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은 어머니의 장례식에 지각했다.
그는 침대에서 고개를 번찌 쳐들있다. 발에 침대 시트가 이리저리 감겨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깨닫자 옆구리에서 땀이송송 솟았다. 해가 중천이었다. 가늘게 뜬 눈꺼풀 사이로 빛이 환했다. 온 세상이 분홍빛으로 타오르고 있다니. 다른 사람들은 모두 먼저 가 있을 것이다. 안 돼, 이러지 마. 오늘은 안 된다고. 그는 일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멕시코 사람은 이런 실수를 하는 법이 없는데……." 그가 중얼거렸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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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러닝셔츠 바람에 총을 들고 멍하게 앉아 있는 폴의 눈에 보이는 것은 발가벗은 채 트램펄린 위로 높이 뛰어오르는 샌디의 모습이다. 샌디는 점프를 하며 폴을 향해 웃는다. 뒷마당이 환해질 만큼 눈부신 웃음이다. 폴도 그녀를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지만 그의 가슴에 어느새 슬픔이 가득 차오른다. 그는 울음을 참느라 이를 악물고있어 얼굴이 우스꽝스럽게 일그러진다. 점프를 하는 샌디의 등뒤론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고 그 너머로 평화로운 다운타운의 아침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점프를 할 때마다 샌디의 풍성한 금발은 바람에 나부끼고 커다란 두 개의 젖가슴이 그 사이에서 출렁인다.
- P238

그녀는 전남편이 왜 그렇게 머나먼 땅에서 외롭게 떠돌며 살았는지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게 혹시 자기 때문이었다면 이제는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둘이 함께한 시간들이 비록 고통스럽고 힘들었더라도, 그래서 함께 늙어가는 기쁨을 가지진 못했더라도, 팔짱을 끼고 산동네를 향해 올라가던 그 순간, 우리는 서로 사랑하지 않았었냐고, 그렇다면 결국 상대로 인해 인생을 낭비한 것만은 아니잖냐고 말하고 싶었다. 그녀는 미국에 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떠 찻잔을 자주 들었다놓곤 했다.
- P350

그때 디제이 형의 입에서 흘러나온 취향 이란 단어가 어찌나 우아하고 향기롭게 느껴졌던지! 우리는 모두 비싼 중국음식점에서 차려낸, 듣도 보도 못한 청요리 앞에 교련복을 입고 나란히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취향을 갖는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것은 여러 보기 가운데 반드시 하나의 정답만을 골라야하는 사지선다의 세계와는 차원이 다른 세계였다. 그것은 틀릴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공평하고 무사(無私)한 세계였으며 믿기에 따라선 내가 찍은 게 다 정답이 될 수도 있는 너그럽고 당당한 세계였다. - P356

사실, 스무 살 나이엔 아무것도 절실한 게 없다. 그것은 젊음이라는 빛나는 재산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 욕망이 구체화된 나이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젊음은 그저 무지와 암흑의 카오스에 갇혀 있는 어설픈 가능태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 당시 내게 필요한 건 심심함을 달래줄 만화책과 담뱃값, 그리고 아무 데고 내키는 대로 쏘다닐 수 있는 자전거……… 그 외에 또 뭐가 있었을까? 훗날, 그때 누군가 좋은 책을 추천해주는 사람이 옆에 있었더라면 내 인생이 좀더 나아졌을까?
하지만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만난 수많은 스승들가운데 그런 스승은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이 가르쳐준 거라곤 그저 ‘대학 못 가면 사람 노릇 못 한다‘는 무시무시한 명제뿐이었다.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지만.
- P372

