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 42
김혜남 지음 / 메이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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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돌고래의 두뇌는 1.6kg으로 인간의 두뇌보다 300g 더 크다. 좌뇌와 우뇌가 잘 구분되어 있고 인간과 같이 주름이 많다. 인간 위주의 지능 검사에서 그들의 지능은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으로 측정된다. 다만 학자에 따라 인간 지능과 동등하거나 우월하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돌고래는 인간과 같이 자살하거나 동맹을 맺기도 한다. 마약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유아를 교육하는데 집단이 나서기도 하며 거울에 비친 모습에 자신을 인식하는 몇 안되는 동물 중 하나다. 죽은 이의 장례를 치뤄주고 환자를 돌보거나 이타적인 마음도 갖는다. 이들도 사회적인 동물이며 언어 능력은 인간보다 뛰어나다. 인간과 같이 추상적 관념에 대한 이해를 한다. 이들은 고대에 인간과 전쟁을 치룬 적도 있다. 이 전쟁에서 인간은 돌고래를 잔혹하게 집단 학살한다. 이후 돌고래가 '인간'을 공격하는 일은 수 세기를 넘었지만 드물어졌다. 돌고래가 역사를 학습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돌고래는 습득한 지식을 후대에 전승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인간에 버금가는 지능과 사회성을 갖고 있으면서 그들은 인간의 문명을 넘어서지 못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기록'이다. 모든 생물은 일생 간 겪어야 하는 노하우와 경험이 있다. 다음 세대는 분명 앞 전 세대와 같은 경험을 하겠지만 이를 전달할 방법은 많지 않다. 한 세대가 겪은 문제를 다른 세대가 똑같이 겪으면서 같은 실패를 반복한다. 진보하지 못한다. 인간 문명이 폭발적으로 진보한 시기는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다. 이전까지 인간도 다른 동물처럼 지식과 경험을 넘겨 주지 못했다. 그저 다른 동물과 같이 사냥하고 채집하며 떠돌아 다녔다. 다른 잡식 동물과 경쟁하는 수준의 생활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지식을 후대에 넘기는 '기록'을 발명하며 인간은 지능을 넘어서는 능력을 갖게 된다. 집단 지성이다. 횡으로 넓어지는 사회적 지성뿐만 아니라 종으로 넓어지는 역사적 지성도 함께 갖게 됐다. 같은 시대를 사는 다른 이들의 지성과 합쳐지고 다른 시대를 살았던 이들과 지성도 합쳐진다. 독서의 파급력이 무섭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노하우는 있다.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뛰어나게 된 이유는 '기록' 때문이다. 기록을 넘겨 받은 인간은 돌고래보다 20% 높은 수준의 지능으로 분류할 수 없다. 이들의 지능은 종과 횡으로 확장된다. 그 수준이 200% 이상은 족히 될 것이다. 인생을 다시 살아보지 않는다면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누군가 알려 주면 조금 더 수월해지는 것들이 있다. 어린 시절, 밥을 김에 싸먹는 것을 좋아했다. 바삭한 김을 한 장 꺼내서 밥 위에 얹고 젓가락으로 그것을 감싸면 맛있는 김밥이 됐다. 다만 밥을 쌀 때마다 부숴지는 김 때문에 애를 먹었다. 그 때 아버지는 지켜보다가 말씀하셨다. 젓가락으로 밥을 뜨고 김을 찍으면 붙어 온다는 것이다. 그 노하우를 전수받고 김밥을 먹는 일이 최소 100배는 수월해졌다. 김밥을 먹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노하우는 있다. 먼저 시행착오를 겪은 이들에게 노하우를 전달 받는다면 나만의 새로운 노하우가 생겨난다. 새롭게 생긴 노하우는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 시킨 뒤, 나만의 방식으로 채득하면 된다. 나만의 방식으로 채득된 보완된 노하우는 다음 세대로 넘긴다. 아니면 기록을 통해 종과 횡으로 흩뿌려버린다. 지금 내가 쓴 이 글도 5G의 속도를 타고 전 세계로 흩뿌려진다. 극히 적은 확률로 해외 누군가가 볼 수도 있다. 12년 간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했던 김혜남 작가는 자신의 노하우를 10권의 책에 실어 종과 횡으로 뿌렸다. 그 노하우는 130만 독자에 공감을 얻었다. 130만 독자가 새 생명을 얻은 것과 다름 없다. 2001년 마흔 세 살에 몸이 굳어가는 파킨슨 병을 진단 받은 이는 자신의 삶에 녹아있던 노하우를 최선을 다해 활자 위에 뿌렸다. 후회를 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인간은 언제나 지난 날을 후회한다. 돌이켜 보건데, 더 좋은 선택을 하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그것은 못난 자신을 탓하는 자책이 될 수도 있지만 사실 지난 날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지금 보인다는 걸 봤을 때, 내가 더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김혜남 작가의 글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일단 외워라."

