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혼인 안 했어? 그럴 나이가 됐잖아."
선자는 종종걸음을 쳐서 다시 한수에게서 멀어졌다. 한수는 따라오지 않았다.
선자가 대꾸하지 않는데도 한수는 매번 선자에게 말을 걸었다.
항상 질문을 딱 하나만 했고, 똑같은 질문도 없었다. 그러나 한수는 선자를 발견할 때마다 목소리가 들릴 만한 거리가 되면 무슨말이든 건넸고 선자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지나쳤다.
선자가 대꾸를 안 해도 한수는 흥미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선자가 농담이나 주고받으려고 했다면 한수는 선자가 평범하다고 여겼을 터였다. 한수는 선자의 자태가 마음에 들었다. 윤기가 흐르는 땋은 머리, 풀을 먹인 흰 저고리 아래 여며진 풍만한 가슴, 단정하게 맨 긴 옷고름, 빠르고 야무지게 딛는 걸음걸이. 선자의 앳된 손에는 노동의 흔적이 확연했다. 찻집 아가씨의 부드럽고 맵시를 부리는 손이나 지체 높은 집안 규수의 가늘고 하얀 손과 달랐다. 선자의 보기 좋은 몸은 다부지고 통통했다. 흰색 긴 소매에 감싸인 팔뚝은 푹신하고 포근해 보였다. 비밀스럽게 감춰진 선자의 몸이 한수를 동요시켰다. 선자의 살결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부잣집 딸도 가난한 집 딸도 아닌 이 여자아이의 태도에는 뚜렷이 다른 점이 있었다. 일종의 단호함이었다.  - P54

"어딜 가든 사람들은 썩었어. 형편없는 사람들이지. 아주 나쁜 사람들을 보고 싶어? 평범한 사람을 상상 이상으로 성공시켜놓으면 돼. 뭐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을 때 그 사람의 본모습이 드러나는 법이거든." - P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그로부터 10년 뒤에 ‘정자 경쟁 이론 sperm competition theory‘ 이라 알려진 일련의 개념들이 암컷의 행동 진화에 새로운 빛을 비추어 그 문제는 갑자기 밝혀졌다.
허디의 고민에 대한 해답은 자신의 연구 속에 있었다. 인도 라자스탄 지방의 아부에 사는 랑구르원숭이에 대한 연구에서 허디는 어른 수컷 원숭이가 새끼 원숭이를 일상적으로 살해하고 있다는 섬뜩한 사실을 발견했다. 수컷 원숭이는 암컷 원숭이 무리를 인도받을때, 언제나 무리에 있는 새끼 원숭이를 모두 죽여버린다. 몇 년 전에는 사자들에게서도 똑같은 현상이 발견되었다. 수사자 무리들은 암사자 떼를 얻게 되면 가장 먼저 새끼 사자들을 죽인다. 잇달은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사실 수컷에 의한 영아살해는 설치류, 육식동물, 그리고 영장류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근연종인 침팬지조차도 그러한 행동을 한다.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감상적인 자연사 프로그램에 길들여진 대부분의 자연주의자들은 자신들이 병리학적 이상을 목격하고 있다고 믿고 싶어했다. 그러나 허디와 그녀의 동료들은 그와 다르게 주장하였다. 그들은 영아살해가 ‘적응‘, 즉 진화된 책략이라고 주장하였다. 수컷은 의붓자식들을 죽임으로써 암컷의 모유 생산을 정지시켜 암컷이 한 번 더 임신할 수 있는 시기를 앞당긴다. 수컷랑구원숭이나 수사자들이 교미할 수 있는 기간은 매우 짧기 때문에, 영아살해는 수컷들이 그기간에 최대한 많은 자식의 아버지가 될 수 있는 방법이다. 
영장류에서 일어나는 영아살해의 중요성은 과학자들이 5종의 원숭이의 짝짓기 체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왜냐하면 영아살해는 암컷들이 왜 수컷이나 수컷 무리에게 충실해야 하는지에 대한(혹은 그 반대의 경우에도 이유를 설명해주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살해하려 드는 경쟁자 수컷으로부터 자기가 유전적으로 투자한 바를 서로 지키기 위해서이다. 대체로 말하자면 수컷 원숭이나 수컷유인원의 사회적인 행동 양상은 암컷의 분포에 따라 결정되지만, 암컷 원숭이나 암컷 유인원의 사회적인 행동 양상은 먹이의 분포에 따라서 결정된다. 따라서 암컷 오랑우탄은 부족한 식량을 더 잘 이용하기 위해 엄격한 세력권 안에서 홀로 살기를 좋아한다. 수컷들 역시 홀로 살지만 몇몇 암컷들의 세력권을 독점하려고 든다. 수컷의 세력권 안에서 살고 있는 암컷들은 다른 수컷들이 나타났을 때 남편이 자신을 도우러 달려오기를 기대한다. - P321

