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달이 말해준 것들
지월 지음 / 모모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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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잃지 않는다면 모두가 너를 응원할 거야."

삭,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달은 스스로 그냥 달이다. 다만 때에 따라, 다른 이름을 갖는다. 이름마다 다른 것을 담는다. 아침에는 좋았던 감정이지만 밤이되면 복잡해지고, 얼마 전까지 행복했지만 얼마 뒤부턴 슬퍼지기도 한다. 감정이 이랬다 저랬다해도 스스로를 잃지 않는다면 그걸로 족하다. 삭에서 보름달로 채워나다가 어느 때부터 다시 삭으로 사그라든다. 사람의 인생이나 감정도 이처럼 완전하지만 이랬다 저랬다 거린다. 그러나 모양을 감춰, 보이지 않는 삭도, 사실 어딘가를 반드시 지키고 있다. 말은 가볍고 글은 무겁다는 작가의 글이 달에 비유되어 여러 감정으로 들어온다. 확실히 글은 말보다 묵직하게 가슴에 내려 앉는다. 학창시절에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살았다. 음악소리가 귓구멍에서 머리를 스치지 않고 심장으로 내리 꽂았다. 적막은 견디기 힘든 지루함이었다. 나이가 많지 않지만 나이가 들수록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 '멀리서 들러오는 TV소리', '자동차 엔진소리' 등. 엄청나게 많은 소음 속에서 '적막'이 그리워진다. 아무것도 틀지 않은 이어폰을 귀에 꽂아 두면 조용히 '적막의 소리'가 들릴 때가 있다. '적막'의 소리가 어떤 음악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시각은 모두가 잠들고 혼자 깨어있는 밤이다. 달이 떠서 적막해진 것인지, 적막해지기에 달이 뜬 것인지. 어쨌거나 달은 적막과 함께 했다.

달이 뜬 뒤, 부정적인 생각은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것을 건너뛰기 하려고 일찍 잠에 들기도 했다. 그러나적절한 망상도 때론 필요하다. 인문학 책만 들여다 보기에 우리는 감성 에세이나 소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지극히 인간이기 때문에 '이성적'으로만 살 수는 없다. 음력 8월 보름에 뜨는 '한가위'다. 환하게 내리 비추는 달이 완전히 차올랐다. 오랫동안 보지 않던 친지 가족을 만나고 모두 만난다. 신문은 말했다. '이번 한가위는 100년 만에 뜨는 가장 둥근 보름달'이라고... 100년 만에 뜨는 한가위 보름달이 나에게도 그만큼의 의미가 있을까.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이나 만나면 너무나 반가운 친구 녀석들도, 보고나면 이상하게 기진맥진해진다. 사람을 만나고 해체된 '기'는 '달'이 뜨면 서서히 채워진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80년 만에 내리는 눈을 맞은 적 있다. 대학 강의를 듣다가 불쑥 나왔을 때다. 급하게 사야만 하는 것만 사기 위해 나왔으나, 주머니에는 10센트가 모자랐다. 모자란 동전 때문에 물건을 제자리에 두어야 했다. 가난한 유학생은 편의점을 나와서 하늘을 봤다. 내리는 것이 비인지 눈인지 몰랐다. 무언가가 내 얼굴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이 80년 만에 오클랜드에 내린 첫 눈이라고 했다. 그 눈은 나에게 씁쓸한 의미로 다가왔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의미라고 해도, 나에게만은 다른 의미일 수 있다. 그것이 '달'이 가진 의미다.

