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할 때, 가장 친한 친구와 아르바이트를 하러 버스를 타고 이동한 적이 있다. 이동 중 잠에 들었기 때문에 깨어난 곳은 도통 모르는 곳이었고, 주머니 사정이 딱했기 때문에, 우리는 걸어서 시내로 이동했다.
어차피 의미를 두고 있던 두고 있지 않던, 우리가 해는 행동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계획이나 목표를 도달하기도 하고 도달하지 못하기도 한다. 잘못된 목적지에 도착하기위해 버스에서 잠든 것도 아니고, 걸어가기 위해서 주머니 속을 비워 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가 목적을 두고 행동한다 하더라도 언제나 방향은 우리가 원하는 데로 흘러가지 않는다. 서쪽으로 세차게 흐르는 강물에 살면서, 동쪽으로 혹은 북쪽으로 헤엄치고 싶다면, 아마도 우리는 세찬 강물의 강도만큼이나 더 강한 힘을 들여야 겨우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
하지만 만약 세찬 강물의 방향이 내가 가고자하는 방향과 같다면, 우리가 가려는 목적지 까지는 강물의 도움을 받고 수배, 수십배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어쩌면 아무 행위를 하지 않고도 이동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강박적으로 갖고있는 결코, 바꿀 수 없는 목적지라는 곳에는 과연 '무.엇.'이 있다고 기대하기에 그토록 목숨을 걸까? 고작해야 더 큰 먹이감이나 좋은 장소를 발견했다고 느끼겠지만, 세상의 강물이 이끈 곳에 더 큰 먹이와 좋은 장소가 있을 수도 있다.
무지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시킨다. 그냥 내가 모르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겠다고 발버둥 칠 뿐이다. 세상이 흘려다 주는데로 흘러가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빗물이 하늘에서 아래로 흐르고,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자연스럽다는 것 자체 모순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아무도 바람을 견디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바람을 타고 흔들 거리는 것은 자연스러움이다. 그것을 버텨내는 것이 곧 '승리'일 것 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의미'에 따르면 과연 그 또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작가는 아마도 엄청나게 많은 광경을 보면서 히말라야를 걸었을 것이다. 처음 갔을 때 보던 광경과 두번째 갔을 때 광경이 모두 같다고 우리가 모두 다 보았다라고 할 수는 없다. 그녀의 책에 있는 이 구절 처럼 이미 걸었던 길이라도, 다시 걷거나 반대로 걸으면 완전히 새로운 길이 된다.
어제와 오늘이 같고, 내일과 오늘이 같을 것이라고 느껴지는 일상에서 우리는 똑같은 하루의 반복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의미 없는 삶'이라는 정의를 내리고 결국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 '똑 같은 삶'이란 없다. 같아 보이지만, 항상 다르고 변하지 않을 것 같지만,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