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
안드라 왓킨스 지음, 신승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 에세이 - 인디고..

 

 

 

 

 

 

 

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 에세이책은 34일간에 이르는 나체즈 길을 걸었던 한 개인의 여정에 대한 기록이자,

서툴지만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아빠와 딸의 여행기다. 중년의 딸이 부모에게 받았던 상처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조금씩 풀어내는 부녀의 관계 회복기이다. 인생의 많은 것들이 지치고 힘들다면,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 목차는 챕터 5로 구성되어 있다.

챕터 1 - 아빠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하다.

챕터 2 -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살아가는 존재, 가족.

챕터 3 - 여행은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돌아볼 때 시작된다.

챕터 4 - 아빠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챕터 5 -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떤 추억을 쌓아야 할까 로 소개되어 있는 에세이집이다.

 

 

 

 

 

 

 

 

 당신은 아빠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본 적 있나요...? 당연히 난 아직 여태 살아오면서 한 번도 없다.

아니 생각도 해 보질 않았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에서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말할까...?

아마도 대부분이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사는 것" 이라고 답할 것이다. 사람마다 행복에 대한 정의는 다를 수

있지만 행복해지고 싶다는 사실에는 모두 동의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막연하게나마 행복해지길 원하면서도,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오느라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지,

지금 내가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다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한 줄 모르고 당연히 여기며 살아간다. 소중한 가족과 추억을

만들어야 하는 순간에도 다음이라는 말로 미루기 일쑤다. 그러나 다음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삶이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가버리기 때문이다.

 

여행이란 예측할 수 없는 이정표와 함께하는 힘겹고 기나긴 길이다. 홀로 떠라는 여행도 좋으리라.

하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을까.

안드라는 아빠께 5주 동안 여행을 가지고 한다. 하지만 아빠는 싫다고 한다.  아빠와 나는 내가 십 대일 때는 서로에게

소리만 질러댔고, 이십 대일 때는 질세라 열변을 주고받았으며, 삼십 대일 때는 서로 속만 끓이다 멀어졌다.

내 인생을 통틀어 아빠와 나눈 대화는 대부분 상처를 주는 말과 의미심장한 침묵으로 산산조각났다.

그렇지만 이제 나는 우리의 과거사를 청산하고 한 달 이상 서로 참고 견딜 수 있기를 바랐다.

뭐, 아빠야 여전히 나를 거부할지 모르지만.   "너랑 5주를 같이 보내다니, 영 재미없을 것 같구나."

 

 

 

 

 

 

나는 세월의 흐름에 쇠약해져 완전히 낯선 사람이 돼 있는 아빠에게 다가갔다. " 자, 아빠. 나한테 기대세요. 내가 잡을게요."

아빠는 118킬로그램이 나가는 몸을 휘청거리며 일으켜 세웠다. "늙는게 정말 싫다." 아빠는 더듬더듬 말하며 흐느낌을 억눌렀다.

"어떤 모습이든 이렇게 살아계시기만 하면 돼요." 나는 바닥을 기어가 아빠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아빠는 내 손을 쳐냈다.

분노에 가득 찬 아빠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어둠을 가르며 들려왔다. " 난 중풍으로 쓰러지기 싫다. 무력해지는 게 싫어.

당장 죽었으면 좋겠다. 그냥 죽고 싶어.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나아." 속이 후련해지는 눈물이 있는가 하면 고통스러운 눈물도 있다.

딸이 눈물 흘리는 아빠를 지켜보는 때만큼 괴로운 순간이 있을까. 하루에 24키로미터씩 걷다 보니 늙어가는 것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 이미 나는 약해지고 느려지고 마음같이 움직이지 않는 몸을 경험했다. 내가 걸으면서 겪는 극도의 육체적인 고통을 아빠는

늘 겪고 있었던 걸까.? 나는 새로운 깨달음에 망연자실한 채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아빠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때면 그런 무기력증을 아빠의 게으름 탓으로 돌리기 일쑤였다. 모든 종류의 운동에 대한 아빠의 병적인 혐오감을 탓했다.

늘 그러려니 치부해버리느라 아빠가 노쇠했다는 현실을 깨닫지 못했다. 아빠와 함께할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 걸까.?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온갖 일을 가지고 심하게 자책한다. 그래봤자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내가 아주 좋은 아빠라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것들을 생각하면 이렇게 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버지는 늘 술에 취해 있는 오입쟁이였고 다정한 어머니를 쓰레기 취급했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아무리 고통스러운 일을 겪어도

아버지 곁에 머물렀다. 내 고향에서 가족은 서로에게 헌신적이어야 한다는 게 원칙이었다.

