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도서관의 얼룩진 소파에 잠시 엉덩이를 붙이고 시집을 읽었다. 


공백이 더 많은 페이지마다 갈 곳 잃은 눈동자를 굴리면서 어렴풋이 시인의 마음을 나도 알지, 다 그럴지도 모르지, 생각했고.

나는 도저히 어떤 단어도 문장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를 둘러싼 풍경을 좀더 사랑해야겠다, 그와 비슷한 마음의 모양이 명확해진 순간으로 남았다.



그래서 썼다. 




오늘 나의 용기들을 까만 바다에 씻는다

창문 크기의 바다

까맣게 채워진 네모

비릿하지도 않은 

낮 동안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뿐인

까만 물에 오늘의 흔적을 지운다


태풍을 견디고 창문만한 바다에 내일을 씻으면

의문 후에 남은 것들은 더 단단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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