사람들은 예전부터 같은 달을 보고 다른 이야기를 했다. 달은 공포의 상징이기도 하고 호기심의 상징이기도 했으며 불길함의 상징이기도 했다. 역사가 흘러가면서 그때는 맞았던 달의 모습이 지금은 다르다. 달을 닮아 '감정'도 그랬다. 분명 언제고 반듯하게 나를 비추고 있다가, 시기가 지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거짓이었다. 어떤 사람을 만나서 '행복'했던 기억도 나중에는 '잊고 싶은 악몽'이 되기도 한다. 어떤 누군가와 이별했던 슬픔도, 지나고보면, '그땐 그랬지' 하는 추억이 되기도 한다. 그 모습은 그대로나 그렇게 바라보고 저렇게 바라보는 이에 따라 달라진다. 그때와 지금이나 달의 모습은 조금도 차이가 없으나 그렇다. '땅의 달'이라는 '작가 지월' 님은 말했다. 때로는 초승달, 때로는 반달 그러다 결국 때가 되면 보름달. 자신의 시간이 오면 본연의 큰 모습으로 빛을 내어 어둠을 밝힐 줄 아는 사람이라고... 100년만에 뜨는 가장 둥근달은 역시나 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에게 의미가 있는 달은 다들 잠든 시간에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에 떠 있을 뿐이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다. 더 밝은 존재가 뿜은 빛을 받아서 비춰 줄 뿐이다. 나 또한 스스로 빛나진 못하더라도 어딘가에서 뿜어져 오는 빛을 받아 다른 어디론가에 은은하게 비추는 존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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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보, 백성을 깨우다 오늘의 청소년 문학 36
안오일 지음 / 다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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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 약은 따로 있지 않고 그 쓰임에 따라 나눠지는 법이다. 드라마 '허준'에서 '허준'은 광해군의 학질을 다스리기 위해 비상과 소금, 빗물로 약을 만든다. 비상은 '비석'을 불에 태워 가루로 빻은 분말이다. 이 물질은 독성이 너무 강해 살충제로 사용된다. 대게 조선시대 사약에 쓰인 이 약재를 '허준'은 '광해'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한다. 은수저를 까맣게 물들이는 이 독약은 백혈병 치료제이기도 하다. 독과 약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칼은 흉기이면서 훌륭한 조리 도구다.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그것이 담고 있는 본질도 달라진다. '언론'은 '말씀 언(言)'에 '논할 논(論)'을 사용한다. 어떤 사실이나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을 말한다. 언론은 말을 퍼트리는 매체지만 이들은 여론(輿論)을 만든다. 여론은 '수레 여(輿)'에 '논할 논(論)'을 쓴다. '여론'은 사회 구성원 대다수에게 지지를 받는 의견을 말한다. 이것은 즉, 상품 뿐만 아니라 '정보'도 마케팅 능력이 중요하다. 아주 좋은 상품이라도 마케팅이 부족하면 시장에서 외면 받는다. 아무 형편없는 상품이라도 마케팅이 훌륭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있다. '언론'은 쉽게 말해 '정보 마케팅'을 담당하는 셈이다. 어떤 정보를 담을지, 어떤 정보를 담지 않을지,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혹평'으로 다룰지, '호평'으로 다룰지 이 모든 골자를 제작한다. '조보'는 승정원의 발표사항을 필사하여 배포하던 일종의 민간 심문이다. 일정하지 않은 종이 위에 초서체로 날려쓴다. 언론의 역할 중 '신속'과 배포' 중 조보는 '신속'을 택했다. 지금과 다르게 조보는 사람의 손으로 필사했다. 빠르게 필사해서 다량 배포하기 위해, 글씨가 뭉게지는 '필기체'를 피할 수 없던 모양이다. 누군가는 신속이 생명이라고 여기고 누군가는 '정확'이 생명이라고 여긴다. 다면적인 특성의 언론은 역시나 다양한 '대중의 가치관'을 만나면서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

선조수정실록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민간 업자들이 조보를 활자 인쇄하여 판매하니, 많은 이들이 편하게 여겼다. 그러나 시행 두어 달 후에 우연히 임금이 이를 알고 분노하여 관련자를 처벌했다.' 신문이나 인터넷 등 편리하게 정보를 접하던 현대와 달리 조선시대는 왕실과 조정 혹은 국정에 대한 소식을 알 방법이 없었다. 이에 승정원에서는 그날그날 소식을 모아 전국으로 배송했던 모양이다. 이 500년이 된 일간 신문을 소재로 소설이 집필된 것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들여다 보고자 한 것이다. 소설의 '조보, 백성을 깨우다' 소설의 주인공은 '여성'이다. 그는 권력에 맞서 진실을 알리려고 노력한다. 