학교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시다. 암기보다 이해가 선행되야 한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교육철학에 반하는 말이다. 아무리 말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곰곰히 생각해보시다 말했다.

'이해가 안되면 일단 외워버려'

명쾌했다. 유학하던 시절, 급하게 해야 할 어싸인먼트(Assignment)가 있었다. 간단한 쪽지 시험이었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일상회화 영어 단어도 벅찬 초짜 유학생에게 지난 학교 선생님의 조언은 통쾌할 정도로 맞았다. 일단 무식하지만 외우고 본다. 시간이 지나면 암기했던 것들은 점차 내 머릿속에서 해체되더니 이해가 되던 날들이 오더라. 그것은 공부 노하우 뿐만 아니다. 삶의 노하우도 마찬가지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모를 것 같은 '노하우'도 전수 받는다. 그럴 때, 이해는 둘째치고 일단 외운다.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사람이다', '세상에는 이렇게 일이 해결될 수도 있다' 암기된 정보는 일단 적절하게 활용된다. 활용된 정보는 활용하다보면 '아, 그래서 그러라고 했구나'하고 이해되는 시점이 온다. '김혜남 작가'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라는 책이 그렇다. 인생을 다시 산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것은 지극지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종과 횡으로 비슷한 상황에 걸린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뿐만 아니라, 여러 성인과 다른 이들도 모두 자신들의 이야기를 활자화 기록했다. 나의 지적, 경험적 능력을 상하종횡으로 확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독서'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그것을 다시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집필'에도 꾸준한 욕심이 생긴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용감히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느긋하고 유연하게 살리라.

그리고 더 바보처럼 살리라.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더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더 많은 산을 오르고, 더 많은 강을 헤엄치리라.

아이스크림은 더 많이 그리고 콩은 더 조금 먹으리라.

어쩌면 실제로 더 많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어나지도 않을 걱정거리를 상상하지 않으리라.

나딘 스테어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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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영어 독해비급 - 중학교 영어 교과서 13종 핵심 문장 구문독해 난생 처음 끝까지 본 시리즈 3
Mike Hwang 지음 / 마이클리시(Miklish)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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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연수 시절, 토익 단어 2만개를 외웠다는 형님을 만났다. 꽤 어려운 단어를 많이 알고 있었다. 한 번은 원어민 강사가 그를 보고 말했다.

"그렇게 어렵게 말하는 사람은 없어."

그 형님이 하고자 하는 바는 '세대 차이'에 관한 표현이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I supposed that your generation is dissimilar to ours.'

그러자 원어민 강사는 'It's old fashioned.'라고 수정했다. 단어와 문법을 맞춘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고등학교를 올라가면서 꽤 복잡한 '수능 지문'을 만난다. 수능 지문은 흔히 원어민들도 읽지 못한다고 한다. 이유를 따지자면, 불필요하게 문장이 늘어지기 때문이다. 수능 영어지문에 사용되는 영어 단어는 일반적이지 않다. Edward P. Bailey 박사는 평균 문장길이가 17단어를 넘지 말라고 권장한다. 그는 영어 'Writing & Speaking' 부분 전문가다. 2022 수능 지문에서 에드워드 박사의 기준을 넘어서는 문장은 50%가 넘는다. 26개 이상의 문장도 23%가 넘는다. 13년 넘게 출판사에서 일하며 다양한 책을 만들었던 '양춘미 작가'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공문서가 이해되지 않는 이유는 '문해력 문제'가 아니라, '글이 잘못된 경우'라는 것이다. 잘못된 글이 많기 때문에 이해가 쉽지 않은 것을 문해력을 탓한다. 잘못된 글이 많기 때문에, 우리는 잘못된 글을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 아이러니를 가졌다. 해외 유학을 준비하던 시기 아이엘츠(IELTS)라는 시험을 준비했다. 아이엘츠는 International English Language Testing System의 약자로 영국식 영어가 비모국어인 사람에게 영어 능력을 평가하는 국제공인시험이다. 해당 시험에서는 불필요하게 글이 늘어지고 길어지는 것을 지양한다. 불필요한 접속사를 생략히거 과도한 형용사, 부사 등 수식어는 좋지 못한 글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

