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 - 클레어 키건, 홍한별 역, 다산책방(2023)

이처럼 사소한 것들

줄거리
1985년, 나라 전체가 실업과 빈곤에 허덕이며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는 아일랜드의 한 소도시 뉴로스. 부유하진 않아도 먹고사는 데 부족함 없이 슬하에 다섯 딸을 두고 안정된 결혼 생활을 꾸려가는 석탄 상인 ‘빌 펄롱’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뉴로스는 서서히 쇠락하는 중이다. 실업수당을 받으려는 사람들 줄이 점점 길어지고,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가정집은 너나없이 냉골이라 외투를 입고 자는 사람도 있다. 펄롱은 이 스산한 풍경을 보며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모든 걸 잃는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펄롱은 빈곤하게 태어나 일찍이 고아가 되었으나 어느 친절한 어른의 후원 아래 경제적 도움을 받았고, 그런 본인이 그저 ‘운’이 좋았음을 민감하게 자각하는 사람이다.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직업이 있고, 딸들을 좋은 학교에 보낼 수 있으며, 따뜻한 침대에 누워 다음 날 어떤 일들을 처리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안온한 일상을 언제든 쉽게 잃을 수 있다는 사실까지도 잊지 않고 살아간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아침, 펄롱은 수녀원으로 석탄 배달을 나가 창고에서 한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불법적인 사건의 정황을 파악하게 된다. 스스로에게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질문을 던지는 데까지 생각이 이르지만, 아내를 비롯한 그를 둘러싼 세계는 평온하게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시할 것들은 무시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그를 침묵하게끔 한다. 수녀원이 절대적 권력을 행사하는 마을에서 안락한 삶을 누리던 펄롱은 위험이 예견된 용기를 내야 할지 아니면 딸들과 가정을 위해 자신도 침묵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그 위태로운 갈림길 앞에서 불안과 동시에 어떤 전율을 느낀다.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 움츠러든 펄롱은 마을에 흐르는 강을 오래도록 내려다본다. 강물은 자기가 갈 길을 안다는 것, 너무나 쉽게 자기 고집대로 흘러 드넓은 바다로 자유롭게 간다는 사실을 부러워하며.

페이지
pp.55-56
˝어쨌든 간에,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우리 딸들은 건강하게 잘 크고 있잖아?˝
˝우리 딸들? 이 얘기가 우리 딸들하고 무슨 상관이야?‘ 펄롱이 물었다.
˝아무 상관 없지. 우리한테 무슨 책임이 있어?˝
˝그게, 아무 상관 없다고 생각했는데, 당신 말을 듣다보니 잘 모르겠네.˝
˝이런 생각 해봤자 무슨 소용이야?˝ 아일린이 말했다. ˝생각할수록 울적해지기만 한다고.˝ 아일린은 초조한 듯 잠옷의 자개 단추를 만지작거렸다. ˝사람이 살아가려면 모른척해야 하는 일도 있는 거야. 그래야 계속 살지.˝
˝당신 말이 틀렸다는 게 아냐.˝

p.103
늘 그러듯 크리스마스는 사람들한테서 가장 좋은 면과 가장 나쁜 면 둘 다를 끌어냈다.

p.119
두 사람은 계속 걸었고 펄롱이 알거나 모르는 사람들을 더 마주쳤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 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p.120
펄롱은 미시즈 월슨을,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 어떻게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그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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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4(金) (초판 16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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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는 다르게 역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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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 팀 밀란츠(2024)
맡겨진 소녀를 집필한 아일랜드 출신 작가 클레어 키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아일랜드 영화. 한국 개봉일은 2024년 12월 11일이다.
제74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개막작이자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메리 수녀 역의 에밀리 왓슨이 은곰상-조연상을 수상했다.
저자의 열렬한 팬으로 유명한 아일랜드 출신의 배우 킬리언 머피는 직접 제작과 주연을 맡아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있으며 현재 모든 촬영을 마친 상태이다

눈 속의 사냥꾼 - 피터르 브뤼헐(1565)
눈 속의 사냥꾼(네덜란드어: Die Jäger im Schnee)은 네덜란드의 유명 화가 피터르 브뤼헐의 1565년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일 년을 묘사한 여섯 작품 중 하나이다. 현재는 오스트리아 빈센 미술사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이 그림은 북부 르네상스 운동의 영향을 받았다.
표지로 선정한 이유는 뭘까?

