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 재판을 통한 개혁에 도전한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권석천 지음 / 창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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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코트가 보수적 판결과 사법관료화로 법원 안팎의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용훈 코트', 2005-2011년)에 대한 책이 나왔다. 중앙일보에서 근무하다가 현재 JTBC 보도국장으로 근무하는 저자 권석천이 이용훈 전 대법원장과 주변 판사들을 인터뷰하고 그 시절 문제되었던 사건과 주변 상황을 취재해서 쓴 책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을 대리하여 맺은 인연으로 대법원장에 임명된 이용훈은 그 자신은 보수적인 인물이었지만 사법부 스스로의 개혁을 바라는 임명권자의 의사를 고려하여 사법부 개혁을 시도했다.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하고(이로써 독수리5남매가 완성되었다), 불구속재판, 공판중심주의, 구술주의, 사법부 과거사 청산 등을 과감하게 추진했다. 독수리5남매의 완성과 함께 전원합의체 사건은 이전까지 없었던 논쟁과 소수의견으로 다채로워졌다. 그러나 이용훈 대법원장은 정치적 견해대립과 방법론상 문제로 보수세력과 검찰, 법원 내부의 반발에 계속 부딪혀야 했다. 특히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독수리5남매의 임기가 끝나가면서 이용훈 코트는 점차 개혁의 힘을 잃어갔다. 그리고 이용훈 대법원장이 제청한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개입 문제는 법원 내부의 지지까지 잃게 만들었다. 이 책에서는 그 일련의 과정과 전원합의체 판결(김영란 전 대법관의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를 상당 부분 참조한 듯하다. 특히 삼성 에버랜드 사건에 대해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이 탄생하게 된 이야기, 이용훈 대법원장이 임기 중 맞닥뜨려야 했던 여러 문제들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쓰여진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 대법원장의 입장과 업적이 강조되어 있기는 하다. 최근 양승태 대법원장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는 박시환 전 대법관의 이야기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같은 시기를 다룬 <기울어진 저울>(한겨레 법조기자 이춘재, 김남일 저)과도 비교해서 읽어볼 만 하다. 이 책과 다루고 있는 사건들이 다소 중첩되지만, 중점을 두고 서술하는 내용이 다르고(기본적인 입장 자체는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신영철 전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에 대한 기술이 보다 생생하고 재미있게 되어 있는 것 같다. 그 밖에 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서술하고 있으니, 이 두 책을 비교해가며 같이 읽어보면 더욱 재미있겠다. 훗날 양승태 코트에 대해서도 그 뒷이야기를 다룬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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