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 - 요네자와 호노부, 김선영 역, 엘릭시르(2016)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 (THE SPECIAL STRAWBERRY TART CASE) (소시민 시리즈 1)

줄거리
고바토와 오사나이는 중학교 시절 자신들의 성격으로 인해 겪었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평범한 ‘소시민’을 지향하기로 한다. 주위와 마찰을 빚지 않기 위해 눈에 띄지 않고 시끄러운 일이 휘말리지 않는 평범한 나날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두 사람은 난처한 일에 처했을 때 서로를 핑계 삼아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허용되는 유일한 관계이다. 그러나 평범한 일상을 꿈꿀수록 그들은 운명의 장난처럼 사람들 앞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일상의 수수께끼와 조우하게 되는데…….

페이지
p.22
클라크 박사는 홋카이도 대학 학생들에게 ˝신사가 되라˝는 말을 남겼다는데, 나와 오사나이도 비슷한 신조를 가지고 있다. ‘신사‘와 흡사하지만, 그보다는 사회적 계급이 조금 더 낮은. ‘소시민이 되라.‘ 바로 이것. 일상의 평온과 안정을 위하여, 나와 오사나이는 소시민을 관철한다. 물론 표현 방식은 조금 다르다. 오사나이는 숨는다. 나는, 웃음으로 얼버무린다.

p.267
˝아니, 겐고. 나는 영악했어. 그게 싫어서 소시민을 지향했고.˝
˝…….˝
˝이건 비밀인데, 오사나이도 마찬가지야. 둘이서 소시민의 꿈을 이루자고 맹세했어. 다만 오사나이가 버리려 했던 건 영악함이 아니야.˝
주위를 살폈다. 오사나이는 소리도 없이 뒤에 나타난다. 괜찮다, 없다. 그래도 목소리를 낮추었다.
˝내가 옛날에 여우였다면, 오사나이는 늑대였어.˝

p.293
˝버릇은 하루아침에 못 고쳐. 바로 완벽해지려 하다니 우리가 너무 성급했어. 노력하자. 포기하지 말고 느긋하게 가자고.˝
우리는 체념과 의례적 무관심을 마음속에 키우며 언젠가 거머쥘 것이다, 소시민의 별을.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소설

기록
2026.03.27(金) (1판 2쇄)
노
다.

한 줄
여우와 늑대의 시간

오탈자 (1판 2쇄)
고독한 늑대의 마음 → 여우와 늑대의 마음
狐狼の心(코로노코고로). 狐狼(코로)는 1차적으로 ‘여우와 늑대‘, 파생적으로 ‘교활하고 해를 꾀하는 자‘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전자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즉 영악하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여우 ‘고바토‘와 집념이 강해 복수를 좋아하는 늑대 ‘오사나이‘를 가리킨다. 정발판은 狐(여우 호)를 孤(외로울 고)로 오독하여 ‘고독한 늑대의 마음‘으로 오역하였다.

확장
소시민 시리즈 - 칸베 마모루(2024)
빙과를 기대하고 봤으면 실망일 테지만 캐릭터 디자인과 영상은 잘 뽑혔다. 그럼에도 빙과와 비교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2기가 바로 확정된 걸 보면 그럭저럭 인기는 있었나 보다. 원작은 스마트폰 보급 이전이라서 영상에서 등장인물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이 낯설었는데 사건의 내용을 잘 각색했다.

도지마 겐고
p.24
˝어이, 거기 너.˝
또 누가 불러세웠다. 굵은 목소리, 이번에는 제법 거칠다. 오사나이가 일순 몸을 움찔 굳혔다. 나도 솔직히 깜짝 놀랐다. 이런 곳에서 갑자기 ‘너‘라고 불릴 줄은 몰랐다. 일단은 고분고분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목소리에 걸맞게 거친 인상의 남자가 서 있었다. 어깨는 떡 벌어지고 키만 해도 나보다 휠씬 크다. 여기에 있다는 건 나하고 같은 나이, 그렇다면 오사나이하고도 같은 나이일 텐데 두 사람을 나란히 두고 사진을 찍는다면 영양 상태에 따른 발육 차이‘라는 설명을 붙여 자료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각진 얼굴인데 옆머리를 짧게 쳐서 머리 전체가 사각으로 보였다. 나는 그를 보고 연기가 아닌 진심으로 환한 웃음을 지었다.
원작의 묘사로 내가 생각했던 목소리보다 너무 성인 남자 목소리(꽤나 멋있는)가 들려서 어색하게 느껴졌다. 애니메이션에서 2인칭은 お前(오마에), 원작은 확인 못함. 나에게는 주인공 콤비보다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사실상 이 작품의 레스트레이드 경감 포지션.

