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 나라 물의 나라
이와모토 나오 지음, 김진희 옮김 / 애니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인데 평까지 좋아 즉시 구입.

상업으로 부를 축적한 A나라(금의 나라)와 물은 풍부하지만 가난한 B나라(물의 나라)는 이웃나라로, 서로 사이가 나빠 개똥 처리 문제로 전쟁까지 치렀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보고자 신은 A나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B나라 사람과 결혼시키고, B나라에는 가장 현명한 남자를 A나라 사람과 결혼시키라고 명한다. 하지만 워낙 사이가 나쁘다보니, A나라의 제93공주 사라는 결혼상대방으로 가장 현명한 남자 대신에 강아지를, B나라 도서관장의 아들이자 수로기술자인 나란바야르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 대신에 고양이를 받게 된다. 이 두 사람이 어쩌다 서로 만나서 이러쿵저러쿵 두 나라의 교류와 평화를 이끌어내고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아기자기한 메르헨으로만 보이지만, 사실 이 만화에는 그보다는 복잡한 사정이 있다. A나라 왕은 자국민으로부터도 쓰레기라고 불리는데, 후궁을 줄줄이 두어 자식만 100명을 두었으며, 자연환경이 척박해서 앞으로 80년이면 물이 다 고갈될텐데도 별다른 대책 없이 나라의 쓸만한 학자와 기술자들은 죄다 감옥에 가둬두고 있으면서도, 실패한 왕이라 불리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왕의 기도사와 나라 제일 미남배우가 좌우대신을 도맡아 전횡을 휘두르고 있고, 넘치는 풍요로 "지금 이 나라에서 손에 넣을 수 없는 거라곤 물과 한결같은 사랑뿐"이다. 나라 안은 B나라와 다시 전쟁을 해서 풍부한 자원을 빼앗자는 전쟁파(국왕-기도사 우대신)와 평화를 지키고 국교를 맺자는 반전파(제1왕녀-배우 좌대신)로 나뉘어 있다. 그런가하면 B나라 족장도 만만치 않은 구제불능이어서 국력은 생각지도 않고 강대국인 A나라에 먼저 전쟁을 걸었다가 나라를 망하기 일보직전 상태로 만들고 수많은 기술자나 장인들을 실업자 신세로 빠뜨렸다.

그런데 이 두 지도자가 전쟁으로 엉망이 된 두 나라를 중재하려고 신이 마련한 결혼책에도 아랑곳않고 서로에게 개와 고양이를 보내었으니 나라는 다시 전쟁이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이 와중에 두 나라를 구하는 것은 지도자들이 아닌, A나라 왕이 전혀 관심도 없는 변방의 제93공주 사라와 B나라의 실책으로 실업자인 나란바야르, 사실은 자신의 나라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전쟁을 막고자 한 A나라의 제1왕녀, 감옥에 갇혀있던 학자와 기술자들, 자신이 만든 건축물에 사람들이 넘쳐나기를 바라는 건축가, 잘생긴 얼굴과 왕녀의 총애로 고위직에 올랐으나 사실 북쪽 유목민 출신으로 A나라에는 없는 물과 사랑을 되찾으려 하는 좌대신 사라딘 문라이트 등 보통 사람들이었다(지도자들을 움직인 건 명예욕과 두려움이었을 뿐).


그림이나 이야기 전개가 잔잔한데도 강약조절이 잘 되어 있고 재미가 있다. 특히 서로의 나라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가 거의 없던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등장인물도 주조연 가릴 것 없이 모두 특색있고 매력적이다. 역시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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