저자 - Claire Keegan(1968-)

원서 - Small Things like These(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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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 오승호(고 가쓰히로), 이연승 역, 블루홀식스(블루홀6)(2023)

폭탄 (도쿄, 불타오르다)

줄거리
˝10시 정각. 아키하바라 쪽에서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날 겁니다.˝ 술에 취해 자판기를 훼손해 인근 경찰서로 붙잡혀온 남자가 왠지 촉이 온다며 내뱉은 이 말에 귀 기울인 경찰은 한 명도 없었다. ˝술이 덜 깼나?˝ 하는 비아냥은 10시 정각에 폭발 사고 신고가 들어오며 서늘한 공포로 변한다. 남자가 히죽거리며 말을 잇는다. ˝제 촉대로라면 지금부터 총 3회, 이다음에는 한 시간 후에 폭발이 일어날 겁니다.˝ 가벼운 상해 사건이었던 이 건은 금세 최우선 순위로 격상되고, 본청 형사들이 취조실로 들이닥친다. 베테랑 형사들을 앞에 두고 남자는 선문답을 연상케하는 말을 늘어놓으며 ‘아홉 개의 꼬리‘라는 퀴즈 게임을 제안한다. 어쩔 수 없이 제한 시간을 두고 그와 마주 앉아 절박한 게임에 참여하게 된 경찰. 허술한 주취자로 생각했던 남자가 ˝하지만 폭발한다고 해서 딱히 문제 될 것 없지 않나요?˝ 하며 싱글벙글거리고, 사건의 전모가 예상을 가히 뛰어넘는다는 것이 밝혀지며 취조실에는 오싹함이 감돈다. 이들은 폭발을 막을 수 있을까.

페이지
p.26
˝평범한 인간, 말인가요.˝
˝그래.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이 사회를 함께 구성해 가는 동료라는 연대의식이 느껴지는 사람들은 엄연히 존재해. 무뚝뚝한 택배원 아저씨도, 공원에서 비둘기 먹이를 주는 아줌마도.˝
˝그 안에 범죄자도 포함될까요?˝

p.126
스즈키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그 안에서는 일말의 흔들림도 찾아볼 수 없다.
눈은 진실을 말한다고 하지만,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을 만큼 인간이 간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형사로 살아오며 꼭 타고난 거짓말쟁이가 아니어도 일정 수준의 놀람과 당혹감은 각오와 배짱으로 억누를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오히려 눈빛만으로 거짓말을 하는 자들도 있다.
그러나 사실 그 안에 감정의 아주 작은 편린 정도는 드러난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pp.139-140
폭발이 앞으로 두 번 남았다는 말은 과연 믿어도 되는 걸까.
다음은 언제 어디서 폭발할까.
그리고 그다음은.
새삼 실감한다.
시한폭탄이라는 건 정말 골치 아픈 존재다. 한 번 ‘있다’고 생각하면 그 뒤로는 마지막에 ‘없다’고 증명될 때까지 공포에 떨어야 한다. 어디선가 때를 기다리며 지금 이 시간에도 초침이 째깍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떨칠 수 없다. 그러니 우리는 스즈키를 상대해야 한다. 그의 말을 요구하고 있다.

p.172
떠올릴수록 왠지 기분이 헛헛해졌다. 경찰관으로 오랫동안 살아오며 뼈저리게 깨달은 교훈이 ‘절대 구제할 수 없는 인간도 있다‘라는 것이다. 가해자는 물론 피해자 중에도 그런 자는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평범한 냉소와는 또 다른, 옅은 그림자가 자신에게 드리워진 것을 느꼈다. 체념으로 돌이킬 수 없는 정서가 물밀듯 밀어닥치고 있었다.