저자 - 米澤穂信(1978-)

원서 - 春期限定いちごタルト事件(2004)

구판 -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20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교통경찰의 밤 - 히가시노 게이고, 양윤옥 역, 하빌리스(2019)

교통경찰의 밤

줄거리
지금 읽어도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참신한 소재와 경쾌한 문체로 쓴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단편을 엮은 『교통경찰의 밤』. 교통경찰이라는 소재를 중심에 두고 각 작품들이 반전 매력 가득한 엔딩을 맞는 작품들로, 저자의 필력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단편집이다. 작품 속에 녹아든 저자 특유의 치밀한 트릭은 왜 그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시각장애인 소녀의 기적 같은 청각이 밝혀낸 교통사고의 전말과 오싹한 반전을 그린 《천사의 귀》, 양날의 칼 같은 교통 법규에 처절하게 저항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 주는 《중앙분리대》, 앞서가는 초보운전 차를 재미로 위협한 뒤차 운전자에게 매섭게 불어 닥친 후폭풍을 속 시원하게 전개하는 《위험한 초보운전》 등 교통 법규 위반이라는 일상적인 범죄에 저자만이 낼 수 있는 독특한 상상력을 녹여 내어 시대를 초월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페이지
p.280
이 책이 간행된 것은 10여 년 전이다. 문예지 《주간 소설》에 띄엄띄엄 실었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책이니까 집필은 다시 그보다 몇 년 전에 했던 것이다. 그런 책이 이제 새삼 중판이라니, 출판계도 참 예측 불허의 오묘한 세계가 아닐 수 없다.
당시의 일은 비교적 소상하게 기억하고 있다. 작품을 써봐야 팔리지도 않고 칭찬 한 줄 못 받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는 반쯤은 오기로 이것저것 다양한 것에 도전했다. 아이디어를 가다듬기보다 오로지 소재 찾기에만 골몰하는 경향까지 있었다.
그런 때에 문득 자동차에 대한 것이 생각났다. 예전에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했기 때문에 나는 보통 사람들보다 자동차에 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걸 소재로 소설을 쓴 적이 없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p.281
이번 시리즈를 쓰면서 그 당시의 경험을 넉넉히 살렸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집필 전에 나 스스로 맹세한 것이 있었다. ‘아무리 소재거리가 궁하더라도 사람을 치고 뺑소니치는 사고는 다루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 내가 묘사해야 할 것은 어떤 운전자라도 ‘사람을 칠‘ 우려가 있다는 것일 뿐, ‘뺑소니를 친다‘는 것은 애초에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쪽에 대한 얘기는 또 다른 기회에 할 것이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소설

기록
2026.03.26(木) (1판 4쇄)
나
다.

한 줄
아무리 소재거리가 궁하더라도 사람을 치고 뺑소니치는 사고는 다루지 않겠다

오탈자 (1판 4쇄)
못 찾음

확장
리프레인이 부르짖는데 - 마쓰토야 유미(1988)
p.8
˝자아, 다음에 들려 드릴 곡은 얼마 전에 큰 인기를 끌었던 노래예요. 특히 첫 도입부는 여기저기서 많이들 써먹었죠. 그럼 마쓰토야 유미의 〈리프레인이 부르짖는데〉를 들어 볼까요?
일본의 거품경제 시절을 함께한 노래라서 그런지 댓글에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수록작 〈천사의 귀〉가 강렬해서 소재로 사용한 마쓰토야 유미의 곡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한문철(1961-)
CCTV와 블랙박스가 없던 시절이라서 수사 방식이 요즘과는 사뭇 다르다. 요즘에 교통사고를 소재로 썼다면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가 되어버렸을까? 볼때마다 이보다 더한 영상은 없다 생각해도 매번 레전드를 경신하는 걸 보면 기술의 발전이 사고까지 막아주지는 못하는가 보다. 뻔히 본인이 잘못해놓고 스스로 제보하는 경우까지 있다. 차라리 자율주행이 빨리 상용화되어서 인간의 운전이 스포츠 목적으로 말고는 금지되었으면 좋겠다.

