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성술 살인사건 - 시마다 소지, 한희선 역, 검은숲(2020)

점성술 살인사건

줄거리
점성술사 겸 탐정, 미타라이에게 한 여성이 찾아와 ‘우메자와가 점성술 살인사건’을 의뢰한다. 40년 전, 밀실에서 살해당한 화가가 남긴 광기 어린 수기에 따라 살해된 여섯 딸의 시체가 일본 전역에서 발견되어 경찰이 대대적으로 수사했지만 결국 미제로 남은 사건이다. 여성은 미타라이에게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또 다른 수기를 건네주는데…….

페이지
pp.14-15
인간의 육체에는 이처럼 행성에 의해 강화된 부분이 한군데씩 있다. 예를 들어 양자리의 인간이라면 머리가 강화되고, 천칭자리에서 태어난 사람은 허리가 별에 의해 강화된다. 태어나는 순간 태양의 위치에 따라 강화되는 부분이 결정되는데, 바꿔 말하면 강화된 부분이 하나뿐이라는 점이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 살아 있는 동안 결코 인간이라는 흔해 빠진 존재 이상이 될 수 없는 것은 별의 축복을 몸의 한 부분에만 받았기 때문이다.
머리가 강화된 인간, 배가 강화된 인간, 이런 식으로 제각기 강화된 부분을 하나씩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 흩어져 살고 있다. 이들 중에서 머리가 강화된 자의 머리, 가슴이 강화된 자의 가슴, 배가 강화된 자의 배 같은 식으로 서로 다른 부분이 강화된 인간 여섯 명을 모아 각각 강화된 부분만을 떼 내어 하나의 육체로 합성할 수 있다면 어떨까!
육체의 모든 부위에 행성의 축복을 받은 완벽한 육체, 빛의 무용수가 탄생한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을 초월한 존재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힘을 받은 자는 대개 아름답다. 만일 이 빛나는 육체가 여섯 명의 처녀로 만들어진다면 완벽한 아름다움을 지닌 ‘여자’가 될 것이다. 캔버스에 여성의 완성미를 줄기차게 추구해온 자로서 이렇게 구현될 아름다움을 나는 무섭도록 동경한다.

p.173
“맞아요. 미즈타니 씨가 제 친구예요. 그 사건 때 정말 어떻게 하나 했는데, 여기 상담하러 왔더니 바로 해결해주셨다고 했어요. 미타라이 씨는 점뿐만 아니라, 그, 탐정 같은 재능도 있으시다는 말을 자주 하더군요. 아주 머리가 좋은 분이시라고.”

pp.265-266
이렇게 매일 별의 움직임을 뒤쫓으면서 살다 보면, 지구 위 소소한 우리의 행위는 허무한 게 정말 많아.
그중 제일 허무한 것이 다른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더 소유하려는 경쟁이야. 그것만큼은 도저히 열중할 수가 없어. 우주는 천천히 움직이지. 거대한 시계의 내부처럼, 우리 별도 구석에 있는 눈에 띄지 않는 작은 톱니바퀴의 얼마 안 되는 톱니 중 하나야. 인간 따위는 그 끝에 들러붙은 박테리아 같은 역할이고.
그런데 이 패거리들은 시답잖은 일로 기뻐하고 슬퍼하면서, 눈 한번 깜빡이는 시간 정도의 일생을 야단법석을 떨면서 보내지. 자신이 너무 작아서 시계 전체를 볼 수 없으니까. 그 메커니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자만하고. 참 우스워. 이런 생각을 하면 언제나 웃음이 나. 박테리아가 변변찮은 돈을 모아서 뭐가 된다는 거지? 관 속까지 들고 갈 것도 아니고. 왜 그런 시시한 일에 그렇게 열중할 수 있을까?”

p.420
“이 경우는 지폐와 다르니까, 잘라낸 시체를 테이프로 이어 붙일 수는 없습니다.”
미타라이는 흥분한 우리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따라서 그것을 대신할 강력한 접착제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니까 불투명 테이프의 역할을 한 것이 아조트라는 환상입니다. 이 이론인지 환상인지가 너무나 강렬하고 엽기적이어서, 우리는 시체의 일부분들을 옮겨서 맞추어본다는 지극히 간단한 생각을 하지 못한 겁니다. 각각 한 부분이 부족한 여섯 구의 시체가, 아조트를 만들기 위해 한 군데씩 잘려 나간 결과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p.437
“염색체는 어떤 것에서든 채취할 수 있어. 혈액에서도, 타액, 정액, 피부, 뼛조각으로도 알 수 있지. 그러니까 시체를 까맣게 태웠다고 해도, 백골이 되었다 해도 이제 이런 트릭은 무리야. 1936년이니까 가능했지. 지금이라면 백골로 만들어서 뼈를 보슬보슬한 가루가 될 때까지 갈아버리지 않으면 안 돼. 그렇게 하면 혈액형도 염색체도 골조직도 알 수 없게 되니까. 지금은 현미경 단위까지도 수사의 대상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현대는 범죄자에게 꿈이 없는 시대야.”

