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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되었지만 외로운 사람들 - 고독을 잃어버린 스마트폰 시대의 철학
다니가와 요시히로 지음, 지소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2월
평점 :
고현정 배우가 말하길,
'심심한게 제일 고급진 거에요. 자극 없는 게 최고야.'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요즘 뭐하고 지내세요'라는 질문에 '심심한 삶'이 가장 고급지고 평화로운 삶이라는 의미로 대답했다.
시끄럽고 복잡해지기는 쉽다. 아무렇게 그려 흰종이를 더럽히는 방식은 무한대로 많다. 그러나 그 흰종이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누군가가 말하기를,
'침묵은 아주 비싼 능력이고, 고독은 매우 성숙한 경험'이란다.
음악을 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숙'이다. 독서할 때도 가장 중요한 것이 '고요함'이다. 대부분은 이런 환경 속에서 태어난다.
샤워하거나 거리를 걸을 때, 대부분 잠깐의 적막을 견디지 못하고 무언가 틀어 놓을 때가 있다. '혼자'라는 것을 부정하기 위한 행위다. 사람은 '외로움'이나 '고독'을 두려워 한다. 누군가가 함께 하고 있다는 감정을 인위적으로 만들기 위해 TV를 켜거나 음악을 재생한다.
그것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단단하다는 의미인가. 실제 고독의 한자어는 '외로울 고(孤), 홀로 독(獨)을 사용한다.
고(孤)는 외롭다. 부모 없이 자라다, 의지할 데가 없다.
독(獨)은 홀로, 혼자, 외롭다, 고립되다, 떨어져 있다
의지할 사람없이 존재하는 상태, 그것을 다른 말로 '독립' 혹은 '자립'이라 부른다. 어딘가 의지하지 않고 존재할 수 있는 단단함이다. 아이들은 적막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다. 바로 부모를 찾거나 의지할 곳을 찾는다.
시끄럽고 현란한 게임, 음악에 현혹되고 또래와 무리짓길 좋아한다. 쉽게 '적막'을 지울 수 있는 시대다. 이와 반대로 많은 철학자들, 예술가들은 '고독'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깊이 있는 창작과 성찰, 자아와의 대화가 가능한 상태로 봤다.
요컨데,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불행은 혼자 조용히 방 안에 있을 줄 모르는데서 비롯된다'고 했다. 헤르만 헤세 또한 '고독은 마음이 깊은 사람들의 운명'이라고 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거나 글을 쓰도록 하는 것은 아주 고급지고 비싼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아이'뿐만 아니다. '자신'에게도 그런 능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은 글을 읽거나 쓸 때, 비로소 입을 다문다. 짧은 일기를 쓰는 동안도 음악소리는 소음이 된다.
서점과 도서관에 가면 수많은 이가 쌓아 올린 고독의 결정체들이 모여 있다. 단연코 그런 '시끄러운 환경'에서 쓰여진 책들은 아니다.
우리는 상대의 눈빛을 읽고 호흡을 예의주시한다. 다만 자신의 그것은 외면한다.
상사, 부모, 자식, 친구의 표정, 눈빛, 말투, 호흡을 보며 '오늘 기분이 안좋은가', '오늘 기분이 좋은가' 등을 꾸준히 살핀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기분이 어떤지 살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자신의 호흡 리듬은 어떤가. 자신의 안면 근육은 어떻게 모양 짓고 있는가. 자신은 현재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가.
그것을 지우고 잊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마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아주 광범위한 커넥션을 만든다. 지금 당장 흘러갔어야 할 과거의 흔적을 모두 잡아 놓는다. 고로 고독할 시간이 없다. 심심할 틈이 없다.
또한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세상은 지나치게 목표지향적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타인을 '경쟁자'로 둔다. 자신의 위치를 꾸준히 확인하며 경쟁 속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는다.
실제로 2011년 스마트폰이 세상 밖으로 나오고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의 국가에서 가장 많이 팔린 도서의 종류는 '자기계발서'이다. 자기계발서는 '개인의 성공'을 위해서 '당신의 변화'를 가장 먼저 요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공은 '개인의 변화' 뿐만 아니라 '환경'이라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결합되어 발생한다.
즉 '너만 열심히 하면 나처럼 성공해 질 수 있어.'는 거짓 아닌 거짓이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인생 목표를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두지 않았다. 젊은 시절 그의 목표는 '선불교'를 공부하고 '일본'에서 승려가 되는 일이었다.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한 시기는 되려 '사업 시작 후'에 가깝다.
'목표지향적 사고'란 무엇인가. '다기가와 요시히로'의 '연결되었지만 외로운 사람들'에는 관련한 내용이 나온다. 공감된다.
토끼 사냥에 나서는 사람에게 토끼를 건네거나 낚시를 즐기는 사람에게 낚을 물고기를 미리 건네는 일과 같다. 우리가 열중하는 활동의 결과는 실제로 활동의 목적이 아닐 수 있다.
인간 삶의 최종 목적은 '만인'이 같다. '죽음'이다. 우리는 매순간 '죽음'이라는 목적을 향해 나아간다. 그 와중의 성취란 사실상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가깝다.
그말은 무엇인가.
세상 가장 중요한 것은 밖이 아니라 안에 있다. 때로는 연결이 아니라 고독이 중요한 이유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