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말을 하다 말아요

콤돈 괜히 넣어 놨나 싶어서... 그냥 임신할래?

나 지금 너 임신시키고 싶은 것 같은데

아니.. 좋아하는데 지금은 너무 이르잖아요

원나잇에 임신해서도 잘들 살아

그게 보통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제 나이를 생각해 보세요

나이 좀 빨리 먹어. 방금 애들 영어 유치원 어디 보낼지까지 다 정했으니까

너 임신한 거 상상하니까 하나 가지고는 도저히 안 되겠어

... 사람이 왜 이리 뻔뻔해요?

그리고 제가 아기 낳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건데요

아직 사귀자고도 안 했는데...

...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다

지금 네가 나한테 넘어오면 안 되는 상황이야?

팬티 쥐고 하는 고백은 받아 주면 안 될 것 같아서요

두 사람의 입술이 거칠게 맞부딪혔다

움직임에 배려가 없어서... 싫어요

어떻게 하면 나랑 연애 해 줄 건데?

나는 오늘부터 너랑 사귀어야겠으니까 빨리 말해

그럼 이제 나랑 연애하는 거다?

음.. 그냥 같이 살아도 좋을 것 같은데?

네가 왜 그 말을 듣고 싶어했는지 알겠어

오빠한테는 뭐라고 할까요?

약속대로 원나잇은 비밀로 한다 치고.. 사귀는 것까지 비밀로 해야겠어?

저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요

적어도 쫓겨나서 당신 집으로 바로 도망갈 수 있게 짐 정도는 싸 놔야 할 거 아니에요

그러면 올라가자마자 짐 싸

오늘은 유독 평소와 다른 날이었다

일찍 끝난 걸 보니 결과가 그리 좋지 못한 듯했다

요즘 동생의 상태가 이상했다

안 그래도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애가 연락까지 없으니 더 걱정이 되었다

보다시피 나 그쪽 동생이랑 사귀어

오빠는 이 손잡은 게 안 보여?

팀장님... 서른세 살 아니세요?

얘는 스물세 살인데요?

오빤 왜 자꾸 동생 남자친구한테 욕을 하고 그래

애를 울려 놓고 뭘 잘하셨다고 웃으십니까

양심이 없으니까 부하 직원의 여동생인 걸로도 모자라 아직 대학 졸업도 안 한 열 살 연하인 애나 꼬시고 다니겠지

원래 이렇게 나잇값을 못 하는 분이셨습니까...

내가 잘할 테니까 얘는 봐줘

애인이 오빠한테 식탁 위에 둔 치킨 먹어도 되냐고 묻네

그걸 왜 팀장님한테 전해 달랍니까?

친오빠가 무섭나 보지

너 혼자 다 처먹으라고 전해 주세요

조막만 한 애 뭐가 혼낼 게 있다고 노려봐

제 동생이지만 그 고집은 아무도 못 꺾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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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랑 무슨 사이에요?

내가 누군지 그게 궁금해?

아저씨가 저러면 안 궁금하겠어요

네가 봤을 때, 나는 뭐 하는 인간 같았어?

본인이 뱉은 말이 생경해 흠칫했다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말하고 말았다

의문 해소가 되기는커녕 더 복잡해졌다

이제 더 올 사람도 없을 텐데. 부조금 확인해야 하지 않나

내심 그것만이 아니길 바랐던 그녀의 염원이 사정없이 짓이겨졌다

담담한 그 시간이 그녀의 속을 울렁이게 했다

너.. 독해. 너 네 할머니랑 판박이야

그녀의 말이 탐탁지 않은 듯 보였다

금액을 확인한 그녀의 심장이 서늘해졌다

이 돈을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워낙 거액이라 분실 우려로 맡기고 갈 수 없었다

솔직히 거액의 부조금을 보고 구미가 당겼었다

대학 생활을 만끽하며 글을 쓰고 싶었다

안 좋은 일들은 쉼 없이 휘몰아쳐 온다는 말이 있다

하루 만에 모두에게 해고를 당했다

실낱같은 희망조차 모조리 끊어졌다

근근히 일급으로 하루를 버텼는데

푸르게 멍든 입술을 사리 물었다

너덜해진 심장이 연거푸 욱신거렸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필연적인 불편한 만남이었다

우선 그와 대화를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 돈 원래부터 아저씨 돈이었으니까 갖고 가세요

내가 한번 줬다가 뺏는 양아치는 아니라서

남자의 담담하고 고요한 눈매에서는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아저씨가 뭔데 내 인생에 관여하려 들어요

네가 나를 알면 내 명줄이 짧아져

나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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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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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기 직원이라고 보기 좀 그래서요

다시 계약하고 싶으세요?

저도... 정직원으로 시험 봐서 들어가야죠

우리 본사가 그렇게 학벌을 보지 않아요

그녀가 알기로도 본사에 들어가려면 어마어마한 스펙이 필요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자기 자신에 대한 방어

자기만 당당하면 되죠. 그러다 넘어질까 걱정되는데요

아직은 이런 말까지 할 사이는 아니라는 거지

조금씩 천천히 도망가지 않게

내 말 듣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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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마음에 안 들어?

부드럽게 물어도 돌아오는 말투는 까칠하기 그지없었다

결국 제정신이 아닌 건 이쪽이었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원래 이런 단계를 거쳐?

정리할 필요가 없으시다?

꿈에도 몰랐다

아침까지 그와 함께 할 줄을...

이대로 아무 일도 없었던 척 넘어가면 될 것을

그러니 네가 놀라는 건 반칙이었다

생각했던 반응이 아니야

어차피 술김이었어, 진지할 필요 있어?

지금 생각 중이야

그녀가 무심한 시선을 들었다

그녀에게는 정해 놨고, 어긋나서는 안 될 정답 같은 게 존재했다

결론은 없었던 일로 하자?

별로 안 친한 대학 동기, 그저 일만 하는 회사 동료?

나는 하고 싶어서 했다 치는데, 너는 왜였을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잖아

새삼 궁금해지기는 하네

더 이상의 대화는 불필요했다

알고 있다면 또 반칙이고 몰랐다면 그것 또한 반칙이었다

너무나도 쉽게 선을 자꾸만 넘나드는 그.

모순과 반칙이 덧대어진 덩어리였다

이대로 끝이구나 싶어 안도했다

깔끔하게 정리했고, 더 물고 늘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혹시.. 끝이 아니었을까

고작 하룻밤. 일회성이고 몸뿐이었던 관계

하고 싶어서 한다는 그의 단순한 이유에 마음도 몸도 전부 무너졌다

어떻게 이렇게 쉬울까

마음은 다른 남자에[게 있는 여자와 그는 잤다

어차피 고백할 생각도 없었다

좋아한다고 티를 낸 적도 없었다

멀리서 지켜본 그의 연애는 뭐랄까... 가벼운 놀이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세상에 아쉬울 게 없는 남자

그런데 나는 그 밤이 그렇게도 치욕스러울까

수많은 여자 중 하나가 된 느낌...그저 스쳐 지나갈 여지밖에 되지 못하는 느낌

이럴 거면 고백을 할 걸 그랬다

피곤하면 말해

멀쩡한 구석이 하나도 없네

커피는 끊지 그래

그가 다정해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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