p.450
˝만주에 있었다고 했어.˝
˝만주……, 그렇구나, 영국의 범죄자가 미국으로 도망가는 것 같은 거네.˝
˝일본에 돌아왔을 때 기차에서 창밖을 보면, 우리는 창에서 보는 산을 먼 거리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개념으로 생각하잖아? 그런데 그녀는 일본 기차에서 보이는 산들이, 품에 뛰어들어 오는 느낌이었다고 했어, 일본은 좁으니까. 시적이고 참 좋지? 정말 인상적이었어.˝
˝그 시절은 좋았을지도 몰라. 지금의 일본인은 지평선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죽는 사람도 의외로 많아.˝

pp.457-458
“아니, 이 사건을 누가 해결했냐고? 너잖아? 그런데 완전히 무시당했어! 원래라면 지금쯤 네가 텔레비전인지 그런 데 나와서 훨씬 유명해졌을지도 몰라. 돈도 벌고.
아니, 네가 그런 생각하는 타입이 아닌 건 알아. 그래도 세상에 이름을 알리는 편이 살기 편한 경우가 많잖아. 이 일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해. 조금 더 좋은 건물로 옮기고 이쪽에 좀 더 멀쩡한 소파도 놓을 수 있거든?”
“그리고 이 집은 뇌 대신에 구경꾼 근성밖에 없는 정체 모를 저능한 인간들로 우글거리게 되겠지. 나는 집에 들어올 때마다, 네가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 큰 소리로 불러서 찾아야 할 거야. 너는 이해 못 할지도 모르겠는데 지금 이 생활이 마음에 들어. 머리를 어딘가에 두고 온 패거리 때문에 내 페이스를 망가뜨리고 싶지 않아.
다음 날 일만 없으면 원하는 시간까지 잘 수 있어. 파자마 차림으로 신문도 읽을 수 있고. 좋아하는 연구를 하고, 마음에 드는 일만을 위해 저 문을 나가고. 싫어하는 녀석에게는 재수 없는 놈이라고 말할 수 있고, 백은 백, 흑은 흑이라고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말할 수도 있지. 이것들은 모두, 언젠가 형사도 말했듯이 세상이 상대해주지 않는 놈팡이라 불리는 것에 대한 대가로 손에 넣은 재산이야. 아직은 잃고 싶지 않아. 쓸쓸해지면 너도 있고, 나는 외톨이가 아니야. 이 생활이 정말 마음에 들어.”

p.504
세상일을 완전히 이해하기까지 글쓰기를 기다려야 하는 이유는 사실 없다. 나이가 얼마든 모르는 것은 있고, 젊을 때 잘 알다가 점점 잃어버리는 세계나 지식도 있다.
또한 이야기는 살아 있는 것이며, 그것이 만일 걸작이라면 쓴다는 행위 자체가 알지 못했던 것들을 가르쳐준다. 많은 독자가 의미 있게 받아들인 이야기가 세상의 구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적에 쓴 것이어도 신기하게도 모순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것은 쓰는 사람의 순수한 영혼을 통해 하늘의 누군가가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점성술 살인사건》을 읽고, 아하 이런 세계도 있구나, 재미있네, 라고 생각한다면 소설을 쓰는 걸 고려해보면 좋겠다. 당신의 내부에, 당신 자신도 모르는 거대한 능력이 잠들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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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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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9(金) (개정판 2쇄)

다.

2008.05.01(木) (초판 1쇄)

다.

한 줄
안 본 눈 삽니다

오탈자 (개정판 2쇄)
못 찾음

확장
소년탐정 김전일 애장판2권(이진칸촌 살인사건) - 아마기 세이마루, 그림 사토 후미야, 이현미 역, 서울문화사(2006)
『점성술 살인사건』의 트릭은 아이러니하게도 『소년탐정 김전일』에서 무단으로 도용하여서 더 유명해지게 된다. 무단 도용에 대해서 미스터리의 저변을 넓힌다는 의미에서 시마다 소지는 법적 대응은 하지 않았고 영상화 제작은 반대하여서 만화책 버전에만 실린 에피소드.

데드맨 - 가와이 간지, 권일영 역, 작가정신(2023)
가와이 간지의 데뷔작이고 『점성술 살인사건』의 오마주. 6조각의 신체로 이루어진 데드맨이 나오는 가부라기 형사 시리즈. 초판 2013년, 개정판이 나왔다.