-잘가.
나는 돌아서서 기차를 향해 뛰어갔다.
승강대에 오르자마자 기차는 곧 출발하기 시작했다. 기차가 움직이는 순간, 울컥 목이 메었다. 나는 승강대에서 머리를 내밀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언제나 그렇게 서 있을 것처럼 나를 향해 말없이 서있었다. 우리의 초라한 방을 밝혀주었던 스탠드도 여전히 그녀의 트렁크 위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나는 그 스탠드가 언제까지고 그녀의 방을 따뜻하게 비춰주길 바랐다. 기차역이 멀어지며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가장 슬프고 아름다웠던, 하지만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내 인생의 어느 한 지점과 영원히 작별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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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는 전기나 가스를 이용하거나 의료 목적 등으로사용되는 물건을 가리킨다. 가전 기구, 광학 기구, 난방 기구, 실험 기구, 요리 기구, 운동 기구, 의료 기구, 전기 기구, 조명 기구, 주방 기구, 피임 기구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운동 기구‘나 ‘피임 기구‘는 기구의 특성에 딱 들어맞지 않으나 관습적으로 굳어져 쓰이는 말이다.
‘도구‘는 어떤 작업을 손쉽게 하려고 사용하는 물건을가리킨다. 가재도구, 낚시 도구, 살림 도구, 세면도구, 응원 도구, 청소 도구, 취사도구, 필기도구 등을 예로 들 수있다.
‘연장‘은 손으로 잡고 무엇을 자르거나 박거나 캐거나 뚫거나 파거나 할 때 사용하는 물건을 가리킨다. 

가)옛일을 기억하다/추억하다.
나)지금 내가 한 말 꼭 기억해 두세요..

기억은 과거나 현재의 일을 모두 보존하거나 되살릴수 있으나(㉮와 ㉯의 경우), 추억은 오직 과거의 일을 되살릴수만 있다, 기억이 입력과 출력이 다 가능한 데 반해, 추억은 이미 입력된 것의 출력만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기억이 단순히 과거의 어떤 사실을 떠올리는 것이라면, 추억은 과거의 사건을 감성적으로 반추하는 것이다.

다)그는 추억에 잠겨 한동안 말이 없었다.
라) 아름다운 기억/추억, 소중한 기억/추억, 전쟁의 참혹한 기억 

추억에 잠긴다는 것은 과거의 사건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일이고 그때의 감성에 촉촉이 젖는 일이다 - P103

오늘날 당신은 입말보다 글말에서 더 많이 쓰인다. 시구나 대중가요의 노랫말 속 당신은 주로 연인을 가리킨다.
연인끼리 편지글에서 상대를 가리켜 당신이라 정답게 이르기도 한다. 현대 국어에서 당신은 윗사람을 가리키지 못하지만 시에서는 가능하다. 입말에서는 물론이고 일반적인 글에서도 어머니를 당신이라고 부를 수 없지만 시에서는 높이는 뜻으로 쓸 수 있다. 기도문에서 경외의 대상인 절대자를 높이는 뜻으로 당신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경우에도 당신을 쓸 수 있다. 책에서 독자를 상대로 말하거나 광고에서 소비자를 상대로 말할 때("침대, 당신의 인생과 함께합니다"), 대중 캠페인에서("당신의 소중한 한표가 세상을 바꿉니다) 당신은 특정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가리킨다.
- P108

‘논쟁‘이란 어떤 문제에 대하여 논리를 무기로 하여 말이나 글로 싸우는 행위를 가리키고, ‘설전‘이란 어떤 문제에 대하여 자기주장이 옳다고 내세우며 말로 싸우는 행위를 가리킨다. 둘의 공통점은 말로 싸우는 것을 가리킨다는 점이고, 차이점은 글로도 싸울 수 있는 논쟁과 달리 설전은 말로만 싸울 수 있다는 점이다. 논쟁다운 논쟁은 말보다는글에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는데, 글로 논리를 더 정교하게 펼 수 있기 때문이다.
- P111

‘도덕‘은 개인에게 초점이 있다. 개인의 가치관이나 양심에 토대를 둔 규범이 도덕이다. 물건을 훔치지 말아야 한다거나 정직해야 한다거나 예절을 지켜야 한다거나 하는도덕관념이나 태도는 가정과 학교, 문화와 습속에서 싹트며 개인의 마음속에 내면화한다. 내면화한 도덕관념은 어떤 행동을 하거나 무엇을 판단할 때 즉각적 · 자동적으로 작동한다.
‘윤리‘는 사회나 집단에 초절이 있다. 사회적 · 집단적행위에 대한 규범이나 준칙이 윤리이다. ‘기업 윤리, 방송윤리, 윤리 강령‘ 등에서 보듯 윤리는 어떤 사회 영역이나 직업 등에서 요구되는 보편적 규범이라 할 수 있다. 윤리도 도덕처럼 내면화할 수는 있으나 내면화의 정도는 훨씬 약하고 느슨하다. 하지만 위반했을 때 받는 처벌은 ‘도덕‘보다 ‘윤리‘가 더 엄격하다.(물론 가장 엄격한 것은 ‘법‘이다.)도덕과 윤리는 때로 충돌한다. 도덕적 행위와 윤리적행위는 종종 서로 불화를 빚는다. 가령 군인은 전쟁터에서 도덕과 윤리 사이에서 갈등을 겪을 수 있다.  - P116

