질을 들여다 보자면 협상이란 사업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부터 인간관계까지 다양한 관계에서 좋은 결과를 도출시킬 수 있다.

신용준 작가님은 비즈니스 강의 분야에서 유명한 분이라고 한다. 앞서 말한 비즈니스 강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협상이다. 원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얻는 방법에 대해 혹은 삶을 승리로 이끄는 사소하고 작은 방법과 이론들까지 모아 책으로 집필하셨다. 총 5파트로 나눠진 이 책은 동서양의 다양한 예시를 통해 근거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책에서 비중있게 다루었던 내용 중에 '손자병법'에 관한 내용이 있다. 춘추 시대 제나라 출신 병법가인 손무가 지은 병법서로 군사 운용의 기본 원칙과 실전 응용 전술을 담고 있는 책이다. 벌써 2500년도 더 넘은 이 책이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던 이유는 책이 담고 있는 필승 전략에는 '전쟁'에서의 승리만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책이 말하고 자하는 바는 '협상'에서도 꽤 유리한 면모가 있다.

과거 사람들이 존경하는 인물은 대게 정치인이나 장군과 같은 높은 지위로 사람들을 관리하던 이들이다. 하지만 현재는 비슷한 영향력이 중앙에서 민간으로 내려와 비즈니스에서 활용된다. 우리 현대인들이 존경하는 대다수의 인물들은 대게 정치인이거나 장군보다는 비즈니스맨인 경우가 많다. 스티브잡스나 빌게이츠, 손정의와 같은 경영자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자 한다. 현대 우리들에게 가장 존경 받는 인물들 역시 과거 인물들과 같이 손자병법을 폭넓게 활용했다. 이런 처세술은 국방이나 정치는 물론 사업과 경영에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과 영국은 손자병법을 전략의 기초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수들의 협상법에서는 동과 서를 막론하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필수적인 요소들이 있다.

상대에게 내가 원하는 대답을 이끌어내 내기 위해 우리는 어떤 기법과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 중에서도 공감되는 부분은 '감정'이다. 사실 감정은 매우 특수한 영역이다. 우리가 깊게 생각해야 떠오르는 것과 반대로 감정은 저절로 일어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이런 감정을 잘 이용하는 것이 결국 관계을 올바르게 하는 일이다. 감정은 생각을 바꾸고 생각은 행동을 만들며, 행동은 습관이 된다. 그리고 습관이 인생을 바꾼다. 누구나 알고 있는 간단한 논리가 협상에서도 적용이 된다. 협상의 원리에서는 경험보다는 감정과 관계이고 어떤 기술보다 더욱 효과적인 것이 진심이다. 나의 이익에만 집중하지 않고 상대와 나눠 먹을 수 있는 파이를 충분히 키워 너끈하게 덜어 낼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협상가이며 그것으로 인도해나가는 리더쉽이야 말로 요즘 많이 필요하다.

말보다 듣는 일에 비중을 높이고 생각과 계산보다 감정과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이기적인 승리보다는 함께 얻어 갈 수 있는 배포가 필요하다. 협상은 우리가 말하는 비즈니스 뿐만아니라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나 친구사이 혹은 간단한 시장에서의 에누리에서도 일어난다. 이처럼 광범위하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익을 주고 받고 공유하는 일이 오프라인을 벗어나 5G의 속도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넓어질 때 우리는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도움을 얻어 사회 전반적인 win win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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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경제 - 과거 위기와 저항을 통해 바라본 미래 경제 혁명
제이슨 솅커 지음, 최진선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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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쿠바에서 피델 카스트로와체 게바라가 혁명 성공을 선언했다. 1968년 동유럽에서 민주화 운동이 퍼져 나갔다. 1979년 이란에서 혁명이 일어났다. 1989년 소련이 해체됐다. 1998년 베네수엘라에 차베스가 권력을 잡았다. 2010년 아랍의 봄이라는 저항 운동이 중동에서 퍼져나갔다. 그리고 2021년 지금 미안마가 민주화 운동을 통해 세계적이 관심을 갖게 됐다. 우리가 정치라고 말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경제와 분리할 수 없다. 1,2차 세계대전을 경제를 제외하고 정치적으로만 설명하자면 꽤 많은 모순에 부딪친다. 어째서 서구사회는 식민지 쟁탈 전을 벌여야 했는지 또한 정치적으로만 따지고 들자면 어느 순간에 모순에 부딪치고 만다. 우리가 사는 사회를 움직이는 혈관은 '돈'이다. 정치는 경제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1876년(고종 13년) 2월 조선은 일본과 강화도 조약을 체결한다. 여기서 조선은 부산과 원산, 인천 항구를 개항 해야 했다. 현재의 FTA(자유무역협정)도 비슷한 맥락이지만 고도산업화가 이뤄진 국가와 비산업화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은 커다란 불평등을 만든다. 산업화국에서 만들어 낸 값 싸고 품질 좋은 상품은 비산업화국의 산업 경쟁에서 도태되게 만들고 비산업화국의 식량이나 원재료의 해외 유출을 만들어 물가를 폭등 시킨다. 조선의 강화도 조약은 조선 내의 쌀 값 폭등의 원인이 되고, 높아진 쌀 값으로 인해 군배급에 문제가 생겨, 군인들이 병란을 일으킨다. 그 뿐만 아니라 얼마 지나지 않아 1894년 조선 정부의 무능과 일본의 간섭에 저항하는 동학농민 운동이 일어나고 이를 진압할 군사를 운영할 경제가 무너진 조선은 청에 파병을 요청하고 청군과 일본 군이 조선에서 청일 전쟁을 벌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난다. 이 전쟁의 결과로 근대 국제 질서가 일본 중심으로 재조정되고 우리는 전쟁 한 번 없이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만다.

