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편의 이야기, 일곱 번의 안부
한사람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편소설 #일곱 편의 이야기, 일곱 번의 안부 / 한사람 지음 / 지식과감성

 

 

 

 

#단편소설 #일곱편의이야기일곱번의안부 책은 첫 집필 시작 이후 16년 만에 펴내는 한사람의 첫 소설집이자 작품집.

학상 수상작 두 편을 포함한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1.안락사회.  2.코쿤룸.  3.집구석 환경 조사서.  4.아름다운 나의 도시. 5 .기억의 제단. 6 .조용한 시장.  7.클리타임네스트라 

일곱 편의  색다른 느낌이 담겨있는 단편이 실려 있다.

 

 

#단편소설  #일곱 편의 이야기, 일곱 번의 안부 중에서 "안락사회"...

다섯 마리의 개가 곧 다가올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기한은 10일이었다. 그 안에 주인이 찾아오거나

누군가에게 입양이 되어야만 죽음을 모면할 수 있었다. "다함 유기견 보호소"는 10일간의 보호만을 허락한 셈이었다.

지난 10일간 이곳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쳐 왔다. 탈출은 실패했다. 철망에 갇혀 내내 생각했다.

왜 날 가둔 건지, 저들이 뭐길래. 내 삶인데, 저들이 뭐길래......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수의사가 내게로 걸어왔다.

수위사가 내 목덜미를 움켜잡고 주사 바늘을 찔러 넣었다. 감각이 둔해져 가고 있었다. 두 번째 주사액이 들어왔다.

사지가 떨어져 나가는 통증에 전신이 뒤틀렸다. 의식이 완전히 허물어져 내리기도 전에 직원이 내 목에서 번호표를 떼어 냈다,

먼 데서 수의사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156번, 안락사했음."

개를 주인공으로 인간 사회를 그린 "안락사회" 는 안락사가 안락사회로 확장되는 현실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단편소설  #일곱 편의 이야기, 일곱 번의 안부 중에서 "기억의 제단"....

 나무에 묶여 있던 검은 개가 뾰족한 송곳니를 번뜩이며 아버지의 허벅지를 찍어 물었지. 어찌나 세게 물고 늘어졌는지

턱 근육이 바들바들 떨릴 지경이었어. 아버지는 치켜든 칼로 개의 등허리를 휘갈렸어. 살이 찢긴 자리에서 피가 직선으로 솟구쳤지. 아버지께서 달아난 후로 지금까지 24년이 흘렸다. 열넷의 내가 쫓기듯 서른여덟이 되어 버린 시간이다.

아버지가 치료감호소에 있던 수년여 간은 혹여나 거길 탈출해 집으로 찾아올까 봐 쪽방을 구해 살았다. 출소해 엄마와 내 거처를 알아내 찾아온 아버지를 패해 도망 다니느라 일 년에 한 번씩 때로 이 년에 한 번꼴로 이사를 했다.

정갈했던 엄마는 오십 대 중반도 채 안 되어 기저귀를 찼다. 엄마는 현실의 끈을 놓아 버렸다. 엄마에게 과거도 이제 없을 거였다.

나는 몸 안의 피가 전부 엄마의 것이길 바랐다. 아버지의 것은 한 방울도 섞이지 않기를 바랐다.

 

"기억의 제단(祭壇)"은 붉은색 색채감으로 가득해 읽는 내내 핏빛 내음을 맡게 한다. 상인들의 호객 행위 소리도 흥정 소리도 들리지 않는 어느 조용한 집안이 사실은 치열한 자본의 시장일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두드러진 이야기 ..

 

 

#단편소설  #일곱 편의 이야기, 일곱 번의 안부 중에서 클리타임네스트라..

나는 요즘 아주 위험한 사랑을 하고 있다. 우리 집에 굴러 들어 온 늙다리 하숙생 아저씨다. 아저씨는 자신을 극작가라고 소해했다. 아저씨가 하는 짓은 영 시답잖아. 매일 두세 개씩의 비디오를 보고 만화책만 뒤적거리면서 낄낄대다가도, 무엇을 하느냐 물으면 한껏 심각한 표정으로 작품을 본다고 말한다. 엄마는 순수하고 감상적인 사람이다. 당사자는 세상물정 모른 채로 살면 그만이겠지만, 지켜보는 나는 그 아슬아슬함 때문에 희생을 강요받는 기분으로 엄마의 인생에 적극 개입하게 된다.

"클리타임네스트라" 는 오래된 비디오, 오디오, 하숙집 등의 소품들이 아련한 추억을 소환한다.

 

진지함, 담백함, 따뜻함, 유머, 위트, 통찰, 페이소스를 고루 갖춘 개성 강한 일곱 편의 이야기는 작가의 사고와 문체의 유연함 그리고 무한함의 가능성을 증명한다. 특히 군더더기 없는 문체가 압권이다. 첫 소설 집필 후 15년. 그간 문예지 등에 발표한 작품 및 미발표작을 처음 세상에 내놓는 데는 작가의 어떤 결심이 작동했을 것이다.

일곱 편의 이야기, 일곱 번의 안부는 이  소설 전체를 꿰뚫는 가장 적절한 문장이다. 우리가 비교적 안녕한 줄 알았으나 그렇지 못하고 있었음을 자각하게 하고, 우리가 꽤나 안녕하지 못한 줄 알았으나 그런대로 안녕함을 알게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걸 인식하게 되기까지 독자는 여러 번 통증을 느껴야 하고 아파야 하며 한편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이웃’임을 새삼 상기하게 된다. 혼자가 아님을 알고 안도하게 된다. 작가가 묻는 ‘안부’는 그런 것이다.

당신, 안녕하신지요.” 그 작은 인사를 건네기 위해 이 소설들이 탄생된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작가는, “당신이 안녕하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바람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건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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