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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의 심리학 - 예술 작품을 볼 때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오성주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3월
평점 :
조선시대 초상화 50여점 중 80% 이상이 왼쪽을 향하고 있다. 그들의 왼쪽을 택한 것은 단순한 우연일까.
흥미롭게도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당시 동양화에서 인물을 그릴때는 오른손 잡이 작가가 왼쪽 얼굴을 그리기 쉬웠다. 게다가 권위와 중심감을 왼쪽 방향을 통해서 표현했다는 시각적인 관습이 작동한 결과이기도 하다.
반대로 서양은 어떨까.
서양 회화에서 자화상의 경우 인물이 오른쪽을 향하는 예가 더 많다. 이는 대부분의 화가가 오른손잡이인데다가, 동양과는 다르게 그들이 '거울'을 통해 자신을 그렸기 때문이다. 오른쪽 고로 오른쪽 얼굴이 더 자주 보였을 것이다. '반 고흐'의 '자화상'이나 '렘프란트'의 여러 자화상에서도 이런 경항이 나타난다. 이러한 방향성의 차이는 단순히 구도적인 문제가 아니라, 문화와 도구, 제작 방식이 감상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예시다.
시선의 방향만으로도 우리는 인물의 감정을 유도받는다. 구도가 어디로 흐르느냐에 따라 감정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시선이 멈추는 지점에서 감상의 촛점이 정해진다. 방향성은 그림의 구조를 지탱하는 축이다.
우리는 이제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재현된 그림에 큰 감동을 받지 않는다. 이유는 이렇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진술'의 발달로 인간 능력이 '기술'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현실을 복사해내는 '사진'과는 다른 '차별점'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실제로 사진술이 발달한 시점부터 인간의 예술은 '모방'보다는 '표현'에 집중하게 된다. 현대 미술에서 자주 보이는 왜곡과 생략, 과장은 그런 의미에서 발달했다고 보여진다. 이런 표현은 감상에 더 큰 흥미를 준다. 이는 단순한 형상의 변형이 아니다. 작가는 왜곡을 통해 본질을 강조하고 감정을 우선시한다.
직선은 강직함이나 냉정함을, 곡선은 부드러움이나 감정을 유도한다. 굵고 무거운 선은 무게감과 진지함을, 얇고 가벼운 선은 섬세함과 유연함을 상징한다. 이처럼 형태의 왜곡은 단순한 스타일이 아니라, 감상의 핵심 장치다.
책은 감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조작화된 과정인지를 밝히는 것으로 시작한다. 요컨데, 캐리커처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실제 인물보다 캐리커처처럼 특징을 왜곡한 얼굴을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인들은 자신들을 상징하는 캐리커처를 항상 가지고 있다. 즉 평균적인 것보다 왜곡과 과정적인 요소가 감정과 기억을 더 자극하고 오래 기억나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이 현대 미술을 감상하는데 꽤 도움을 준다.
감상은 결코 순수한 개인의 반응이 아니다.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고 있거나,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은 자연에서 언제나 가능하다. 이런 감상을 두고 굳이 평면에 그려진 예술작품을 바라 볼 이유가 따로 있을까.
실제 자연과 예술작품의 차이는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형상과 비례, 방향과 색채처럼 구조적으로 배치된 요소들은 '작가'에 의해 의도된 장치들이다. 이것은 감상자의 판단을 유도한다. 박수근 작가의 선은 투박하고 건조하다. 그러나 그 거친 선이 오히려 진정성을 담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는 형태가 아닌, 형태의 선택에 담긴 맥락이 감상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작가가 본 그것을 그대로 카피해내는 것이 아닌, 작가가 대상에서 찾아낸 본질과 감정을 감상자에게 넘겨주는 행위다. 고로 작가는 어떤 기술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를 생각한다.
선의 굵기와 방향, 생긔 농도와 명도, 화면의 구도는 감정의 방향을 암묵적으로 이끈다. 구도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흐르면 불안과 낯설음을 자극하고, 반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려면 자연스럽고 익숙한 감정을 유도한다. 이러한 시각적 요소들은 감상자가 작품을 어떻게 읽을지를 미리 설계해놓은 장치다. 감상이란 결국 이 장치들을 얼마나 잘 감지하느냐에 대한 문제다.
감상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언어와 문화, 기대와 선입견 속에서 만들어진다. '왜 로스코의 그림을 보고 사람들은 눈물을 흘릴까'라는 질문은 '왜 황혼을 보면 울컥할까'하는 질문과 닮았다. 색조주의처럼, 특정한 색과 분위기는 사람의 감정을 자동적으로 자극한다. 이는 예술이 아니라 생리적 반응에 가깝다.
미술 감상의 기술은 이처럼 감정의 매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단지 '느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느끼게 되었는지를 의식하는 것이다. 명암의 대비, 신선의 유도선, 색의 대비와 반복, 구도의 대칭과 파괴. 이 모든 시각적 언어들은 감상자에게 끊임없이 힌트를 던진다. '감상의 심리학'은 그 힌트를 해석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오성주 작가'의 '감상의 심리학'은 당신의 감상 뒤에 숨은 '타인'의 '기획'에 대해 말한다. 결론적으로 감상이란 작가가 심어둔 장치를 감상자가 발견하고 되짚어가는, 서로의 심리를 서로 마주보게 되는 일인 셈이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