‘분열과 단합이 반복되는‘ 집단은 한마리의 수컷이 지배하기에는 너무 크고 유동적이다. 수컷 침팬지가정치적 계보의 정상에 오르는 방법은 다른 수컷들과 동맹을 맺는 것이며, 따라서 침팬지 무리에는 수컷들이 많다. 그래서 암컷은 여러마리의 위험한 의붓아비와 함께 살게 된다. 암컷의 해결책은 이제 모든 의붓아비가 진짜 아비가 될 수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여러수컷에게 성적인 호감을 더욱 널리 나누어 보여주는 것이다. 그 결과로, 수컷 침팬지가 어린 침팬지를 자신의 새끼가 아니라고 확신하게 되는 것은 단 한 가지 경우뿐이다. 바로 수컷 침팬지가 어린 침팬지의 어미를 이전에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을 때이다. 제인 구달이 발견한 것처럼, 침팬지 수컷은 새끼를 안고 있는 낯선 암컷을 공격하여 새끼를 죽인다. 수컷은 새끼가 없는 암컷은 공격하지 않는다.
허디의 문제는 해결되었다. 원숭이와 유인원에게서 나타나는 암컷의 난교는 영아살해를 막기 위해 여러 수컷들이 부권을 공유해야할 필요성으로 설명될 수 있다.  - P321

침팬지는 서너 마리의 수컷이 암컷 한 마리를 공유하는집단을 이루고 살기 때문에 자주 사정하고 많이 사정할 수 있는 능력에는 포상이 따른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는 수컷이 아버지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이 추측은 모든 원숭이와 설치류에 해당한다. 고릴라처럼 성교의 독점을 확신하면 할수록 수컷의 정소는 작아진다. 암컷이 여러 마리의 수컷과 난교를 이루는 무리에서살수록 수컷의 정소는 더 커진다.  - P332

그러나 한 마리의 수컷이 몇 주일 안에 50마리의 암컷에게 정액을 보내야 하는 뇌조처럼 레크를하는 새의 정소는 크기가 유난히 작다. 이러한 수수께끼는 암컷 뇌조가 잘해야 한 번 혹은 두 번 정도만, 그것도 보통 한 마리의 수컷과만 교미한다는 사실에 의해서 풀렸다. 그것이 레크를 하는 새들에게서 일어나는 암컷 선택의 전말이라는 것을 기억해두자. 따라서 우두머리 수탉이 여러 마리의 암탉과 교미해야 한다 하더라도, 수탉은 모든 암컷에게 많은 정자를 소비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 정자들에게는 경쟁자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컷의 정소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수컷 새가 얼마나 자주 교미하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수컷이 얼마나 많은 다른 수컷들과 경쟁하고 있느냐이다. - P336