쉽게 말하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듣기를 수능은 희망한다. 그것은 교육적으로 잘못된 방향은 아니다. 세상 모든 글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을리는 없다. 대학 이상에서 공부를 하다보면 비문 투성이인 논문을 만난다. 인터넷 신문에서도 늘어지는 기사를 쉽게 만난다. 역시 엉터리 공문도 접하게 된다. 그것의 요지를 얼마나 잘 파악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 수능의 취지다. 고등학교 '영어'가 이처럼 늘어지는 영어의 요지를 빠르게 캐치하는 것이라면 중학교 영어는 다르다. 중학교 영어는 언어의 본질을 공부한다. 중학교 영어 문장은 꽤 정돈되어 있다. 원어민들이 사용하는 일상 어휘 수준은 중학교 단계에서 습득 가능하다. 문법 또한 중학교 수준 이면 일상회화에는 문제없다. 영어를 공부하는 목적은 다를 수 있다. '회화'를 필요로 할 수도 있고 '독해'를 필요로 할 수도 있다. 어쨌거나 그 기본은 '중등 영어'를 먼저 마스터하는 것이다. 영어를 잘한다는 이들의 대부분은 '영화나 드라마'라 공부하길 권한다. 나 또한 같은 방법으로 공부했다. 문법책을 펴서 사지선다형 객관식 문제에 정답을 넣는 방법으로 하진 않았다. 이 방법은 십 수년을 공부하고도 영어 한마디 못하는 교육을 비웃기도 한다. 다만, 사실 한국 영어교육이 지향하는 바는 '회화'가 아니다. '수학 능력'을 평가할 뿐이다. 어쨌건 수능 영어 지문에 익숙해지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이러나 저러나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기초어휘와 어순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중학교 내신 영어는 '벼락치기'로 얼마든지 고득점이 가능하다. 본문만 암기하면 A는 어렵지 않게 나온다. 다만, 언어로써 '영어'는 결코 벼락치기가 불가능하다. 언어는 '학습(學習)' 중에서 습(習)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훈련'과목이다. 배우는 것보다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자전거를 타는 방법은 100번 듣는 것보다 한 번 타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언어'는 환경에서 저절로 익혀지기도 한다. 별 다른 고등 교육을 받지 않아도 누구나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노출 빈도에 비례한다. 얼마나 자주, 많이 보느냐가 문장구조를 얼마나 익냐를 결정한다. 단시간에 빠르게 익히는 '암기 과목'과는 차이가 있다. 몇 개의 단어를 암기했는지 보다 기본 단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가 중요하다. 이것은 '감'으로 익어야 한다. 축구를 잘하는 이들은 공을 발로 차는 각도와 시선을 계산하지 않는다. 공을 발로 차는 것은 '배움'이 아니라 '본능'에 가깝다. 고등영어보다 중등 영어가 더 중요한 까닭이다. 좋은 문장으로 감을 읽히고 문장 구조와 단어 활용에 대해서도 익힐 수 있다. 감히 말하자면 '입시'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고등학교 모의고사 지문'보다는 중학교 영어 교과서가 훨씬 도움된다. 30권 이상의 영어 책을 집필하고 어떻게 하면 쉽게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지를 강의하는 '마이클 황' 작가는 자신이 생각하는 영어 교과서 13종의 핵심 문장을 뽑아 구문 독해의 요령을 알려준다. 도서는 영상과 함께 제공되기에 영상으로 함께 함께 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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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않는 생활 - 정리, 절약, 낭비 문제를 즉시 해결하는
후데코 지음, 노경아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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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다만 정신을 차려보면 꽤 많이 사놓고 쓰지 않는다. 단순하고 간결한 삶을 좋아한다. 돈을 아껴쓰기라기보다 삶을 단순화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단순한 삶이란 이렇다. 할부를 하지 않는다거나 빚을 지지 않는다는 것들이다. 어디로든 훌쩍 떠날 수 있도록 물건을 구매해도 얽매이지 않는게 중요하다. 오랜 해외생활과 이사를 하면서 꾸준히 산 것들을 버려 왔다. 미니멀리즘을 향한 철학 때문은 아니다. 그저 상황상 그래야 했다. 그러다보니 환경이 얼마나 삶과 마음을 편하게 했는지 알게 됐다. 향수가 생겼다. 모든 것을 버리고 어디든 떠날 수 있다는 마음은 빠른 결단과 행동력을 낳았다. 마치 최소한의 것만 소유하던 유목민들이 세계로 뻗어나간 것들과 닮았다. 조금더 저렴하다는 착각에 빠져 필요없는 것을 더 구매하거나 12개월, 24개월 할부 서비스를 받았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얽매여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런차에 '후데코' 작가의 '사지 않는 생활'이라는 책을 만나게 됐다. 어째서 이처럼 많이 소유하고자 했는지 지난 시기가 한탄스럽다. 책의 저자 후데코는 정기적으로 물건을 버리라고 말한다. 집에는 사용하지 않는 방이 하나 있다. 그 방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둔다. 사용하지 않는 방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둔다는 게 돌이켜보면 황당할만큼 어이없다. 둘다 본질을 잃었다. 사용하지 않는 방은 10평도 넘는다. 20대에 상경하여 자리를 잡겠다고 아득바득하던 시기, 내가 살던 방은 곰팡내가 팍팍나는 7평짜리 반지하 원룸이었다. 사지 않는 물건을 재겨두는 쓰지 않는 방이 볕이 잘 들어오는 10평짜리 방이니, 다시 돌이켜보면 주인보다 호강하고 있다. 그 방에 물건이 한 번 들어가면 거의 나올 일은 없다. 따지고보면 없어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아마 그 방의 물건을 누군가가 훔쳐간다고 하더라도 나는 한동안 전혀 깨닫지 못할 것이다. 물건은 대단한 것은 없다. 각종 충전선이라던지 사용하지 않는 전자책, 향초, 수첩 등. 말 그대로 잡동사니다.