저자 - 島田荘司(1948)

원서 - 占星術殺人事件(1981)

구판 - 점성술 살인사건(1997)

구판 - 점성술 살인사건(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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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 모리 히로시, 안소현 역, 노블마인(2007)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줄거리
어느 날, 갑자기 후배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주인공은 후배가 예전에 언급한 이상한 음식점을 떠올린다. 이름도 없고 매번 장소를 옮기며 영업을 하는 그 수상한 음식점은 30대 후반의 여주인이 예약제로 운영한다. 주인공은 가끔 생각이 날 때마다 그 음식점을 찾아가 고지라 꿈을 꾸는 여자, 벌레를 짓이겨 씁쓸한 맛을 보는 여자, 우울한 가족사를 담담히 털어놓는 여자,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 등 색다른 분위기를 지닌 여자들과 차례로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후배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주인공은 점차 그 음식점만의 묘한 매력에 빠져드는데…….

페이지
p.43
사람이 뭔가를 먹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건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극단적인 표현을 하자면 그건 살생의 동기와 만나는 것과 같다. 소화는 이를테면 궁극적인 파괴행위의 예비 단계다. 따라서 평소 고상한 사람이라도 식사를 할 때는 자기도 모르게 경박함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섬세한 본질이 엿보여 환멸을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최대한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건 더러운 걸 보고 싶지 않다는 심리에 가깝다. 이런 까닭에 식사 예법이라는 게 생겨났으리라.

pp.54-55
원래 대화라는 건 모두 그때뿐이다. 상대의 인간성이나 배경이란 정보가 축적되어 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사소한 인상 하나로 그 정도의 축적은 싹 변할 수 있다. 날마다 다른 사람을 만나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과 결국 종이 한 장 차이다.

pp.64-65
˝아뇨. 저는 아무것도 얻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대부분의 경우 사람은 의사소통을 원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일시적으로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의사소통의 목적은 대개 그 행위가 성립하는 자리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 가운데 상대가 여러 가지를 제게 물어오겠죠. 그래서 왠지 모르게 자신의 내면을 조금은 공개해야 한다는 기분이 들어요. 불안함은 있어요. 하지만 아무것도 털어 놓지 않고 이야기하는 편이 죄책감이 더 많이 들거든요. 그런 적 없으세요?˝
˝음, 알겠어. 종종 있는 일이야. 일반적인 심리라고 해도 좋겠지. 자신만 알고 있는 걸 상대에게 털어놓음으로써 친근감을 얻었다고 느끼는 거야. 상대도 비밀을 털어놓은 그 행위에 대해 친근감을 품겠지. 비밀을 공유한다는 연대감에서 비롯되는 거지.˝
˝그러니까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비밀은 비밀다운 가치가 옅어지는 게 아닐까요.˝
˝맞아. 바로 그래.˝
˝그럼 결국 추상적으로 사물을 표현하는 건 정보를 베일로 싸라는 의미인가요. 일부러 상대에게 거리감을 두어, 서먹서먹함을 느끼게 하라고요? 추상성은 상대에 대한 다정한 배려라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는데요. 어느 쪽이 진짜인가요?˝
˝모두 진짜야. 그건 대화뿐만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지극히 본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어. 이거다, 라는 정답은 없지. 그 균형을 항상 맞춰야 한다, 그런 게 아닐까? 어느 한쪽이 진실이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p.75
요컨대 젊은 시절에는 ˝이것도 하고 싶다, 저것도 하고 싶다˝고 바라던 일이 요즘에는 ˝이것도 못해봤고 저것도 못해봤다˝는 소극적인 태도로 바뀐다는 말이다. 전철의 진행 방향으로 얼굴을 향하고 풍경을 바라보던 게 젊은 시절이라면 지금은 스쳐 지나가는 뒤쪽 풍경을, 멀어져가는 풍경을, 뒤돌아서서 멍하니 바라보는 느낌이다. 이런 시점의 차이가 사람을 크게 둘로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남녀를 불문하고 느끼는 그런 문제가 아닐까?

p.88
여주인이 방에서 나갔을 때 나는 문득 깨달았다. 사람에 대해서도 같은 식으로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즉 이런저런 설명을 들을 필요는 없다. 이름이 뭐고, 나이가 몇 살이고, 출신이 어디고, 어떤 신분이고, 어떤 생활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런 정보에 따라 그 사람의 느낌이 바뀔까? 그것이 사람의 진정한 가치일까? 정보는 얼마든지 날조할 수 있다. 우리는 평소 그런 정보에 얼마나 마음을 빼앗기고 있을까?
그저 이렇게 음식을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어도 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 좀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분명 다른 상황보다 식사 중의 모습이 가장 그 인물을 잘 드러나게 한다. 그러므로 이렇게 조신하고 고상하게 먹으면 이미 그것만으로 이 사람이 마음에 든다고 느낀다. 언어 정보는 간단히 만들어낼 수 있지만 기품 있게 먹는 모습은 쉽게 익히지 못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도록 연출된 것임은 틀림없다.

