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의 심리학 - 예술 작품을 볼 때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오성주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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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초상화 50여점 중 80% 이상이 왼쪽을 향하고 있다. 그들의 왼쪽을 택한 것은 단순한 우연일까.

흥미롭게도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당시 동양화에서 인물을 그릴때는 오른손 잡이 작가가 왼쪽 얼굴을 그리기 쉬웠다. 게다가 권위와 중심감을 왼쪽 방향을 통해서 표현했다는 시각적인 관습이 작동한 결과이기도 하다.

반대로 서양은 어떨까.

서양 회화에서 자화상의 경우 인물이 오른쪽을 향하는 예가 더 많다. 이는 대부분의 화가가 오른손잡이인데다가, 동양과는 다르게 그들이 '거울'을 통해 자신을 그렸기 때문이다. 오른쪽 고로 오른쪽 얼굴이 더 자주 보였을 것이다. '반 고흐'의 '자화상'이나 '렘프란트'의 여러 자화상에서도 이런 경항이 나타난다. 이러한 방향성의 차이는 단순히 구도적인 문제가 아니라, 문화와 도구, 제작 방식이 감상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예시다.

시선의 방향만으로도 우리는 인물의 감정을 유도받는다. 구도가 어디로 흐르느냐에 따라 감정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시선이 멈추는 지점에서 감상의 촛점이 정해진다. 방향성은 그림의 구조를 지탱하는 축이다.

우리는 이제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재현된 그림에 큰 감동을 받지 않는다. 이유는 이렇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진술'의 발달로 인간 능력이 '기술'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현실을 복사해내는 '사진'과는 다른 '차별점'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실제로 사진술이 발달한 시점부터 인간의 예술은 '모방'보다는 '표현'에 집중하게 된다. 현대 미술에서 자주 보이는 왜곡과 생략, 과장은 그런 의미에서 발달했다고 보여진다. 이런 표현은 감상에 더 큰 흥미를 준다. 이는 단순한 형상의 변형이 아니다. 작가는 왜곡을 통해 본질을 강조하고 감정을 우선시한다.

직선은 강직함이나 냉정함을, 곡선은 부드러움이나 감정을 유도한다. 굵고 무거운 선은 무게감과 진지함을, 얇고 가벼운 선은 섬세함과 유연함을 상징한다. 이처럼 형태의 왜곡은 단순한 스타일이 아니라, 감상의 핵심 장치다.

책은 감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조작화된 과정인지를 밝히는 것으로 시작한다. 요컨데, 캐리커처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실제 인물보다 캐리커처처럼 특징을 왜곡한 얼굴을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인들은 자신들을 상징하는 캐리커처를 항상 가지고 있다. 즉 평균적인 것보다 왜곡과 과정적인 요소가 감정과 기억을 더 자극하고 오래 기억나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이 현대 미술을 감상하는데 꽤 도움을 준다.

감상은 결코 순수한 개인의 반응이 아니다.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고 있거나,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은 자연에서 언제나 가능하다. 이런 감상을 두고 굳이 평면에 그려진 예술작품을 바라 볼 이유가 따로 있을까.

실제 자연과 예술작품의 차이는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형상과 비례, 방향과 색채처럼 구조적으로 배치된 요소들은 '작가'에 의해 의도된 장치들이다. 이것은 감상자의 판단을 유도한다. 박수근 작가의 선은 투박하고 건조하다. 그러나 그 거친 선이 오히려 진정성을 담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는 형태가 아닌, 형태의 선택에 담긴 맥락이 감상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작가가 본 그것을 그대로 카피해내는 것이 아닌, 작가가 대상에서 찾아낸 본질과 감정을 감상자에게 넘겨주는 행위다. 고로 작가는 어떤 기술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를 생각한다.

선의 굵기와 방향, 생긔 농도와 명도, 화면의 구도는 감정의 방향을 암묵적으로 이끈다. 구도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흐르면 불안과 낯설음을 자극하고, 반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려면 자연스럽고 익숙한 감정을 유도한다. 이러한 시각적 요소들은 감상자가 작품을 어떻게 읽을지를 미리 설계해놓은 장치다. 감상이란 결국 이 장치들을 얼마나 잘 감지하느냐에 대한 문제다.