얼마 전, 미국 언론인 '셰릴 앳키슨'의 '내러티브 뉴스'라는 도서를 읽었다. 도서에는 '언론인'으로써 진실에 대한 고뇌가 담겨 있었다. 그렇다. 오랜기간 '군부'와 '독재'의 정치를 경험한 우리의 역사를 살피면 대중이 우리 언론을 향하는 시선이 어떨지 그려진다. 그러나 앞서 말한 '내러티브 뉴스'를 보자면, 우리가 갖는 고민이 꼭 우리의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문제는 현대 민주주의의 중심이라는 '미국'에서도 갖고 있었다. 언론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 대한민국 언론자유지수는 놀랍게도 아시아 1위이다. 일본과도 차이가 꽤 큰편이다. 의외로 대한민국 언론자유지수는 미국보다 높다. 우리의 언론인과 미디어는 세계적으로 봤을 때 외부의 직, 간접적인 압력에 자유로운 편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가진 현대사의 문제는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듯, '대중'이 '언론'을 감시하도록 만들었다. 대한민국은 지나치게 빠른 '근현대사 변화'를 겪었다. 이 변화 덕분에 실제 사회와 '대중인식'에는 큰 차이가 발생했다. 이것이 우리 '언론'을 '대중'이 감시하는 효과를 만들었다. 온라인에서 '기레기'라는 말이 있다. 대중이 평가가 더 엄격해 지면서 '언론'은 '권력'의 감시에서 자유로워지고 '대중'의 감시에서 덜 자유로워졌다. 개인적으로 언론에게는 불편한 일이겠지만, 사회적으로 괜찮은 현상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언론도 장악하여 여론을 조작하는 김판서와 그에 맞서는 '민간 언론인'의 이야기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꽃은 피어날 시기가 왔다고 판단을 하면 미루지 않고 핀다. 나중에 된서리를 맞는 한이 있더라도 그렇다. 신문과 뉴스를 보면 굉장히 시끄럽다. 국가가 엉망이고 언론이 엉망이고 사회가 엉망인 것처럼 보인다. 누군가는 누군가를 비난하고 다시 누군가는 누군가를 비난한다. '박노해' 시인은 민주주의는 시끄러운 것이라고 했다. 조용한 나라는 독재의 나라이며 살아있는 나라는 권력자에게 언제든 묻고 감시하는 나라라고 했다. 민주주의는 불안정하고 불완전하다. '민중'이 주인인 나라라는 모호한 '권력구도'의 정치 체제다. 고로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정치인과 기업인의 잘못을 온 국민이 스마트폰과 TV를 통해 지켜보고 지탄을 하며 서로를 경계한다. 소설에 '글은 권력을 향한다'라는 표현이 있다. 정보를 담는 가장 중요한 수단인 '글'을 알고 이해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같은 글을 읽고도 이해하는 이와 이해하지 못하는 이, 잘못 이해하는 이들이 있는 것을 보면 글을 담은 사람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글을 이해하는 능력을 각자가 기르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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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 - 레나의 스페인 반년살이
레나 지음 / 에고의바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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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워킹홀리데이'로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게 30대 안쪽 젊은이들이었다. 20대 초반, 유학을 마치고 회사와 계약 후 '워크비자'를 받았던 상황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20대라는 중요한 시기에 '장기간 여행'이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취업하거나 공부하기 바쁠 시기에 '중장기적'인 여행을 하는 것이 불안해 보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고 그들은 그들의 몫으로 주어진 삶을 살고, 나는 나의 몫에 주어진 삶을 살다보니 결국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규직원'으로 미래를 보장받았던 나와, '아르바이트'를 통해 가볍고 긍정적으로 삶을 대하는 이들과의 차이는 크게 없었다. '비자'를 고민하고 '연봉협상'을 고민하고 '직장내 인간관계'를 고민하던 나와 그들은 다른 고민을 했다. 그들은 '다음 여행 장소를 살피고 주급으로 받은 급여로 다음 여행 계획을 세웠다.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을 기대하고 상황마다 긍정적이고 최선의 선택을 했다. '젊은 시절 여행'에 굉장히 부정적이었으나 지나고보니 그들이 맞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제는 친구 녀석과 커피한 잔을 하며 꽤 긴 이야기를 했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였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삶은 분명 가치있는가. 