동감: 어떤 견해나 의견에 같은 생각을 가짐. 또는 그생각.
공감: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
••••••
 동감은 이다와 결합할 수 있지만 공감은 그럴 수 없다. 공감은 느끼다‘, ‘가다‘, ‘얻다‘, ‘불러일으키다‘ 와 호응할 수 있으나 동감은 그럴 수 없다. 기껏해야 두 단어는 ‘표하다‘, ‘표시하다‘ 등과 공통으로 결합할수 있을 뿐이다. 의미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가? 의미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동감의 의미가 단선적이라면, 공감의 의미는 복합적이다. 동감은 단순히 상대와 의견이 일치하는 것을 가리키고, 공감은 의견 일치에 그치지 않고 상대를 깊이 이해하고 상대와 같은 마음이 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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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갈수록 여자들의 화장은 짙어졌다. 닭들은 밤에도 자지 않고 홰에서 내려와 모이를 찾아다녔고 개들은 자주 사람을 물었다. 개울가 빨래터에 이끼가 끼고 계곡에서 가재가 사라지면서, 한없이 다정하고 유순하기만 했던 앞산은 어느새 마을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괴물로 변해버리고 만 것이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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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별은 사용할 수 없다. 이렇듯 ‘구별‘은 ‘차이를 둠‘에 초점이 있고, ‘구분‘은 ‘경계를 나눔‘에 초점이 있다.
- P89

마)쌍둥이라서 누가 형인지 동생인지 구별하기/구분하기 어렵다.
바)적록 색맹은 붉은색과 녹색을 구별하지/구분하지 못한다.
마)와 바)는 구별과 구분이 모두 가능함을 보여 준다.
‘둘 이상의 사물이 차이가 있음을 아는 것‘을 뜻할 때에는 구별과 구분을 모두 쓸 수 있다. ‘구별‘이 ‘차이를 둠‘에서
‘차이를 앎‘으로 뜻이 확장되는 것이 가능하듯, ‘구분‘의 뜻이 ‘경계를 나눔‘에서 ‘차이를 앎‘으로 확장되는 것 역시 불가능하지 않다.
- P89

‘나라‘는 "사람들이 모여 일정한 주권을 가지고 스스로 삶을 영위해 가는 일정한 범위의 땅" (『뉘앙스풀이를 겸한 우리말사전』, 임흥빈 편저, 1993)이라는 뜻풀이에서 보듯, 일정한 범위의 땅이라는 데 의미의 초점이 놓인다. 그에 비해 국가는 정치 공동체로서의 집단, 조직이라는 점에 의미의 초점이 놓인다. 곧 나라는 감각이나 감성으로 포착할 수 있는 구체적 대상을 뜻하는 어감이 강하고, 국가는 관념으로 접근할 수 있는 추상적 대상을 가리키는 어감이 강하다.  - P93

‘대중‘은 군중과 달리 눈에 보이는 존재가 아니다. 어떤 장소에 모여 있는 구체적 존재가 아니라, 사방에 흩어져 있는 불특정 다수로서 추상적 존재이다. 대중은 19세기이후에 출현한 산업 사회의 산물로,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발달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 사회의 구성원을 가리킨다. 도시화 현상으로 인해 익명화되고 원자화되어 서로 유대감을 가지기 어렵다. 인간 소외를 겪기 쉽고, 주체성 없이 남을 추종하는 타자 지향성을 띠기쉽다. 보통 선기 제도의 도입으로 정치 참여의 길이 열렸으나 정치적 무관심에 빠지는 경우가 많고 선동 정치에 휘둘리기도 한다. 과거에 비해 문화를 풍요롭게 향유하게 되었지만 저급하고 획일화된 문화를 좇는 경향이 있다. 대중은 군중과 다른 이유로 몰개성적 · 무비판적 존재가 되기 쉽다.
군중은 집회가 해산되는 순간 자기 정체성을 회복하지만,
대중은 대중문화 및 대중 사회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개성과 비판 의식을 견지하기가 쉽지 않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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