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서 날개라 해도 - 요네자와 호노부, 김선영 역, 엘릭시르(2017)
이제와서 날개라 해도 (Last seen bearing) (고전부 시리즈 6)
줄거리
밤중에 전화를 받은 호타로가 사토시와 산책을 하면서 하루 동안 벌어진 학생회장 선거의 부정 투표 사건을 추리하는 「상자 속의 결락」은 ‘하우더닛(howdunit, 어떻게 사건이 일어났는가)’을 독자들에게 순도 높은 미스터리를 첫 번째 단편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작가의 의향을 느낄 수 있는 단편이다. 두 번째 단편 「거울에는 비치지 않는다」에서는 화자가 마야카로 바뀐다. 마야카는 중학교 시절 동창생과의 재회를 계기로 자신이 호타로를 싫어하게 된 사건을 떠올리고 그 진상을 쫓는다. 「우리의 전설의 한 권」은 시리즈 다섯 번째 권인 『두 사람의 거리 추정』에서 언뜻 언급만 하고 지나갔던, 마야카가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만화 연구회를 탈퇴한 것에 대한 이유가 그려진다. 「첩첩 산봉우리는 맑은가」와 「긴 휴일」은 오레키의 과거에 대한 미스터리다. 「첩첩 산봉우리는 맑은가」는 부실에서 헬기 소리를 들은 호타로가 중학교 때의 기억을 되살려 과거의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내용으로, ‘안 해도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 해야 하는 일은 간략하게’를 외치던 호타로가 그간 얼마나 변화했는지 알 수 있는 에피소드다. 「긴 휴일」은 네 번째 권인 『멀리 돌아가는 히나』에서 변화를 맞이한 호타로와 지탄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표제작이자 이 작품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는 합창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었던 지탄다의 실종 사건이다. 지탄다의 마음을 추리하고 행방을 쫓는 심리 미스터리로 ‘와이더닛(whydunit, 왜 사건이 일어났는가)’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하우더닛’으로 시작해 ‘와이더닛’으로 끝나는 이번 단편집은 미스터리가 없으면 시작하지 않는 일상 미스터리로서의 ‘고전부’ 시리즈의 본질에 무엇보다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페이지
pp.322-323
기억났다.
그 시절, 나는 내가 발견한 사실을 말없이 담아두는 게 괴로워 누나에게 털어놓았다.
—서로 비슷한 처지니까 도와주려고 했지만, 상대도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한다는 법은 없어. 보답을 바랐던 건 아니야. 하지만 업신여기고 있을 줄은 몰랐어. 나는 이제 수업이 끝나면 학교에 남지 않아. 다른 사람하고 있으면 뭔가 부탁을 받게 돼. 그건 분명 내가 아무 말 없이 다 받아주는 바보로 보이기 때문이겠지. 바보라도 상관없어. 하지만 이용당하는 것만은 싫어. 물론 어쩔 수 없을 때는 뭐든지 할 거야. 불평도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실은 남이 해야 할 일이고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이제는 하지 않을 거야. 절대로.
끝까지 들은 누나는 내 머리에 손을 얹고 말했다.
—그래. 넌 서툰 주제에 요령을 배우고 싶은 거구나. 넌 바보지만 이상한 데서 머리가 좋으니 불쾌한 방식으로 깨닫게 된 거지. 괜찮아, 말리지 않을게. 그러면 어때서. 네가 하는 말은 틀리지 않았어.
그리고 뭐였더라. 누나가 몇 마디 더했는데. 그래, 분명 이런 말이었다.
—넌 앞으로 긴 휴일을 맞이하는 거야. 그러면 돼. 푹 쉬어. 괜찮아, 쉬는 동안 네 심성이 바뀌지만 않는다면…….
p.325
우거진 잎사귀들의 그림자가 드리운 계단을 내려갔다. 삼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에 찾아온 맑은 하늘은 아직도 건재했다. 집에 돌아가면 빨래도 말라 있겠지.