감상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언어와 문화, 기대와 선입견 속에서 만들어진다. '왜 로스코의 그림을 보고 사람들은 눈물을 흘릴까'라는 질문은 '왜 황혼을 보면 울컥할까'하는 질문과 닮았다. 색조주의처럼, 특정한 색과 분위기는 사람의 감정을 자동적으로 자극한다. 이는 예술이 아니라 생리적 반응에 가깝다.

미술 감상의 기술은 이처럼 감정의 매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단지 '느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느끼게 되었는지를 의식하는 것이다. 명암의 대비, 신선의 유도선, 색의 대비와 반복, 구도의 대칭과 파괴. 이 모든 시각적 언어들은 감상자에게 끊임없이 힌트를 던진다. '감상의 심리학'은 그 힌트를 해석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오성주 작가'의 '감상의 심리학'은 당신의 감상 뒤에 숨은 '타인'의 '기획'에 대해 말한다. 결론적으로 감상이란 작가가 심어둔 장치를 감상자가 발견하고 되짚어가는, 서로의 심리를 서로 마주보게 되는 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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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리조트 스토리 - 컨셉이 뛰어노는 호텔
윤경훈.전복선 지음 / 예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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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 기업에서 '인사담당자'로 일한 적이 있었다. 그때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관리자'로 일할 때도 분명하게 느꼈던 생각이 하나 있다.

근시안적인 생각이 때로는 보이지 않는 비용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다. 어떤 '사장'과 '대표'는 '최저임금법'도 지키지 않으며 직원을 소모품 대하듯 한다. 아무개가 면접을 보고 들어오면 최대한 부릴 수 있는 정도를 최저임금 수준으로 부린다. 근로법 중 일부는 간단히 무시한다. 그러다 문제가 발생하거나 불만이 생기면 간단하게 퇴사를 기다리고 다른 직원을 고용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주 크다. 사실상 어떤 회사는 '트레이닝 기간', 즉 임금의 일부만 지불하고 똑같은 시간을 일을 시킬 수 있는 그 시간에만 사람을 쓰고 그만두게 만든다. 그렇게 하면 단순히 소모품 갈아끼우듯 사람을 바꿔가며 이득을 취할 수 있겠지만 내부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효용'이 쌓이지 않는다.

어떤 업종이던 내부적으로 쌓여야 하는 데이터와 노하우, 경험이 필요하다. 직원이 자주 바뀌는 직장은 이런 내부적 경험이 쌓이지 않는다는 의미이고 '대표'가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런 곳은 어느 한계까지는 성장할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실제로 직원이 자주 그만두고 바뀐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방증한다. 이런 경우 대개 서비스의 질이 좋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가 내부적으로 쌓여 있어야 한다. 다만 계속해서 구성원이 바뀐다는 것은 일정 수준의 노하우가 내부적으로 쌓이지 못하고 있음을 말한다. 이는 시스템이 불안정해진다는 의미이고 이는 '고객'의 '서비스'도 안정적이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시노 리조트 스토리'는 성공한 경영자 한 명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 조직, 손님의 기억에 남는 체험을 만들고자 했던 이들의 노력, 그 시스템, 일하는 사람도, 방문하는 사람도 모두 즐겁다고 여길 수 있는 환경에 관한 이야기다.

호시노 리조트는 일본 나가노 현 가루이자와에 자리한 100년 전통의 료칸에서 시작한다. 호시노 요시하루는 이 료칸의 4대 경영자이다. 그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그는 이곳의 경영이 정체 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이후 그는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를 버리고 운영은 운영 전문가에게 맡긴다. 리더로써 자신은 방향만 제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다시말하면 자율 경영 시스템이다.

호텔마다 보통 지배인이 존재한다. 다민 이곳에서는 현장 단위의 팀이 움직ㅇ니다. 운영은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본사는 방향만 제시하고 조율한다. 기존 일본식 수직 조직 문화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방식이다.