p.93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충분히 틈을 메울 수가 있다. 이것은 다도(茶道)와 통하는 감각인지도 모른다. 지껄여댈 필요는 없다. 쓸데없는 의사소통을 배제하고 시간과 공간을 좀 더 본질적인 것으로 채우려는 수법이다. 또한 회화 같은 예술에서도 동일한 기능을 발견할 수 있다. 미술관에서는 떠들지 않는다. 아무래도 의사소통을 배제한 평온함으로 채워진 공간이기 때문인 듯하다. 아무것도 아닌 시간을 소비시키는 게 예술 감상의 주요 기능이다.
그렇다, 이건 예술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은 첫째, 인간이 이룬 것이어야 하고 둘째, 쓸데없는 소비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건 내가 내린 정의다. 오늘 이 방의 침묵이야말로 정말 예술 그 자체가 아닐까? 다만 문제는 그녀 자신이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디까지 의식해서 행동하느냐에 달렸다.

p.147
원래 인간관계란 많든 적든 이런 허구 위에서 성립되는 건 아닐까.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이야기하는 게 모두 다 진실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이야기하는 자신도 착각할 때가 있다. 완벽하게 의도해서 지어낸 이야기와, 무의식 가운데 왜곡되어 상황에 맞게 해석된 이야기, 어디쯤에 그 경계가 있는 걸까? 듣는 사람에게는 두 가지 모두 진실이 아니다.
잠깐. 그럼……. 진실이란 뭘까?
자신과 관련이 없는 타인의 인생에서 ‘나의 진실‘ 이란 무엇일까?
내가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문제일 뿐인가?
요컨대 나는 허구와 실화의 차이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논의는 젊은 시절부터 친구들과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이건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말의 효과에 대해서 말이다. 예전에는 이 말은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게 효과적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그런 주장은 허식에 가까워졌다.

p.222
나는 혼자 웃었다. 재미있다, 인생이란……. 적어도 살아있는 동안은 멈출 수가 없다. 돌아갈 수도, 되풀이할 수도 없다. 할 수 없었던 일을 언제나 되돌아보며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구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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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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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6(月) (초판 1쇄)

까.

한 줄
조금 특이한 소설 있습니다

오탈자 (초판 1쇄)
p.136 위에서 7번째 줄
정j해진 → 정해진

확장
주문이 많은 요리점 - 미야자와 겐지, 김난주 역, 그림 시마다 무쓰코, 담푸스(2015)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나 『주문이 많은 요리점』 모두 등장인물들이 순순히 따라주는 게 웃기다

로제떡볶이 씻어서 다시 만들어 먹기 - 케인 TV(2021.05.30)
스트리머 중 음식 맛없게 먹는 걸로 첫손에 꼽힌다는 케인. 이런 입이 짧고 지독한 편식쟁이들이 뭔가 음식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는 듯. 라쿤도 아니고 로제 떡볶이를 물에 씻어먹는 기행을 저질렀는데( 콘치즈, 양념치킨, 계란말이, 탕후루, 마라탕, 팥빙수도 씻어먹었다) 이런 먹방이 방송이 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오히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나.

저자 - 森博嗣(1957-)

원서 - 少し変わった子あります Eccentric persons are in stock(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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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돌아가는 히나 - 요네자와 호노부, 권영주 역, 엘릭시르(2014)

멀리 돌아가는 히나 (Little birds can remember) (고전부 시리즈 4)

줄거리
이번 작품에는 《빙과》의 봄부터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의 여름, 《쿠드랴프카의 차례》의 가을을 지나 이듬해 4월까지, 고전부의 지난 일 년이 담겨 있다. 학교 괴담을 추리로 푼 ‘해야 할 일은 간략하게’, 헛간 탈출 대작전 ‘새해 문 많이 열려라’, 초콜릿 도난 사건을 다룬 ‘수제 초콜릿 사건’, 히나마쓰리에 얽힌 소동을 그린 ‘멀리 돌아가는 히나’를 비롯해 총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페이지
p.64
˝잡학 외의 일로 너한테 뭘 가르쳐 줄 수 있다니 이거 기쁜 걸. 잘 들어, 호타로. 난 네가 어째서 그런 일을 했는지 똑똑히 알 수 있어.˝
˝…….˝
˝그건 말이지. ……익숙지 않은 녀석일수록 특이함을 노리기 때문이야.˝

p.263
그렇지만 나는 농담을 한 게 아니었다. 예전에 사토시가 빌려 준 셜록 홈스에 ‘불가능한 수단을 전부 배제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수단은 아무리 황당무계해도 그게 정답이다‘라는 말이 있었다. 아마 그랬던 것 같다. 약간 다를 수도 있다.

