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 시오리코 씨와 끝없는 무대 - 미카미 엔, 최고은 역, 디앤씨미디어(2017)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 시오리코 씨와 끝없는 무대

줄거리
제1권에서 처음 등장했던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이 제6권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등장한다. 처음 등장한 책을 마지막 권에서도 등장시키는, 어떻게 보면 수미쌍관의 구조를 띄고 있는 이번 이야기는 ‘셰익스피어’라는 더 크고 웅장한 소재를 무대로 삼아 장대한 마지막을 향해 나아간다. 큰 무대로 옮겨 희귀한 고서에 대한 지식에 깊이를 더한 것에 이어 등장인물들의 관계 역시 한층 더 깊어진다. 시오리코 모녀의 관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시오리코와 다이스케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페이지
p.70
˝「오셀로」도 제목은 널리 알려졌어요. 오셀로라는 보드 게임 있잖아요, 앞뒤가 흑백으로 된 동그란 말로 하는……. 기원이 된 게임은 리버시라는 이름이었다고 하지만요.˝
˝아……. 그 게임의 기원이 셰익스피어였습니까?˝
시오리코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셀로」는 중세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무어인Moors, 711년부터 이베리아 반도를 정복한 아랍계 이슬람교도 장군 오셀로가 부하인 이아고의 계략에 빠져 질투에 미친 나머지 아내 데스데모나를 죽인다는 이야기예요.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피부색과, 등장인물들이 쉴 새 없이 태도를 바꾸는 전개에서 따왔다고 해요.˝

p.72
˝……물론 「베니스의 상인」도 유명한 희극이에요.˝
˝그렇군요……. 아, 「베니스의 상인」이 희극이에요?˝
살덩이 운운하는 끔찍한 내용이라 필시 어두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다양한 요소가 뒤섞여 있지만, 일단 희극으로 분류되는 작품이에요. 셰익스피어의 희곡 제목에는 법칙이 있어서, 비극이나 역사극 같은 내용이 심각한 작품은 등장인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썼죠. 이 「베니스의 상인」도 그 법칙을 따랐지만 다른 희극은 해당되지 않아요.˝

p.259
˝나도 같이 갈 겁니다. 아까 그렇게 말했지? 같이 가서 뭘 어쩌겠다는 건데?
˝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누군가에게 준엄한 진실을 고할 때의 시오리코 씨의 목소리와 똑같았다.
˝체력도 좋고, 다소 예리한 구석이 있는 건 인정할게. 하지만 그래 봤자 평범한 인간일 뿐이야.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사람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시오리코 정도의 재능이라면 더 뛰어난 파트너를 쉽게 찾을 수 있어. 지금은 아직 본인이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야.˝
귀에 익은 목소리가 텅 빈 머릿속에 메아리쳤다. 내가 그녀의 파트너로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오래전부터 마음 한구석에 존재하고 있었다.
˝어차피 사랑은 광기일 뿐이야. 시오리코의 광기가 사라졌을 때, 네 존재가치는 더 이상 없을 거야. 내 말이 틀렸니?˝

p.266
˝자네는 평범한 사람이야. 살다 보면 언젠가 그 아가씨는 자네를 떠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게 뭐?˝
부담을 주려는 것도, 조롱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시다는 편안하게 서서 똑바로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 그 아가씨가 선택한 건 자네야. 그걸로 충분하잖아. 내가 보기에 자네는 번듯한 청년이고, 그 아가씨는 좀 많이 이상해. 자네라는 번듯한 청년이 그 괴짜 아가씨를 선택했다고도 말할 수 있는 거야. 자신을 가져. 중요한 건 마음의 준비야. 남은 인생이 어떻게 굴러 갈지는 아무도 몰라.˝

p.342
어찌 되었든 시오리코 씨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나는 책이 잘 보이게 그녀 곁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득 오후나 역 앞에서 다자이의 『만년』 이야기를 들었던 그날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다. 이번에는 책 한 권 들어갈 틈 없이 그녀에게 딱 붙어 앉았다.
시오리코 씨는 책을 펼치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편안한 목소리로 유창하게 말문을 열었다.

p.345
지난 몇 년간의 일기를 복기하면서 새삼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젊은 시절, 프로 작가들은 분명 나와는 다른 인종이며, 고생하지 않고 술술 작품을 써 내려갈 것이라 상상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작가로 데뷔해 어느 정도 경력을 쌓고 보니, 이 바닥에서 작품을 쉽게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들은 모두 고생에 고생을 거듭하며, 머리를 쥐어짜 안간힘을 다해 집필하고 있습니다.
아마 작가에게 필요한 건 그런 고생조차 쾌감으로 바꾸는 변태 같은 집중력과 어느 방향으로 고생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센스, 그 두 가지겠죠. 때문에 이 시리즈를 쓰면서 제가 고생한 건 지극히 당연한 과정일 뿐이고, 이 일을 앞으로도 계속하려면 그에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소설

기록
2026.01.09(金) (초판 1쇄)

다.