언젠가 책을 읽다가 '향초'에 관한 구절을 읽은 적 있다. 향초를 펴놓고 책을 읽는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던 모양이다. 괜찮은 향초를 구하기 위해 꽤 먼곳을 찾았다. 두어 곳을 찾아서 겨우 원하는 향초를 찾았다. 찾은 향초는 몇 번 켰다. 다만 얼마 사용하던 향초는 어느새 공간을 차지하는 계륵같은 존재가 됐다. 자기 전에 향초를 키자니 주변에 불이 붙을 것 같다거나, 굳이 어둡게 책을 읽어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향초는 내 손에 들려져 '쓰지 않는 방'으로 옮겨졌다. 묵직한 향초를 그 방 어딘가 놓고 나오려는데 내 눈길을 끄는 것이 보였다. 다시보니 그 향초다. 그토록 사용하고 싶던 향초는 사실 가지고 있었다. 그런 경우는 생각보다 잦은 편이었다. 사고 싶다는 욕구에 사로잡혀 구매를 했다는 점은 그 두 번이 공통적일 것이다. 대학교에서는 '마케팅'을 공부했다. 마케팅은 상품을 판매하는 일이다. 상품을 판매하는 일은 이렇다. '가진 상품이나 서비스를 상대에게 넘기는일'. 즉 내 상품과 서비스를 갖게 될 상대의 근사한 미래를 설명하는 일이다. 그런 걸 공부하던 내가 결국은 '마케팅'의 노예가 됐다. 20세기 초반, 미국에서는 경제대공황이 일어났다. 경제대공황은 '상품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았기에 일어난 일이다. 쉽게 상품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사는 사람이 없는데 많이 만들면 물건의 값은 떨어지고, 사는 사람은 많은데 적게 만들면 물건 값은 올라간다. 20세기에는 자동차를 비롯해 각종 산업이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바뀌었다. 소품종 대량생산에 적응하기에 '시장'은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사람들은 쏟아지는 상품을 모두 소비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쌓여가는 물건들은 소비되지 못하고 창고에 쌓여 갔다. 상품의 가격은 떨어졌다. 재고가 쌓이면 자금 유동성은 급격하게 얼어붙는다. 현금유동성이 줄어들자 공장은 근로자를 해고하기 시작했다. 쉽게 말해 실업률이 상승했다. 실업률이 상승하고 회사의 현금유동성이 줄어들었다. 물건의 가격은 폭락했다. 실업률이 상승하자 다시 소비는 더 줄었다. 회사의 주가는 폭락했다.

