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 의심을 생산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철학적 대화 실험
리 매킨타이어 지음, 노윤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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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을 '상상'으로 채워 놓곤 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에 지도에는 '미지의 영역'이나 '위험한 영역'에 'Here be dragons'라고 표기했었다. 당시 지도 제작자들은 탐험되지 않은 지역에 대한 경고를 위해 상상의 무언가를 채워 넣었다. 이는 본능과 같다. 인간은 비어 있는 부분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 진실이 아니라면 비록 그것이 상상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무언가로 채워 넣어야 만 했다. 이런 능력은 어두운 밤에는 포식자의 공격에 대비할 수 있게 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에게는 사후 세계를 소망하게 했다.

이런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은 '신'이 주는 두려움과 같다. 그런 이유로 '미지'의 것은 경외로움을 담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에 대한 가장 쉬운 접근은 '음모론'이다. 피라미드를 어떻게 쌓아 올렸는지 깊게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단순히 '더 높은 문명의 외계인이 짓고 갔다.' 수준의 음모론을 믿는 편이 쉽다.

이런 음모론은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미국이 달에 착륙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려운 다수의 사람은 이를 이해하는데 가장 쉬운 방법을 택했다. 바로 '가짜 연출'을 했다는 것이다.

너무 복잡하거나 미지의 영역인 경우 인간은 그 '진실'의 영역을 '상상'으로 채웠다. 받아들일 사람이 가장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두루뭉실하게 짜넣으면 그만이었다. 현대의 미국 아이들도 으르렁거리는 '세탁실'을 가장 두려워하고,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화장실'을 가장 무서워 하기도 했다. 어둡고 컴컴한 그것의 빈공간에 경외 혹은 '두려움'의 무언가를 채워 넣는 것이다.

놀랍게도 현대 사회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지식 수준이나 사회적 지위가 낮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그들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이유는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혹은 심리적인 요인에 뿌리를 갖고 있다.

그들이 음모론을 믿는 것처럼 우리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대략 두루뭉실하게 이해하기 쉬운 범주'로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 또한 무언가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말해서 상대를 단순히 '바보'라고 몰아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것에 대한 가장 쉬운 접근은 '음모론'이다. 그들은 잘못된 믿음을 고수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정체성과 세계관이 위협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가르켜 '인지부조화'라고 한다.

1950년대 미국의 작은 종교 집단의 리더는 외계인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1954년 12월 21일 대홍수가 내려서 인류가 종말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어 하늘에서 UFO가 올 것이고 이를 통해 그녀와 그녀의 추종자들만이 구원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내용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집단에 합류했다. 다만 그녀가 말했던 12월 21일에는 대홍수는 커녕 깨끗하고 맑은 하늘이었다. 이쯤하면 사람들은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속았다고 생각해야 했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예언을 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기도가 하늘에 닿아 종말을 막았다'고 믿었다. 예언은 실패했지만 추종자들은 오히려 더 강하게 믿음을 강화했고 자신들이 세상을 구원했다고 믿었다. 이 사건을 본 '레온 페스팅거'는 이 과정을 '인지부조화'라고 불렀다.

현상은 우리의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현상이 벌어진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미국의 유명한 천체물리학자인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상은 당신에게 납득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존재할 뿐이다.'

다시말해서 그들이 '평평한 지구'를 믿는 이유도 하나의 '현상'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로 볼 수 있다.

그들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믿음에 대한 근거를 묻고 스스로 반성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또한 완전히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도 공통의 가치를 기반으로 대화할 수는 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역시 그 주제를 제외하고는 우리와 같은 사고를 하고 살아간다. 그들과 다른 주제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바도 좋다. 또한 그들과 대화를 하며 유대관계를 쌓고 상당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 책은 '지구가 평평하다. 둥글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 아니다. 과학적 사고 뿐만아니라 사고와 설득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단순히 과학적 진실을 지키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분열을 줄이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올바른 대화를 배워가자는 취지다.

현대 사회는 잘난 사람 소수가 이끌어가는 '엘리트 사회'가 아니다. 모두가 각자 동등한 한표를 행사하는 '민주주의 사회'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설득'이다. 설득의 기본은 '이해'에서 시작한다. 책은 실제 저자가 직접 잘못된 믿음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쓴다. 읽으며 굉장히 대담하고 유머러스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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