pp.201-202
˝다른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다고 가정해 보죠. 일본 설화 속 ‘사토리‘라는 요괴가 가지고 있다는 능력입니다. 이건 언뜻 아주 유용해 보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상당히 무서운 측면이 있죠. 상대 마음을 꿰뚫어 본다는 건 곧 그 상대의 더러운 부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 되기도 하니까요. 매일같이 주변 사람들의 추잡한 속마음에 노출돼 계속 실망만 하는 삶을 상상해 보세요. 전 도무지 제정신으로 버틸 자신이 없네요.˝
도도로키는 속으로 무슨 소리인가 생각하면서도 잠자코 귀를 기울였다.
˝다른 사람의 속마음 같은 건 차라리 모르는 게 낫습니다. 아니, 오히려 서로서로 숨기고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게 옳죠. 그게 훨씬 행복할 테니까요. 생각해 보십시오. 인간은 누구에게나 더러운 부분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기적인 지배욕, 질투, 파괴 충동. 그런 걸 모두 당연히 가지고 있죠. 그런 것들을 일일이 꿰뚫다 보면 어떻게 소통할 수 있겠습니까? 옛날 같았으면 사소한 말다툼이 목숨을 건 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고, 다시 말해 그런 능력은 생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p.406
˝심리학자 코스프레는 만족스러웠어? 콜드 리딩. 누구에게나 조금씩 해당되는 사항을 마치 정확하게 짚어낸 것처럼 말하는, 사이비 점쟁이들의 흔한 수법이지.˝

p.536
시한폭탄의 공포는 그게 없다는 사실이 증명될 때까지 계속된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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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7(金) (1판 1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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줘 패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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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하악(장홍제)
‘화학하악’ 채널 운영자인 광운대학교 화학과 장홍제 교수는 18일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첫 영상이 업로드된 지 3년이 되는 날, 정부기관으로부터 법적 신고와 함께 IP 차단을 통보받았다”며 “법적 신고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차단된 영상은 ‘세기말 필수품 아세톤! 일상용품이 무질소 고폭탄이 되는 방법!’, ‘베이루트 폭발의 원인! 질산 암모늄 폭발물의 화학’ 두 편입니다.
화학 물질의 성질과 반응을 설명하는 콘텐츠로, 모두 ‘폭발물‘을 주제로 다뤘습니다.
장 교수는 ˝정부마저 즐겁게 찾아 보는 채널, 뿌듯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매드 사이언티스트 홍제 언니

어린이가 담배피면 안되는 이유 - 귀귀
줘 패고 싶다

저자 - 呉勝浩(1981-)

원서 - 爆弾(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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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 강용수, 유노북스(2023)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철학 수업)

줄거리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인생의 의미를 끊임없이 고민한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가 남긴 철학적 사유 중에서 현시대 40대가 회의감과 상실감 등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 30가지를 담았다. 세계 거장들의 철학자이자 ‘생활 철학자’인 쇼펜하우어로부터 괴로움을 해소하는 법, 자기 인생에 집중하는 법, 자긍심을 갖는 법, 시간의 의미를 깨닫고 현명하게 사는 법, 그리하여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인생의 분기점에 서 있는 마흔에게 삶의 지혜를 줄 것이다.가장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인생의 황금기이자 ‘인생은 고통’이라는 인식에 다다르는 마흔, 또는 마흔을 앞두었거나 되돌아보는 나이라면 삶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주도적으로 살았던 쇼펜하우어를 만나 보라. 애써 위로하지 않아서 더 위로가 되는 쇼펜하우어의 냉철한 조언을 통해 인생의 고민들을 떨치고 마음을 다스리는 통찰력과 행복의 열쇠를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다.

페이지
pp.132-133
각자의 관심과 필요에 따라 독서를 할 때 많이 읽는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아무리 많은 지식도 숙고한 지식만큼의 가치는 없다. 많은 독서는 독자적인 사고를 하는 데 방해가 된다. 많이 읽을수록 자기 스스로 사고하는 힘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표현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남이 먹다 남긴 음식을 먹는 것과 남이 입다 버린 옷을 입는 사람에 불과하다.˝

독서를 해서 오히려 남의 생각에 끌려다니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게 된다. 따라서 자신의 사고의 샘이 막혀 버렸을 때만 독서를 헤야 된다. 독서보다 독자적 사고가 휠씬 더 가치가 있다. 독자적인 사고 없이 남이 모은 견해를 받아들이는 것은 진리가 아니다. 쇼펜하우어는 사유 없는 다독을 경계했다.

˝독서란 자기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대신 생각해 주는 것이다.˝

독서는 다른 사람의 사유의 공간에서, 그들의 사고 틀 안에서 함께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남의 것이 나의 것으로 저절로 소화되는 것은 아니다. 소화불량에 걸리면 멍하게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편하게 남의 힘으로 지내는 사람은 스스로 설 힘을 잃게 된다. 남의 책을 지나치게 많이 읽는 것은 나의 정신을 마비시키는 독과 같다.