저자 - 東野圭吾(1958-)

원서 - 交通警察の夜(1991)

구판 - 교통경찰의 밤(20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회랑정 살인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 임경화 역, 알에이치코리아(2020)

회랑정 살인사건

줄거리
이치가하라 회장이 죽고 사십구재를 앞둔 밤, 고풍스러운 회랑정 료칸에서 막대한 유산의 행방이 밝혀질 예정이었다. 그곳에 모인 아홉 명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반년 전 회랑정 료칸에서 한 커플이 동반자살을 한 날, 그들 모두 이곳에 묵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치가하라 회장의 유산과 관련된 아홉 명이 한자리에 모이자, 한 노파가 품속에서 편지 한 장을 꺼내들었다. 동반자살 사건 때 살아남았던 여성이 남긴 유서라면서 노파가 읽어준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저와 저의 애인은 자살당했습니다.’ 그 편지를 시작으로 회랑정에는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데…….

페이지
pp.318-319
˝내 계획은 완벽했어. 단 한 가지 실수가 있다면, 그날 밤…….˝ 히로미는 뚫어지게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독극물을 사용하지 않고 목을 졸라서 당신을 죽이려고 했던 거야. 설마 당신이 살아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거든.˝
˝왜 독극물을 사용하지 않았지?˝
˝글쎄, 이유야 많지만…….˝
가나에가 ‘예쁘다‘고까지 표현했던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그가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당신을 볼 때마다 항상 목을 조르고 싶었거든.˝
˝항상?˝
˝당신을 안을 때. 야망을 위해 꾹 참고 당신을 안았지만 솔직히 끔찍하게 싫었거든. 이대로 목을 조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침대 속에서 한두 번 생각한 게 아냐.˝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그에게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지 않을까…… 그런 환상을 품고 있던 나 자신이 수치스러웠다.
지로는 죽었다. 나의 지로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소설

기록
2026.03.25(水) (3판 1쇄)
그
다.

2008.05.03(土) (1판 1쇄)
이
다.

한 줄
위화감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반전의 의미가 없다

오탈자 (3판 1쇄)
못 찾음

확장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 - 시마다 소지, 김소영 역, 두드림(2012)
나쓰메 소세키가 런던 유학시절에 베이커 스트리트 221B를 방문해서 셜록 홈즈를 만났다는 설정의 책. 변장의 달인으로 알려진 셜록 홈즈지만 나쓰메 소세키가 본 할머니로 변장한 홈즈는 큰 키를 어색하게 구부정하게 숙이고 기괴한 화장을 하고 있다. 그 어색함에 주위 사람들 모두가 홈즈임을 의심하지 않지만 코카인에 찌들어 본인의 변장이 완벽하다고 믿는 셜록 홈즈가 그려진다.

웃지 않는 수학자 - 모리 히로시, 박춘상 역, 한스미디어(2015)
인간의 감각은 둔한 것도 같지만 생각보다 예민해서 여러 사람이 경험한다면 그중에 한 명이라도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작가지만 이 책에 나온 트릭은 영 공감하기 힘들었다.

저자 - 東野圭吾(1958-)

원서 - 回廊亭の殺人(1991)

구판 - 회랑정 살인사건(2008)

구판 - 회랑정 살인사건(20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사소한 변화 - 히가시노 게이고, 권일영 역, 비채(2019)

사소한 변화

줄거리
화가를 꿈꾸며 공장에서 일하는 소박한 청년 나루세. 어느 날 셋방을 알아보러 부동산에 들렀다가 무장강도 사건에 휘말린다. 현장에서 위기에 처한 소녀를 구해주려다 본인이 머리에 총을 맞고 사경을 헤매지만, 뇌 이식이라는 첨단 수술에 힘입어 목숨을 건진다. 연인의 품으로 생환해 기뻐한 것도 잠시. 즐겨 먹던 음식에 손도 대지 않게 되고, 차분하던 성격 대신 분노를 통제하기 힘들어지고, 그림에 재능과 흥미를 잃고, 연인 대신 다른 여자에게서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는 등 나루세는 왠지 자신이라는 사람이 차츰 달라지고 있음을 자각한다. 문제의 원인이 뇌 이식에 있다고 생각한 그는 수술의 내막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페이지
pp.58-59
˝요즘 SF는 더 발전했어. 게다가 뇌이식 자체는 그리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지. 1917년에 던이라는 학자가 이미 시도해 보고했네. 1976년에는 갓 태어난 쥐의 뇌 일부를 다 큰 쥐에게 이식해도 제대로 살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 그 뒤 뇌이식 기술은 여러 형태로 발전해 1982년 5월 스웨덴에서는 파킨슨병 치료를 위해 사람의 뇌를 이식했네.˝
˝그렇게 오래전에요?˝ 솔직히 놀랐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네. 다른 사람의 뇌 일부를 환자 머리에 이식한 게 아니라 환자 본인의 부신副腎 일부를 꼬리핵대뇌 기저핵에 있는 신경핵. 학습과 기억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함이라는 뇌 부위로 이식했을 뿐이지. 이렇다 할 효과는 없지만 그래도 환자에게 이상이 없었고 조금이지만 증상이 호전되었지. 그 뒤로 알츠하이머병이나 노화 현상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뇌이식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네. 최근에는 학습 장애를 일으킨 환자의 전두전피질전두엽 앞쪽 일부이라는 부분에 이식을 시도해 치료에 성공한 사례가 있지. 이건 1984년에 쥐실험에서 확인되었는데 인간에게도 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