한 줄
끝판왕 작가가 나왔네. 앞으로도 부디 행복하세요.

오탈자 (초판 1쇄)
못 찾음

확장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p.69
˝셰익스피어는 어느 시대 사람입니까?˝ 교과서에 등장하는 먼 옛날의 위인이라는 이미지밖에 없었다. 초상화도 어렴풋이 기억이 날 듯 말 듯했다.
˝1564년에 잉글랜드 중부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서 태어나, 16세기에서 17세기 초까지 런던에서 극작가로 활동한 사람이에요. 1616년에 52세를 일기로 사망했죠. 일본으로 따지면 아즈치 모모야마 시대에서 에도 시대 초기에 해당하네요. 태어난 해와 사망한 해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랑 같아요. 셰익스피어 본인에 관련된 자료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아서, 그 생애는 베일에 싸여 있지만요.˝
시오리코 씨는 막힘없이 술술 대답했다. 일본으로 따져 보니 아주 먼 옛날 사람처럼 느껴졌다. 전국시대의 무장과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활동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문학자 중 한 사람이에요. 일본에서도 이 『인육담보재판』이 출판된 메이지 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번역이나 번안이 이루어져서, 시대를 초월한 사랑을 받았죠. 요즘에도 새 번역으로 전집이 출간되었고요.˝
시리즈의 마지막은 도대체 어떤 책을 다룰까 궁금했는데 일본 작가가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세계적인 대문호가 나왔다. 그동안 일본 작가만 다루어와서 작가가 잘 아는 부분이라서 소설을 쓸 수 있었다고 착각했는데 작가들이 소설을 쓸 때 자료 조사를 얼마나 철저히 하는지에 놀라게 된다. 후기에 본인도 젊은 시절에 프로 작가들은 다른 인종이라 상상했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는다. 작가는 타고나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초판본 리어왕 미니북(1608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 윌리엄 셰익스피어, 한우리 역, 더스토리(2023)
p.70
˝작품이 뭐가 있었죠?˝
˝여러 가지예요. 일단은 비극으로 「로미오와 줄리엣」뿐 아니라 4대 비극이라 불리는 작품들도 무척 유명해요. 「햄릿」, 「맥베스」, 「오셀로」, 「리어왕」…….˝
독서모임 활동비가 나와서 구입했다며 핸드북을 나눠주셨다. 클로디 윈징게르의 『내 식탁 위의 개』를 사고 금액이 애매하게 남았던 건지 미니북을 사신 것 같다. 지하철에서 읽기에 딱 좋은 크기의 책인데 우리나라는 문고본이 없으니 이런 사이즈의 책이 나왔나 보다. 전자책으로 넘어가는 시기랑 맞물려서 널리 퍼지지 못한 게 아쉬울까. 미뤄두고 있었으니 읽어봐야지.

저자 - 三上延(1971-)

원서 - 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7 〜栞子さんと果てない舞台〜(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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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서 날개라 해도 - 요네자와 호노부, 김선영 역, 엘릭시르(2017)

이제와서 날개라 해도 (Last seen bearing) (고전부 시리즈 6)