분류(교보문고)
인문 > 철학 > 서양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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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3(木) (1판 25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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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균연령이 올라가긴 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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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 위에서 7번째 줄
본대학교을 → 본대학교를

p.163 위에서 7번째 줄
무리가 →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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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병의 편지 - 김광석(1993)
원하지 않아도 타의적으로 찾아오는 인생의 큰 위기이자 전환점

서른즈음에 - 김광석(1994)
예전 서른과 지금 서른은 느낌이 사뭇 다르다. 이런 감성을 보면 사회가 10년은 훌쩍 나이가 들었나 보다.

저자 - 강용수(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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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시오리코 씨와 미스터리한 일상 - 미카미 엔, 최고은 역, 디앤씨미디어(2013)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시오리코 씨와 미스터리한 일상

줄거리
앤서니 버지스의 《시계태엽 오렌지》에 대한 한 소녀의 독서감상문이 일으킨 작은 파문. 이를 시작으로 다이스케의 전 여자친구가 등장하면서 다이스케와 시오리코의 관계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어느 희귀 만화책에 얽힌 사건을 통해 시오리코는 다이스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그것은 가족을 떠나 행방을 감춘 자신의 어머니와 관련한 이야기였는데…….

페이지
p.9
모든 책들은 저마다 과거를 짊어지고 있다.
주인이 소중히 아끼며 애독했던 책도 있지만, 방치된 채 기억에서 사라진 책도 있으리라.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낡은 책에는 내용뿐 아니라 책 자체에도 이야기가 존재한다고 한다. 이곳에 있는 책들도 언젠가 새 주인을 찾아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가겠지.

p.93
“버지스는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자신의 글을 삭제할 수는 있지만, 글을 썼다는 사실 자체를 지울 수는 없다.’ 유이 양이 이 독후감을 표절한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아요. 자신이 저지른 일의 무게를 짊어져야 해요.”

p.100
“만나보고 싶네요. 초등학생 시노카와 씨를.”
시노카와 씨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초등학생이 이런 독후감을 쓴 게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감상은 그저 감상일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도 알렉스는 자신의 의지로 악행에서 졸업하지 않는가.

pp.143-144
나는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탐정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남의 비밀을 어떻게 그리 집요하게 파헤칠 수 있는지, 그 열정의 근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탐정들의 그러한 변태적인 집착이야말로 소설의 주제이며, 또는 정신 병리학의 연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p.272
누군가에 대해 깊이 알려면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을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지금의 관계도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경험을 이미 했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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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2(水) (1판 6쇄)
1
다.

2016.07.30(土) (1판 6쇄)

다.

2014.06.24(火) (1판 6쇄)
1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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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보다 사건의 진도가 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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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태엽 오렌지 - 스탠리 큐브릭(1971)
p.63
˝이 표지는 영화판 포스터를 가져온 거예요. 영화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덕에 이 작품은 더 많은 나라에서 번역되었어요. 일본어판도 영화 개봉과 같은 1971년에 번역되었는데, 당시에는 마지막 장이 실린 영국판은 유통되지 않아서 영화의 결말과 똑같은 미국판을 번역했죠.˝
˝작가가 가만히 있었나요?˝
결말이 삭제된 소설로 자기 이름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는 건 작가로서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으리라.
영화 제작에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몰랐다. 이런 차이점을 소재로 삼아서 이야기를 쓸 수도 있구나. 읽어본 책을 다뤄서 궁금했는데 작가의 역량에 감탄했다.

기타가마쿠라 역
p.279
1권 후기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이 소설의 무대로 기타가마쿠라를 택한 건 이미지와 맞았기 때문이기도 했고, 저에게 가장 친숙한 지역이었기 때문입니다.
3년 동안 저는 기타가마쿠라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오후나 역에서 버스를 타든지, 기타가마쿠라 역에서 가파른 언덕을 올라 주택가를 지나면 콘크리트 건물이 보입니다. 여기까지 말하면 알아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주인공인 다이스케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모델은 제 모교입니다.
슬램덩크 카나가와 성지순례처럼 가능할 것 같다

저자 - 三上延(1971-)

원서 - 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 〜栞子さんと奇妙な客人たち〜(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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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 미시마 유키오, 허호 역, 웅진지식하우스(2017)

금각사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3)