빅헤드와 뮐러에게는 암컷 새가 성적으로 문란해짐으로써 이득을 얻는다는 생각이 남아 있었다. 결혼 생활 중에 불륜을 저지른 보바리 부인의 방법에 따르면, 성적 문란은 암컷들에게 유전자라는 과자를 손에 쥔 채 또 다른 것을 먹을 수 있도록 해주는 일거양득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암컷 제비는 새끼를 돌볼 남편이 필요하지만, 암컷이 번식 장소에 도착할 때쯤이면 최고의 수컷들은 이미 모두 입자가 정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따라서 암컷이 취할 수 있는최선의 방책은 평범한 수컷이나 훌륭한 둥지 자리를 가지고 있는 수컷과 짝을 이루고, 유전적으로 우수한 이웃의 수컷과 바람을 피우는것이다. 이 이론은 다음과 같은 사실로 뒷받침되고 있다. "암컷은 언제나 자신의 남편보다 더 지배적이거나, 더 나이가 많거나, 더 ‘매력적인(즉, 더 긴 꼬리깃털로 장식한)‘ 수컷을 정부로 고른다. 암컷들은 독신(즉, 다른 암컷들에게 거절당한 수컷)들과는 바람을 피우지않고 다른 암컷들의 남편과 바람을 피운다. 암컷들은 가끔 정부가될 가능성이 있는 수컷들 사이에 경쟁을 부추겨서 이기는 쪽을 선택한다. 묄러의 연구에 의하면 인위적으로 꼬리를 길게 만든 수컷 제비는 보통의 수컷 제비보다 교미 상대를 10일 먼저 얻게 되고, 둘째새끼를 얻을 확률도 8배나 높으며, 이웃의 아내를 유혹할 수 있는기회 역시 2배나 더 높다.
간단히 말하자면, 군집을 이루고 사는 새들에게서 간통이 매우 흔한 이유는 간통이 수컷 새에게는 더 많은 새끼를 가딜 수 있게 해주고, 암컷 새에게는 더 우수한 새끼를 가질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 P338

일부다처제는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흔하지 않지만 간통이 추구되어온 곳에서는 보편적이다. 따라서 일부일처제의 조류 무리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인간에게도 배우자를 감시하는 일이나 빈번한 성관계가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다. 리처드 랭업은 인간은 ‘부재 상태‘ 에서 보호자 감시를 행한다고 추측하였다. 남성들은 대리인을 통해 자기 아내들을 감시한다. 만약 남편이 사냥하느라고 하루 종일 숲 속에 나가 있었다면, 그는 자기 어머니나 이웃에게 아내가 종일 무엇을 했는지를 물어볼 수 있다. 랭엄이 연구한 아프리카 피그미족 사이에서는 간통에 관한 소문이 끊임없이 돈다. 따라서 남편은 아내의 행실을 알기 위해서는 소문에 의존한다.
랭엄은 이것이 언어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그래서 그는 우리가 다른 유인원과 공유하지 않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3가지 특징인 성에 따른 노동의 분화, 아이를 양육하는 결혼 제도, 그리고 언어의 발명이 모두 서로 얽혀 있다고 추측했다. - P34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암컷은 수컷의 정자로 새로운 공작새를 만드는 그 거대한 일을 혼자 힘으로 해낸다는 약속을 수컷에게 하며, 수컷은 비록 근본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단지 정액 공급이라는 가장 작은 기여만을 할 뿐이다. 암것은 자신이 좋아하기만 하면 어떤 수컷이라도 선택할 수 있고, 한마리 이상을 선택할 필요도 없다. 극단적으로, 수컷은 잃는 것 하나없이 매번 짝짓기 상대로부터 많은 것을 얻게 된다. 반면에 암컷은 시시한 수확물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한다. 수컷이 새로운 암컷을 유혹할 때마다 수컷은 자신의 자손을 키우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암컷이라는 호박을 넝쿨째 얻게 되는 것이다. 암컷이 새로운 수컷을 유혹할 때마다, 암컷은 자신에게 별 보탬이 되지도 않는 약간의 더많은 정자를 얻을 뿐이다. 수컷이 짝짓기의 횟수에 열중하고 암컷은 짝짓기의 질에 열중한다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좀 더 인간적으로 표현하자면, 남자는 다른 여성과 성교할 때마다 또 다른 아이의 아버지가 될 수 있지만, 여자는 한 번에 단 한 남자의 아이밖에 가질 수 없을 뿐이다. 카사노바가 바빌론의 매춘부보다 더 많은 자손을 남겼을 것이라는 주장은 틀린 말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 간의 이러한 기본적인 불균형은 곧바로 정자와 난지의 크기 차이로 직결된다. 1948년 영국의 과학자 베이트먼 A.J.Bateman은 초파리를 자기들 마음대로 교미하도록 놔둔 후, 가장 교미를 많이 하는 암컷이 가장 교미를 적게 하는 암컷보다 알을 더 많이 낳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반면에 가장 자손을 많낳은 수컷은 가장 자손을 덜 낳은 수컷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암컷과교미하였다. 이러한 불균형 현상은 암컷이 지닌 자식 양육의 진화로 강화되어 왔으며, 포유류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 포유류 암컷은 큰 새끼를 몸속에서 오랜 기간 키운 후에야 낳을 수 있지만, 수컷은 단 몇 초 만에 아버지가 될 수 있다. 암컷의 경우 짝짓기 상대를 많이 갖는다 해도 그것이 곧 다산성을 증가시키지는 않지만, 수컷의 경우는 곧바로 다산성과 연결된다. 초파리는 그런 법칙을 따르는 것이다. 현대의 일부일처제 사회에서조차도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더 많은 아이를 갖게 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두 번 결혼해서 두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은 여자보다 두 번 결혼한 남자가 두명의 아내에게 더 많은 자식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외도와 매춘은 파트너 간에 결혼이라는 유대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일부다처제의 색다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남자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쏟으려는 투자에 따라 아내와 정부는 서로 다른 범주에 속하게 된다. 두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는 돈과 기회와 시간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사업상 업무를 충분히 조정할 수 있는 남자는 흔하지 않다. 그는 분명 부유할 것이다. - P271