줄거리
밤중에 전화를 받은 호타로가 사토시와 산책을 하면서 하루 동안 벌어진 학생회장 선거의 부정 투표 사건을 추리하는 「상자 속의 결락」은 ‘하우더닛(howdunit, 어떻게 사건이 일어났는가)’을 독자들에게 순도 높은 미스터리를 첫 번째 단편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작가의 의향을 느낄 수 있는 단편이다. 두 번째 단편 「거울에는 비치지 않는다」에서는 화자가 마야카로 바뀐다. 마야카는 중학교 시절 동창생과의 재회를 계기로 자신이 호타로를 싫어하게 된 사건을 떠올리고 그 진상을 쫓는다. 「우리의 전설의 한 권」은 시리즈 다섯 번째 권인 『두 사람의 거리 추정』에서 언뜻 언급만 하고 지나갔던, 마야카가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만화 연구회를 탈퇴한 것에 대한 이유가 그려진다. 「첩첩 산봉우리는 맑은가」와 「긴 휴일」은 오레키의 과거에 대한 미스터리다. 「첩첩 산봉우리는 맑은가」는 부실에서 헬기 소리를 들은 호타로가 중학교 때의 기억을 되살려 과거의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내용으로, ‘안 해도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 해야 하는 일은 간략하게’를 외치던 호타로가 그간 얼마나 변화했는지 알 수 있는 에피소드다. 「긴 휴일」은 네 번째 권인 『멀리 돌아가는 히나』에서 변화를 맞이한 호타로와 지탄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표제작이자 이 작품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는 합창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었던 지탄다의 실종 사건이다. 지탄다의 마음을 추리하고 행방을 쫓는 심리 미스터리로 ‘와이더닛(whydunit, 왜 사건이 일어났는가)’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하우더닛’으로 시작해 ‘와이더닛’으로 끝나는 이번 단편집은 미스터리가 없으면 시작하지 않는 일상 미스터리로서의 ‘고전부’ 시리즈의 본질에 무엇보다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페이지
pp.322-323
기억났다.
그 시절, 나는 내가 발견한 사실을 말없이 담아두는 게 괴로워 누나에게 털어놓았다.
—서로 비슷한 처지니까 도와주려고 했지만, 상대도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한다는 법은 없어. 보답을 바랐던 건 아니야. 하지만 업신여기고 있을 줄은 몰랐어. 나는 이제 수업이 끝나면 학교에 남지 않아. 다른 사람하고 있으면 뭔가 부탁을 받게 돼. 그건 분명 내가 아무 말 없이 다 받아주는 바보로 보이기 때문이겠지. 바보라도 상관없어. 하지만 이용당하는 것만은 싫어. 물론 어쩔 수 없을 때는 뭐든지 할 거야. 불평도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실은 남이 해야 할 일이고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이제는 하지 않을 거야. 절대로.
끝까지 들은 누나는 내 머리에 손을 얹고 말했다.
—그래. 넌 서툰 주제에 요령을 배우고 싶은 거구나. 넌 바보지만 이상한 데서 머리가 좋으니 불쾌한 방식으로 깨닫게 된 거지. 괜찮아, 말리지 않을게. 그러면 어때서. 네가 하는 말은 틀리지 않았어.
그리고 뭐였더라. 누나가 몇 마디 더했는데. 그래, 분명 이런 말이었다.
—넌 앞으로 긴 휴일을 맞이하는 거야. 그러면 돼. 푹 쉬어. 괜찮아, 쉬는 동안 네 심성이 바뀌지만 않는다면…….

p.325
우거진 잎사귀들의 그림자가 드리운 계단을 내려갔다. 삼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에 찾아온 맑은 하늘은 아직도 건재했다. 집에 돌아가면 빨래도 말라 있겠지.
반쯤 내려갔을 때 지탄다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레키 씨! 얘기해줘서 고마웠어요! 저, 기뻐요!˝
무거운 빗자루를 메고 뒤를 돌아보기도 귀찮아 못 들은 척했다. 안 해도 될 일이라면 하지 않는다. 뭐야. 오늘 하루는 영 상태가 이상했는데 이제야 평소대로 돌아왔네.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다가 문득 기억났다. 그때 누나가 내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뜨리며 덧붙였던 말을.
—분명 누군가 네 휴일에 마침표를 찍어줄 테니까.