물건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파는 것이다. 공장은 물건이 많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1주일에 하루만 생산하지 않는다.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공장에서는 끊임없이 물건을 생산해낸다. 즉, 거의 반사적으로 생산되는 물품을 시장으로 덤핑하는 일은 말그대로 박리다매이면서 덤핑이다. 채산을 생각하지 않고 시장에 내다 던지는 수준이다. 대공황을 떠올려보자. 유동하지 않는 자산이 쌓이면 쌓일수록 기업은 병들어간다. 가정이나 개인도 마찬가지다. 사용하지 않는 자산이 쌓이면 쌓일 수록 병들어간다. 기업과 개인은 서로 물품이라는 폭탄을 돌리는 셈이다. 여기에 가장 강력한 무기가 바로 '마케팅'이다. 물품 중 가장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물품은 무엇일까. 세 가지라고 말할 수 있다. '의, 식, 주'. 사람들은 최첨단 시대에 살면서 꽤 그럴싸한 것에 돈을 쓰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은 '패션', '요식업', '부동산업'이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서유럽 국가의 대표기업 주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서유렵 국가들은 대게 패션사업이 주산업이다. 미국의 주요산업은 '농업'과 '에너지'다. 이 두 국가 모두의 부동산은 말할 것도 없다. 콜라는 '소화제'로 시작했다. 빵 사이에 다진 고기를 끼워 넣은 음식이나 넓은 반죽에 각종 토핑을 올린 음식은 중국에서 만들어낸 공산 제품보다 더 비싸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수명이다. 1000원짜리 펜이 최소 1년을 쓴다면 1만원짜리 빵은 그 자리에서 소비된다. 그것을 더 빠르게 소비되도록 '콜라'는 돕는다. 마케팅은 사람들을 비만하게하고 가난하게 만든다. 사지 않는 삶이란 단순하게 돈을 아끼는 것과는 다르다. 사지 않는다면 더 중요한 것을 얻을 수 있다. 동맥경화가 온 환자처럼 유동하지 않는 돈은 자신을 위해 사용되지 못한다. 그것은 곧 시간을 갉아 먹기도 한다. 한 개를 구매하면 한 개를 더 준다는 마케팅은 회사 재고를 이쪽으로 넘기는 일이다. 그것을 빈번하게 받아 드릴수록 더 가난해지고 비만해질 여지가 많다. 작가 '후데코'의 말처럼 정기적으로 꾸준히 버려가며 나를 비우고 구매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시간과 돈에 있어서 자유를 얻는 것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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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 - 김다슬 에세이
김다슬 지음 / 클라우디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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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샤워할 때, 절때 슬픈 노래를 듣지 않는다. 가사와 멜로디가 하루 전체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뉴에이지에 한참 심취해 있을 때, 누군가가 말했다. '뉴에이지는 사탄의 음악'이라고. 그닥 귀를 기울이지는 않는다. 다만 무엇을 말하려는지는 알겠다. 신과 자연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문화와 예술이 옮겨지는 '르네상스'에도 특이하게 '사탄'은 많이 등장했다. 사탄은 히브리어로 '방해자'라는 뜻이다. 고대 문화와 예술은 지배층의 전유물이었다. 대표적인 지배층은 '성직자'다. 그들은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했다. 설교하고 예식하는 그들의 마음을 더럽히는 '사탄(방해자)'은 경계의 대상이었다. 순리에 반하는 것은 '신'에 대한 반역이었다. '신'을 노래하지 않는 '불경'은 존재할 수 없었다. 대중은 '문화', '예술'과 동떨어졌다. 그러다 '르네상스'가 꽃을 폈다. '신'이 아닌 '인간중심'의 예술이 '대중'으로 확산했다. 어느 때보다 '천사와 악마'의 대립, 신과 사탄의 대립이 많아졌다. 순리에 반하여 인위적으로 인간의 감정을 움직인다. 그것은 성직자에게 경계의 대상이었다. 사찰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번뇌를 삼키는 승려에게 슬픈 노래를 틀어 준다면, 목탁 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 고대 성직자들이 현대 음악을 듣는다면 세상말세를 한탄했을 것이다. 호수처럼 잔잔한 마음에 인위적으로 '환희'를 넣거나 '슬픔'을 불어 넣는 행위가 '순리'와 '이치'에 반한다고 여길 것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성직자는 신이 만든 이치를 거스르는 불경함을 경계했다. 봄에는 싹이 나고 여름에는 성장하고 가을에는 무르익는 자연의 이치는 '완전함'이었다. 그것을 반하는 것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됐다. 불교는 머리속 상념이 사라지는 '해탈'의 경지를 꿈꿨다. 기독교 또한 하나님의 진리 따르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번뇌'와 '사탄'을 경계했다. 시대가 흘러가고 인간이 신에 대항하는 시대가 열렀다. 여름 과일을 사시사철 먹고, 겨울 음식도 사시사철 먹는다. 슬프지 않아도 언제든 슬퍼질 수 있고, 기쁘지 않아도 강제적으로 기뻐질 수 있다. 다만 그것은 분명 이치와 맞기 힘들긴 하다.