이곳에서는 '고객'에게 객실이 아니라 '시간'을 판다. 손님이 그곳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가 핵심이라는 말이다. 그들은 고로 지역성과 체험을 중심에 두었다. 도쿄에서 할 수 있는 건 하지 않고, 그 지역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위주로 설계한다.

가령 도호쿠 지역에서는 논 속 온천욕과 설산 요가를 엮고, 오키나와에서는 현지 어부와 함께 배를 타고 아침 어장을 돈다. 가루이자와에선 소형 전기차를 타고 지역 예술가의 작업실을 방문한다.

이는 단순 액티비티와 다르다. 지역과의 연결, 손님과의 소통을 통해 브랜드의 기억을 만들어낸다. 호시노는 이것을 '지역 연계 체험 콘텐츠'라고 부른다.

'내가 없어도 돌아가는 조직을 만든다'는 리더의 철학은 이 곳을 자율적이고 책임있는 환경으로 만든다. 직무 이동을 하고 싶으면 해당 부서 팀원들은 투표를 거쳐야 한다. 같이 일할 동료를 스스로 결정하는 구조다.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리더'라는 호칭도 없앴다. 이곳에는 '리더'가 없다. 대신 책임과 역할을 중심으로 '팀'이 운영된다.신입 직원은 입사 전, 한 달간 실제 호텔에서 '투숙자 겸 직원'으로 체험한다. 이를 '한 달 살기 인턴제'라고 부르는데, 이때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지내도록 한다. 그런 후에야 이 일을 정말 하고 싶은지를 묻는다. 입사도, 배치도, 이동도 모두 자율성과 합의의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책의 소재는 분명 '호텔'이지만 실제로 아루고 있는 이야기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들의 '동기'에 대하 맗나다. 살마들은 어떤 환경에서 스스로 움직이는가. 어떤 시스템이 있어야 책임을 피하지 않고 어떤 분위기에서 눈치가 아닌 아이디어가 살아나는가.

책은 '좋은 일'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조직을 바꾸고 싶은 관리자나 일의 의미를 다시 묻는 모두에게 꽤 괜찮은 청사진을 제시한다. 무엇을 바꾸어야 할지 모를 때, 사람이 아니라 구조를 먼저 보라고 말한다.

회사만이 아니라, 가게, 학교, 공동체 그리고 자신의 삼ㄹ에서도 같은 방식이 적용된다. 좋은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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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이동 매뉴얼
리처드 N. 볼스 지음, 서진 엮음, 안진환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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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

위치를 묻는 질문이다. 그러나 지리적 위치로 이 질문을 받아드리는 사람은 없다. 실제로 그렇다. 이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 당황스러워 한다. 명료한 답을 내리기 어려워서 그렇다. 나또한 마찬가지다.

예전 중학교 시절 'G.O.D'의 '길'이라는 노래가 나왔다. 중학생이면 한창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리기 바쁜 나이다. 당시 학교 국어 선생님께서 이 노래가 '참 좋다'고 말씀하셨다. 노래가 좋은 이유는 '가사' 때문이란다.

당시 국어 선생님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되되는 여선생님이셨다. 지금 생각하기에 꽤 어린 나이로 느껴지지만 당시에는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는 '어른'이었다.

선생님께서 좋아하셨다는 '길'의 가사는 이렇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알 수 없지만....'

당시 이 가사에 심히 공감하지 못했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알겠으나 비유가 그닥 참신하지 않다고 여겼다. 어쨌건 국어 선생님은 그 뒤로도 몇 번을 이 노래에 대해 언급하셨다.

어렴풋 20년도 넘은 이 기억이 간혹 떠오를 때가 있다.

흔히 안정적인 직장을 가졌다는 '교사'가... 특히나 시골에서... 진로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까..

이제 와서는 많이 당연히 공감이 된다. 그때는 못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리처드 N.볼스는 비슷한 고민이 있는 세계의 수많은 이들의 커리어에 대한 상담과 방향성을 제시한다.

볼스는 이동의 순간을 세가지로 나눈다.