분명 그렇게 생각했다. 언젠가 부터 따지고 보니 현재를 포기하고 잡으려했던 미래가 지금 돌이켜보니 역시나 없다. 현재를 저당잡고 보장받던 미래도 사라진 뒤에 깨달은 것은 현재는 무얼로도 저당 잡혀선 안된다는 사실이다. 인생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아닌, '최선'의 현재를 사는 것이다. 흔히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이뤄야 할 무언가를 설정하고 살아가길 좋아한다. 다만, 계획이라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가. 10년 전, 내가 세운 계획은 10년 후 나에게 얼마나 이루어졌는가. 성공한 사람들의 일기나 자기계발서를 보면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반드시 자신이 이루고저 하는 일을 이루는 훌륭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 따지고보면 우리의 머리는 그닥 좋지 못하다. 한치 앞도 분간하지 못하는 주제에 수 년과 수 십 년의 미래를 예측하고자 한다.

2017년만 하더라도 6만명대의 직원수를 유지하던 은행 4곳은 평균적으로 2만명 씩 인원감축이 됐다. 전년대비 직원이 늘어난 은행은 하나은행이 유일했는데 고작 35명 증가했을 뿐이다. 대게 은행원들은 인원감축이 일어나고 근속년수가 늘었다. 수 년 전까지, 굉장히 유망한 직종이었던 은행원의 감축이 이미 현실화 됐고 실제로 '송금', '대출', '적금'을 위해 '은행'을 방문해서 '창구'에서 업무를 보는 경우를 많이 찾아보기도 힘들다. 모두가 똑똑한 척을 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이 이처럼 유용한 도구가 되어 은행원의 숫자를 줄일 것이라곤 생각치도 못했다. 10년의 계획, 20년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가. 사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 계획'이 아니라 빠르고 합리적인 '선택'이다. 인생는 '선택'의 연속이다. 장기 계획은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에 이미 '정답'을 모두 내려 놓고 시작하는 것과 같다. 비가오면 우산을 쓰고 나가고, 태양볕이 강하면 선글라스를 쓰고 나가야한다. 그것은 임기응변이자 상황판단이다. 마치 10년치 옷을 미리 짜두고 그것에 맞게 움직이는 것은 그저 '계획을 지킨다'는 만족감만 줄 뿐, 비오는 날 선글라스를 쓰고 나가고, 태양볕이 강한 날 우산을 쓰고 나가는 꼴이다. 상황은 언제나 유동적이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빠르고 합리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저당' 잡혀서는 안된다. '더 낫은 판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0년 전에 짜놓은 구닥다리 계획에 맞추느라 어설픈 선택을 해선 안된다.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선 선택을 많이 해봐야 한다. 노래를 많이 하면 노래가 늘고, 축구를 많이 하면 축구가 는다. 선택을 많이 하면 선택이 는다.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선 선택하는 노하우를 늘려야 한다. 실패도 해보고 실수도 해보고 성공도 해보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깨우쳐야 한다. 어떻게 해야 더 합리적이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자신만의 노하우를 깨친 이들은 '결국' 선택의 중요도를 나누고 더 중요한 선택을 위해 나머지를 단순화 시키는 노하우를 갖기도 한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예산은 얼마를 어디에 써야하는지, 무례한 사람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든 것은 처음 맞닥드리면 어설프게 선택하게 된다. 몇 번의 실수를 하고 몇 번의 성공을 하며, 다음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깨우친다. 그것은 수많은 선택을 연습한 이들에게 생기는 '지혜'다. 그 시절 단순히 '워크비자'가 어떻게 될지, '급여'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좁은 직장내 인간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던 나보다는 '관광비자'와 '학생비자'를 어떻게 받고 경비는 어떻게 줄일 수 있으며 어떻게 늘릴 수 있는지, 새로운 사람과 독특한 사람을 자주 접하며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던 젊은 여행자들의 지혜가 조금더 넓고 밝아졌으리라. 우리 주변을 보면 '철저한 장기계획'을 통해 성공한 이들보다, 즉흥적인 임기응변을 통해 빠른 선택과 집중으로 성공한 이들을 만나게 된다. 