pp.403-404
˝그 아이는 지탄다가의 후계자니 자기 소임을 알고도 남을 게다. 버스에서 덜컥 내린 건 단순한 치기일 테고, 당연히 제때에 맞춰 올 테지. 괜한 짓 하지 않아도 믿고 기다리면 될 일이야.˝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뭐, 오기야 하겠죠.˝
예상 못 한 대답이었는지 요코테 씨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어째서 찾으러 가겠다는 거니?˝
정말 몰라서 묻나?
˝괴로울 테니까요.˝
˝괴로워?˝
˝모르시겠어요?˝
후계자의 소임이니 뭐니 그런 건 모르겠지만 지탄다가 책임감 강한 녀석이라는 건 나도 안다. 그런 지탄다가 버스에서 덜컥 내려 모습을 감추었다면 거기에는 어지간히 심각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그 이유를 나는 ‘치기‘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다.
분명 요코테 씨 말대로 그 녀석은 반드시 자기 차례에 늦지 않도록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숨어버릴 만한 이유를 책임감으로 억누르기 위해 오래도록 맞서 싸운 결과다. 달아나고 싶다, 하지만 가야 해, 가지 않으면 안 돼, 그렇게 자신을 타이르며. 괴롭지 않을 리가 없다.
괴로울 때 누군가가 데리러 와주는 건 기쁜 일이다. 그렇다면 그 마중은 꼭 안 해도 될 일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사정을 요코테 씨에게 일일이 설명하지는 않고 짤막하게 줄여서 말했다.
˝친구 좋다는 게 뭐겠어요.˝

p.427
˝이제 와서 자유롭게 살라는 말을 들어도…… 네가 좋아하는 길을 선택하라고 해도…… 지탄다가는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말라고 해도…….˝
차츰 자조에 가까워지는 목소리로, 말을 맺었다.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기록
2026.01.08(木) (1판 5쇄)
2
다.

한 줄
긴 휴일의 마침표를 찍어준 사람이 있었으니 나는 법을 가르쳐 줄 사람도 가까이 있을 거야

오탈자 (1판 5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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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키 호타로(折木奉太郎)
소설 고전부 시리즈의 주인공. 자신의 좌우명인 ‘안 해도 되는 일은 안 한다. 해야 할 일은 간략하게‘를 매일 철저히 지키며 살아간다. 남자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매력으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까지 엄청난 인기를 끈 캐릭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캐릭터 모티브는 셜록 홈즈. 명탐정 코난 83권의 명탐정 도감에도 등장했다. 쿄애니 남캐 최고 아웃풋.

지탄다 에루(千反田える)
소설 《고전부 시리즈》와 이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빙과》의 메인 히로인. 대응하는 타로카드는 ‘The Fool‘. 아이린 애들러가 모티브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으나, 작가의 말에 따르면 셜록 홈즈의 의뢰인이 모티브라고 한다. 플레잉 카드 문양 상징은 하트❤️.
둘 다 소설 원작으로도 훌륭한 캐릭터지만 애니메이션화되면서 역사를 남긴 캐릭터가 되었다. 인기투표에서는 부부동반 우승까지 차지했다고 하니. 요즘은 조금 잠잠해졌지만 한시대의 지배자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았다. 츤데레 캐릭도 다시 부활한다고 하니 말 그대로 ‘고전‘부로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나가지 않을까.

저자 - 米澤穂信(1978-)

원서 - いまさら翼といわれても(2016)

원서 - いまさら翼といわれても(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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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 파트리크 쥐스킨트, 그림 장자크 상페, 유혜자 역, 열린책들(2020)

좀머 씨 이야기 (Die Geschichte von Herrn Sommer) (2020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줄거리
소년에게는 〈좀머 아저씨〉이자 동네 사람들에게는 〈그냥 좀머 씨〉인 주인공은 텅 빈 배낭을 짊어지고 기다랗고 이상한 호두나무 지팡이를 쥔 채 끊임없이 길을 걷고 있는 중년이다. 그는 소년의 인생에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우연히 만나게 되고, 소년의 마음속 깊이 각인된다. 비와 우박이 쏟아지는 어느 여름날에도,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어 낭패감과 비참한 심정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도, 피아노 건반 위에 떨어진 선생님의 코딱지 때문에 엉뚱한 건반을 눌러 버려 호된 꾸지람을 듣고 자살을 하려 나무 위에서 뛰어내리려는 순간에도······. 소년은 좀머 씨의 기이한 모습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좀머 씨가 호수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여느 때처럼 목격하게 된다. 무언가로부터 끊임없이 도망치려 한 좀머 씨······. 그것은 죽음으로부터인가, 아니면 우리 인간이 쳐놓은 〈합리〉, 〈이성〉, 〈인습〉의 틀 혹은 그러한 것들로 〈밀폐〉되고 〈고립〉된 공간으로부터인가?