 

 

 

 

 

 

아빠를 대할 때마다 내 기본 자세는 분노였다. 어릴 때 나를 무시했으니까. 십 대 시절 내내 나에게 잔소리를 해댔으니까.

나만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관심을 쏟았으니까. 나는 아직도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중이란 말이에요.

아빠는 나를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빠가 나를 미치게 하는 사람이라면, 엄마와 나는 같은 영역을 놓고 싸우는

도둑고양이들처럼 충돌하는 사이였다. 나는 엄마와 내가 꼼꼼하게 계산해 휘두르는 날카로운 말로 서로를 죽이고도 남지 싶었다.

 

아빠는 누군가를 보살필 줄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번 여행에서 아빠가 나를 책임지는 동안 나는 아빠를 보살폈다.

그런데 나도 아빠를 꼭 닮아 사람을 보살피지 못했다. 도보 여행을 하는 동안 순간순간이 충격의 연속이었다.

나를 무너뜨리고 죄절시키는 경험에 계속 휩싸였다. 퇴근해서 돌아올 때마다 다른 데 정신이 팔려 나랑 이야기할 틈이 없던 아빠.

너무 지쳐서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 끝까지 앉아 있지 못하던 아빠, 너무 피곤해서 나와 같이 텔레비전을 봐주지 못하던 아빠. 아니면 아빠는 그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걸까.?

때로 어색함은 필요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니까. "삶은 우리에게 이런 휴식을, 이런 놀라운 선물을 주지."

아빠는 근심걱정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며 이야기나 해대는 아이가 된 반면에, 나는 삶의 공식을 알아내려고 헐떡거리는

중년의 부모가 돼 있었다.

 

나도 너와의 시간이 소중하단다. 내가 집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두려웠기 때문이다. 나는 린다의 도착이 안드라와 내가 함께하는

시간에 미칠 영향이 두려웠다. 내가 두 사람의 조수 노릇을 하며 겉돌게 될까봐. 두 사람의 말다툼을 중재하는 일을 맡게 될까 봐.

나는 엄마가 싫었다. 엄마가 원하는 틀에 맞추려고 주변 상황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방식. 엄마의 방식이 최고라는 끈덕진 믿음.

엄마가 원하는 대로 나를 규정하려는 끊임없는 욕구. 나는 더 이상 그렇게 살 수 없었다. 설사 엄마를 아프게 한다고 할지라도.

 

어릴 때는 늙어간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사십 대나 오십 대가 되어 몸이 고장나면 겁이 난다.

우리는 늙어 기력이 없어져서야 그동안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사실은 없으면 살 수 없는 것들임을 깨닫는다.

 

 

 

 

 

 

어릴 때 엄마는 본인이 사고 싶은 걸 참으면서 나에게 새 물건을 사줬다. 엄마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였다.

엄마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엄마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에게도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단다. 내 평생 두 여자 사이에 끼어 살게 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어머니와 아내.

아내와 딸...... 내 삶이 꿈처럼 흘러가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출근하고 집에 돌아가고 나한테 의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부양하느라 등골이 휘도록 일만 하는 생활로는 성이 안 찼을 뿐이다. 나는 항상 가족을 실망시킬까 봐 무서웠다.

사람들은 부모가 되면 말한다. 난 저 사람처럼 하지 않을 거야. 저러지 않을 거야. 저러지 않을 거라고..

그러나 어느새 돌아보면 절대로 되지 않겠다고 말한 바로 그 사람이 돼 있다.

 

370마일 이정표에 발을 올리고 사진을 찍었다. 오늘은 혼자 걷는 마지막 날일 거야.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혼자 걷기에서

기쁨을 발견했다. 여행이 다 끝나면 아주 그리울 거야. 책에 대해서는 거의 잊고 있었다. 나는 내 책을 읽으라고,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목숨을 건 여정에 나섰다.  내 이야기에 헌신적인 태도를 보여주면 몇 명이라도 더 읽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걷는 목적은 단순히 책 때문이 아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나는 늙어가는 부모와

함께하는 모험의 가치를 결코 몰랐다.

714킬로미터를 혼자 걷는 도보 여행은 허황된 기대들을 벗겨냈고 나를 엄마와 아빠에게 밀접하게 결합시켰다.