이는 꼭 역사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국민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다는 일종의 이야기나 생각이 떠돌아 다니는 것 처럼, 소득과 정치적 이슈는 방향을 같이 하기도 한다. 저항과 혁명은 세계사에서 경제와 어떤 접점이 있을까? 세계의 역사에서 '먹고사는 문제'라는 키워드는 어떤 식으로 작동을 하는지 이 책의 촛점을 그렇게 모아지고 있다. 세계사의 적잖은 파동 중 큰 굴곡을 만들어내고 있는 '코로나10 팬데믹' 이슈는 여러가지 경제 폐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실업률은 유럽과 미대륙을 포함하여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 과연 이런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는 시대와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 우리의 경제와 정치는 어떻게 될지 책은 의문을 제기한다. 세계의 주가가 매번 최고점을 돌파하는 이 시기에 우리의 경제는 실로 안전한가? 일자리와 실업률 그리고 정부의 재정정책과 부채의 문제는 어떤가. 현대화폐이론이나 통화정책. 패권전쟁과 경제의 양극화는 앞으로의 세계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책은 짧게 한 시간 반 내지, 두시간 정도면 완독할 수 있는 얇은 분량의 책이다. 이 얇은 분량의 책으로 세계 경제와 미래에 대해 간량한 시나리오를 확인 할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지도 모른다. 나는 우리나라가 코로나 지원금을 명분으로 통신비 2만원을 지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황당하다는 생각을 했다. 국가에서 준다니 받기야 하지만,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으로 4천억의 예산을 쓴다는 이야기는 국가를 생각하자면 그닥 기쁜 이야기는 아니었다. 자동이체로 매달 빠져나가는 통신비에 2만원이 줄었다는 사실은 실감도 나질 않았다. 4000억이면 300억이 들었던 나로호를 10번이나 더 쏘아 올릴 수 있는 돈이다. 그런 돈을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삭감에 지출했다는 말을 듣고, '코로나19'와 통신비 할인은 과연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생각하게 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양적완화니, 헬리콥터 머니니 하며 코로나 이슈를 등에 업고 경기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취했다.