pp.389-390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던지고 천장을 올려다본다.
게다가…… 지탄다도 내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보장은 없다. 사물을 보는 방식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은 요즘 세상에 상식이다. 어쨌거나 나는 오랜 친구나 마찬가지인 사토시에 관해서조차 아무것도 몰랐다. 아무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도 이쪽이 멋대로 오해한다든지 상대방이 멋대로 곡해하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법하다.

p.427
말끝에서 귀에 익은 느낌이 묻어났다. 청초한 외모 그 깊은 곳에 언제나 있었던 열기. 지탄다를 떠올릴 때 내가 맨 먼저 연상하는 것. 작년 사월 처음 만난 이래로 이미 여러 번 나와 사토시, 이바라를 휘말리게 했던 그것. 호기심이다.

pp.459-460
이때 나는 전부터 품고 있었던 의문에 관해 한 가지 답을 얻었다.
나는 이렇게 말하려 했다. ‘그런데 네가 포기한 경영 전략에 대한 안목 말이다만, 내가 길러 보면 어떻겠냐?’
그러나 어째선지 도무지 말할 수 있을 성싶지 않았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처음 하는 경험은 지금까지 풀 수 없었던 의문을 풀어 주는 큰 열쇠가 된다.
나는 알았다.
후쿠베 사토시가 어째서 이바라의 초콜릿을 부수었는지.
요컨대 이런 것이었다.
지금 어둠이 밀려오는 여기 지탄다가 저택에서 내가 한 말이,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닌 다른 한마디였던 것과 아마도 같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무뚝뚝한 태도를 한껏 가장하며 이렇게 말했다.
“추워졌다.”
지탄다는 조금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더니 부드럽게 미소 짓고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이젠 봄이랍니다.”

pp.461-462
저 자신의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오늘 있는 것은 내일도 있고 3학기 다음에는 1학기가 오는 루프가 무한히 계속되리라고 믿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그에 시간제한이 붙어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하며 외면하려 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즉, 시간에 대해 너그럽지 않았다는 뜻이겠죠.
이야기에 있어서도 일단 고정됐던 시간이 움직여 구축된 관계성이 변화하는 종류는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삼장법사 일행은 요괴의 습격을 받는 여행을 영원히 계속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야지키타는 즐겁고도 바보 같은 여정을 영원히 계속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들이 각각 천축과 이세에 도착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주역은 시간입니다. 등장인물들이 처음 만난 직후 아직 어색했던 무렵을 따로 빼고, 1학기, 여름 방학, 2학기, 겨울 방학, 3학기, 봄 방학에 각각 이야기를 분배했습니다. 심경 변화의 이유를 자세히 쓰면 후기가 아니라 자작自作 해설이 될 겁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시간과 화해했다는 뜻이겠죠. 일 년을 더불어 보내다 보면 등장인물들의 거리감은 계속 똑같을 수 없습니다. 지금의 저는 이 책에 그런 변화가 그려졌기를 바랍니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기록
2025.11.26(水) (초판 1쇄)

해!

2016.11.27(月) (초판 1쇄)

다.

한 줄
애니메이션과는 다르게 씁쓸한 다크초콜릿 맛

오탈자 (초판 1쇄)
p.14 위에서 6번째 줄
신 나게 → 신나게

확장
흑뢰성 - 요네자와 호노부, 김선영 역, 리드비(2022)
pp.128-129
이야기는 노부나가의 아사쿠라 침공이 가경에 접어든 참이다. 오다의 승리로 승부가 났을 때, 노부나가의 누이동생이 오다 진영에 위문품을 보낸다. 팥을 넣어 위아래를 꿰맨 자루. 그것을 보고 노부나가가 소리친다. ˝자루 안의 쥐라는 뜻인가! 배후의 아사이가 배신했구나!˝ 아사이가로 시집간 노부나가의 누이동생이 오빠에게 궁지에 빠겠졌음을 넌지시 알렸다는 에피소드다.
일본인들에게는 유명한 이야기겠지만 이때부터 역사소설을 쓰려고 마음먹고 있었을까. 『흑뢰성』으로 이룰 건 다 이루어버려서 앞으로 고전부는 졸업이나 할 수 있을지. 천축에 도착하지 않은 삼장법사 일행으로 남을지.

