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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오른손 - 성립의 드로잉 에세이
성립 지음 / 쿵 / 2017년 9월
평점 :
생각하는 오른손 - 성립의 드로잉 에세이..

생각하는 오른손 - 성립의 드로잉 에세이책은 이상과 현실, 그림과 예술에 대한 고민과 과정을
담아낸 에세이책이다.
생각하는 오른손 목차는 ....
1부 - 드로잉 노트.
2부 - 이제 그림을 그리기를 시작하자.
3부 - 마음을 그리다.. 총 3부로 소개되어 있다.

생각하는 오른손 1부에서는 드로잉 노트에는 저자가 처음 시작한 드로잉에 대한 이야기로 멋진 그림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처음 드로잉을 시작했을때, 인물을 그릴 줄 몰라 캐릭터처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를 그리면서 얼굴을 그리는 법을 익혔다. 완성하고 나면 얼굴 위에 잔선들이 남았고,
그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었다 한다.
시간이 흐르고 그림이 쌓여갈수록 선에 더욱 집중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선으로만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생각하며 다양한 시도를 했던 시기였던 거 같다.
첫해에는 100 장을 그렸다.
다음 해에는 1,000 장을 그렸고,
그다음 해에는 10,000 장을 그렸다.
남은 건 그림체와 쌓인 종이들, 애니메이션 몇 개....

저자가 그린 그림이다. 선으로만 그려진 드로잉..
그림을 그리는 삶은 언제까지 지속 가능한 걸까..?
저자는 졸업 직전 운 좋게 그림으로 작은 카페에서 저시할 기회를 얻었고,
그를 계기로 그림 그리는 삶을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는 사회의 일부로 태어나 사회의 일부임을 거부하며 일부가 되길 바라며 산다.
어쩌면 스스로가 되지 못하고 사회가 되기 위한 숱한 연습을 하고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점과 점으로 이루어진 선은 곧 길어져 형체를 이룬다. 나의 선은 어쩌다 형체를 갖게 되었을까.
선들은 어디로부터 나왔나. 한동안 그런 고민을 머릿속에 채우고 살았다.
그림이 쌓이는 동안 면과 그 안을 채웠던 그늘들은 점점 선으로 변해갔고, 어떤 때는 선에 권태를 느끼다가도
다시 선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그러는 동안 확신 없는 선 또한 드물지 않았다.
몇 년 전에 선생님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
"왜 그렇게 필연적이지 않은 선들이 많니, 담백한 그림에는 불필요한 터치나 붓질이 없는거야.."
어쩌면 그 말이 지금의 작업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을 거다. 내 그림에 불필요한 흔적들을 차츰
지워가면서. " 조금 더 담백한 그림을 그려야지. 조금 더 담백한 내 이야기들을 담아야지."
나중에 또 그런 딜레마에 빠졌다. 나의 그림체로 그린 그림들, 그리고 그중 습작과 작업은 어떻게 구분할까.?

어느 날의 대화..
선생님과 저자와의 대화하는 모습을 선으로 그렸는데, 저자와 여선생님과의 대화 같다.
그림을 딱 보는 순간에 여자라는 느낌과 여자로 보인다.
선으로만 그렸는데 어떻게 성별까지 알아 볼 수 있다니 멋찌다.
여기저기 들쭉날쭉한 그림이지만 나름 멋지게 잘 그린 거 같다..

내가 바라보는 그 사소한 일상들...
그리고싶다는 생각은 사실 별것 아닌 마음에서 시작된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을 관찰하는 일,
사소한 것을 주의 깊게 보는 일, 마주보고 앉아 자연스럽게 눈을 마주치고는, 눈의 깊이 가늠하고
눈꺼풀 밑에 진 그림자를 읽는다.
눈동자에는 햇빛이 하얓게 반짝거리고 속눈섭은 풍성하여 눈밑에는 그늘이 져 있다.
콧망울은 동그랗고 추위 탓에 조금 붉은 빛이 감돌고 있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은 사소한 애정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런 모습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옮기는 일...
그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면 그림 그릴 준비가 끝난 것이다. 이제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된다.
그리자... 라고 하는 순간 무엇을 그려야 할지 모르게 된다.
"그리고 싶다." 라는 마음 때문에 펜을 들었음에도 "무엇을 그려야 할까.?" 생각할 때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 바로 사람, 얼굴이다.
우리가 하루 중 가장 많이 접하는 얼굴은 어떤 얼굴일까..? 나의 모습이지 아닐까..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보는 연습은 그림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 중 하나였다.

우리의 하루가 그림이 될 때...
아침에 편의점을 들러서 인상적인 요소부터 그리기 시작하면 된다.
그렇게 또 다른 물체를 차곡차곡 그려 나가고, 작은 디테일을 조금씩 덧붙인다.
그리고 채우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덧대어도 좋고, 그렇게 그리기 시작하면 우리가 보낸 하루 중
인상에 남은 한 신이 된다.
생각하는 오른손 책에는 드로잉에 필요한 재료도 자세하게 소개해 놓았고, 드로잉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 그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따라서 그려도 좋을것이다.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 끼리 모여서 드로잉한 그림도 생각하는 오른손책에 소개 되어 있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선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그을 수 있는 선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긋는 선은 어디서부터 나온 선들일까.
우리는 서툰 그림을 무수히 거쳐 결국에 선을 그림의 형태로 옮기며, 담고 싶은 이야기들을 하나둘씩
서서히 작품으로 만들어간다.
선을 떠나, 순수하게 담고 싶은 이야기를 생각하는 그 과정 중에 우울해지는 과거가 떠오르기도 했고,
누군가의 얼굴을 기억하기도 했다. 감정을 담고자 한 적이 많았기 때문에 저자의 그림을 보고 마음으로
공감하거나 동요했다면, 누군가의 말을 빌려 "어딘가에 아픔이 자리 잡고 있는 사람" 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작업을 지속할 힘은 당신의 그런 공감과 마음속 동요에 있다.
그들에게 저자의 그림이 마치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는 일과 같았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오른손 책에서는 저자의 작업과 그 방식을 어떻게 익히는지를 전하기 보다는 굵직한 선 같은 용기를
전하고자 했다. 저자의 작은 시도와 과정들을 당신의 시작에 보탬으로써 그림을 그리는 일뿐 아니라,
어떠한 형태로 무엇을 하든 그 안에서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저자는 말한다.
생각하는 오른손은 나만의 시선을 어떻게 선을 통해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 생각을 그림으로 잘 담아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갈구하려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들을 드로잉 클래스라는 형식을 빌어 이야기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저자는 미약한 꿈으로부터 점점 더 큰 꿈을 꾸어가는 게 행복한 삶이라고 믿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