시대가 정치적 상황을 만나 시장에 통화팽창 속도를 높혔다. 부동산도 오르고, 주식도 오른다. 심지어 비트코인도 오른다.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대규모 자금을 방출하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에 자산 거품이 꺼져 충격이 발생할 것이란 것은 예상되는 바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이 국제통화기금인 IMF와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다르면 미국과 유로존, 일본, 한국 등에서의 통화량이 7350조원이 증가 했다고 한다. 이는 한국 주식시장의 3배고 일본 주식시장 수준이 된다. 과연 괜찮을까. 사회는 비대면으로 흘러가고 많은 사람들은 직업을 잃고 시장에 자산가격은 높아져간다. 양극화가 빠른 속도로 높아져 갈 시기다. 나는 항상 앞으로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대두될 단어는 '양극화'라고 이야기 하곤 했다. 양극으로 사회계층이 나눠질 시기에, 그런 상황이 오지 않으면 가장 좋지만, 오게 된다면 어떻게야 할까? 우리는 과거로 부터 현재를 배운다. 경제에 큰 이슈가 생기고 난 뒤에 우리가 제대로 된 포지셔닝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정치적, 역사적으로 얻게 될 결과는 아름답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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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길들이기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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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의 작품이다. 젠더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던 시기가 오랜 기간 지속되어 고착화된 시기에 작성된 작품 중 하나다. 1590년에서 1592년 사이에 쓰여진 이 희극은 페트루키오라는 남성이 카타리나라는 말괄량이 여성을 길들인다는 소재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요즘 같으면 이런 소재를 사용했다는 것 부터 큰 사회적 지탄을 받을 만하지만 소설이 쓰여진 것이 500년 가까이 되었으니 집필된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고 읽는 편이 좋다. 권율 장군이 행주산성에서 왜군을 대파하던 당시 셰익스피어는 서른이 조금 안 되는 어린 나이였다. 셰익스피어가 20대 후반에 작성한 이 작품에는 당시 시각에서 문제가 되지 않던 상황과 소재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작품에 여성비하적인 요소는 분명 존재하지만, 사실상, 여성을 길들이기 위해 페트루치오가 자행하는 만행들이 워낙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방법들이라 이 희극에서는 여성차별적인 요소 뿐만 아니라, 남성의 비상식 혹은 비정상적임 그리고 자본주의적인 요소들까지 모두 희화화 시키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이 소재를 최초로 읽었던 시기는 중학교도 입학하기 전이다. 그 시절 나는 사촌 누나의 책장에 꽂혀 있는 만화책을 꺼내들어 읽었는데, 그 때 읽었던 만화책 두 권이 '지킬박사와 하이드' 그리고 '말괄량이 길들이기'였다. 선과 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던 '로버트 루이슨'의 소설처럼 남과 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이 이야기는 명확하게 대비되는 양극을 대비함으로써 서로 다른 성향과 집단의 차이를 명확하게 만들고 일반화하게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멜표류기'처럼 당시의 시대 상황과 문화 그리고 그 시대 사람들의 사상을 엿 볼 수 있는 이런 문학은 지금 들쳐보기 거북하더라고 분명 보존해야하고 이해해야 하는 가치 있는 문화다.

하멜표류기에서 네덜란드 출신 서양인인 하멜의 눈에 보여진 조선인에 대한 기록은 이렇다. '조선인은 훔치고 거짓말을 잘하며 속이는 경향이 아주 강하다. 믿을 만한 사람들이 되지 못한다. 남을 속여 넘기면 그걸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잘한 일로 여긴다. 그들은 여자 같이 나약한 백성이다. 청나라가 얼음을 건너와 이 나라를 점령했을 때 적과 싸워 죽는 것보다 산으로 도망해서 목매달아 죽은 병사가 더 많았다. 그들은 피를 싫어한다. 전투에서 누군가 쓰러지면 곧 달아나고 만다.' 라고 기술했다. 당시 기록에는 '여성비하'와 '인종차별' 그리고 특정 국민에 대한 성급한 일반화가 분명하게 존재하지만 1653년 부터 1666년까지 제주도, 한양, 강진, 여수에 끌려다니며 우리 조선인이 하지 못한 상세한 기록을 남겼으며, 여러 지방의 풍속과 사정 그리고 풍토, 군사, 법률, 교육, 무역 등이 아주 상세하게 적혀있어 당시를 파악하는 매우 소중한 사료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 책은 현대인들이 보기에 필연적으로 자극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재밌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잔혹하게 사람을 죽이는 영화를 팝콘에 콜라를 입속으로 들이부으며 보기도 한다. 본인에 현실에 전혀 있을 법하지 않은 외계인 침공이나 죽지 않은 시체가 살아 움직이는 공상 영화도 의미없이 바라보곤 하는데 이런 고전 또한 그런 의미에서 순수 작품으로만 이해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뱁티스타의 큰딸 카타리나가 왈가닥한 성격으로 그의 동생인 비앙카와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배경을 시작으로 출발한다. 모든 남성들이 정숙한 동생을 좋아하지만 페트루치오라는 남성만은 왈가닥인 카타리나에게 접근하고 결국 그녀를 가장 잘 순종하는 조숙한 숙녀로 길들이는 과정을 담는다. 책은 희극이라는 특성처럼 대본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의 연극을 보는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좀 더 과장된 표현이 사용되기도 한다.

