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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되살리는 남자 ㅣ 스토리콜렉터 120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5년 3월
평점 :
우리가 믿는 기억은 정말 '사실'일까.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무언가를 기억하고 다시 잊느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억의 총량이 아니라 그 기억을 얼마나 왜곡 없이 저장하느냐는 것이다.
만약 한 순간도, 단 하나의 이미지도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의 주인공 '에이모스 데커'가 그렇다.
'완벽한 기억력'이라는 소재는 이미 다른 장르에서 사용되는 소재다. 다만 작가 '빌디치'는 그 능력을 '축복'이 아니라 '저주'로 뒤바꾼다. 에이모스 데커는 미식 축구 선수 출신 형사다. 다만 경기 중 뇌를 다친다. 그는 하이퍼타이메시아에 시넥스 테지아를 동시에 겪는다. 말은 어렵지만 어쨌건 기억이 영상처럼 저장되며 정보가 잊히지 않게 된다.
이 이야기는 이제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가족이 살해 당하던 그날의 냄새, 빛, 소리, 공기. 잊혀지지 않는다. 그 끔찍한 장면이 매일 밤 되살아난다.
실제 하이퍼타이메시아는 존재하는 증상이다. 2006년 UCLA 신경과학자 제임스 맥거 박사가 '질 프라이스'라는 여성을 통해 이 개념을 발표했었다. 그녀는 30년 전의 특정 날짜를 말하면 그날이 무슨 요일이었고, 어떤 일이 있었으며, 무엇을 입었는지까지 기억해 냈다. 다만 그녀는 그 능력을 고통이라고 말하곤 했다. 지우고 싶은 과거가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빌디치는 이 고통의 본질을 소설에 담았다.
과거의 고통에 대한 기억은 '뇌'라는 곳을 '저장의 감옥'으로 만들어 버렸다.
데커는 가족을 잃고 경찰마저 그만둔다. 그의 삶은 바닥까지 추락한다. 그는 거리에서 살아가고 매일 악몽을 꾼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이 이걱하는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현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새로운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데커는 그 사건에 자신이 연류됨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 직업이었던 '형사'의 특성을 살려 수사하고 범인을 찾고자한다. 단순히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이 기억하는 '진실'이 과연 '진짜'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쯤 질문이 생긴다.
과연 기억은 '사실'인가. 기억은 '객관적'인가. 심리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로 2014년 존스홉킨스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피 실험자들에게 가짜 사건을 주입한 결과 30%이상이 그것을 '실제'라고 기억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기억은 감정이나 관점, 환경에 따라 쉽게 변형된다. 다만 데커는 그렇지 않다. 그의 기억은 변형되지 않는다. 모든 장면은 편집없이 저장된다. 그리고 그 문제로 '잊을 수 없는 고통'을 갖게 된다.
누구나 잊고 싶은 기억은 하나씩 가지고 있다. 나 역시 그렇다. 꽤 과거의 나도 그랬을 것이다. 아주 과거의 '나'는 일부의 고통을 서서히 세월에 편집해가며 미화시켰을 것이고 지금에 와서는 온통 왜곡 투성이로 어떤 부분은 기억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지금 역시 나에게는 '고통'의 기억이 있다. 그 일부는 서서히 세월에 의해 다듬어지고 깎여 나간다. 잊혀져야 하는 것들은 잊혀져야 한다. 그 본질을 현 세계는 흔들어낸다.
과거 유명인들이 발언이나 행동이 현재에 와서 재조명되는 경우가 있다. 알고리즘을 타고 이미 몇년이나 지난 이야기가 다시 회자되며 사람들은 그 사람의 본질을 흔든다.
한 사람이 다른 시간에 말한 두 이야기를 교차 편집하여 '모순 덩어리'로 만든 것도 너무 쉽다. 본래 기억이라는 것은 불완전한 단백질 고깃덩이에 화학작용으로 만들어내는 '환영'과 같다. 현대 우리는 어떤가. 그것을 '디지털화'하고 '클라우드'에 저장한다. 흔히 '흑역사'라고 하는 것들... 그런 것들이 영원히 '박제'되는 시기에...
이 소설은 현대 우리의 삶을 되돌려 보도록 했다. 지금도 수 백개씩 올라가는 수많은 영상과 사진, 글들은 시간이 지나면 세월에 철학이 달라지고, 삶의 가치관도 달라지고, 외모와 말투 등 모든 것이 달라진다. 어쩌면 일부는 이미 죽어 없어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 모든 것을 기억한 채 앞으로도 살아간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쩌면 그것은 '잊혀지지 않는 고통'을 만들어 낼 수도 있지 않을까.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