짧게 '가이드'가 설정한 단기 여행을 하는 것보다, 불필요하게 늘어지는 '장기여행'을 하는 것보다 '한 달보다 길고 일 년 보다 짧은' 중장기 여행을 하는 것이 인생에 커다란 공부이기도 하다. 빠르게 취업해 남들보다 늦지 않은 나이에 취업해서 1~2년 먼저 '대리', '과장'을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빠르고 현명한 선택과 판단을 하는지다. 인생에서 1, 2년은 중요하지 않다. 무대책으로 형편없는 상사를 만날 수도 있고, 융통성없는 후배를 만날 수도 있다. 좁은 직장생활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둥바둥거리다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만 둔다면 그깟 1, 2년과 장기 계획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생은 언제나 즐거워야한다. 이것은 '오늘'을 위해 '내일'을 끌어쓰는 '영끌'이나 '욜로'와는 성격이 다르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저당잡지 않듯, '오늘'을 위해 '내일'을 저당잡히지도 말아야 한다. '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의 저자 '레나' 님은 어딘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제주'와 '뉴질랜드'라는 공간적인 경험을 공유하고 오랜 기간 해외 생활을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양한 경험은 분명 뼈가 되고 살이 된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취업하고, 결혼하고, 성공하고 따위의 것이 아니라, 얼마나 현재를 즐길 수 있고 빠르고 바른 판단을 위해 다음 현재도 즐길 준비가 됐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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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전할 땐 스칸디나비아처럼 - 은유와 재치로 가득한 세상
카타리나 몽네메리 지음, 안현모 옮김 / 가디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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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아'는 고대 북구어로 '위험한 섬'이다. 어쩐지 덴마크의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라는 이름처럼 역설적이다.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풍요롭고 살기 좋다는 '스칸디나비아'가 '위험한 섬'이라니. 물론 이들의 역사를 보면 지금처럼 풍요로워진 것은 오래지 않았다. 그래도 그들이 이름 붙은 데에는 언어적 유희가 있다는 것은 다른 예로도 엿 볼 수 있다. 북유럽에는 아이슬란드라는 섬이 있다. 이 섬은 '얼음의 땅'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북대서양 난류로 인해 상당히 온화한 기후를 갖고 있다. 1월 평균 기온이 대한민국 전주시와 비슷할 정도다. 이와는 반대로 그린란드도 있다. 그린란드는 '초록의 땅'이 아니다. '하얀 땅'이다. 실제 기후와 환경은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 두 섬이 완전 다르다. 그 이름과 정확히 정반대다. 지금도 왜 얼음땅과 초원으로 그 이름이 뒤바뀌었는지 알지 못한다. 이에 여러 설이 존재하지만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언어유희를 현대인들이 너무 진지하게 바라 보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볼만하다. 2007년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라는 소설이 있다. '요나스 요나손'이라는 스웨덴 소설가의 작품이다. 전 세계적으로 500만 부 이상 판매된 특급 베스트셀러다. 소설을 읽으면 그들의 언어 유희와 역설적 표현 방식에 감탄이 나온다. 언젠가는 한 영국 비평가가 노르웨이의 300만이 미국 1억보다 지적으로 가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헨리크 입센'이나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와 같은 작가가 현대 문학에 영향을 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스칸디나비아는 실제로 굉장히 고요하고 정적인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메탈밴드'를 사랑한다. 날씨는 극단적으로 춥다. 기온 때문에 그들은 외부와 내부를 철저하게 나눈다. 그들은 실내를 포근한 분위기로 꾸미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따뜻하게 꾸미면서 인테리어는 심플하고 간소하게 하여 차갑게 인테리어 한다. 해가 짧은 탓에 어두운 외부와 대비한 밝은 인테리어를 선호한다. 이런 것들이 그들의 특징이라면 특징일까.

