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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지는 중입니다
안송이 지음 / 문학테라피 / 2018년 7월
평점 :
서로의 손을 맞잡은 선물이, 아이와 함께 응급실에 갔던 일, 옆집의 정원관리 마니아, 몽블랑 만년필에 얽힌 과거와 현재, 미래, 스웨덴에서 만난 친구들 이야기, 지독했던 시간들과 거북이와의 헤어짐 그리고 S와의 만남, 타국 생활에서 느끼는 감정들, 자기의 속도로 성장해나가는 선물이, 모든 따뜻한 말들이 의미 그대로 남아, 아이를 회사에 데려와도 되는 스웨덴의 직장문화, 피카 타임, 명절같은 하지, 친구였던 H 이야기, 계속 투덜거리는 것이 폴란드식 관계맺음 방식이고, 함께 고통받는 것이 러시아식 관계맺음 방식이라면 같이 음식을 나누는 것은 우리나라의 관계맺음 방식이리라, 엄마처럼.
처한 상황도, 장소도 다르지만 공감과 위안을 가져다주는 책이었다.
마흔이 넘으니 삶에 대해 그전과는 다른 태도를 가지게 된다. 그냥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가야겠다는. 정말 인생은 짧고, 빨리 지나가고, 어떤 때는 이게 다인가 싶다. 지금 나는 내가 가진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도, 이변이 생기지 않는 한 내 생에 없을 일들도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마음을 잡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려고 애쓴다. 나 자신에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어떻게 정직하고 싶은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묻고 그에 다가가려는 노력이다.
언제부터 나는 진실된 사람이고 남의 진실은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 걸까. 사실 나는 알고 있다. 나는 분명히 괴로운 경험을 했고,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그것이 또 다른 사람을 근본적으로 믿지 않으면서 대해 상처 입혀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타인의 선의를 믿지 않으면서 어떻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이렇게 설명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걸 말함에도 불구하고 이해라는 건 멀었구나 싶을 때 가슴 한 구석이 서늘했다. 우리는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어린 왕자>의 여우가 말했다. 말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지나와 깨달으면, 그때 관계는 이미 달라져 있다. ... 믿지 않는 사람에게 어떤 말로도 나를 이해시킬 수 없었다는 걸 일찍 깨달았으면 좋았을 걸. ... 중요한 건 해야 할 이야기를 다 나누는 것이다. 그런 관계에서는 그립다는 말 대신 시간이 지나갔다는 말 한마디로도 그 뒤에 있는 긴긴 사연의 그리움을 다 느낄 수 있다. 이제야 알았다. 한 관계가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 어떤 것도 이야기할 수 있고, 어떤 말도 할 필요 없다.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라는 건 사랑이라는 것을. ...우리가 원하는 것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이 항상 엄마 보기에 맞는 말이어서 엄마가 이해했던 게 아니다. 사랑했기 때문에 인정했고 이해했다. ... 살다보면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해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 ... 아픔 속에서 깨달았다. 공통된 경험이 꼭 이해를 부르는 건 아니라는 걸. 이해는 사랑이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 한가운데 나는 내가 S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이유는 그가 항상 나의 선의를 믿었고,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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