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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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후루쿠라 게이코는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는 다소 다른 이상한 사람이라 여겨졌지만, 스무살 무렵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편의점 점원'으로 '새로 태어났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보고 안심했고 그녀 또한 안심했다. 그러기를 18년째, 후루쿠라는 편의점의 소리에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편의점 매뉴얼에 맞춰진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녀에게는 독자적인 희노애락의 감정은 없고 편의점의 매뉴얼과 주변 사람들이 삶의 척도이다. 주변 사람들은 이제 변함없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 근무하면서 결혼도, 연애도 하지 않는 그녀를 불안해한다.
한편 후루쿠라와 같은 편의점에 근무하다가 쫓겨난 남자 시라하는, 후루쿠라와 마찬가지로 결혼도 제대로 된 취업도 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사실 후루쿠라와는 행동이나 생각이 매우 다르다. 편의점이 삶의 가장 중요한 척도인 후루쿠라와는 달리, 시라하에게는 편의점 따위는 하찮은 일일 뿐이고 언젠가 돈을 많이 손에 쥐게 되면 머릿속에 그려놓은 사업을 할 야망만 가지고 있다. 이 사회는 강하고 능력있는 남자가 제일가는 미녀를 차지하고 이질적인 존재를 무리에서 배척하거나 함부로 침범하던 조몬 시대와 하등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며 이 사회에 환멸을 안고 살아간다.

그런 두 사람을 이상하게 보는 사회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후루쿠라와 시라하는 후루쿠라의 좁은 아파트에서 동거를 시작한다. 남녀관계가 섞이지 않은 순수한 의미에서의 동거. 처음에는 순조로웠다. 후루쿠라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먹이'를 조달하고, 시라하는 집에서 하루종일 빈둥거린다. 그 대신에 후루쿠라는 한번도 연애를 못해 보았다는 그녀를 이상하게 보는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필요 이상의 축하를 받으며, 시라하 또한 본가의 따가운 시선을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정상적인'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느날 후루쿠라의 아파트에 들이닥친 후루쿠라의 여동생, 그리고 시라하의 제수의 야단이 있고 난 후(모두들 후루쿠라가 편의점 점원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이대로는 간섭에서 벗어나기 힘들겠다고 판단하여, 후루쿠라가 18년간 일하던 편의점을 그만두고 '그럴듯한' 직장을 찾아 시라하를 먹여살리기로 한다. 그렇지만 편의점을 그만 둔 후루쿠라는 삶의 척도를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이 살아간다. 그러다가 면접이 잡힌 날 후루쿠라는 우연히 들어가게 된 어느 편의점에서 다시 편의점의 '목소리'를 듣고 본능처럼 상품을 진열하고 몸이 움직인다. 그리고 자신이 편의점 인간임을 깨닫는다.

후루쿠라와 시라하는 분명 통상적인 사회관념에 비추어 이질적인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희노애락의 감정을 보통 어떻게 표출하는지 몰라 여동생에게 조언을 구하고 남들 하는 것을 눈치껏 따라하는 후루쿠라나, 세상의 척도를 아예 거부하면서도 어떻게든 결혼은 해보려는 시라하나, 생각해보면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후루쿠라는 편의점에서 함께 근무하는 사람들의 말투나 옷을 몰래 의식적으로 따라하지만, 후루쿠라가 관찰하는 다른 사람들도 사실은 주변 사람들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문득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면 사람들은 그렇게 닮아가면서 무리지어 살아가고, 닮지 않은 이질적인 존재에게는 굉장히 폭력적으로 무리의 기준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후루쿠라나 시라하는 오히려 너무 예민해서 이질적인 존재일지도 모른다. 인간으로서 사회에서 원하는 기준(결혼과 제대로 된 직장에 취업하는 것)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과, 본능처럼 편의점 매뉴얼에 따라 편의점의 목소리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편의점도 하나의 작은 사회라 그 매뉴얼도 무리의 기준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중 어느 것을 택하든 결국 삶의 기준을 외부에서 찾고 맹목적으로 의지한다는 것은 매한가지라, 소설의 결말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모르겠다. 참 아이러니하다. 공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의점을 '선택'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

작가 무라타 사야카는 이 소설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작가도 대학 시절부터 18년동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소설을 써서 각종 문학상을 수상했고, 수상식 당일에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그 때문인지 소설의 편의점 묘사가 정말 생생하다.  

 

같은 일로 화를 내면 모든 점원이 기쁜 표정을 짓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직후의 일이었다.

성 경험은 없지만 성욕을 특별히 의식한 적도 없는 나는 성에 무관심할 뿐 특별히 괴로워한 적은 없었지만, 모두 내가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설령 정말로 그렇다 해도, 반드시 모두가 말하는 그런 알기 쉬운 형태의 고뇌라고는 할 수 없는데, 아무도 거기까지는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그쪽이 자기네한테는 알기 쉬우니까 그런 걸로 해두고 싶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성가시다, 왜 그렇게 안심하고 싶을까...

이곳(편의점)은 강제로 정상화되는 곳이다. 이물질은 바로 배제된다.

꼭 나 같다. 인간다운 말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모두 소리 내어 웃고, 나도 "그래요!"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가 이물질이 되었을 때는 이렇게 배제를 당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또 새 사람을 찾아야 돼. 모집 광고를 내걸까?" 이렇게 가게의 세포가 또 하나 교체된다. ... 계산대까지 바구니를 가져가자 할머니는 지갑을 꺼내면서 오늘도 중얼거린다. "정말로 여기는 변함이 없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두 초등학교 시절의 그때처럼 조금 물러나서 나에게 등을 돌리고, 그래도 어딘가 호기심이 섞인 눈길만은 기분 나쁜 생물을 보듯 내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 나는 이물질이 되었구나. 나는 멍하니 생각했다. 가게에서 쫓겨난 시라하 씨의 모습이 떠오른다. 다음은 내 차례일까? 정상 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처리된다. 그런가? 그래서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치지 않으면 정상인 사람들에게 삭제된다.

편의점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교체되고 있을 뿐, 줄곧 같은 광경이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매뉴얼은 벌써 오래전에 있었다. 모드 사람의 머릿속에 달라붙어 있으니까 일부러 문서화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고 있을 뿐, `보통 사람`의 정형은 조몬시대부터 변하지 않고 계속 존재해왔다고 나는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여동생은 뭔가 멋대로 사연을 만들어내어 감동하고 있었다. 내가 `고쳐졌다`고 말하는 듯한 그 태도를 보고, 이런 간단한 거라도 좋다면 제꺼덕 지시를 내려주었던들 먼 길을 돌아가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편의점에 합리적이냐 아니냐로 판단하던 나는 이제 기준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이 행동이 합리적인지 아닌지,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하면 좋은지 알 수가 없었다. 점원이 되기 전에도 나는 합리적이냐 아니냐에 따라 매사를 판단했을 텐데, 그 무렵의 내가 무엇을 지침으로 삼고 있었는지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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