지느러미발도요새나 암컷이 구애하는 다른 새들은 법칙을 벗어난 예이다. 나는 한 떼의 암컷 지느러미발 도요새가 가련한 한 마리의 수컷이 거의 지쳐버릴 때까지 추근대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짝짓기 상대였던 수컷이 조용히 알을 품고 있기만 하기 때문에, 이 암컷들은 다른 짝짓기 상대를 찾는 일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다. 수컷이 어린 새들을 돌보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더 쏟아부을 경우에는 암컷이 구애하는 데 주도권을 쥐게 되고, 암컷이 어린 새를 돌보는 경우에는 수컷이 구애하는 데 주도권을 갖게 된다.
인간의 경우 이러한 불균형은 아주 명확하다. 아홉 달의 임신 기간과 5분간의 쾌락은 확실히 비교가 된다. 이를 감안하면 여자가 남자를 유혹하기보다는 남자가 여자를 유혹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사실에 따르면, 일부다처제가 고도로 발달된 사회는 남성의 승리를 상징하고, 반대로 일부일처제 사회는 여성의 승리를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올바른 생각이 아니다. 일부다처제 사회도 본래는 모든 남성 중의 한 명 혹은 소수 남자의 승리를 의미한다. 일부다처제가 고도로 발달된 사회에 사는 남자는 대부분 독신생활을 선고받는 셈이 된다. 성비는 일정하기 때문이다.
어느 경우라도 진화를 통해서는 어떤 종류의 도덕적 결정도 끌어낼 수 없다. 출생 전의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성에 대한 투자의 불균형은 하나의 현실일 뿐이지 도덕적 불법 행위가 아니다. 성의 불균형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성의 불균형이라는 진화적 각본을 수용하는 일은 인간으로서는 어마어마한 유혹이다. 왜냐하면 성의 불균형은 남성의 외도를 호의적으로 여기는 편견을 ‘정당화‘ 해주기 때문이다. 혹은 그러한 진화적 각본을 거부하는 것도 상당히 끌리는 일인데, 그 이유는 성의 불균형이 성적 평등을 이루고자 하는 압력을 약화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어느 쪽도 맞는 이야기는 아니다. 성의 불균형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서 아무런 해답도 주지 않는다. 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서술하려는 것이지 인간의 도덕성을 규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천성적이라고 해서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 P273

또한 진화에서 가장 본성적인 것은 어떤 본성은 다른 어떤본성과 적대관계에 놓이게 되리라는 것이다. 진화는 유토피아를 가져오지 않는다. 진화는 한 남자에게 가장 좋은 것이 다른 남자에게는 가장 나쁜 것일지도 모르는 세상을, 혹은 한 여자에게 가장 좋은 것이 한 남자에게는 가장 나쁜 것이 될지도 모르는 세상을 가져다준다. 어떤 사람들은 본성적이지 못한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붉은 여왕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정수이다. - P274

