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주방은 전쟁 중이었다

집안 행사나 명절이면 흔히 보는 광경이기에 그녀는 이것이 익숙했다

제아무리 은인들이라고 잊고 싶은 과거인 것은 맞다

그러나 그녀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도 안다

본가를 벗어났지만 그건 독립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토록 저를 괴롭히던 목소리

이 집에 오면 어째선지 그때로 돌아간 것 같다

별채는 안채와 다른 아늑한 비밀의 숲과 같은 느낌을 풍겼다

혼자 빠졌으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그 때는 정말이지 억울하고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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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꼭 해줄 말이 있는데

나 낳아준 어머니, 결혼 3번 하셨어

그래서 몰라. 안정적이고 좋은 가정이라는 거

그녀가 원하고 꿈꿨던 가정

그녀는 그가 제 이야기를 꺼내놓는 이유가 바로 저의 바람 떄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네가 알려 줘. 그럼 배울게

나 배우는 거 잘해

확고했던 제 신념을 버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그녀는 알았다

그녀는 신념을 버리는 대신 그를 버렸고, 후회했었다

싫어한 거 맞는데, 아직도 그게 꼭 필요한 제도인가 생각은 드네

너랑 같이 있을 수 있는 방법이 그거면 나쁘지 않아

살면서 이렇게 벅찼던 순간이 또 있을까

지금의 그녀가 그랬다

말로 뱉으니까 기분 괜찮네

후련하다는 듯이 웃는 얼굴이 꽤 해맑았다

이제 와서? 라는 물음은 사치였다

몰라..해 본 적 없어

생각을 거치지 않은 말이, 아니 고백이었다

그의 입술이 다물어지고 눈매가 굳었다

네가 좋아하는 게 내가 좋아하는 거랑 같아?

다를 수 없어, 오히려 내가 더 불리하지

꺼내 보여주고 싶어

그래야 의심을 덜 할까.. 그러면 덜 불안해할까

그는 속속들이 그녀를 알고 싶었다

나 진짜 계속 불안할 것 같아서 그래

이러니까 운명 같네...

이 이야기도 나중에 자세히 물어봐야지 싶었다

다시금 뜨거운 숨결이 가까워졌다

너 어디까지 하게

격렬해지는 입맞춤을 피해 그녀가 간신히 말했다

설마 연애 사작이라고 손잡고 포옹하고 키스하고 단계 밟아가라고?

비딱한 목소리가 너무나 그다웠다

그늘진 조명조차 필요 없을 정도로 밝은 거실

그녀가 괜히 시트를 끌어왔다

기억 안 나면 내가 다시 알려줄까?

이래도 되나 싶었고 꿈인가 싶었지만 모르겠다

바로 얼마 전까지는 평범한 가정과 결혼이라는 울타리를 꿈꾸었다

어차피 안 될 말이었다

그런데 별안간 그의 입술이 멀어졌다

이러면 결국 똑같아질 텐데 그건 너무 내 손해야

투정 어린 그의 목소리에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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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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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입으세요

아무래도 기분이 안 살지?

늦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더 늦으면 곤란해요

기대가 커. 각오는 돼 있지?

저놈은 어째 뚱한고

내가 이거랑 결혼했어? 돈 주고 일 시키는 거야

첫 손주라며 그렇게 좋아했다더니 가만 보면 헛소리가 분명하다

세 살 버릇은 여든이 가도 여전했다

여기서 보니 더 반갑습니다

뭘 믿고 건드려, 미친놈인 줄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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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 기억을 떠올리는 데 급급했다

둘 뿐이던 우리의 마지막이 어땠는지 아주 쉽게 떠올렸다

말 속에 뼈가 있었다

촬영 2시부터니까 조금 더 자도 돼

지금 이 상황에서 잠이 오겠어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갈아입힌 사람이 누군지는 불 보듯 뻔했다

그냥 눈 딱 감고 씻을까

참고로 너 술 냄새 나

이런 말까지 들었으면 안 씻을 수 없다

이왕 씻기로 한 거 미적지근할 이유는 없다

이걸 어떻게 수습하지

이 정도면 술 덜 깼냐고 한 소리 들어도 할 말이 없었다

그가 먼저 소파에 앉자 그녀가 느리게 움직여 그의 옆에 앉았다

어제 기억도 전부 이랬으면...

꽤나 살가웠던 대화는 고작 몇 마디를 주고받고 끝났다

현실을 자각한 그녀가 다시 꿀물을 입으로 가져갔다

설마 어젯밤 잊었어?

나 제대로 책임지기로 했잖아

동시에 그녀의 잇새가 살짝 벌어졌다

기억한다고 말하면 어제 일을 설명해야 하고, 안 난다고 하면 자기를 책임지라는 간단한 뜻

그녀가 뜨거운 숨을 내쉬는 사이 그가 몸을 일으켰다

그래서.. 지금뿐인데 가겠다고?

사람을 이렇게 홀려놓고 덧붙여지는 그의 말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기어 안 나는 척하지마

내가 어제 뭐 실수했어?

전부 모르는 척하고 싶었다

지금 내가 누구를 탓하겠어

그의 품 안에 갇힌 것도 아닌데 그녀는 왜인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사실 나 그날 바로 안 갔어

이 남자들은 왜 자꾸 남이 하는 이야기를 엿들어서...

물어보고 싶은 것도 확인할 것도 너무 많은데

뭐부터 물어봐야 할 지 모르겠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어제 네가 한 말 모두 진심이야?

너는... 네 진심은 뭔데?

난 너 잡고 싶어. 붙들고 안 놓고 싶어

평생 처음으로 여자 때문에 망설여도 봤어

선택권이 넘어왔다

자기는 전부 걸었으니 네 선택만 남았다는 듯이

왜 잡고 싶은데, 나를?

한번 안아 보니까 알겠던데. 내가 너 좋아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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