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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 - 그림의 길을 따라가는 마음의 길
장요세파 지음, 김호석 그림 / 파람북 / 2022년 11월
평점 :
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 / 장요세파 지음 / 출판 파람북

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 이 책은 장요세파 수녀, 김호석 화백 수묵화의 은유, 여백, 정신 성을 탐사하는 세 번째 작품 묵상집을 출간했다.
그림을 통해 보는 우리 내면의 풍경과 세상을 둘러싼 이야기 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 이 책의 저자 장요세파는 현재 창원 수정의 성모 트라 피스트 봉쇄 수녀원에서 수도 중이다. 엄격한 수도 회의 규율에 따라서 새벽 3시 30분에 기상해 밤 8시 불이 꺼질 때까지 기도와 독서, 노동으로 수도하고 있다.

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 이 책에서 많은 것을 내려놓은 검은 빛 중에서 김호석 화백 모친의 현재 모습을 묘사한 그림이다.
모친의 눈이 거의 안 보이게 되어 잠자는 시간 외에 하루 대부분을 눈을 감고 지낸다. 그런 상황을 저렇게 검은 빛의 얼굴로 묘사했다.
많은 것을 내려놓고 거의 무에 가까운 노년, 아가와 같되 판단에서는 젊은이보다 더 뚜렷한 모습.
없는 것이 가장 큰 것이라는 역설을 김호석 화백은 말하고 싶은가 보다. 사실 없어야 제대로 볼 수 있고, 지니지 않아야 더 큰 것을 알아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말이다.
내려 놓음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내려놓아야 참됨을, 진리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없다면 내려놓음 그 자체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여인으로서 마지막 남은 고귀함을 잃지 않으려는 자세는 확고하다. 노년 이라 해도 몸 매무새를 함부로 흩 트리지 않는 존재에 대한 무게가 느껴진다.
삶의 한 컷에서 나오는 사소함, 그 사소함이 담을 수 있는 깊이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 이 책에서 김호석 화백은 깊은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상에 대한 은유와 해학이 짚은 화풍으로 주목을 받았다.
김호석 화백은 세상의 기준으로 그다지 매혹적이지 않은 대상을 그려낸다.
스러져 가는 것, 아주 사소한 것,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을 것에 깊은 생명력을 부여한다. 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그림의 의도를 마치 이심 점심의 마음으로 잡아내고, 더 깊게 들어가 의미를 생성해낸다.
원망 가득한 개의 눈빛 속에서 개 만도 못한 세월 호를 둘러싼 못난 인간의 자화상을 표현한다. 메주와 팥죽의 그림에서 소중한 것임에도 점차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우리 삶의 깊은 흔적을 되짚어본다.
또 생이 저물어가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깊은 생명의 근원과 "자기 비움" 으로 새로운 생명을 이어준 숭고함을 들여다본다.
코로나 시대의 초상을 통해 우리 인간이 생태계에 저지른 만행을 성찰 해 간다. 망하는 것이 지구가 아니라 인간임에도 "도마뱀의 뇌" 처럼 어리석어지는 인간의 나약함과 무책임을 꾸짖는다.

음식이야 당연히 사람 몸을 살리는 것이지만, 몸만 살리는 것이 아님을 이 그림 한 편이 느끼게 해준다. 팥죽 한 그릇, 선조 대대로 소중히 여겨온 그 마음이 우리 DNA 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음이 강한 겨울이 지고 양의 기운이 새롭게 시작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 동지 팥죽은 예전 어른들에게는 새해를 여는 음식이다.
새해에 집을 지키는 영 에게 예를 드리는 음식이자, 새해에 자신의 결심을 새롭게 다지는 음식이기도 했다. 정성이 들어간 음식 한 그릇은 요즘 유행하는 힐링을 제대로 느끼게 한다.

저 그림의 제목은 "이치", 마름 쇠라 불리는 예전 무기의 일종이라고 한다. 누구 에게 나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이라고 한다.
자신 안에 자신을 거스르는 요소, 혹은 한계에 부딪쳐 그 자신이라는 한계를 넘어서야 할 경우, 밖으로부터 도전일지라도 결국 자신과 싸움으로 귀착할 수밖에 없음을 진정 싸워본 사람은 안다.
그런데 자기 자신 적일 때라도 적극적 공격보다는 방어가 더 현명하고 피 흘림의 소모가 적다.
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 이 책은 김호석 화백이 수묵화를 그리면, 이 그림을 보고 장요세파 저자가 어떤 내용의 그림 인지를 글로 작성한 그림 에세이 도서이다. 그림을 보면서 은유법을 사용해 현재의 날들을 질타하는 글도 쓰여 있고, 세월 호에 대한 이야기,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고, 세상에 대한 풍자와 깨우침도 느끼게 하고, 인간과 사회상에 대해 적나라하게 표현한 내용도 있다. 김호석 화백의 그림에 장요세파의 글이 어쩜 그리 가슴속에 쏙쏙 들어오고 맞는 이야기로만 구성되어 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 이 책을 읽어보면 느끼는 점도 많고, 깨닫게 하는 점도 있고, 본받을 점도 있고, 저자 장요세파가 전하는 메시지가 가슴에 와 닿고 감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