이에 대한 답은 존 메이너드 스미스가 처음 알게 되었다. 그는 경제학에서 빌려온 기술인 게임 이론으로 설명하였다. 게임 이론은 거래의 결과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인정한다는 점에서 다른 이론들과 다르다. 메이너드 스미스는 경제학자들이 서로 다른 경제 전략들을 대치시키는 것과 마찬가지 방법으로 서로 다른 유전적 전략들을 대치시켜 보았다. 이 방법에 의해 갑자기 해답을 찾게 된 질문의 하나는 왜 동물들마다 그처럼 서로다른 짝짓기 방법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수컷이 매우 일부다처적 성향을 지니며 새끼 기르는 것을 전혀 도와주지 않는 신천옹이 있다고 한번 상상해보자. 그리고 그 새끼 수컷은 하렘의 주인이 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상상해보자. 한 수컷이 일부다처주의의 여러 암컷을 거느리는 대신에 한 암컷과 짝을 이루어 그 암컷이 새끼 기르는 것을 도와주기 시작했다면, 그 수컷은 결코 일확천금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 수컷은 대부분의 야심 찬 자신의 형제들보다는 훨씬 더 잘한 것이다. 암컷이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수컷이 도와줌으로써 새끼가 살아날 확률이 엄청나게 높아지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집단 내의 암컷들이어느 날 갑자기 그 수컷과 같은 성실한 수컷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여러 암컷과 관계하는 일부다처주의 수컷을 택할 것인가 하는 두 가지 선택권을 갖게 되었다. 성실한 수컷을 고르는 암컷들은 더 많은 새끼를 낳게 되고, 따라서 세대가 지나감에 따라 첩이 되려는 숫자는 점점 줄어들어, 일부다처주의의 유리한 점은 그와 함께 줄어들것이다. 이 동물은 일부일처제로 전환 된다. - P279

그 반대의 경우도 역시 일어날 수 있다. 캐나다산 흰어깨멧새 수컷은 들판에 자기 구역을 확보하고 함께 살아갈 여러 마리의 암컷을 유인한다. 암컷이 이미 임자가 있는 수컷의 무리에 합류한다는 것은그 수컷에게 새끼들의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만약 그 영토가 다른 수컷의 영토보다 먹이가 풍부한곳이라면, 그것은 여전히 암컷에게 그 수컷을 선택하도록 하는 조건이 된다. 수컷의 영토나 유전형질을 위해 일부다처제를 선택했을 때의 장점이 수컷의 부모 역할을 노린 일부일처제를 선택하는 것보다클 경우, 일부다처제는 확립된다. 이러한 이른바 ‘일부다처 임계 모델 Polygyny-threshold model‘은 북아메리카의 많은 늪지에 사는 새들이 어떻게 일부다처성이 되었는지를 설명해준다. 두 모델 모두 인간에게도 쉽게 적용할 수 있다. 가족을 부양하는평범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대장의 많은여자 가운데 하나가 되어 얻는 이득보다 크기 때문에, 인간은 일부일처성이 되었다. 혹은 남자들 간의 부의 불일치 때문에 일부다처성이 되었다.  - P280

우연하게도 일부다처 임계 모델은 다음과 같은 물음을 제기하였다. 일부다처제가 우리 사회에서 비합법적이 된 것은 누구에게 이익이 될까? 우리는 여자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결혼을 강요당한다면 어떤 상황이든 그것은 비합법적인 것이 되므로, 일부다처제에서도 둘째 아내들은 자신의 몫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치자. 그럴 경우 직업을 원하는 여자는 3인 가정이 훨씬 더 편하다는것을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그녀는 아이를 돌보는 일을 분담해줄두 명의 파트너를 갖게 된다. 모르몬 교의 한 변호사가 말하는 바와같이 현대 직장 여성에게는 사회적인 요인 때문에 일부다처제가 매력적일 수가 있다. 그러나 남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만약많은 여성들이 가난한 남성의 첫째 아내가 되는 것보다 부유한 남성의 둘째 아내가 되기를 선택한다면, 상대적으로 미혼 여성은 감소하고 많은 남성들은 불행하게도 독신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일부다처제 금지법은 여성을 보호하는 법이라기보다 실제로는 남성을 보호하는 법이다.  - P282

