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단단한 훈육 - 소리지르고 후회하고, 화내고 마음 아픈 육아는 이제 그만!
이임숙 지음 / 카시오페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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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냥 귀엽고 예쁘기만 하던 아이가 자아가 생기면서 점점 말썽을 부리게 되었다. 훈육이 필요해졌다. 그렇지만 훈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내가 어릴 적에 받았던 체벌이 수반된 강압적인 훈육은 하고 싶지 않다. 남편은 자기는 훈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부럽다!). 내 생각에는 남편도 어떤 식으로든 훈육을 받았을 것 같지만, 본인이 기억도 못할 정도이고 꽤 바르게 자라났으니 정말 이상적인 훈육을 받은 게 아닐까 싶어서 처음에는 남편에게 훈육을 일임했었다. 그런데 아이는 여전히 말썽을 부린다. 특히 시도 때도 없이 떼를 부리는 것이나 지시를 일부러 어기는 행동이나 식당에서의 예절 같은 것은 어떻게든 고치고 싶었다. 

  얼마 전 sns에 올라온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나오는 훈육 동영상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 동영상에서는 아이를 훈육할 때 아이의 양팔과 다리를 꽉 붙들고 잘못을 인정할 때까지 놓아주지 않는 자세가 소개되었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가도, 그렇게 안하니 아이가 떼를 부리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는 저렇게 따라해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왜일까. 

  이 책에서는 그 이유를 사람들이 자세만 따라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세만 같고 그 안에 따뜻함이 결여된 것이다. 훈육은 아이를 겁먹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도 엄마도 모두 개운한 기분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도 사실 좋은 사람, 능력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른이 잘못을 짚고 범위를 정해 훈육해주면 방임하는 것보다 오히려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므로 단호하고 엄격한 훈육이 필요하지만, 이는 '차갑고 냉정한 훈육'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훈육의 방법으로 곧잘 언급되는 '무시하기'도 아이를 대놓고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할 때는 반응하지 않다가 바람직한 행동을 하면 곧바로 반응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훈육의 타이밍이었다. 나는 그동안 아이가 말썽을 부린 사건발생상황에서의 훈육만을 생각해왔는데, 사건발생 전 훈육, 즉 예방훈육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예방훈육은 사건발생상황에서의 훈육보다 훨씬 쉽고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차분한 상태에서 1) 먼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어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주고, 2) 규율을 지키는 방식 중 아이가 원하는 것, 그 중에서도 가능한 것을 선택해서 지키기로 약속하며, 3) 약속지키기 어려울 때의 대안도 함께 제시한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언어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사건 발생 전에 미리 아이의 감정을 읽고 대처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도 아이가 떼를 쓰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상황이 발생할 때에는 낮고 조용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말하고 (아이가 울며 저항할 때에는) 처음에는 두손을 잡다가 그래도 안 되면 뒤에서 안고,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다른 행동을 하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반복해서 말하도록(10번이나!) 하면 아이에게 마음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성공적 훈육을 위해서는 1)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알고 다독여주는 따뜻함, 2) 그래도 안 된다는 단단한 태도(그러나 목소리는 낮추고 작게, 느리게)와 격려, 3) 아이가 깨닫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훈육은 다음 4단계로 이루어질 수 있다. 1) 아이의 나이와 기질에 맞게 훈육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에만 집중한다(혼내는 김에 이것저것 싸잡아 혼내지 않는다). 2) 훈육의 종류와 방법(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을 계획한다. 3) 실제 훈육을 실시할 때에는 예방훈육인 경우에는 아이에게 미리 알린대로, 상황대처훈육인 경우에는 상황을 일단 멈추고 아이를 진정시킨 후 격려하고 금지사항을 말하며 생각할 시간을 준다. 4) 아이가 조금이라도 지킨 행동을 칭찬하고 지지해준다. 주변사람들이 더불어 칭찬해주는 분위기를 조성해주어도 좋다.   

 부득이하게 아이를 야단친 후에는 30분 내에 안아주고 다독여 감정의 앙금을 씻어내야 한다. 다독여주고 이유를 설명해주고 혼내는 동안 말을 들어줘서 고맙고 마음에 남은 속상함 있는지 묻고 안아주고 토닥이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아이의 긍정적 의도(사실은 어떻게 하고 싶었는지)를 알아주고, 사소한 것이라도 강점을 말해주며, 아이의 기질에 맞게 훈육할 필요가 있다. 워킹맘인 경우 한정된 시간이라도 아이와 즐겁게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다. 나는 간략하게 정리했지만, 이 책에서는 여러가지 상황에서의 대화, 실전 팁을 소개하고 있다.

 끝부분에는 비고츠키의 인지발달 이론과 에릭슨의 시기별 위기극복 및 성취과업도 나와 있다. 그 중에서 시기별 성취과업에 대해 보면, 0~1세에는 보호받고 있다는 신뢰감을 주는 것이 필요하고, 2~3세(돌 이후)는 자율성을 키우는 단계이므로 스스로 할 기회와 환경을 제공해주어야 하며, 4~5세는 주도성을 기르는 단계로서 아이가 스스로 결정하고 끝까지 해내어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므로 옆에서 격려해주고 이끌어주어야 하고, 6~10세는 근면성을 기르는 단계로서 잘하고 싶다는 욕구, 성취동기를 갖고 있으므로 계획을 질문하고 아이의 선택을 칭찬해주고 긍정적 의도를 알아주고 발전을 위한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나를 위해 정리해보았다).   

 

  이 책을 읽고 실제로 아이와 마트에 가기 전에 한번 예방훈육을 슬쩍 해봤는데(이번에 가면 장난감은 사지 않고 구경만 하고 오는 거야, 알았지?하고 다짐을 받았다) 의외로 먹혔다(야호!). 그 후로도 몇번 시도했는데 통할 때도 있고 안 통할 때도 있었다. 아이가 극도로 짜증이 났을 때에는 앞허그고 백허그고 소용이 없었다. 안하던 붙잡기를 하니 울고불고 난리였다. 놓아주면 안 되는 거였는데 책대로 굳게 버티기는 쉽지 않다. 어떨 때는 남편이 슬쩍 봐주기도 했다. 이렇듯 실전은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이런 책이라도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아본다. 따뜻한 마음, 단단한 원칙, 아이 스스로 깨닫기, 예방훈육의 중요성. 하지만 아이에 대한 훈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아이와 부모 사이의 신뢰관계가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요즘 아이와의 부족했던 신뢰관계를 조금씩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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