첫째, 예상치 못한 변화. 둘째, 의도되 변화. 셋째,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

이렇다.

어떤 경우든, 변화는 분명 낯설고 불편한 일이다. 우리가 변화를 싫어하는 것은 '알고 있는 것'에 대한 안정감을 기본적으로 편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당연히 불규칙하고 불안정하고, 불완전함으로 뛰어드는 이 '변화'라는 상황에서도 '볼스'는 안정감을 가질 수 있도록 구조화된 사고 방식을 요구한다.

변화의 순간, 사람들은 감정에 휩쓸리고 자존감이 무너지며, 관계가 새로 정립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면 우리는 감정의 수렁에서 허우적 된다.

그는 이런 변화에서도 구조적 틀을 짜서 굳건하게 현실을 딛고 있기를 말한다. 그렇게 구조화 시킨 것이 바로 '꽃 다이어그램'이다. 7개의 꽃잎으로 구성된 다이어그램에 자기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넣는다.

가령 좋아하는 기술이라던지, 흥미 있는 분야, 선호하는 사람의 유형 등이 글허다. 그리고 기것들이 서로 겹치며 하나의 좌표를 형성하는데 그것이 GPS를 구성하는 좌표처럼 위치를 알려준다.

볼츠는 말한다.

'혼란스러운 시기일수록, 자기 자신으 기준점으로 삼아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부에서 기준을 잡는다. 시장의 상황이라던지, 부모님의 기대, 주변의 시선 등 그렇다. 다만 그렇게 움직이면 역시나 헤맬 수 밖에 없다.

이 꽃 '다이어그램'은 단순히 그 상황에 대한 이야기만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은 아니다. 이는 계절 따라 꽃이 바뀌듯 상황에 따라 꾸준히 꽃잎의 내용도 달라진다. 고로 어디로 이동해야 할지를 꾸준하게 알려준다.

책을 보다보면 비상시에 가장 먼저 꺼내야 하는 것은 나침반이 아니라, 우리를 중심으로 담고 있는 '꽃 한 송이'일지 모른다.

변화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공포의 대상은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혹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다시 한번 생각이 든다. 비상시에 과연 나는 꺼낼 꽃 한 송이'를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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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되었지만 외로운 사람들 - 고독을 잃어버린 스마트폰 시대의 철학
다니가와 요시히로 지음, 지소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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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 배우가 말하길,

'심심한게 제일 고급진 거에요. 자극 없는 게 최고야.'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요즘 뭐하고 지내세요'라는 질문에 '심심한 삶'이 가장 고급지고 평화로운 삶이라는 의미로 대답했다.

시끄럽고 복잡해지기는 쉽다. 아무렇게 그려 흰종이를 더럽히는 방식은 무한대로 많다. 그러나 그 흰종이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누군가가 말하기를,

'침묵은 아주 비싼 능력이고, 고독은 매우 성숙한 경험'이란다.

음악을 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숙'이다. 독서할 때도 가장 중요한 것이 '고요함'이다. 대부분은 이런 환경 속에서 태어난다.

샤워하거나 거리를 걸을 때, 대부분 잠깐의 적막을 견디지 못하고 무언가 틀어 놓을 때가 있다. '혼자'라는 것을 부정하기 위한 행위다. 사람은 '외로움'이나 '고독'을 두려워 한다. 누군가가 함께 하고 있다는 감정을 인위적으로 만들기 위해 TV를 켜거나 음악을 재생한다.

그것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단단하다는 의미인가. 실제 고독의 한자어는 '외로울 고(孤), 홀로 독(獨)을 사용한다.

고(孤)는 외롭다. 부모 없이 자라다, 의지할 데가 없다.

독(獨)은 홀로, 혼자, 외롭다, 고립되다, 떨어져 있다

의지할 사람없이 존재하는 상태, 그것을 다른 말로 '독립' 혹은 '자립'이라 부른다. 어딘가 의지하지 않고 존재할 수 있는 단단함이다. 아이들은 적막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다. 바로 부모를 찾거나 의지할 곳을 찾는다.