그 다음 100만여 년 동안, 사람들은 그다지 많은 변화를 겪지 않았다. 그들은 초원과 나무가 있는 사바나에서 살았는데, 처음엔 아프리카에서, 나중엔 유라시아에서, 그리고 마침내는 호주와 아메리카에서도 살게 되었다. 그들은 먹기 위해 동물을 사냥하고, 열매와 씨를 모았으며, 자기 부족 내에서는 고도로 사회적이 된 반면에 다른 부족의 구성원에게는 적대감을 갖게 되었다. 도널드 시먼스는 이러한 시간과 장소의 조합을 ‘진화적 적응의 환경進化的 適應의 環境 Environment ofEvolutionary Adaptedness‘ 혹은 EEA라 부르고, 그것이 인간 심리의중심에 있다고 믿었다. 사람들은 현재나 미래에 적응될 수 없다. 그들은 단지 과거에만 적용될 수 있다. - P290

야노마뫼 족만 특별히 이상한 것도 아니다. 국가나 정부가 사람들을 법으로 묶어놓기 전의 문맹 사회에 대해서 행해진 모든 연구 결과를 보면, 하나같이 높은 수위의 폭력이 존재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한 연구에 의하면, 그 같은 사회에서는 전체 남자의 4분의 1가량이 다른 남자에게 살해되었고 살해 동기로는 역시 성에 관한 것이압도적이다.
••••••
농경 사회 이전, 특히 혼란의 시대에는 폭력이 성적 성공을 이끄는 길이었다. 다른 많은 문화권에서도 전쟁 포로는 대개 남자보다 여자 쪽이 더 많았다. 이러한 사실의 반향은 현대 사회에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군인들은 종종 애국심이나 공포 못지않게 전쟁의 승리가 가져다줄 강간의 기회로 동기 유발되어왔다. 이러한 사실을 간파하고 있는 장군들은 사병들의 월권을 눈감아줌으로써 병력 보충에 확신을 갖게 된다. 심지어 요즘에도 창녀를 찾아가는 것이 해병들의 짧은 휴가의 다소 공인된 목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아직도 여전히 전쟁에는 강간이 수반된다. 동파키스탄(지금의 방글라데시)은 1971년에 서파키스탄 군대에 의해 9개월 동안 점령되어 있었는데, 그동안에 40만 명에 이르는 여성들이 군인들에게 강간을 당했다. 1992년 보스니아에서는 세르비아 군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강간 캠프가 세워졌다는 보고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자주 전해졌다. 산타바바라의 인류학자 돈 브라운Don Brown 박사는 그의 군대 시절을 다음과 같이 회상하였다. "남자들은 밤낮으로 섹스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그들은 권력에 대해서는 결코 이야기하는 법이 없었다. - P3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1
부산, 영도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20세기로 넘어갈 무렵, 늙은 어부와 아내는 가윗돈을 얻을 요량으로 하숙을 치기로 했다. 두 사람 모두 영도라는 어촌에서 나고 자랐다. 항구도시 부산 끄트머리에 있는 폭 8킬로미터 정도의 작은 섬이었다. 혼인하여 사는 세월동안 어부의 아내는 아들 셋을 낳았지만 몸이 가장 약한 큰아들 훈이만 살아남았다. 훈이는 윗입술이 세로로 갈라지고 한쪽 발이 뒤틀린 채로 태어났다. 그렇지만 어깨가 떡 벌어졌고 몸집이 다부졌으며 혈색이 좋았다. 어릴 적 온화하고 사려 깊던 성격은 청년이 돼서도 그대로였다. 훈이가 낯선 사람들 앞에서 습관적으로 갈라진 윗입술을 양손으로 가릴 때면 웃음을 띤 커다란 눈이 잘생긴 아버지와 꼭 닮아 보였다. 이마가 훤하고 눈썹이 먹처럼 진하며, 바깥일을 하는지라 늘 햇볕에 건강하게 그을려 있었다. 훈이는 과묵한 부모와 마찬가지로 말솜씨가 좋지는 않았는데, 느릿한 말투 때문에 어디가 좀 모자란 아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 P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의 삶이 나의 삶으로 끝난다면야 이 인생은 탄생이라는 절정에서 시작해 차츰 죽음이라는 암흑 속으로 몰락하는 과정이 되겠지. 사실, 인생에 그런 일면이 없지는 않아. 육체에 고립된 삶이바로 그렇지. 과학이 발달해 새 몸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렇다면 비관 같은 건 없을 거야. 하지만 육체를 가진 우리는 필멸하지. 늙어서 몸이 삐걱대고 병에 걸리면 그 사실을 확실히알게 돼. 그러니 늙은 몸의 비관주의는 피할 길이 없어. 하지만 인간에게는 또한 정신의 삶이 있지 않은가?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내가 들려줬던 루이 라벨의 말, 고립과 고독의 차이가 생각나는 가?"
"예, 여기 노트 맨 앞에 적어놓았어요. ‘고립은 자신에 대한 애착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타인을 멸시하기에 비극을 초래한다. 하지만 고독은 우리 자신으로부터도 이탈하는 것이다. 이 이탈을 통해 각 존재는 공통의 시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 P260

