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기의 기술 - 늑장부리고 빈둥거리고 게으름 피우면서도 효율적인 사람이 되는 법
존 페리 지음, 강유리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일의 마감 전까지 미루고 미루는 습관이 고민되어 읽게 된 책이다.  

철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이 책을 '우울한 미루기쟁이를 위한 일종의 철학적 자기 계발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이 책은 미루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용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미루기쟁이의 특성을 파악해서 장점을 깨닫고 그 행동패턴과 장점을 어떻게든 활용해보자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한다.

저자는 우선 자신이 '체계적인 미루기쟁이'라고 정의한다. 체계적인 미루기쟁이는 사실 무위도식하지 않고 무언가 조금은 의미있는 일을 하는데, 그것이 더 중요한 일들을 하지 않을 방편이 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순서대로 작성한 할 일 목록 중 중요한 일들을 하지 않을 핑계로 그보다 덜 중요하지만 가치 있어 보이는 일을 함으로써 결국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하지만 이는 결국 중요한 일을 해낸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미루기의 원인 중 하나는 완벽주의라는 환상(내가 그 일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는 환상)이다. 완벽하게 해보려고 이것저것 준비만 하다가, 정작 일의 시작이 늦어져서 겨우 그럭저럭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 차라리 처음부터 불완전한 결과를 내도 좋다고 생각했다고 일을 착수했다면 편했을텐데. 이런 일이 없으려면 긴급성에 따라 일을 분류해서 완벽하지 못해도 문제가 없다면 당장 시작하는 게 좋다고 한다.  

하루 단위 할 일 목록을 만드는 것도 좋다. 일이 마무리되었을 때 목록에서 지워나가는 쾌감이 있다. 크고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은 작고 감당할 수 있을 만한 단위로 잘개 쪼개서 할 일 목록을 미리 만들어보자.

적절한 BGM(저자가 추천하는 음악: 롤링 스톤스의 스타트 미 업, 아네사 프랭클린의 리스펙트, 조니캐시의 테네시 플랫톱박스. 76대의 트롬본, 카트리나 앤더 웨이브스의 워킹 온 선샤인, 레이시 돌턴의 블랙커피)은 미루고 싶은 일을 할 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컴퓨터- 특히 이메일과 웹 서핑의 유혹도 이겨내보자(아마도 요즘은 핸드폰 보기일 듯). 한편 미루는 습관이 없는 동료와의 협력은 본인의 의지력과 상관없이 결심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다. 동료에게는 괴로운 일일 수도 있겠으나, 미루기쟁이로서 역할- 덜 중요하지만 필요한 소소한 일들 하기, 동료 격려하기-을 해보라고 한다.

 

자기 자신을 인식, 인정하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보자는 것. 생각해보면 이 책을 읽는 것도 독후감을 쓰는 것도 사실 다른 더 중요한 일을 하지 않기 위한 방편이었는데, 미루기쟁이인 나에게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체계적인 미루기쟁이는 세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인간은 아닐지 몰라도,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자유로이 발산하게 내버려두면 체계적인 업무습관을 고수할 경우에 놓쳤을지 모를 온갖 종류의 일들을 성취해낼 잠재성 있는 인간이다. 끝마친 일에 대해서는 스스로를 칭찬해주자. 할일 목록, 알람시계 등 여러 방법을 활용해 주변 환경에 제약을 걸고 협력자를 곁에 두자. 인생을 즐기자.
이 책을 쓴 주된 목표 가운데 하나는 체계적인 미루기쟁이들이 미루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지 말고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려는 것이었다. 나름 생산적인 삶을 살고 있음을 깨닫길 바란다. 결점을 고치려 애를 쓰느니 시간과 에너지를 더 중요한 다른 일에 투자할 수 있도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