줄거리
말더듬이에 추남이라는 콤플렉스를 안은 채 고독하게 살아가는 주인공 미조구치가 절대적인 미를 상징하는 ‘금각’에 남다른 애정과 일체감을 느끼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섬세하고 유려한 언어로 그려낸다. 미시마 문학 특유의 미의식과 화려한 문체, 치밀한 구성으로 정평이 난 《금각사》는, 1950년에 일어난 실제 방화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어 쓰인 ‘시사 소설’인 동시에 작가의 내면이 반영된 ‘고백 소설’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작품에는 젊은 시절의 고뇌와 더불어 말년에 극우 사상에 심취하기 전 작가가 거쳤을 내적 갈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간행된 지 반세기가 넘은 지금까지도 《금각사》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탐미주의 문학의 걸작이자 소설의 바이블로 자리매김하며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페이지
pp.16-17
남에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이 유일한 긍지였기 때문에 무엇인가 남들을 이해시키겠디는 표현의 충동을 느끼지 못했다. 남들 눈에 띄는 것들이 나에게는 숙명적으로 부여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고독은 자꾸만 살찌갔다. 마치 돼지처럼.

p.72
지금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 원래 내가 암흑의 사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내 관심은, 내게 주어진 난문 (難問)은 미뿐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내게 작용하여 암흑의 사상을 품게 만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겠다. 미라는 것만을 골똘히 생각하면 인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암흑 같은 사상에 자기도 모르게 직면하게 된다. 인간은 아마도 그렇게 만들어진 모양이다.

pp.276-277
돌연히 나에게 떠오른 상념이 가시와기의 말처럼 잔학한 상념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여간에 이 상념은 느닷없이 나의 몸속에서 생겨나, 아까부터 떠오르던 의미를 계시하며 환하게 나의 내부를 비추기 시작했다. 아직 나는 그것을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고 햇빛을 쬐듯이 그 상념을 쬐고 있음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혀 느껴보지도 못했던 이 생각은, 생겨남과 동시에 강력하고 거대해졌다. 오히려 내가 그것에 감싸였다. 그 상념이란 이런 것이었다.
‘금각을 불태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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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1(火) (초판 1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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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태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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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카쿠지
로쿠온지(鹿苑寺, 녹원사), 또는 통칭 킨카쿠지(金閣寺, 금각사)는 일본 교토의 사찰이다. 선종 불교의 일파인 임제종 쇼코쿠지(相国寺, 상국사)의 탑두사원(塔頭寺院) 가운데 하나로, 사리전인 금각(金閣)이 유명하다.
절의 원래 이름은 로쿠온지(鹿苑寺, 녹원사)이지만, 금각(킨카쿠)이라고도 불리는 사리전의 존재로 인해 킨카쿠지(金閣寺, 금각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킨카쿠지 입구의 기둥 푯말에는 ‘로쿠온지츠쇼킨카쿠지(鹿苑寺通称金閣寺, 녹원사 통칭 금각사)‘라고 하여 각각이 정식 명칭과 통칭임을 밝히고 있다.
찾아가 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남천보원
pp.96-97
당나라 시절, 지주(池州)의 남천산(南泉山)에 보원선사(普願禪師)라는 명승이 있었다. 산 이름을 따서 남천 스님이라 불렸다.
절간 승려들이 모두 나와서 풀베기를 하고 있을 때,이 한적한 산속 절간에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신기한 느낌에 모두가 달려들어 사로잡았으나, 그만 동서(東西) 양당(兩堂)의 다툼이 벌어졌다. 양당은 이 새끼 고양이를 자기네가 키우겠다고 서로 다툰 것이다.
그것을 보고 있던 남천 스님은 당장 새끼 고양이의 목덜미를 잡고 풀 베는 낫을 들이대며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이 올바른 해결책을 구하면 살려줄 것이고, 구하지 못하면 즉각 베어버리겠다.˝
중들은 대답이 없었다. 남천 스님은 새끼 고양이를 베어버렸다.
날이 저물어 수제자인 조주(趙州)가 돌아왔다. 남천 스님은 사건의 전말을 설명하고는 조주의 의견을 물었다.
조주는 곧바로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서 머리 위에 올린 채 나가버렸다.
남천 스님은 탄식하며 말했다.
˝아아, 오늘 네가 있어줬더라면 고양이 새끼도 목숨을 건졌을 텐데.˝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그렇고 참 불쌍한 생물이구나

저자 - 三島由紀夫(1925-1970)

원서 - 金閣寺(1956)

구판 - 금각사(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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