기분이 안좋을 때, 한숨자고 일어나면 말끔하게 괜찮아진다. 일어난 직후는 빈도화지처럼 깨끗하다. 사람의 감정은 '파동'과 닮아서 극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감정은 옅게 그라데이션을 그리며 변해간다. 새롭게 시작한 하얀 도화지에 눈을 뜨자마자 슬픔의 노래를 채워 넣을 까닭은 없다. 아침의 기분은 하루를 좌우한다. 그 말은 꽤 맞다. '기분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 론다 번의 '더 시크릿'에 '생각'이나 '상상'보다 상위하는 것이 '감정'이라고 했다. 좋은 생각과 좋은 상상은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다만 인간은 언제나 좋은 생각과 좋은 상상만 할 수 없다. 생각과 상상은 '의식'의 영역이다. 의식과 무의식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비유는 '빙산의 일각'이다. 실제로 산처럼 높은 의식의 세계에서 고작 5%만이 의식이다. 보이지 않는 심해에는 95%가 잠들어 있다. 그것은 그저 잠들어 있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면으로 올라와 의식에 영향을 끼친다. 아주 작지만 로테이션처럼 의식은 무의식으로 스며들어가고 무의식은 의식으로 들어 올라온다. 고로 의식적인 반복이 무의식으로 내려가거나 쌓여 있는 무의식이 의식으로 올라오는 것이다. 고된 훈련을 하는 선수들은 의식을 무의식에 주입시킨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도 마찬가지다. 어느 경지에 이르면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무의식에 단계로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대로 무의식도 의식의 영역으로 올라온다. 우리가 무의식이라고 부르는 것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 중 하나는 감정이다. 거대하게 무의식을 포용하는 감정의 색깔은 의식으로 올라와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 그것은 인생이 된다. 기분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 나의 기분은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 괘 오랜기간 수첩을 구매하면 수첩 첫 수 장에는 자기관리에 대한 철학을 적어두곤 했다. 간혹 이렇다.

나를 관리하는 법

  1. 혼자만 알고 있는 비밀장소를 만든다.

  2. 평소에 다니던 길이 아닌 길로 가본다.

  3. 아무 목적없이 서점을 간다.

  4. 생각은 천천히 행동은 즉각적으로 한다.

  5. 해야 할 일은 최대한 빨리 끝내고, 여유시간을 확보한다.

  6. 사람들의 좋은 점을 찾아서 꼭 말해준다.

  7. 대화 상대의 말에 맞장구를 쳐준다.

  8. 때로는 큰 잘못도 눈감아 준다.

  9. 매순간이 한 번 뿐임을 기억한다.

  10. 먼저 큰소리로 인사한다.

  11. 부정적인 사람은 피한다

  12. 하기 싫은 일을 먼저하고 빨리 끝낸다.

  13. 매주, 매달의 목표를 설정한다.

  14. 다른 분야의 사람과 대화한다.

  15. 어린 사람과 친구가 된다.

  16. 단 한 줄이라도 일기를 쓴다.

  17.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일을 시도해본다.

  18. 망설이는 리스트는 플래너에 옮겨 적는다.

  19. 주간 플래너는 하늘이 무너져도 모두 실천한다.

  20. 완벽과 잘해야 된다는 강박을 버린다.

  21. 기억력에 의존하지 말고 메모하라.