상남자들의 낭만👊 - 신고킥TV(2023)
pp.382-383
˝그때 너도 이상하게 생각한 것 같던데. 내가 승리에 집착하지 않는 걸.
너하고 그 게임을 자주 했던 건 이 년 전이지. 그 당시 난 꽤나 한심한 녀석이었어. 이기기 위해서 이기고 싶어 해. 지면 상대방을 트집 잡고 규칙 탓을 했어. 게임뿐만이 아냐. 다케다 신겐에 대해 많이 아는 녀석이 있으면 그 이상으로 많이 알려고 책을 뒤졌고, 철도 마니아도 따라잡으려고 했어. 좌우지간 이기고 싶었던 거야, 난.
별별 것에 다 집착했어. 어떤 게 있었더라. 벌써 생각도 잘 안 나네. 그렇지만 그래, 예컨대 색깔 맞춰 옷을 입는다든지. 한자의 올바른 획순이라든지. 회전 초밥을 먹으러 가도 그저 올바른 순서로 조합해 먹는 데만 집착하느라 정작 맛있는 건 놓치고 그랬어.˝
사토시는 자못 재미있다는 듯 자신을 비웃었다.
˝참 재미없었어, 분명히 말해서. 그렇게 이기고 싶어 해 놓고 이겨도 재미가 없으니 대책이 없잖아? 그때는 왜 그런 건지 이유를 몰라서 이것저것 생각했지 뭐야. 하여튼 바보지. 재미있게 이기지 않았는데 재미있을 리 있겠어?
그러다 어느 날, 지겨워졌어 . 집착하는 걸 그만뒀어. 아니다, 집착하지 않는 데에만 집착하게 된 거야. 계기는 벌써 잊어버렸어.
그 뒤론 말이지, 호타로, 정말이지 하루하루가 즐거워. 오늘은 자전거, 내일은 수예. 안보에, 간이 보험에, 클래식 . 집착하지 않는 정도의 집착을 양념으로 온갖 분야를 기웃거려. 그게 너였던가, 언젠가 날 형광 핑크라고 표현했던 게. 그 말이 딱 맞아.˝
남아프리카 황토흙에 쿠라이 야가레로 응답한. 승리보다 승부를 택한 낭만 치사량.

저자 - 米澤穂信(1978-)

원서 - 遠まわりする雛(2007)

원서 - 遠まわりする雛(2010)

원서 - 遠まわりする雛(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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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세는 천하를 잡으러 간다 - 미야지마 미나, 민경욱 역, 소미미디어(2023)

나루세는 천하를 잡으러 간다

줄거리
조용한 일본 지방 소도시, 오쓰시에 사는 중2 여학생 나루세 아카리.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못 하는 게 없는 다재다능 소녀지만 어딘가 이상하다. 2백 살까지 살겠다고 선언하거나, 비눗방울 만들기의 정점에 서겠다거나, 라디오에 고정 출연하겠다고 하니……. 그런 나루세가 중2 여름의 추억 만들기로 기획한 건 바로 조만간 문을 닫는 도시의 유일한 백화점, ‘오쓰 세이부백화점’에 매일 가는 것, 그리하여 지역 방송에 매일 나오는 것이다. 과연 나루세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페이지
p.17
˝시마자키, 나는 올여름을 세이부에 바칠까 한다.˝

p.22
나루세의 말로는 큰 걸 백 개 얘기해 그중 하나라도 이루면 ˝그 사람 굉장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단다. 그러므로 날마다 말을 해서 씨를 뿌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게 허풍과 뭐가 다른지 물었더니 나루세는 잠시 생각한 다음 ˝마찬가지군˝이라고 인정했다.

p.63
무엇보다 나는 나루세 아카리 역사를 지켜볼 뿐 그의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마음은 없다. 가장 앞자리의 손님을 무대에 올리는 일은 관두길 바란다.

p.77
나루세가 감탄한 듯 말했으나 나는 개그가 아니라 나루세에 열정적이다. 그 재미를 널리 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pp.132-133
“초등학교는 특별하다고.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진학하며 만나는 사람의 폭이 좁아지잖아? 반대로 초등학교는 우연히 같은 해에 이웃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모인 사람들이니까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

pp.138-139
오쓰 세이부백화점의 폐점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다. 무인양품도, 로프트도, 후타바서점도, 백화점 자체도 교토나 구사쓰에 가면 있다. 중요한 점은 그 모든 기능이 오쓰시 니오노하마에 모여 있다는 것이며 뿔뿔이 흩어져버리면 가치가 없다.

p.167
교실 안을 둘러보니 여기저기서 작은 그룹이 만들어지며 선이 이어지는 게 보였다. 여기서부터 거미줄 같은 선들이 이어져 그룹이 형성되기 시작하고 서열이 굳어진다. 점의 배치만으로도 답을 알 수 있는 어린이용 선 긋기 문제와는 달리 인간관계는 의외의 점과 점이 연결된다.
매년 교실 구석에서 상관도를 그릴 수 있을 정도로 교우관계를 관찰했다. 초중학교는 반이 바뀌어도 어느 정도 지인이 있어서 기존의 상관도를 조금만 고치면 된다. 하지만 고등학교는 거의 제로에서부터 새로 작성해야 한다.