페이지
pp.35-36
「그러다가 죽겠어요!」
그 말에 아저씨가 우뚝 섰다. 내가 보기에 그는 바로 〈죽겠어요〉라는 말에서 빳빳하게 굳어지며 멈춰 서는 것 같았다. 그것도 너무 갑작스럽게 멈춰서 아버지는 그의 옆을 지나치지 않으려고 급브레이크를 밟아야만 했다. 아저씨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호두나무 지팡이를 왼손으로 바꿔 쥐고는 우리 쪽을 쳐다보고 아주 고집스러우면서도 절망적인 몸짓으로 지팡이를 여러 번 땅에 내려치면서 크고 분명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 제발 나를 좀 그냥 놔두시오!」
그 말뿐 더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그 말뿐이었다. 그런 다음 그는 그때까지 열린 채로 있던 차의 앞문을 닫고, 지팡이를 다시 오른쪽으로 바꿔 쥐고는 눈길을 옆으로 주지도 않고,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앞으로 계속 걷기만 했다.
「저 사람 완전히 돌았군.」

p.118
나는 침묵을 지켰다.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아주 늦게 집에 도착하여 텔레비전의 나쁜 효과에 대한 일장 훈계를 들어야만 했을 때에도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도 역시 하지 않았다. 누나에게도 하지 않았고, 형에게도 하지 않았으며, 경찰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심지어 코르넬리우스 미헬에게도 죽음에 대해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내가 어째서 그렇게 오랫동안 또 그렇게 철저하게 침묵을 지킬 수 있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두려움이나 죄책감 혹은 양심의 가책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나무 위에서 들었던 그 신음 소리와 빗속을 걸어갈 때 떨리는 입술과 간청하는 듯하던 아저씨의 말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다.
「그러니 제발 나를 좀 그냥 놔두시오!」
나를 침묵하게 만들었던 또 다른 기억은 좀머 아저씨가 물속에 가라앉던 모습이었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독일소설 > 독일소설일반

기록
2023.08.19(土) (신판 5쇄)

다.

한 줄
그러니 제발 나를 좀 그냥 놔두시오!

오탈자 (신판 5쇄)
못 찾음

확장
문경새재(조령)
어렸을 때 가족들과 문경새재에 갔던 기억이 있다. 어린 다리가 아파서 2관문까지밖에 못 가고 돌아왔지만 걸어서 멀리까지 갔던 최초의 기억이다. 영남에서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지나갔던 길이기도 한데, 보통 열흘에서 보름 정도 걸렸다고 한다. 또 임진왜란 때 일본군도 이곳에서 전투는 벌이지 않았지만 몹시 경계하며 지나갔다고 한다. 부산에서 한양까지 전투를 치르면서도 무려 한 달 만에 도착했다. 이제는 부모님이 연세가 드셔서 같이 가볼 날이 또 있을까?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다시 걸어가 보고 싶다.

조덕배(1959-)
보통 노래를 부를 때 다른 가수들과 달리 앉아서 부른다. 그 이유는 어릴 적 앓은 소아마비 때문이다. 두 다리로 서 걸어 다닐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가자.

저자 - Patrick Süskind(1949-)

원서 - Die Geschichte von Herrn Sommer (The Story of Mr Sommer)(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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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6: 시오리코 씨와 운명의 수레바퀴 - 미카미 엔, 최고은 역, 디앤씨미디어(2015)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6: 시오리코 씨와 운명의 수레바퀴

줄거리
시오리코 씨에게 중상을 입힌 청년이 다시 나타난다. 그러나 그가 원하는 《만년》 초판본은 시오리코 씨가 갖고 있는 초판본과는 완전히 다른 것. 의뢰를 받아들인 비블리아 고서당의 두 사람은 40년 전의 희귀본 도난 사건에 자신들의 조부모가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되는데…….

페이지
p.58
시오리코 씨는 신초문고의 『만년』을 펼쳐 나에게 건넸다. 앞부분이었다.

