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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옷을 입은 자들
최석규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10월
평점 :
'최석규 작가'의 소설은 나의 취향에 꼭 맞아 떨어지는 모양이다. '왜 이렇게 글을 잘쓰지.', '왜 이렇게 낯익지?'해서 찾아봤더니, 4년 전 '최석규' 작가의 '소설이 곰치에게 줄 수 있는 것'을 읽고 '극찬'했던 기록이 나왔다.
'소설이 곰치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단편 소설집'이었는데 소설 전개할 때, 사용하는 표현,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직업'과 '소재'가 '툭,툭' 던져진다.
도서리뷰에 좋다, 나쁘다,하는 가치판단을 잘 내리지 않으려는 편인데, 지난 도서리뷰 도입부터 '감탄' 일색이라 '작가 이름'을 몇번이나 되새겼다.
'최석규', '최석규', '최석규'
자, 그렇다면 이번에는 왜 검은 옷이 었을까.
'최석규'라는 이름과 연결시켜 볼 때, '검은 옷'이라는 제목은 소설의 가장 큰 복선이다.
소설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으면 전혀 감을 잡지 못할 만한 주제다.
소설은 묵자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선을 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동양 철학, 그중에서도 '묵자'라니, 호기심이 일지 않을 수가 없다. '묵자'라면 공자나 맹자에 비해 그 알려짐이 덜하다. 그러나 소설은 초반부터 '묵자'에 대한 이야기로 전개한다.
그렇다고 고리타분한 철학 이야기를 늘어 놓지 않는다.
흥미롭게도 소설의 배경은 '대한민국'이며 시대는 '현대'이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 스릴러의 소재가 '묵자'라니 호기심이 일지 않을 수가 없다.
자, 그렇다면 묵자는 누구인가.
묵자는 고대 중국의 사상가다. 묵자는 '동양의 예수'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묵자'가 '예수'보다 400살이나 많다. 묵자가 '동양의 예수'라고 불린 이유는 기독교 철학과 그 사상이 비슷한 면이 있어서 그렇다. 묵자는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사랑하라는 '겸애'와 '평화'를 강조한 '비공'의 사상을 설파했다. 그의 가르침은 인간 간의 평등과 공정을 바탕으로 한다.
묵자의 '묵'이 '묵'이라는 이름을 가진데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개중 얼굴이 검다, 하여 '묵'을 썼다는 이야기가 유력하다. 묵자는 정황상 높은 신분의 인물은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철학과 사상은 민중 중심적이며, 현실적 문제 해결에 초섬을 두었다. 그는 공자의 '예' 중심 철학과 달리, 실질적이고 실천적 가르침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런 의미에서 '검은 옷'은 단순한 상징적 장치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묵자 철학을 따르는 조직원들의 의지와 신념을 나타낸다.
소설은 꽤 현실적인 이야기와 '오컬트적' 요소가 적절하게 배합되어 전개된다. 묵자는 공자나 맹자와 달리 '귀신'에 대한 언급을 피하지 않았다. 묵자는 귀신이 존재한다고 믿었고 이를 통하여 사람들에게 도덕적인 행동을 촉구한다. 사람들이 도덕을 지키면 귀신이 복을 내리고, 악행을 저지르면 벌은 준다고 설면한다. 소설은 이러한 묵자 사상을 '굉장히' 현대적인 방식으로 설명한다.
'권선징악'
누구나 믿고 따르고자 하지만 살면서 적잖게 의심하는 결론을 '묵자'의 철학을 대신한 수행자들의 활동으로 설명한다. 묵자의 철학은 '권선징악'으로 간단하게 요약할 수도 있겠지만 그가 주장한 선행은 단순히 개인적 미덕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사회적 평등과 집단적 조화를 통해 모든 인간이 서로를 차별 없이 사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제자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집단적 선을 신청하고자 했으며 소설에 등장하는 '수행자'들은 이 철학을 근간으로 움직인다. 이를 현대적 방식으로 해석하기 위해 작가는 과학적 지식과 논리적 설득력을 만들애 냈다.
개인적으로 '오컬트적 소재'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다만 작가의 필력이 이끌려 후반부까지 읽게 된다. 후반부가 되서는 '오컬트적 요소'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해소함으로 현실적인 요소로 돌아온다.
소설이 군더더기가 없어 쉽고 빠르게 읽히며 앞선 복선들이 하나 둘 제자리를 맞춰가며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이어진다.
흥미로운 소재, 적잖게 등장하는 인문학적 배경 지식
완전히 취향 저격이다.
최근 '제자백가 사상'에 대한 글을 읽었던 적이 있어서 더 흥미롭게 읽혔다. 이런 '작가'는 독자를 위해 반드시 '다작'해야 한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