p.173
나루세가 나루세답지 않게 되면 시마자키는 나루세를 버릴까? 아니다, 시마자키는 새로운 나루세를 그대로 받아줄 것이다.

pp.218-219
˝나루세의 목표는?˝
˝나는 2백 살이 될 때까지 살려고 한다.˝
가루타의 목표를 물었는데 장대한 목표를 듣게 되어 머쓱해졌다. 농담인가 해서 표정을 살폈는데 너무나 진지해 보였다.
˝아니, 2백 살이라니……, 힘들 것 같네.˝
대놓고 부정하는 것도 좋지 않을 듯해 솔직한 감상을 밝혔다.
˝옛날에는 백 살까지 산다고 해도 다들 믿지 않았을 거다. 곧 2백 살까지 사는 게 당연해져도 이상할 게 없다.˝
나루세는 생존율을 높이려고 평소에도 생존 관련 지식을 익히고 있다고 한다.
˝내 생각에 이제까지 2백 살까지 산 사람이 없는 건, 그때까지 살려고 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2백 살까지 살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면 그중 한 사람쯤은 2백 살까지 살지도 모른다.˝

pp.260-261
˝나루세는 그런 면이 있어. 개그의 정점을 목표로 하자고 해놓고 4년 만에 관두고.˝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게 있으니까.˝
나루세는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잔뜩 씨를 뿌려 하나라도 꽃이 피면 된다. 꽃이 피지 않았더라도 도전한 경험은 모든 것을 비옥하게 한다.
˝이번에도 머리를 자르지 않으면 덥고 추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M-1 그랑프리도 반바공원에서 만담 연습을 한 덕분에 여름 축제 사회를 맡았고. 절대 낭비는 아니었다.˝
˝나루세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나는 좀 답답해. 나는 끝까지 지켜볼 각오를 했는데 마음대로 그만두니까.˝
나루세는 자신의 등을 타고 식은땀이 홀러내림을 느꼈다. 돌아보니 짚이는 구석이 너무 많다. 나루세가 중간에 포기한 씨에서 시마자키는 꽃이 피기를 기대했을지 모른다. 이래서는 짜증이 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

p.275
˝나는 늘 즐거웠어.˝
시마자키의 평온한 표정을 보고 나루세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나루세도 늘 즐거웠다. 입 밖으로 꺼내면 모든 게 끝날 것만 같아 말할 수 없다. 멀리 떨어져 살아도 시마자키와 같은 하늘 아래 있다고 생각하면 해 나갈 수 있을듯했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청소년소설

기록
2024.12.08(日) (1판 1쇄)

다.

한 줄
정말로 천하를 잡게 될지도

오탈자 (1판 1쇄)
p.34 위에서 9번째 줄
40만 → 140만

p.221 위에서 2번째 줄
니시우라에게도 → 니시우라에게(나카하시에게도)

확장
친구 - 오즈월드 만담 (2021 M-1 그랑프리 결승 네타)
일본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닌을 가리는 대회이다. 일본의 코미디 전문 기획사 요시모토 흥업이 주최하는 만자이 선수권 대회. 일본에서 홍백과 함께 연말에 방송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라는 포지션을 가지고 있으며, 개최 시기가 되면 넷상의 거의 모든 화제가 M-1 그랑프리로 뒤덮일 정도로 꾸준히 높은 주목도를 가지고 있다. 게닌들도 M-1 그랑프리를 목표로 활동을 계속할 정도로 존재의의가 큰 대회이다.
유튜브에서 몇 개 찾아봤는데 확실히 우리나라에서는 관심이 적은지 번역된 영상이 얼마 없었다. 만자이는 진짜 재능의 영역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웃겼다.

세이부 백화점
일본의 백화점 체인. 본점은 이케부쿠로역 건물에 위치한 이케부쿠로점이다.
오츠점: 간사이에 있던 마지막 점포였으나 2020년 폐점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소재라서 세이부 백화점의 폐점과 함께 단발 히트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했다. 소설을 오래 써왔다고 하지만 데뷔가 늦은 작가라서 다음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까 궁금했는데 이미 ‘나루세는 믿었던 길을 간다(成瀬は信じた道をいく)‘로 2025 서점 대상 10위에 랭크되었다.