이모가 말했다.
˝너는 얼굴이 못났으니 애교라도 있어야지. 너는 몸이 약하니까 심지라도 굳어야지. 너는 거짓말을 잘하니까 행실이라도 바르게 해야지.˝

pp.74-75
˝친구가 잡혀 있는데 장기를 뒀다고요? 너무하네요˝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시오리코 씨는 고개를 저었다.
˝아, 그게, 그냥 놀고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돈을 빌리려고 스승인 이부세를 찾아가기는 했는데, 불호령이 떨어질까 두려워서 며칠 동안이나 아무 말도 못했다고 해요. 격분한 단 가즈오가 몰아붙이자 다자이는 얼굴이 백짓장처럼 하얗게 질려서 이렇게 중얼거렸대요. ‘기다리는 이가 괴로울까, 기다리게 하는 이가 괴로울까.‘˝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순순히 동의할 수는 없는 이야기였다. 솔직히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기다리게 하는 이도 괴롭다는 말은 이해가 가기도 했다. 좋고 나쁜 걸 떠나서, 어떤 심정인지 막연히 알 것 같았다.
다자이라는 작가 역시 독자에게 그런 존재일지도 모른다.

p.93
˝결국 성직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평생 신앙을 가지고 사셨어요. 그래서 가게 이름도 ‘비블리아‘ 로 지으신 거고요.˝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비블리아가 무슨 뜻이길래?
˝…… ‘비블리아‘ 는 라틴어로 ‘성서‘ 란 뜻이에요.˝
˝네? 그런 뜻이었습니까?˝
거의 일 년 가까이 일했으면서 가게 이름의 유래를 이제야 알다니. 왜 비블리아 고서당인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p.277
˝만일 경찰이 포기해도 내가 널 반드시 찾아낼 거야. 너는 그 『만년』을 소중히 간직하겠지. 소중히 간직한 책은 몇 년, 몇 십 년이 지나도 이 세상에 계속 남아 있어. 시간이 아무리 걸리더라도 찾아내서 시오리코 씨에게 돌려줄 거다.˝
순간 다나카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사람을 놀리는 듯한 표정으로 다시 돌아왔다.
˝몇 십 년? 그때까지 그 여자와 사귀려고?˝
˝아니, 결혼할 거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분위기도 한몫 거들기는 했지만, 거짓 없는 진심이었다.
이 결심을 처음 털어놓은 상대가 본인이 아니라, 하필이면 이 남자라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시오리코 씨에게 소중한 건 나에게도 소중해. 함께 그 가게를 꾸려가며 너와 그 책을 반드시 찾아낼 거야.˝

p.296
˝그래, 항상 입바른 소리만 하지. 당신은 고서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속인 게 아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을 속이고 있잖아.˝
˝맞아……. 하지만 이젠 그러지 않을 거야.˝
시오리코 씨는 맹세하듯 똑바로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다시는 그런 짓 안 해. 이번 일로 깨달았어. 『만년』을 아직 가지고 있다는 걸 경찰에 모두 털어놓고 사과할 거야. 사람과 책은 이어져 있으니까. 그 인연은 소중한 것이니까.˝
그것은 그녀의 할아버지의 신조, ‘사람과 책의 인연을 지킨다‘ 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말 같기도 했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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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7(水) (1판 3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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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천재인가 고평가된 징징이인가. 이 책에서만큼은 대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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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太宰治) (1909-1948)
p.70
˝정신없이 읽는 저를 보시고는 다자이가 그렇게 재미있느냐고 물으셨어요. 정말 재미있다고 대답했더니.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뛰어난 작가지. 특히 중기 작품이 인상에 남는다.‘ 라고 하셨어요.˝
˝싫어하는 사람도 많습니까? 유명한 작가인데.˝
열광적인 팬이 많은 걸로 알고 있었다. 「달려라 메로스」나 『인간실격』, 「사양」 등 나도 아는 작품이 여럿 있었다.
˝국민적인 작가지만, 호오가 뚜렷하게 갈리죠. 나약함과 소외감을 품은 주인공의 독백체로 진행되는 작품이 많고, 사생활이 작품 내용과 거의 일치하니까요. 유약하다, 징징거린다, 그런 비판도 많았어요. 젊은 시절이라면 몰라도, 어른이 탐독하기에는 부끄러운 책이라는…….˝
왠지 알 것 같았다. 중학교 수업에서 다자이를 설명할 때, 담당 선생님은 뭔가 석연치 않은 표정이었다.
˝비판이 모두 잘못된 건 아니지만, 단지 그것뿐이라면 이렇게 시대를 뛰어넘어 널리 사랑받을 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겉으로 드러난 부분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다자이의 작가로서의 그릇을 알아보지 못하게 돼요.