반쯤 내려갔을 때 지탄다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레키 씨! 얘기해줘서 고마웠어요! 저, 기뻐요!˝
무거운 빗자루를 메고 뒤를 돌아보기도 귀찮아 못 들은 척했다. 안 해도 될 일이라면 하지 않는다. 뭐야. 오늘 하루는 영 상태가 이상했는데 이제야 평소대로 돌아왔네.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다가 문득 기억났다. 그때 누나가 내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뜨리며 덧붙였던 말을.
—분명 누군가 네 휴일에 마침표를 찍어줄 테니까.
pp.403-404
˝그 아이는 지탄다가의 후계자니 자기 소임을 알고도 남을 게다. 버스에서 덜컥 내린 건 단순한 치기일 테고, 당연히 제때에 맞춰 올 테지. 괜한 짓 하지 않아도 믿고 기다리면 될 일이야.˝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뭐, 오기야 하겠죠.˝
예상 못 한 대답이었는지 요코테 씨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어째서 찾으러 가겠다는 거니?˝
정말 몰라서 묻나?
˝괴로울 테니까요.˝
˝괴로워?˝
˝모르시겠어요?˝
후계자의 소임이니 뭐니 그런 건 모르겠지만 지탄다가 책임감 강한 녀석이라는 건 나도 안다. 그런 지탄다가 버스에서 덜컥 내려 모습을 감추었다면 거기에는 어지간히 심각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그 이유를 나는 ‘치기‘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다.
분명 요코테 씨 말대로 그 녀석은 반드시 자기 차례에 늦지 않도록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숨어버릴 만한 이유를 책임감으로 억누르기 위해 오래도록 맞서 싸운 결과다. 달아나고 싶다, 하지만 가야 해, 가지 않으면 안 돼, 그렇게 자신을 타이르며. 괴롭지 않을 리가 없다.
괴로울 때 누군가가 데리러 와주는 건 기쁜 일이다. 그렇다면 그 마중은 꼭 안 해도 될 일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사정을 요코테 씨에게 일일이 설명하지는 않고 짤막하게 줄여서 말했다.
˝친구 좋다는 게 뭐겠어요.˝
p.427
˝이제 와서 자유롭게 살라는 말을 들어도…… 네가 좋아하는 길을 선택하라고 해도…… 지탄다가는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말라고 해도…….˝
차츰 자조에 가까워지는 목소리로, 말을 맺었다.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기록
2026.01.08(木) (1판 5쇄)
2
다.
한 줄
긴 휴일의 마침표를 찍어준 사람이 있었으니 나는 법을 가르쳐 줄 사람도 가까이 있을 거야
오탈자 (1판 5쇄)
못 찾음
확장
오레키 호타로(折木奉太郎)
소설 고전부 시리즈의 주인공. 자신의 좌우명인 ‘안 해도 되는 일은 안 한다. 해야 할 일은 간략하게‘를 매일 철저히 지키며 살아간다. 남자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매력으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까지 엄청난 인기를 끈 캐릭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캐릭터 모티브는 셜록 홈즈. 명탐정 코난 83권의 명탐정 도감에도 등장했다. 쿄애니 남캐 최고 아웃풋.
지탄다 에루(千反田える)
소설 《고전부 시리즈》와 이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빙과》의 메인 히로인. 대응하는 타로카드는 ‘The Fool‘. 아이린 애들러가 모티브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으나, 작가의 말에 따르면 셜록 홈즈의 의뢰인이 모티브라고 한다. 플레잉 카드 문양 상징은 하트❤️.
둘 다 소설 원작으로도 훌륭한 캐릭터지만 애니메이션화되면서 역사를 남긴 캐릭터가 되었다. 인기투표에서는 부부동반 우승까지 차지했다고 하니. 요즘은 조금 잠잠해졌지만 한시대의 지배자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았다. 츤데레 캐릭도 다시 부활한다고 하니 말 그대로 ‘고전‘부로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나가지 않을까.
저자 - 米澤穂信(1978-)
원서 - いまさら翼といわれても(2016)
원서 - いまさら翼といわれても(2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