저자 - 宮島未奈(1983-)

원서 - 成瀬は天下を取りにいく(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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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은희경, 문학동네(2022)

새의 선물

줄거리
여섯 살에 어머니는 전쟁통에 실성하여 목매달아 자살했고, 아버지는 사라졌다. 외할머니 슬하에서 이모, 삼촌과 함께 생활하는 열두 살의 ‘나-진희’는 “세상이 내게 별반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에 열두 살에 성장을 멈췄다. 나는 알 것을 다 알았고 내가 생각하기로는 더이상 성숙할 것이 없었다.˝ 삶의 숨겨진 비밀을 다 알아버린, 남의 속내를 예리하게 간파해내는 조숙한 아이인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공간은 우물을 중심으로 하여 두 채의 살림집과 가게채로 이루어진 ‘감나무집’, 그리고 읍내의 ‘성안’과 도청소재지를 넘나드는 남도의 지방 소읍이 전부다. 그 공간에서 그는 각양의 군상들을 만나고, 그 군상들의 일상 속에 펼쳐지는 삶의 숨겨진 애증의 실체를 엿보거나 사람 사이의 허위를 들추어낸다. 풋풋한 웃음 속에 숨겨진 잔인한 진지함 그의 시선에 포착되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지난 시절의 우리 이웃 같은, 미운정 고운정으로 끈끈히 맺어진 살가운 사람들이다. 철없고 순수한 이모, 남편이 죽은 뒤 외아들을 떠받들고 사는 장군이 엄마, 병역기피자이며 바람둥이인 광진테라 아저씨와 착하고 인정 많은 광진테라 아줌마, 신분상승을 위해 뭇남성에게 교태를 부리는 미스리, 순정파인 깡패 홍기웅 그리고 완전한 헤어짐으로 사랑의 추억을 완성하는 ‘나’ 등 개개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약자들이고 소외당한 자들이지만, ‘삶을 멀찌감치 두고 보려고 애쓰는 나’에 의해 그들의 일상을 감싸고 있는 따뜻함과 정겨움이 하나씩 복원된다. 그러한 따뜻함과 정겨움은 킥킥 웃음이 터져나오는 갖가지 삶의 에피소드 속에서 드라마처럼 혹은 아름다운 풍경화처럼 펼쳐진다.

페이지
p.12
내가 내 삶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나 자신을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로 분리시키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언제나 나를 본다. ‘보여지는 나’에게 내 삶을 이끌어가게 하면서 ‘바라보는 나’가 그것을 보도록 만든다. 이렇게 내 내면 속에 있는 또다른 나로 하여금 나 자신의 일거일동을 낱낱이 지켜보게 하는 것은 이십 년도 훨씬 더 된 습관이다.
그러므로 내 삶은 삶이 내게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거리를 유지하는 긴장으로써만 지탱돼왔다. 나는 언제나 내 삶을 거리 밖에서 지켜보기를 원한다.

pp.136-137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에는 이쁘고 좋기만 한 고운 정과 귀찮지만 허물없는 미운 정이 있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언제나 고운정으로 출발하지만 미운 정까지 들지 않으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고운 정보다는 미운 정이 훨씬 너그러운 감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확실한 사랑의 이유가 있는 고운 정은 그 이유가 사라질 때 함께 사라지지만 서로 부대끼는 사이에 조건 없이 생기는 미운 정은 그보다는 훨씬 질긴 감정이다. 미운 정이 더해져 고운 정과 함께 감정의 양면을 모두 갖춰야만 완전해지는 게 사랑이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기록
2025.02.10(月) (3판 1쇄)

뿐.

한 줄
애정이 있었고 협이 있었다

오탈자 (3판 1쇄)
못 찾음

확장
풍호
럭키짱 등장인물 중 최고의 대인배.
꼴마초+페미니스트+패셔니스트+파이터+명대사 제조기+전투력 측정기 등등의 복합적인 포지션을 지닌 캐릭터.
강한 남자가 무엇인지
어떤것이 멋있는 남자의 모습인지
너의 생각을 뜯어 고쳐주마!
숙희! 너에게 알려주마.
진정한 사나이가 어떤 것인지!
홍기웅에게도 협이 있었다.

쎈놈 - 박용제(2008)
p.436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열다섯 권의 소설을 썼다. 그중 어떤 작품이 대표작이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나에게는 준비된 대답이 있다. 최근작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점점 더 잘 쓰고 있기 때문에…… 물론 농담이다. 소설쓰기가 오래했다고 해서 잘하게 되는 일이 아닌 터라, 계속해서 열심히 쓰고 있다는 사실이라도 어필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어쨌든 내 대답과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나의 대표작으로 여기는 건 이 소설, 『새의 선물』이다. 덕분에 100쇄 기념 개정판을 내게 되었다. 첫 책을 뛰어넘지 못하는 작가라는 말조차 기껍고 고마울 뿐이다. 그것은 쓰고 있는 작가로서 나의 새로운 패기라고 짐짓 거만하게 말해보고 싶다.
작가는 이후에 점점 한국의 드래곤볼을 그리고 싶어 하는데…

저자 - 은희경(1959-)

구판 - 새의 선물(1996)

구판 - 새의 선물(2010)

구판 - 새의 선물(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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