그들은 온통 은유와 재치로 세상을 바라본다. 차갑고 무표정한 표정으로 그들은 농담한다. 도대체 어떤 과정과 매커니즘으로 그런 표현법이 나왔을까. 그런 관용어들이 많다. '파란 벽장에 똥싸고 있네' 언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언어' 뿐만아니라 그들의 문화와 역사는 물론 공동체가 나누고 있는 무형의 관념을 함께 배우는 것이다. 알리바바의 전 CEO인 '마윈'은 앞으로 인공지능이 통역과 번역을 해주면 언어를 배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언어는 단순하게 대화의 용도가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말하는 의미를 전달하고 받는 것 외로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언어에는 정보 뿐만아니라 감정과 생각의 구조, 비유 등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식사하세요'와 '식사 잡수세요'라는 두 단어는 영어로 'please eat', 'have a meal'이라고 번역된다. 영어와 한국어를 둘 다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두 표현이 결코 정확하게 전달 가능하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번역과 통역은 인공지능이 인간과 함께 생노병사를 하며 노동하고 먹고 싸고,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 업신 여겨 보기도 하는 등의 경험을 하지 않는 이상 결코 어렵다. '어머니', '아버지'라는 한 단어만으로도 각 문화권마다 떠올리는 이미지와 감정이 다르다. 그것에는 아주 강력하게 함축된 무언가가 있다. 앞서 말한 스칸디나비아의 '파란 벽장에 똥싸고 있네'라는 단어는 표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번역할 수 있으나, 이 관용어가 담고 있는 의미는 재밌다. '우편함에 수염이 끼인 채 잡혀버린 남자의 이야기'나, '당신의 포대에 깨끗한 밀가루가 있나요?' 등 이들이 말하는 표현에는 재미난 역사가 숨겨져 있다.

영화 '베테랑'의 대사로 유명한 '어이가 없다'라는 표현도 재밌다.

'맷돌 손잡이 아세요? 맷돌 손잡이를 어이라 그래요. 어이, 맷돌에 뭘 갈려고 집어 놓고 맷돌을 돌리려고 하는데, 손잡이가 빠졌네? 이런 상황을 어이가 없다 그래요. 황당하잖아, 아무것도 아닌 손잡이 때문에 해야할 일을 못하니까. 지금 내 기분이 그래, 어이가 없네.'