선녀의 옷을 숨겨 수치심으로 연못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하여 아내로 삼고 아이를 낳게 했다는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전래 동화를 보며 '추행'과 '강금'을 미화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이처럼 문학을 문학으로써 인정하고 이 소재의 희극을 보는 것도 현대인들이 과거 사람들에 대한 사상과 문화를 이해하는 폭을 넓히는 과정이 되지 않을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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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잰디 넬슨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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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없이 엉망같은 그림이 표지를 가득 메우고 있다. 도통 원근법이나 색채도 무시한 이 책의 표지는 이 책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언니를 잃은 슬픔의 기간 동안 슬프며 때로 간간히 설레는 일도 경험한다. 우리의 일상이 그렇다. 우리의 일상이란 완전히 일관적이지 않다. 모순덩이 감정이 이리저리 섞이며 어떤 부분을 비추는지에 따라 비극과 희극이 보인다. 짧게 쪼게진 소주제마다 17살 여자 아이의 일기장이 늘어져 있다. 겉에서 보기에 슬퍼해야 할 상황마다 때로 우리는 무심하게도 다른 감정을 갖고 살아간다. 이 책의 주인공만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은 슬픔 가운데에는 때론 생각 이상만큼이나 정상적인 감정이 우리를 감돈다. 우리가 너무 메마른 감정을 가진 것은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러하면 또 어떠하리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은 주제의 배경처럼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은 상실감으로 가득차 있지만은 않다. 분위기는 유머스럽기도 하고, 주인공 나이에 맞게 솔직하기도하며 때론 씁쓸하기도 하다. 이런 복잡한 색채를 표현하자면 어쩌면 이 책의 표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다르면서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가 하나 생각이 난다. '길버트 그레이프'라는 영화. 유학시절에 봤던 영화다. 유연히 인터넷으로 추천영화를 보다가 보게 된 영화다. 보통 그 시절 내가 자주보던 영화는 지구가 멸망하거나 사람들이 좀비가 되거나 폭력과 살인이 남무하는 자극적인 영화들이었다. 얼핏 주인공을 보니 디카프리오와 조니뎁이 출연한다는 간단한 이야기만 듣고 영화를 시청했다. 영화가 한참을 진행하는 동안 느낀 건, 그냥 평범한 시골의 가족 이야기라는 사실이다. 자극적이고 활동적인 영화를 기대했던 나는 실망을 했지만 가슴멍먹하게 영화의 마지막까지 시청했다. 영화를 마지막까지 시청하고 나의 먹먹한 감상 후 감정이 이 책의 마지막 표지를 덮을 때와 상당히 비슷했다. 가장 현실적인 내면을 표현한 소설과 영화.

앞서말한 영화는 디카프리오와 조니뎁의 어린시절 풋풋한 외모를 볼 수 있는 영화다. 영화는 미국의 어느 촌구석을 배경으로 잔잔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따지고 보자면, 자극적인 소재를 이용해야 흥미가 생기는 것도 커다란 문제다. 지구가 종말하고... 혹은 남은 사람들이 모두 좀비가 되거나... 살인과 폭력이 남무해야 겨우 감성을 흔들 수 있는 나의 감성에 가장 오래 남는 영화는 '길버트 그레이프' 같은 영화다. 어떤 시기에 어떤 감성으로 보느냐에 따라, 지루하거나 시시하다고 생각 할 수 있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와 소재들은 사실 우리의 일상 감정에 가장 맞닿아 있다. 극단적인 자극에 훈련된 어느 날 바로 본 이런 은은한 감정을 만들어내는 이 책 또한 정서를 순화시키는 듯 하다. 잰디 넬슨이 단 두 권 만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섬세한 감정묘사가 그를 그 자리로 만들어 낸 역할을 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든다.

우리는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어도 우리는 남들이 자는 시간에 잠을 자고 배고파서 밥을 먹고 사람들과 웃고 농담하기도 하며 때론 누군가에게 사랑하는 감정을 갖기도 한다. 이런 모순된 감정은 주변에 의해 숨겨야 하고 흔히 외부적으로 '그래야 할 시기'에 대한 최소한의 슬픈 감정을 꾸준하게 유지해야하는 것은 문화적 강압이자 폭력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전혀 다른 색채를 가진 감정이 뒤섞인 책이다. 17살의 소녀의 일기장처럼 솔직하고 때론 엉뚱하다. 누구에게나 슬픔은 있다. 다만 그것을 겉으로 보여내지 않을 뿐이다. 이렇게 문화에 잘 학습된 어른들이 많은 사회는 '회복'이 더디다.

'부모가 죽었는데, 남편이 죽었는데, 아내가 죽었는데, 자식이 죽었는데...' 어쩜 저렇게 뻔뻔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상대에게 감정을 강요한다. 또한 강요 당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가 맞이하는 슬픔이나 상처는 극복하고 잊어야 할 대상이라기 보다 안고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완전한 치유를 하려 한다면 우리는 곧 정신병에 걸리고 말것이다. 적당한 그리움과 자책, 가끔 떠오르는 추억들을 적당히 안고 무덤덤히 걸어가야 하는 것이다. 책의 제목은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다. 여기서 말하는 '하늘'은 그녀가 보낸 언니처럼 어디에나 있다. 우리가 사라져서 없어졌다고 믿는 것들은 끝내 우리를 놓지 않고 쫒아 간다.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앞으로 다가 올 현실과 삶에 충실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든다. 이처럼 엉망징창인 감정을 그대로 날 것 그대로 내놓고 재밌는 책이다. 이 책은 곧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책에서 받은 감동과 감정을 얼마나 잘 재연시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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