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년의 삶이 재밌습니다 - 평균 나이 55세, 첫 무대에 오른 늦깎이 배우들의 이야기
안은영 외 지음 / SISO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세이  #우리는 중년의 삶이 재밌습니다 / 김영희. 마기원. 안은영. 윤현정. 정호정. 최상옥. 최정주 지음 / SISO

 

 

 

 

#에세이 #우리는 중년의 삶이 재밌습니다 책은 평균 나이 55세, 첫 무대에 오른  늦깎이 7인 배우들의 이야기다.

사이다처럼 톡톡 튀는 그녀들의 연극 데뷔 노트. 세상은 인생을 차분히 정리할 때라고 했다.

하지만 우린 아직 제대로 판을 벌여보지도 못했다. 정리보단 펼침을 하고 싶은 우리는 오늘도 꿈을 구는 참별난극단 B2S.

 

 

 

 

대체 난 누구지?  왜 이런 꼴로 살고 있지?  이러려고 그렇게 달렸던 거야?

나만 그런 건 아니길 내심 기대해본다. 중년의 어디쯤을 걷다 보면, 문득 깊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죽어라 달렸는데 손안에 남아있는 게 하나도 없다. 무방비 상태로 노년이 들이닥쳐서 무섭다.

나는 여섯 명의 늦깎이 배우들을 무대가 아닌 독자 앞으로 불러내고자 한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꿈속의 나와는 다르게 그들은 막힘없이 응답하리라.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지는 전혀 예측이 안 된다.

그래서 설렌다.

 

 

연극을 하면서 알게 된 즐거움이 있다. 바로 캐릭터의 의상과 소품을 결정하는 즐거움이다.

세 명의 의상은 어찌어찌 해결되었지만, 나는 의상 스태프로 일하면서 더 이상 의상과 소품을 정하는 일이 재밌거나 설레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연습 막바지에 배우들 소품 준비 상황을 확인하는 시간에는 뜬금없이 이런 말까지 들었다.

"아니, 송 할아버지 의상이요. 좀 예쁘게 입히면 안 돼요? 저게 뭐야?" 순간 내 머리에선지 가슴에선지 모르겠는데 띵 했다.

"그냥 확 때려치울까?" 그간 힘들었는지 서리움이 벌떼같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배역 하나하나에 애정을 싹 쓸어 넣었기에 그리 부끄럽지는 않다. 함께한 배우들, 연출가에게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공연 며칠 전부터 매일 영양 주사를 맞으면서 이번이 마직막이라는 각오로 버텨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까?

매일 휘몰아치던 연습도 없고 올라가야 할 무대도 없다고 생각하니 씻는 일도 먹는 일도 귀찮아졌다. 하루하루가 무기력했다.

마지막 공연 직후 몸도 마음도 소금에 푹 절인 것처럼 늘어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기 싫었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속없이 전부 내어주며 연극에만 집중했던 1년이 부질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엄마는 연극 못 해서 기운이 없는 거야. 울 엄마는 연극 한다고 할 때가 제일 신나."

큰아들이 한마디 툭 던진다. "엄마는 잘 늙어서 좋겠다." "나이 들어서 좋아하는 거 찾고 즐기고 연기하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박수도 받고 좋잖아."

우울증으로 공황장애로 회사 일로 십여 년간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연극을 만나서는 나 좋다고 사지를 펄럭이며 정신없이 쫓아다녔다.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식탁에서 두 아들이 엄마를 배우 정호정으로 인정해 주는 순간은, 지나간 연극 무대에도 앞으로 다가올 연극판에서도 다시없을 선물이다. 이 순간을 잊지 않을 것이다. 연습이 힘들 때, 연극을 하다 인간관계로 괴로울 때, 가족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 때, 조연출로 한계를 느낄 때, 아니 연극을 하는 모든 순간에...

 

우리는 중년의 삶이 재밌습니다 책은 첫 번째 이야기는 7인의 자기소개다. 두 번째 이야기는 그들이 처음 연극판에 뛰어들 결심을 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쓴 글들이다. 세 번째 이야기는 처음으로 ‘강 여사의 선택’에서 배역을 받고 연기를 알아가던 순간을, 네 번째 이야기는 연극을 하다가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을, 다섯 번째 이야기는 연극 무대에 서서 관객과 호흡하던 황홀한 순간을 담았다. 마지막 장은 나이 들어가는 일에 대한 7인 7색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부록엔 본문에 미처 쓰지 못한 자유로운 수다를 풀었다.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중년을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을까.

쉰을 앞두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 중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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