pp.102-103
˝아니야. 별일 아닌데.˝ 그러면서 메구미는 다시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네 머리에는 누군가 다른 사람의 뇌가 조금 들어 있는 거지?˝
˝맞아.˝
˝그렇지만 넌 역시 너겠지……?˝
˝무슨 소리야. 난 나지. 다른 누구도 아니야.˝
˝그럼 만약 뇌를 전부 교체하면 어떻게 될까? 그때도 역시 넌 너일까?˝
˝그건……˝ 나는 조금 생각한 뒤 대답했다. ˝내가 아니겠네. 그렇게 되면 내가 아니라 당연히 원래 뇌의 주인일 테지.˝

p.139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내 안의 무언가가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 나는 분명히 예전의 내가 아니다.
지금의 나는 대체 누구인가?

p.145
˝다른 사람의 뇌에 또 다른 사람의 프로그램을 끼워넣는 게 가능한가요?˝ 지금 하는 논의에서 좀 벗어나지만 나는 놀라서 물었다.
˝물론 현재 과학으로는 불가능해. 하지만 뇌이식이란 그런 수준의 문제가 아니지.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 뇌의 일부가 손상되었으니 다른 사람의 뇌 일부를 빌려다 대역을 맡기는 것뿐일세. 그렇게 해서 원래 프로그램을 되살리는 거지. 마음이라는 기능을 포함한 프로그램 말이네.˝
˝그렇지만 이식된 뇌가 원래 거기 있었던 뇌와 똑같은 작용을 한다고는 볼 수 없지 않을까요? 오히려 달라야 당연할 것 같은데요.˝
˝똑같지는 않을 테지.˝ 박사는 이 점을 선선히 인정했다. ˝그렇지만 그 차이가 프로그램을 바꿀 만큼은 아니야. 이식 가능한 범위에서만 보면 사소한 변화쯤은 있을지 모르지만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네.˝
˝그렇게 말씀하시는 근거는 뭐죠?˝
˝균형감각이지. 인간의 뇌는 놀라운 균형감각을 갖추고 있어. 자네도 알 테지만 인간에겐 우뇌와 좌뇌가 있는데 각각 다른 의식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만큼 큰 메모리 용량을 지니고 있네. 실제로 분할뇌수술뇌량을 절단해 양 반구를 분리하는 수술을 했을 경우, 양쪽에서 따로따로 의식이 생겨난다고 알려져 있네. 하지만 양쪽 뇌가 뇌량이라는 케이블로 이어져 있는 동안은 의식이 하나로 통합되어 있지. 양쪽 뇌의 프로그램이 온전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야. 그러니 뇌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대도 문제가 되지 않아.

p.150
나루세 준이치는 변신하는 중이다.

p.270
˝당신은 몰라. 뇌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지껄이는 당신은 말이야. 뇌는 특별한 거야. 당신이 상상이나 할 수 있어? 오늘의 나와 어제의 내가 달라. 내일 눈을 뜨면 거기 있는 건 오늘의 내가 아니지. 먼 과거의 추억은 전혀 다른 사람 것이 되고 말지. 그렇게밖에 느껴지지 않아. 오랜 시간을 들여 남겨온 것들이 모두 사라져버려. 그게 어떤 건지 아나? 가르쳐줄까? 그건……˝ 나는 도겐의 코 바로 앞에 검지를 들이댔다. ˝그건 죽음이야. 살아 있다는 건 그저 숨이나 쉬고 심장이 뛰는 게 아니야. 뇌파가 나온다고 살아 있는 게 아니라고. 산다는 건 발자국을 남기는 거지. 뒤에 남은 발자국을 보며 저건 분명히 내가 낸 거라고 알 수 있어야 살아 있는 거야. 하지만 지금 나는 예전에 남긴 발자국을 봐도 내 것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 이십 년 이상 살아온 나루세 준이치는 이제 어디에도 없다고.˝
단숨에 내뱉은 뒤 나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도겐을 노려보았다. 그놈도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걸…… 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겠나? 새로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아.˝ 녀석이 입을 열었다.
˝새로 태어나는 것과 조금씩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건 달라.˝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소설

기록
2026.03.24(火) (1판 2쇄)
테
다.