  22. 부탁을 두려워 하지 마라.

  23. 인생은 불안정하고, 불완전하며, 불공평함을 인정하라.

  24. 해주고 바라지마라.

  25. 피하지 못하면 받아들이고 즐겨라.

  26. 언젠가 해야지 싶은 것은 지금 시작하라.

  27. 체면은 개나 줘라.

  28. 상처 받을 수 있음을 부정하지 마라.

  29. 인생은 혼자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마라.

  30. 나를 위한 적당한 지출에 자책감을 갖지 마라.

  31. '되기'는 '신'에게 맡기고, '하기'에나 최선을 다하라.

  32. 모든 사람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33. 명상의 시간을 가져라.

  34. 잔잔한 클래식을 즐겨라

  35. 아닌 것에는 '아니다'라고 분명히 마하라.

  36. 웃음거리가 되는 일을 두려워 하지마라.

  37. 어떤 일도 지나치게 심각해지지 마라.

  38. 천천히 걷고 운전하라.

  39. 말보다 듣기를 3배 더하라.

  40. 벌어지지 않은 상황은 겁내지 마라.

  41. 주는 것 자체를 즐겨라

  42.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라.

  43. 목적지 없이 움직여 보라.

  44. 매순간을 감사하고 즐겨라.

  45. 결코 비교하지마라.

  46. 치열함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증명하라.

  47. 언어는 항상 곁에두고 공부하라.

  48. 나와 다른 사람들을 자주 접하라.

  49. 배울 수 있는 사람을 찾아라.

  50. 술, 담배, 도박을 멀리하라.

  51. 독서와 운동을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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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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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에 의해서 꼬여버린 관계...

닦이지 않은 유리문...

풀리지 않는 관계도 있다. 혹은 풀려서는 안되는 경우도 있다. 문뜩 일과 시간에 바라 본 창에는 꼬여 있는 전선줄이 보였다. 상당히 복잡하게 꼬여 있지만, 저것들은 모두 필요에 의해 꼬여 있을테다. 멍하니 봤다. 저걸 풀었다고 나아지는 건 무엇일까. 상념에 든다. 꼬여있는 관계를 풀었다고 나아지는 건 없다는 결론에 닿는다. 그저 조금 정리됐다는 안도만 남을 뿐이다. 왜 저것들은 꼬여 있을까. 각자 다른 역할을 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고로 저걸 풀었다고 그들의 역할이 달라지진 않는다. 사람은 본래 태어나면 딱 하나의 자아를 갖는다.

'나'

시간이 지나면 다른 자아도 받아 들인다.

'아들'

빈 얼굴 위에 하나, 둘 씌웠던 페르소나가 쌓인다. 학교를 간다. '아들', '친구', '제자'. 최근 읽고 있는 위어드(weird)라는 책을 보니, 동양인들은 자아를 사회의 요구에 따라 나눠 갖는단다. 공감된다. '서양'보다 사회가 기대하는 다른 자아가 많다. 문화는 그 곳에 정착하면서 사람들의 사고 방식을 바꾼다. 그것은 유전자처럼 전해지며 자연선택처럼 선택받는다. 더 환경에 적합한 것들이 살아남는다. 동양인들은 '자아'를 잃으면 잃을수록, '사회가 내린 정답'에 자신을 맞추면 맞출수록 살아남는다.

가정에서는 어떤 아들, 학교에서는 어떤 학생, 친구에게는 어떤 친구.

서양인들은 대게 '나'로 살아간다. '선배', '후배', '선생님'도 없다.

모두 이름이다. 처음 보는 사람도 '통성명'을 하면 이름을 부른다.

서로가 온전히 하나의 자아로 받아 들여준다.

우리는 다르다. 우리는 자아를 쪼갠다. 자아가 쪼개면 쪼개 질수록 '정체성'은 혼란하다. 페르소나를 돌려가며 스스로를 잃는다. 대게 자아를 상실하면 우울에 빠진다. 자신이 누구인가. 사회가 정한 기대치에 자신을 숨기다 보면 진짜 자아는 사라진다. 그 상태로 사회가 복잡해지니, 혼자 있는 시간도 줄어든다. 자신을 인지 생각할 시간이 줄어든다. 학교, 직장에서 8시간을 지내고 가족, 친구와 나머지 시간을 지낸다. 다른 이름에만 집중하다보니 자신을 잃는다. 마치 몰입한 캐릭터를 빠져 나오지 못하는 대배우의 착각과 같다.

