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의 시대 1 - 나쓰메 소세키 편 세미콜론 코믹스
다니구치 지로 그림, 세키카와 나쓰오 글, 오주원 옮김 / 세미콜론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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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큰 줄거리는 나쓰메 소세키가 지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소설 '도련님'을 구상한다는 것이다. 배경은 러일전쟁이 끝난 후인 1905-1906년. 당시 일본은 러일전쟁의 승리로 인한 자신감과 정신적 고양감, 전쟁이 끝난 후의 상실감이 동시에 팽배해 있었다. 영국 유학을 했던 나쓰메 소세키는 가혹했던 유학생활 탓인지, 전통이 약해져 가는 혼란 속 일본의 모습에 대한 회의 때문인지, 마음속으로는 서구에 대한 반발심을 가지면서도 어쩔 수 없이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 체념을 품고 있었다. 이러한 마음이 잘 드러난 것이 소설 '도련님'이라는 것이다(나는 아직 읽어보진 못했다). 위 지인들 중 하나가 후일 자신이 '도련님'의 모델이라고 주장하는 책을 펴내었고, 이 책은 그 책을 참조해서 그려낸 이야기라 사실과 허구가 뒤섞여 있다. 어찌 되었든 일본 근대의 유명인사들이 절묘하게 이리저리 얽혀 있어 당시 시대상황을 조금은 엿볼 수 있었다.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계획하는 안중근 의사도 등장하여 그 이면에 일제의 지배를 눈앞에 둔 우리나라가 있음을 상기시키기도 한다(책에서처럼 나쓰메 소세키와 만났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마음>, <산시로>는 재미있게 읽은 편인데, 인간 나쓰메 소세키는 신경증도 있고 뭔가 소심하기도 해서 소설만큼 매력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뒷부분(2~5권까지 있다고)은 어떻게 그려졌을지 궁금하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지 않으면 소설 같은 건 한 글자도 쓸 수 없네(45)

소설은 말이야, 체념했던 일에 거창하게 미련을 부리거나 머리로 뀌는 방귀 같은 거야(46)

그는 런던 유학 시절 ‘창문‘을 두려워했다. 커튼 너머에 있는 누군가가 자신을 훔쳐보고 있다고 믿었다. 일본의 개방적인 가옥에서도 그는 창문을 싫어하고 툇마루를 좋아했다. 술버릇이 고약한 소세키에게 소설을 쓰는 것은 강박신경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그야말로 지적인 병자의 자기관찰일기이며 치료일기이기도 했다(51)

소세키의 병은 근대 사회에서 비로소 자아에 눈뜨게 된 일본인의 고민 또는 서구를 증오하면서도 서구를 배워야 했던 일본 지식인의 딜레마와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이었다(52)

영문학자 소세키는 서구를 싫어했다.

서구와의 갈등, 가장으로서의 속박, 이 신구의 압력과 질곡이 양쪽에서 소세키를 괴롭혔는데,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강한 희망이 소세키가 소설을 창작하는 데 근원적인 동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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