시끄럽고 현란한 게임, 음악에 현혹되고 또래와 무리짓길 좋아한다. 쉽게 '적막'을 지울 수 있는 시대다. 이와 반대로 많은 철학자들, 예술가들은 '고독'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깊이 있는 창작과 성찰, 자아와의 대화가 가능한 상태로 봤다.

요컨데,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불행은 혼자 조용히 방 안에 있을 줄 모르는데서 비롯된다'고 했다. 헤르만 헤세 또한 '고독은 마음이 깊은 사람들의 운명'이라고 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거나 글을 쓰도록 하는 것은 아주 고급지고 비싼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아이'뿐만 아니다. '자신'에게도 그런 능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은 글을 읽거나 쓸 때, 비로소 입을 다문다. 짧은 일기를 쓰는 동안도 음악소리는 소음이 된다.

서점과 도서관에 가면 수많은 이가 쌓아 올린 고독의 결정체들이 모여 있다. 단연코 그런 '시끄러운 환경'에서 쓰여진 책들은 아니다.

우리는 상대의 눈빛을 읽고 호흡을 예의주시한다. 다만 자신의 그것은 외면한다.

상사, 부모, 자식, 친구의 표정, 눈빛, 말투, 호흡을 보며 '오늘 기분이 안좋은가', '오늘 기분이 좋은가' 등을 꾸준히 살핀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기분이 어떤지 살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자신의 호흡 리듬은 어떤가. 자신의 안면 근육은 어떻게 모양 짓고 있는가. 자신은 현재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가.

그것을 지우고 잊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마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아주 광범위한 커넥션을 만든다. 지금 당장 흘러갔어야 할 과거의 흔적을 모두 잡아 놓는다. 고로 고독할 시간이 없다. 심심할 틈이 없다.

또한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세상은 지나치게 목표지향적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타인을 '경쟁자'로 둔다. 자신의 위치를 꾸준히 확인하며 경쟁 속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는다.

실제로 2011년 스마트폰이 세상 밖으로 나오고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의 국가에서 가장 많이 팔린 도서의 종류는 '자기계발서'이다. 자기계발서는 '개인의 성공'을 위해서 '당신의 변화'를 가장 먼저 요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공은 '개인의 변화' 뿐만 아니라 '환경'이라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결합되어 발생한다.

즉 '너만 열심히 하면 나처럼 성공해 질 수 있어.'는 거짓 아닌 거짓이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인생 목표를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두지 않았다. 젊은 시절 그의 목표는 '선불교'를 공부하고 '일본'에서 승려가 되는 일이었다.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한 시기는 되려 '사업 시작 후'에 가깝다.

'목표지향적 사고'란 무엇인가. '다기가와 요시히로'의 '연결되었지만 외로운 사람들'에는 관련한 내용이 나온다. 공감된다.

토끼 사냥에 나서는 사람에게 토끼를 건네거나 낚시를 즐기는 사람에게 낚을 물고기를 미리 건네는 일과 같다. 우리가 열중하는 활동의 결과는 실제로 활동의 목적이 아닐 수 있다.

인간 삶의 최종 목적은 '만인'이 같다. '죽음'이다. 우리는 매순간 '죽음'이라는 목적을 향해 나아간다. 그 와중의 성취란 사실상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가깝다.

그말은 무엇인가.

세상 가장 중요한 것은 밖이 아니라 안에 있다. 때로는 연결이 아니라 고독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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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지향성 - 성공한 사람들이 지키는 12가지 원칙
존 R. 마일스 지음, 임지연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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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저 작은 완두콩만 한, 아름다운 푸른 점이 지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한쪽 눈을 감았다. 엄지손가락은 지구를 완전히 가려 버렸다. 그렇다고 거인이 된듯한 기분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너무나 작은 존재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닐 암스트롱

지구보다도, 내 하루보다도, 내 고민보다도 더 작은 것이 '나'라는 사실. 그것을 깨우치게 하는 것은 '거리' 때문이다.

