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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난이 온다 - 뒤에 남겨진 / 우리들을 위한 / 철학 수업
김만권 지음 / 혜다 / 2021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회학 #새로운 가난이 온다 / 김만권 지음 / 혜다
제2 기계 시대가 만들어 낸 "새로운 경계 짓기"의 가장 창조적인 산물이 바로 지구적 시장이었다. 기존에 국가들이 단단하게
쳐 놨던 국경의 장벽을 허물고, 전 지구적 차원에서 작동할 수 있는 규칙들을 가진 단일한 시장 체계가 만들어졌다는 것.
해마다 기업이 구조 조정을 통해 감축하고 있는 인원이 늘어나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업은 이렇게 노동자를 해고해서 얻은 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한다. 이렇게 구조 조정이란 명목으로 이뤄지는
인원 감축은 결국 노동자들에겐 실업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탈산업사회는 "불완전 고용 사회" 다.
문제는 실업의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잉여" 다시 말해 "쓸모없는 자" 로 전략할 가능성이 높다진다는 것이다.
쇼핑할 때 가난한 이들이 쇼핑센터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다면 어떨까요? 물건을 살 돈으로 저 가난한 자들을 도와줘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부담을 느끼며 소비 욕구가 사라지겠죠.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들을 보이는 곳에서 제거하는 거예요. 우리의 시야에서 이들을 사라지게 하는 데 가장 효율적이며 정당한 방법이 바로 ‘노동 윤리’예요.
제2 기계 시대, 소비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가 노동을 존중하지 않으면서도 노동 윤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바우만은 말하고 있는 거죠.
이런 발상 아래 제2 기계 시대에 상응하는 권리로, 인간과 기계가 파트너십을 맺을 권리, 디지털 세계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권리가 시민권으로 확립되어야 한다는 제안을 했어요. 이 디지털 시민권은 새로운 세계가 어떻게 지어졌는지를 이해하고,
그 세계에 접근할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점에서 21세기의 ‘권리들을 가질 권리’가 되리라 확신해요.
거기에 더하여 제2 기계 시대가 만드는 불평등을 교정하고, 시대에 상응하는 분배 재원이 될 로봇세와 구글세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어요. 우리가 일자리를 양보한 대가로 받은 로봇세는 ‘모두를 위한 소비력’을 제공하는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우리가 집단적으로 정보를 만들고 창조하는 부불노동의 대가로 받는 구글세는 ‘모두를 위한 상속’을 위해 기초자본의 재원으로 쓰자는 제안도 했어요.
기계와 긍정적 파트너십을 맺고,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는 것을 막으며, 평범한 다수가 보호 속에 살아갈 수 있는 세상.
새로운 가난이 온다 책 속에서 저자는 이런 세상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준다면, 인간은 그 어떠한 위기 속에서도 존엄을 지켜 낼 수 있을 거라고, 마치 세상에 종말이 온 것 같지만 모든 종말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시작을 품고 있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