 

 

 

 

 

 

 

나는 집에 있어야 하는 아빠를 장거리 자동차 여행에 끌어들였다. 내 목표에만 너무 빠져서 아빠의 건강 악화를

알아채지 못했다. 죄책감에 온몸이 휘청거렸다.

나는 슬쩍 눈물을 훔치고 뒷자석에 몸을 묻었다. 아빠가 세 개의 주를 걸어서 통과하는 내 도보 여행에서 세 번째로 칭찬을 했다.

가슴이 벅차올라 아빠의 칭찬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아직은...

 

나는 643킬로미터를 걸으면서 아빠를 발견했다. 나체즈 길은 아빠에게 향하는 문이었다. 야망은 늘 자신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게 만든다. 꿈을 꾸는 사람은 자유롭게 열정을 발산할 수있기에 더 많은 결실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 아빠의 이미지가 바뀌었다. 비로소 내가 투명한 렌즈를 통해 아빠를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나 자신의 렌즈로....     

나는 도보 여행이 신문에 대서특필되며 마무리되기를 원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내 마음은 5주 동안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 아무도 지울 수 없는 추억으로 밝게 빛났다. 한 시간 한 시간이 지나 하루가 되고 하루하루가 지나

일주일이 되는 과정의 모든 순간에 기쁨에 대한 교훈이 담겨 있었다. 뒤늦은 후회는 아무 소용없다.

못해서 한이 될 일을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렇게 되면 삶에 구멍이 사라지고 빛을 발한다.

속에 담아둔 소원을 끄집어내 이루며 후회 없이 사는 게 진정한 삶이다.

나는 형편없이 낮은 봉급을 받고 세상의 인정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기 시간과 돈을 들여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려고,

내가 끝까지 걸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려고 노력했다는 깨달음에 솟구치는 눈물을 참으려고 눈을 깜박거렸다.

나는 종착점에서 내 도보 여행의 최고 선물을 경험했다. 신디를 끌어안으면서 내 여정이 다른 사람을 모험하도록 자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신디는 굳이 5주가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뭔가를

하는 데는 24시간이면 충분했다.

머릿속은 여행을 통해 엄마와 아빠와 나에 대해 알게된 새로운 사실로 활기차게 북적거렸다. 

 

 

 

 

 

 

 

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 책은 저자가 사람들에게 추억을 만들라고 권하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소중한 사람을 붙들라고 "그걸 못 한 게 한이 돼요." 라는 말을 "같이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라는 말로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라고했다. 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 책은 34일간 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여정의 기록이다.

또 사랑하는 아빠와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아가며 서로를 이해하게 된 한 부녀의 회복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아빠와 추억을 만드는 것이다. 저자 처럼 굳이 5주나 투자할 필요는 없다. 714킬로미터나 되는 길을 발이 퉁퉁 부르트도록

걸을 필요도 없다. 그저 한 시간이나 오후 한 나절, 하루마 며칠이면 충분하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보라.

힘들긴 해도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관찰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여행이 끝날 때쯤에는 더 나아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세상에는 함께 떠나야 더 즐거운 여행도 있는 법이니까.

 

이 책은 45세 딸이 80세 아빠와 걸으며 보고 듣고 느낀 순간의 기록들이다. 사랑하지만 표현에 서툰 가족들을 위한 최고의

치유서이다. 가슴찡한 감동의 책이였다. 안드라는 미국인의 기억에서 지워진 고속도로를 오랜 시간 힘들게 걸으며 극심한 절망과

고통에 사로 잡힌다. 그러나 아름다운 자연, 친절한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우여곡절끝에 아빠와의 해묵은 갈등을 해소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 세상 모든 부모와 자식이 따뜻한 회복을 경험하도록 돕는 책이였다.

 

당신은 아빠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본 적 있나요..? 라는 질문에 난 아무리 생각을 해도 아빠와 단둘이 여행을 떠난적이

여태 살아오면서 한 번도 없었다. 아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그럴거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딸들은 엄마와 친하고

아빠와는 좀 거리감이 있는거 같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아버지의 존재는 위엄있고, 항상 무서운 존재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다.

그래서 감히 아빠와 단둘이 여행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질 못했다. 지금은 아빠와 단둘이 여행을 하고 싶어도 하지를 못한다.

지금은 이곳에 계시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지금까지 살아계셨어도 아빠와 단둘이 여행은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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