영화에서 '유아인'은 '어이가 없다'는 관용어의 어원에 대해 설명한다. 맷돌이 무엇인지, 맷돌에 손잡이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게 없을 때 왜 황당한 감정을 느끼는지' 이 표현에 대해 김영철의 파워FM의 '진짜 미국식 영어' 코너에서 다룬 적이 있다. 이것의 영어적 표현은 그냥 'wow' 였다. 일본어에도 재미난 관용어가 있다. 일본어에서는 '가치없다.'라는 말을 '쿠다라나이(くだらない)'라고 한다. 이 말은 '쿠다라((くだら)가 아닙니다(ない))라는 뜻인데, 쿠다라(くだら)는 백제(百済)를 부르는 일본식 표현이다. 즉, '백제의 것이 아닙니다'라는 의미를 '쿠다라나이(くだらない)'라는 관용적 표현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이 그들이 갖고 있는 감정과 역사를 모두 이해하는 것임을 앞서 말한 예시를 통해 알 수 있게 했다. 대원외고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언어학을 전공한 국제회의통역사 '안현모' 님의 소화를 거쳐 내뱉어진 '번역'에 강력한 믿음이 가는 이유가 그렇다. 단순히 언어를 번역해내는 노동이다. 다만 이 언어가 담고 있는 문화와 역사를 함께 이해하고 전달하는 것은 스스로 그 문화와 언어를 학습하는 것이다. 그것의 부처적인 방식으로는 가장 잘 이해한 이를 통해 전달 받는 것이다. 스웨덴에서 자라고 옥스퍼드와 런던에서 출판업에 종사한 '카타리나 몽네메리'의 감성과 언어를 최대한 '정보'가 아니라 '감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원어와 국어가 함께 적혔다. 문자로 전달받기 어려운 감성을 여백이 넉넉한 일러스트가 돕는다. 그렇다. 언어는 단순히 '바꿈'이 아니라 그림과 여백을 통해서도 충분히 그 감성적인 표현을 전달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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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온 라부.니콜라스 데프렌스 지음, 강성호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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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물품을 미친듯이 생산해주는 시대. 이를 '산업혁명'이라고 불렸다. 공급력은 소비를 넘어섰다. 소비보다 빠른 시대는 '대공황'이 됐다.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은 '재고'를 쌓았다. 자본주의는 시원하게 돈이 돌아야 한다. 경제 순환의 속도가 느려지자, '동맥경화'가 일어났다. 세계는 무기력하게 쓰러졌다. 경제는 소비과 공급 두 날개로 날아간다. 공급만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소득'과 '소비'는 인간의 몫이다. 경제의 핵심은 다시 봐도 '인간'이다. 인공지능과 기계가 인간을 넘어 섰단다. 훨씬 높은 생산성의 시대에 인간의 역할을 잃는다고 했다. 그래도 인간은 꾸준히 '가계부채'를 늘려가며 소비를 진작했다. 시장이 소비하지 못하자 미국 정부는 '후버댐'을 지어 경제 성장을 이끌어 냈다. 뉴딜 정책으로 댐 건설을 건설했다. 건설 노동자들은 여가를 즐기기 위해 카지노를 찾았고 그렇게 '라스베이거스'가 성장했다. 비슷한 시기 자동차 산업은 미국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포드'는 하루 8시간 주 40시간 주 5일 근무라는 파격적인 근무제도를 도입한다. 이로인해 자동차 수요는 물론 소비력이 함께 늘었다. 자동차 생산과 소비가 함께 늘어나며 도로와 항만 등의 사회기반시설이 구축됐다. 고무와 철강, 석유 등의 관련 산업이 함께 성장했다. 인간이 중심이 된 생산과 소비의 결과다. 기계는 인간이 더 많은 생산을 도울 수 있도록 도왔다. 자판기가 늘어나도 카페의 갯수는 늘어났다. 인간의 소비력이 높아지면 기계는 인간을 더 쉽게 일하도록 돕고 더 많이 생산되게 돕는다. 미국 자동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자. 자동차 산업은제조업체와 판매 딜러로 분화했다. 시장의 파이는 더 커졌다. 금융은 제조와 얼마나 다를까. 금융도 마찬가지다. 금융 상품은 제조와 판매가 분리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핀테크는 판매를 담당하고 은행은 금융 상품을 제조하게 된다. 결제가 간편해지자 소비는 늘어난다. 공급과 소비가 균형적으로 늘어나면 시장은 커진다.

