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命의 소모 - 우울을 삼키는 글
이나연 지음 / 메이킹북스 / 2020년 6월
평점 :
에세이 - 명의 소모 - 우울을 삼키는 글 / 이나연 / 메이킹북스..

명의 소모는 이나연의 에세이집이다. 저자 이나연은 현재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으며,
글 모임에서 글을 적고 있다.
바쁜 생활 속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짧은 에세이를 적는다.

마음을 파는 상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마음은 품고 있으면 있을 수록 가시만 늘어 가요.
자라고 자라 내 자신을 해치려 들어요. 뚝뚝 흘리는 눈물을 담아 저 하늘에 띄우면 들을 수 있나요.
이 마음을 팔아, 내게 평안을 선물하고 싶어요.
내일, 눈을 뜰 수 없는 내가 되길 바라요. 적당한 때, 적당한 시에 사라질 내가 되길 기도해요.
마음을 잃으면 죽는 거라고 내게 가르쳤잖아요.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죽을게요.
안녕히, 안녕히 지내요...

붉은색의 꽃이 유리볍에 둥둥 떠 있었다. 나는 그걸 마냥 바라보면서 투명한 병에 자수를 놓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무미건조한 말로 툭 던졌을 뿐인데 너는 작게 웃기만 했다.
이어지는 고요에 익숙해질 때쯤 너는 곱게 다물었던 입술을 떼고 말했다.
꽃도 좋지만 그건 꽃을 닮은 사랑이라고...
"사랑으로 물마저 붉게 변했는데 그걸 마시면 사랑에 전염되지 않을까요?"
담담히 말을 하는 것이 참 너답다고 생각했다. 너를 닮아서 참 고운 색으로 물들었구나.
말을 하지 못하고 작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넌 언제나 다정했고 그만큼 예뻤다.

조금 느려도 괜찮아요. 힘이 들면 잠깐 앉아서 쉬어 가도 괜찮고요. 다들 그러잖아요.
내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세상도 멈춰 있고, 시간도 멈춰 있는 그런 거 아니잖아요.
버거우면 좀 내려놔도 돼요. 그냥 그대로 있어 주기만 하면 돼요.
어쩌면 당신에게도, 저에게도 제일 힘든 일이겠죠. 힘이 든다고 멈춰 있으면 당신이
떠날까 봐 겁이 나서 발 동동 구르며 아픈 다리로 뛰어갈 날 너무도 잘 알아요.
그래도, 그래도요, 당신은 그러지 말았으면 해서요. 불 꺼진 가로등 아래 멈춰 서 있어도 뛰어가겠다고요,
내가..

이나연 에세이 명의 소모 - 우울을 삼키는 글 이라고 했는데, 글이 슬프고, 어두운거 같다.
에세이라 부담없이 읽기는 좋은데, 우울을 삼키는 글이라고 해서 요즘 코로나로 힘든 세상
우울을 날려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읽어봤는데.... 그게 아니다...
에세이집인데 너무 어둡고, 슬프고, 밝은 면이 없는거 같아 아쉽다...
에세이이집은 가벼운 마음으로 밝고 맑게 부담없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