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서점
가쿠타 미츠요.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이지수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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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을 앞두고 헌책방으로 유명한 진보초 거리를 답사해볼까 싶어서 이 책을 빌려보게 되었다.

<장서의 즐거움>으로 익숙한 책덕후 오카자키 다케시가 소설가 가쿠타 미쓰요에게 매번 도쿄 특정 지역의 헌책방 답사를 과제로 내면 가쿠타는 과제를 수행하고 감상을 적는다는 컨셉으로 쓰여진 책이다. 책에 너무 덕내가 나서 못알아먹는 부분이 많았다. 내용 자체도 전혀 심오하지 않다. 그렇지만 책으로 인해 훌륭한 사람이 되거나 업적을 쌓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책이라는 물성과 책 읽는 것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곳이든 저곳이든 정말 많은 것 같아 왠지 위안이 되었다. 아...난 아직 괜찮아.  

 

1년 동안 여러 동네의 여러 헌책방에 들렀다. 어느 서점이든 그 서점만의 온도가 잇어서, 그 온도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게는 즐거움보다 안도감 쪽이 더 컸다. 책은 소비되고, 잊히고, 사라지는 무기물이 아닌 체온이 있는 생명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어서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
여행할 때마다 책이라는 존재는 나를 놀라게 한다. 인공적인 동네에도,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동네에도,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자는 가난한 동네에도 책을 파는 가게는 분명히 존재하며, 대학생도 직장인도 노인도 어린아이도 책을 손에 들고 열심히 읽는다. 가난한 마을에서는 특히 책보다 더 필요한 물건이 있을 텐데, 더 욕심나는 물건이 있을 텐데. 하지만 그런 마을에야말로 점포든 노점이든 서점이 많다.
책은 사람이라는 생물에게 절대적으로 친밀한 존재다....미얀마의 야외 서점에도 체온이 있지만, 이번에 방문한 어느 헌책방에나 그에 지지 않는 독자적인 체온이 있다. 어디서나 책은 생기가 넘치고, 읽는 이를 조그만 목소리로 끊임없이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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