도서 '팩트풀니스'를 보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공감한다. '엠페사'는 케냐의 통신사 사파리콤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통신사인 보다콤의 전화를 이용한 비접촉식 결제, 송금, 금융 서비스다. 엠페사가 케냐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낙후된 통신 인프라 때문이다. 케냐는 유선전화 단계를 건너 뛰고 바로 무선통신 기술 단계로 진입했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기술이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으로 확장되면서 기존 산업을 갖추지 않은 사회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 제3세계의 경우 금융 인프라가 갖춰지기 전, '핀테크'라는 기술을 만난다. 기존 산업이 규모를 갖고 있는 경우, 산업의 이동은 쉽지 않다. 다만 온라인 기술의 보편화는 기존 산업 규조를 갖고 있지 않은 국가들에게 빠르게 확산이 가능하다. 중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는 온라인 전자 상거래와 SNS가 빠르게 성장했다. 중국의 급성장은 사실 금융 인프라가 부족했기에 가능했다. 대부분의 거래에서 통용하는 지급 결제 서비스는 중국의 농촌과 저소득층까지 빠르게 확산됐다. 저렴한 스마트폰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는 이제 '알리페이', '텐센트', '텐페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적 규모를 자랑한다. 중국인과 케냐인들 다수가 은행 계좌가 없고 불편한 인프라가 있었기에 가능한 성장이다. 원래 케냐인들은 장거리에 있는 아들에게 부모가 송금하려면 직접 차를 타고 현금을 운반해야 했다. '미타투스'라는 미니 버스에 운전사에게 돈을 배달하길 부탁하는 방법으로 송금을 했다. 이 송금 방식은 수수료도 비싸거니와 도중 도난이나 분실되는 일이 잦았다. 스마트폰의 가격이 저렴해진 요즘 시대에와서 금융은 가장 빠른 속도로 금융 사각지대를 넓게 포용했다.

시대가 맞아서 그런지, 시대를 맞게 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디지털 결제 수단이 고도화, 간소화되자, 마침 세계적 팬데믹이 일어났다. 비대면 시대를 전세계가 함께 맞이하고 사람들은 더 빨리 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 됐다. 2020년 기준으로 중국 온라인 결제 사용자는 대략 8억 5천 500만정도 된다. 이는 유럽 전 인구보다 많고, 미국과 일본, 한국을 합친 숫자보다 몇 배나 많다. 중국가 동남아시아는 젊은 인구가 유럽이나 미국보다 많다. 이런 이유로 더 빠른게 신기술을 받아들였다. 얼마 전 금융당국은 금산 분리 규제 완화에 불을 당겼다. 전통 금융권으로 포용하기 힘든 영역까지 포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를 토대로 은행을 포함하여 금융회사들이 가상자산업에 진출할 여지가 많아졌다. '코인'이라는 비주류 금융 자산을 양성화하여 산업 전반에 활용될지가 기대된다. '부를 재편하는 금융 대혁명'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코인'에서 출발하기를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사실상 '코인'에 대해 불편한 이유 '관리', ' 변동성', '활용' 정도다. 전세계가 '코인'을 활용하기에 '코인 시장'의 규모는 터무니없이 작다. 또한 너무 커다란 변동성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코인'의 변동성과 규모, 활용은 시간이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적 소수가 거래하기 때문에 거래량이 적고 물량이 부족하여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심하게 발생할 뿐이다. 사실상 가장 큰 문제는 '관리'다. 투명하게 세수를 걷고 금리를 통해 경제를 완만하게 통제하는 시스템을 갖기에 '코인'은 사실상 현재 체제이 적합하지는 않다. 또한 '달러'라는 금융 패권을 넘어서야 하는 것도 힘들다. 고로 금융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중앙통제 화폐와 성격을 공유하며 성장해 나갈지도 모른다. 경제는 어떤 산업이던 결국 '금융'을 통해 생명을 부여 받는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자본'이고 '자본'은 '금융'이다. 앞으로 변화해 나갈 시대에 '금융'의 방향을 이해하는 것은 땀 흘려 일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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