젊은 나이에 죽어야 후대에 더 각광받는 버프를 보여주는 대표적 작가 같지만 정신연령이 애새끼인 나로서는 꽤나 좋아하는 작가이다.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김춘미 역, 민음사(2004)
pp.144-145
˝……『직소』가 뭡니까?˝
하는 수 없이 시오리코 씨에게 물었다. 며칠 전에 언뜻 들어본 기억은 났다. 기독교를 소재로 한 책이라고 하던가. 시오리코 씨는 휙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흥분한 듯 상기된 얼굴이었다.
˝1940년에 발표된 다자이 중기의 걸작 단편이에요. 고백체 소설로, 예수 그리스도를 배신한 제자 유다의 1인칭 시점이죠.
관원에게 스승을 고발한 유다는 지금까지 예수에게 느꼈던 감정을 단숨에 토해내요. 인간으로서 스승을 사랑하지만, 상인이라는 자신의 출신 때문에 천대를 받았다고 생각해 증오하기도 해요. 상반된 감정에 괴로워하던 끝에, 결국 복수를 위해 스승을 밀고하죠. 은화 30닢을 받고, 자신을 이스카리옷의 유다라고 밝히며 이야기는 끝나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자의 배신이라는 대목에서 도미자와 히로시와 세 남자를 떠올렸다. 소설의 내용과 통하는 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고지 30매쯤 되는 분량이지만, 다자이는 누에가 실을 뽑듯 유창하게 서술했어요. 거의 고치지도 않았다고 하고요.˝
˝그 책에 또 어떤 작품이 실려 있습니까?˝
나는 물었다. 원고지 30매로는 책 한 권을 채울 수 없을 터였다.
˝아뇨, 실린 작품은 「」직소」뿐이에요. 판형은 B5 정도지만, 40페이지 남짓한 얇은 수제본이거든요……. 이 단편을 높게 평가한 시인 다카나시 가즈오의 도움으로 300부 한정 자가본으로 자비 출판했어요. 마나고야쇼보 판 『만년』과 함께 가장 고서 값어치가 높은 다자이의 저서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인간 실격』에 같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 - 三上延(1971-)

원서 - 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6 〜栞子さんと巡るさだめ〜(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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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 클레어 키건, 허진 역, 다산책방(2023)

맡겨진 소녀 (foster)

줄거리
이 책은 아일랜드 시골에 사는 어린 소녀가 먼 친척 부부의 집에서 보내는 어느 여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아이가 많은 가난한 집에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지내던 소녀는, 또 다른 아기를 임신한 엄마가 동생을 출산하기 전까지 먼 친척인 킨셀라 부부의 집에 맡겨진다. 그리고 그 집에 도착해 마주하는 것들은 소녀가 그동안 겪어온 일상과는 완전히 상반된다. 손 한 번 잡아준 적 없는 무심한 아빠와는 달리 손을 잡고 보폭을 맞춰 걸어주는 어른을 만나, 소녀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들을 마주한다. 살뜰한 관심과 배려로 소녀를 돌보는 아주머니와 겉으론 무뚝뚝해 보여도 다정히 마음을 전하는 아저씨가 있는 집. 극명하게 대조되는 두 가족의 모습을 통해 소녀가 난생처음 겪어보는 사랑과 다정함이 더욱 따뜻하고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페이지
pp.69-70
마당을 비추는 커다란 달이 진입로를 지나 저 멀리 거리까지 우리가 갈 길을 분필처럼 표시해 준다. 킨셀라 아저씨가 내 손을 잡는다.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아저씨는 내가 발을 맞춰 걸을 수 있도록 보폭을 줄인다. 나는 작은 주택에 사는 아주머니를, 그 여자가 어떻게 걷고 어떻게 말했는지를 생각하다가 사람들 사이에는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p.73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아저씨가 말한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분류(교보문고)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기록
2025.12.13(土) (초판 1쇄)

다.

한 줄
맡겨진 사람에게는 선택이 없다

오탈자 (초판 1쇄)
못 찾음

확장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 세오 마이코, 권일영 역, 스토리텔러(2019)
2019년 서점대상 수상작. 피가 섞이지 않은 부모 사이를 릴레이 경주하듯 이어가며 네 번이나 이름이 바뀐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말없는 소녀 - 콤 베어리드(2022)
클레어 키건의 소설 맡겨진 소녀를 영상화한 2022년작 아일랜드 영화. 대한민국에는 2023년 5월 31일 개봉하였다. 제72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에서 최초로 공개되었으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저자 - Claire Keegan(1968-)

원서 - Foster(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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