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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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

 15세의 라비 칸은 아버지, 새어머니와 함께 가족휴가를 온 호텔에서 한 소녀(알리스 소르)에게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다. 그는 낭만주의에 가득 차 있다. 그녀에 대해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더 알 필요도 없이 그는 그녀가 자신의 잃어버린 영혼의 짝이라는 느낌을 갖는다. 사랑에 대한 그의 이해는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사실은 관계 유지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그는 곧 알게 될 것이다. 신비한 열정으로부터 눈을 돌릴 때 사랑이 지속될 수 있음을, 처음 감정을 포기할 필요가 있음을, 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사실을.

 

   라비 부부(라비와 커스틴)는 사람들로부터 관계의 시작에 대한 질문을 받곤 한다. 낭만주의에 있어 시작은 사랑의 중요한 요소들이 압축된 것이므로. 그러나 사람들은 그 이후에 대한 질문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이들의 시작은 이렇다. 라비는 스코틀랜드 도시설계 스튜디오에서 일하다가 회사 업무상 커스틴 맥럴랜드와 만나게 된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라비는 그녀가 남은 생을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이라는 이상한 확신을 갖게 된다. 상대의 감정을 모색하는 몇 번의 만남 끝에 그녀에게 고백한다. 사랑은 지속은 이제부터이다.

 

  라비는 자신의 약점, 불균형을 바로잡아줄 것 같은 커스틴의 자질(침착함)에 감탄한다. 커스틴 또한 라비의 출신, 감정 표현, 감성에 반한다. 그러나 이들이 서로에게 반한 자신이 갖지 못한 자질(다름)은 이후에는 갈등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아직은 알지 못한다.

  커스틴의 아버지는 커스틴이 7살 때 갑자기 가출하여 12살 이후 연락이 두절되었다. 이러한 상처는 커스틴이 보이는 회피애착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커스틴과 라비는 서로의 상실을 치유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 감정을 확인하고 육체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그러나 에로틱한 자극의 이면에는 가장 큰 두려움에 대한 상징적 해소, 친밀함, 이해를 향한 갈망이 자리하고 있다.

  라비는 커스틴의 어머니를 두번째로 만나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커스틴에게 청혼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근거해서 결혼-완벽한 친밀함에 이르려는 대담한 행로의 정점-이라는 무모한 시도를 하는 것이다. 감정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느낌을 공유한 사람과 결혼하려는 것, 동반자에 대한 갈망이다.

  라비는 처음에는 트라우마를 성장의 통로로 보아 커스틴의 과거와 그로 인한 상처에도 그다지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자신이 그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2. 결혼 이후

  라비와 커스틴은 사소한 문제, 생활습관의 차이로 말다툼을 한다. 정작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문제에서의 이견은 그렇게 참을성 있게 수용하면서도,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차이에는 그 참을성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나 일상에서의 논쟁은 그들 성격의 근본적 차이에서 비져나온 실밥이다. 만일 이들이 욕구의 맥락을 살펴 그 진짜 원인을 알았다면 서로에 대해 좀더 유연하고 관대하게 대했을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이들은 나쁜 기억력, 드넓은 우주 속에서 인간 삶 속 갈등이 갖는 사소함으로 인해 화해한다.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라비는 토라졌다. 이유를 말하지 않은 채 토라진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그 상처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상대방을 신뢰한다는 것이다. 아이 때처럼 말하지 않아도 이해받고 싶다는 욕구의 표현이다.

 

  성적 환상의 문제. 어느 순간 내적 삶 그대로를 상대방에게 진실하게 전달하기보다는 매력적인 존재로 남기 위해 또는 상대가 경청을 거부하여 마음 속 생각을 숨기게 된다.

 

  라비의 출장으로 떨어져 지냈을 때 커스틴이 라비에게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였던 것은 과거의 경험으로 형성된 행동양식이 떠올라 과거의 감정을 타인에게 '전이'시켰기 때문이다. 그래도 상대방이 너그럽게 보아주리라 확신하고 말도 안 되는 화를 낸다. 친밀함과 신뢰의 독특한 증거이자, 사랑 그 자체의 한 증상이다.

 

  가르치기와 배우기. 상대방을 향상시키기 위한 그리스식 사랑과 교육

 

3. 아이들

  라비와 커스틴은 딸 에스터의 탄생으로 인해 사랑은 주는 것임을, 가장 순수한 사랑은 봉사임을 깨닫는다. 타인의 행동 이면에 있는 두려움, 혼란, 피로를 감지한다는 것. 그러나 부부 사이에는 오랜 기간 방치되어 피곤한 각자의 내면아이가 있어 사이가 점차 멀어진다.

  아이의 사랑스러움은 어른들이 성숙하기 위해 포기해야 했던 한 미덕이다.    

 

  사랑의 한계. 아이의 훈육과 관련하여 아이에 대한 기대와 실망. 부족한 부모.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부모에게 불만을 품고 부모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부부 사이에는 양육자의 모습과 성적 상대방의 역할이 충돌한다. 집안일 분배로 다투기도 한다. 일상을 꾸려나가는 조용한 노동의 가치는 좀처럼 인정받지 못하므로.

 

4. 라비의 외도, 배신행위, 자기합리화와 변명 과정

  라비는 커스틴과 말다툼을 하면서 질투의 감정을 느낀다.

  안전을 갈망하는 마음. 이는 모험과 양립 불가능하다. 비밀을 지킬 필요가 있다.

 

5. 낭만주의를 넘어서

  사이가 악화된 라비와 커스틴은 심리치료를 받는다. 심리치료에서 이들은 내면의 어린아이를 느끼고 상대방의 나약함을 인식하며 솔직하게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논의하여 관계를 개선시킨다. 그리고 사랑은 단순한 열정을 넘어 기술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삶의 소소한 실패를 인정하고 인생의 취약함을 느끼며 상황을 고려하고 삶의 작은 축복을 깨닫는 겸허함을 갖는 것. 비로소 결혼할 준비가 된 것이다. 관계의 수많은 변화를 통해 완벽함을 포기하고 상대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그제서야 그 사람을 알기 시작한 것, 완벽하게 이해되기를 포기하는 것, 자신의 광기를 자각하고 인정하는 것, 삶의 속성이 본디 까다로운 것임을 인정하는 것, 사랑을 받기보다는 베풀 준비가 된 것, 파트너에게 가르침을 받고 줄 수 있는 것, 상대방이 잘 맞지 않는 것을 인식하는 것, 가장 적합한 파트너는 그럼에도 취향 차이를 놓고 지혜롭고 흔쾌하게 협의할 수 있는 사람임을 깨닫는 것.

  하이랜드 호텔에서의 화해. 평범한 인생을 사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이들의 결혼이 유지되었다니 놀랍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다정함을 보이는 세상에서 산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어린애 같은 면에 조금 더 다정함을 보이는 세상에서 산다면 더욱 멋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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