2008.03.29(土) (초판 1쇄)
세
다.

한 줄
나를 잃어가는 공포보다 두려운 것은 타인이 되어가는 나를 지켜보는 일

오탈자 (1판 2쇄)
못 찾음

확장
과학자가 철학자들의 논쟁에 끼면 어떻게 될까? ㅋㅋㅋ (테세우스의 배) I 철학을 보다 EP.13 - 보다 BODA(2025)
보다 채널에서 테세우스의 배에 관해 다룬 내용이 있다. 재미는 있지만 보고 나서도 이해가 잘 안된다. 철학은 나에게 너무나 어렵다.

재클린 비셋(1944-)
p.213
˝재클린 비셋.˝
˝예?˝
˝전부터 누구를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떠올랐어요.˝
˝재클린 비셋?˝ 다치바나 씨는 살짝 웃었다. ˝학창시절에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죠.˝
주인공 나루세 준이치는 다치바나를 처음 보고 미인은 아니지만 외국 영화에 나오는 여배우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글쎄… 이 정도 외모를 닮았으면 눈에 확 띌 텐데… 준이치의 변화를 보여주는 장치 중 하나일까.

저자 - 東野圭吾(1958-)

원서 - 変身(1991)

구판 - 변신(2005)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yeseung 2026-03-31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 봐야겠다.
 

가면산장 살인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 김난주 역, 재인(2014)

가면산장 살인사건

줄거리
아버지 소유의 별장 근처 작은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꿈이었던 도모미는 그 꿈이 이루어질 날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운전 부주의로 인해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절벽에서 추락해 사망한다. 얼마 후, 그녀의 약혼자였던 다카유키는 도모미의 아버지로부터 별장에 와서 묵으라는 초대를 받는다. 도모미가 죽은 이후에도 그녀의 가족과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던 다카유키는 기꺼이 초대에 응해 도모미의 부모와 오빠를 비롯한 7명의 친인척과 함께 별장에서 며칠을 보내기로 한다. 다카유키가 별장에 도착한 날 밤, 경찰에 쫓기던 2인조 은행 강도가 별장에 침입해 그곳에 모여 있던 8명을 감금하고 인질극을 벌인다. 인질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인질과 강도 사이에 피 말리는 신경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인질 중 한 사람이 등에 칼이 꽂힌 시체로 발견된다. 정황으로 미루어 범인은 강도가 아닌 인질 중 한 사람. 나머지 7명의 인질은 서로에 대한 의심으로 패닉에 빠지는데…….

페이지
p.32
˝자, 이렇게 해서 오늘의 배우들이 다 모인 것 같군.˝

p.328
별장을 나설 때 누군가가 보고 있는 것 같아 뒤돌아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여기 왔을 때는 분명히 있었던 현관문 위의 가면도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소설

기록
2026.03.23(月) (초판 44쇄)
취
다.

한 줄
사랑이라는 이름의 가면, 복수라는 이름의 각본

오탈자 (초판 44쇄)
못 찾음

확장
도착의 론도 - 오리하라 이치, 권일영 역, 한스미디어(2008)
pp.333-334
그래서 나는 쓰고 있던 작품을 갈가리 해체해 새로운 구상으로 스토리를 짰다. 그것이 고단샤 문고에 들어 있는 『×××』이다(관심 있는 분은 이 책과 비교해 보시기 바란다).
서술 트릭의 대가 오리하라 이치가 질투 어린 해설을 쓰면서 남긴 말로 추측해 볼 때 시기상 해당되는 작품은 가면극仮面劇(1992年2月 講談社)이 유력하다. 우리나라에 출간이 되어있지 않아서 검증할 방법은 찾지 못했다. 꿩 대신 닭은 아니지만 소개할 책은 『도착의 론도』로 오리하라 이치의 대표작이고 서술 트릭의 명작이다.

기암관의 살인 - 다카노 유시, 송현정 역, 허밍북스(2024)
추리소설가라면 한 번쯤 써보고 싶은 트릭일 텐데 잘못 다룬다면 허무한 결말로 빠지거나 웃기지 못하는 개그처럼 싸늘한 반응은 각오해야 한다.

저자 - 東野圭吾(1958-)

원서 - 仮面山荘殺人事件(199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