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랑 무슨 사이에요?

내가 누군지 그게 궁금해?

아저씨가 저러면 안 궁금하겠어요

네가 봤을 때, 나는 뭐 하는 인간 같았어?

본인이 뱉은 말이 생경해 흠칫했다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말하고 말았다

의문 해소가 되기는커녕 더 복잡해졌다

이제 더 올 사람도 없을 텐데. 부조금 확인해야 하지 않나

내심 그것만이 아니길 바랐던 그녀의 염원이 사정없이 짓이겨졌다

담담한 그 시간이 그녀의 속을 울렁이게 했다

너.. 독해. 너 네 할머니랑 판박이야

그녀의 말이 탐탁지 않은 듯 보였다

금액을 확인한 그녀의 심장이 서늘해졌다

이 돈을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워낙 거액이라 분실 우려로 맡기고 갈 수 없었다

솔직히 거액의 부조금을 보고 구미가 당겼었다

대학 생활을 만끽하며 글을 쓰고 싶었다

안 좋은 일들은 쉼 없이 휘몰아쳐 온다는 말이 있다

하루 만에 모두에게 해고를 당했다

실낱같은 희망조차 모조리 끊어졌다

근근히 일급으로 하루를 버텼는데

푸르게 멍든 입술을 사리 물었다

너덜해진 심장이 연거푸 욱신거렸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필연적인 불편한 만남이었다

우선 그와 대화를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 돈 원래부터 아저씨 돈이었으니까 갖고 가세요

내가 한번 줬다가 뺏는 양아치는 아니라서

남자의 담담하고 고요한 눈매에서는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아저씨가 뭔데 내 인생에 관여하려 들어요

네가 나를 알면 내 명줄이 짧아져

나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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