거리를 두고 보면 모든 것은 작아진다. 너무 가까이서 보면 본질을 잃는다. 그것이 바로 '조망효과'다. 조망효과란 어떤 대상이나 사건이 '거리를 두고 보면 다르게 느껴진다'는 의미다. 실제로 전체를 바라보면 애를 먹고 있던 작은 순간들이 하찮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대략 중학교 2학년 1학기 수행평가 같은 느낌이랄까.

그것은 인생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당시에는 커보이는 일이지만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그곳을 빠져나와 한참을 달려보면 그것이 얼마나 하찮은 것이였는지 깨닫게 된다.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나, '칼세이건'의 '창백한 푸른점'이나 모두 그렇다. 모든 것은 뒤로 물러서면 한점 밖에 되지 않는 일들이다. 조금 떨어져보면 엄지손가락으로 가려 낼 수 있는 범위에서 아웅다웅 하고 있지 않은가.

다큐멘터리 '더시크릿'을 보면 이러한 내용이 나온다. 밤길을 운전할 때 우리는 어떠떻게 목적지에 도달하는가. 심지어 목적지가 수천 km라면 어떤가. 우리의 나약한 '자동차'에 달려 있는 헤드라이트는 고작해봐야 100미터 밖에 비추지 못한다.

100미터 밖에 비추지 못하는 헤드라이트를 가지고 수천 km의 목적지에 도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바로 앞에 비추는 100미터만 보고 달리는 것이다. 인생도 그렇다. 전부 보여야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일단 보이는 만큼만 믿고 가면된다. 믿고 나아가면 우리이 헤드라이트는 다음 100미터를 비춰낸다. 모든 불빛이 환하게 켜지고 모든 구간이 명확하게 보이면 움직이겠다는 생각이라면, 목적지와 대비되는 헤드라이트의 성능이나 탓하고 그자리에 멈춰설지 모른다.

이것도 엄밀히 말하면 '조망효과'와 비슷한 맥락이다. 공간적으로 아무리 먼 도착지라고 하더라도 그 방향을 바라보며 엄지손가락을 갖다대면 목적은 반드시 그 범위 내에 존재한다.

바로 앞을 비추는 백미터를 나아가고 다시 백미터를 나아가며 엄지손가락이 가르치는 방향으로만 나아갈 때, 어느 순간에는 방향을 조절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출발할 때가 아니라 도착할 즈음에 해야 할 일이다. 그것도 엄밀히 말하면 조망효과가 아니던가.

그래서 중요한 건, 방향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태도다. 지구를 가리키는 손가락 처럼, 거대한 목표 앞에서 그 추상적인 '거리'와 '크기'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윤곽과 방향을 바라볼 뿐이다.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백미터가 전부인 것 처럼 보이더라도, 실은 그 백미터야말로 우리가 당장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유일한 땅'이다. 즉 수 킬로 미터 앞에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어떤 곳은 '현실'이 아닌 '망상'의 영역에 있을 뿐이다.

두 눈은 이상을 향하고 두 발은 현실을 딛고 있으라는 말이 있다. '눈'의 역할이 과하면 '발'은 멈춰지게 되어 있다.

조망효과는 말한다. 너무 가까이에서 보면 본질이 흐려지고, 너무 멀리서 보면 막막해진다. 성공이나 성장이라는 개념은 너무 크게, 혹은 너무 멀리, 너무 복잡하게 보려 할 필요가 없다.

성공은 조망의 문제이자 실행의 거리다. 보이는 만큼만 걷되, 걷는 동안에는 그 길위에서 만큼 두려워 하지 말고 멈추지 않는 것이다.

어찌됐건 저찌됐거 그게 그 엄청난 '안드로메다 은하'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지금 향하고 있는 그 방향 속에 있다. 일단 엄지손으로 방향이 전부 가려질 만큼 두고 그 방향으로 걸으면 된다. 중학교 2학년 1학기 수행평가던, 혹은 내가 일어나기까지 10초 동안의 싸움이든

엄지손가락으로 가릴 수 있는 모든 것들 안에, 우리는 이미 도달 중이다. 단지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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