가면에 쌓여진 진짜 자신을 상실한다. 여러 가면만 돌려쓴다. 생을 마감한다. 동양인이 우울한 이유다.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하는 것은 '호칭'도 한 몫이다. 사회는 '호칭'을 남기고 '이름'을 지운다. 한국인은 점차 이름을 잃어간다. 본디 이름도 온전히 자아를 담지 못한다. 그것이 자아를 담을 시간도 없이 빠르게 삭제된다. '오빠', '형', '사장님', '선생님', '아빠'로 순식간에 쪼개진다. 사회는 '호칭' 속에 '표준모델'을 심어 놓는다. 표준모델에서 벗어나면 '독특하다'고 표현한다. 자신다워 지는 것보다 '표준 모델'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뉴질랜드에서 버스를 탄 적 있다. 버스 기사 님께 목적지를 물었다. 목적지는 'New Lynn'이라는 곳이다. 기사는 몇 번을 되물었다. 내 입에서 나오는 'L' 발음이 듣기 힘든 모양이었다. 기사는 퉁명스럽게 "영어 공부 좀 해"라고 야단하고 문을 닫았다. 인종차별적인 경험. 이 경험을 다른 이에게 말했더니, 대부분은 '버스기사'를 콧수염 난 백인 아저씨로 떠올렸다. 내 이야기의 대상은 마오리 아주머니셨다.

그렇다. 사회는 '표준 모델'을 제시한다. 거기서 벗어나지 않길 기대한다. 다만 사회가 만들어낸 '표준모델'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 모델을 연기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자신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것을 동양은 쉽게 잊어 버린다. '공자'는 말했다.'군군신신부부자자',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 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 이 말은 혼란스러운 시대를 정리하는 명언이지만, '사회가 만들어낸 표준모델'에 충실하라고 주문한다. '온전히 자신다워 지라'는 말은 없다. 공자가 바라는 세상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아니라, 안정된 질서의 사회다. 그 유교사회의 교육을 받으며 우린 '행복'을 버리고 '사회 안정'을 택했다. 이 질서는 아주 오랜 기간 동양이 서양 문명보다 우수하도록 만들었다.

해외에서는 껌을 씹으며 서빙하는 직원을 가끔 만난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더 쉽게 본다. 공무원이나 은행원들은 기다리는 '고객'을 두고도 자신들끼리 수다를 떤다. 특별하게 유니폼을 입었다고 자신을 잃어버리진 않는다. 우린 조금 다르다. '손님'이라는 페르소나만 걸치면 '갑'이 된다. '자신'은 없고 '갑'과 '을'만 존재한다. 손님은 손님답고 종업원은 종업원답다고 여긴다. 손님이 '왕'이라는 이상한 '표준모델'이 생기면 다수의 자아는 굉장히 괴상망측한 방식으로 바뀐다. 군복만 입으면 죄다 삐딱해지는 민방위대원처럼 사회가 만들어낸 모델로 자신을 쏙하니 집어 넣는다.

꼬여버린 관계, 그것은 풀어내도 달라지지 않는다. 잃어버린 관계는 반드시 잃어버려야만 한다. 사회가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규칙이다. 확실히 단절되고 잊혀져야 한다. 그러고 싶지 않지만 그래야한다. 사장에게는 충성을 다해야하고, 후임에게는 위신을 세워야 한다. '자신'은 없다. 그냥 그래야 한다고 '사회'가 규정했다. 그것에 자신을 끼워 넣는다. 얼마 전, 군부대의 부조리에 관한 영상을 봤다. 사회에서는 평범한 또래 대학생 친구들이 그곳에만 가면 괴롭히고 군기잡는다. 사회의 압력에 무릎을 꿇는 일이 많아지면 원치 않는 방향대로 삶은 흘러간다. 닦이지 않은 유리창으로 꼬여 있는 관계를 살피니, 더 갑갑하다. 꼬여 있는 관계를 살피는 일 같아 보인다. 조용히 혼자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짧아지면 질수록 '내'가 아닌 '표준'처럼 살아갈 것 같다. 어쩐지 일상에서도 이런 망상이 잦아지는 걸 보니 MBTI가 어느정도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아직 완독 전 생각입니다. 완독 후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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