 그럼에도 우리 정신의 삶이 백 년을 넘지 못하고 비관으로 빠져드는 까닭은 인간의 인식은 그 인식만은 대상으로 삼지못해 그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지. 눈이 자신을 보지 못하는 것과마찬가지로"
"그래서 거울이 있잖아요."
"그래, 거울을 보면 돼. 거울은 바깥으로 향하는 시선을 안쪽으로 되돌리지. 그럼 인간의 인식을 안쪽으로 되돌려 자신의 존재를드러내게 하는 거울은 뭐냐? 그걸 알려면 자신이 인식한 세계가 바로 자신의 존재라는 것을 알아차려야만 해. 각자가 보는 세계가 바로 자신의 존재를 비춰주는 거울이니까 존재의 크기는 그가 인식하는 세계의 크기와 같아. 그렇다면 존재를 확장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이겠어?"
"세계를 더 많이 인식하는 것인가요?"
" 이질적인 다른 사람의 세계를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거지. 그게 바로 사랑의 정의야. 그렇다면 신의 정의는 모든 이를 받아들인 존재, 모든 이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한 존재일 수밖에없겠지. 가능한 모든 세계를 인식하는 게 바로 신일 테니까, 우리가 신이 되어 모든 세계를 인식할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의 기억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며 자신의 존재를 확장해나갈 수는 있어.
우리의 기억은 시공간적으로 겹쳐져 있으니까. 조부의 기억은 증조부의 삶으로 이어지고, 증조부의 기억은 어린 시절에 만난 신유박해를 기억하는 칠십 노인의 삶으로 이어지지. 그리고 증조부가 어릴 때 들은 바르바라 이야기가 내 막내 여동생의 세례명으로 이어진다는 것. 이런 식으로 육체가 죽은 뒤에도 정신의 삶은 계속되는 것이라네." - P235

할아버지가 감옥에서 나온 그 남자를 마주친 건 1993년 서울에서 대구로 가는 새마을호 기차 안에서였다. 그때 할아버지는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대화를 듣다가 그중 한 사람이 사십사 년 전 신부들을 체포하기 위해 수도원을 찾아왔던 정치보위부의 간부라는사실을 알게 됐다. 그 몇 년 전 할아버지는 신문에서 그가 1961년 박정희를 만나 남북통일을 이루겠다며 남파됐다가 이 년 뒤 체포되어 비전향장기수로 복역한 후 출소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이름만 보고 할아버지는 단번에 그를 알아봤지만 남한에서 그를, 그것도 그렇게 가까이에서 만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사람은 바르바라가 수도원 앞에서 발길을 돌려 떠난 뒤 할아버지에게 다가와 여동생이 수녀원에 있느냐고 물은 사람이었다. 할아버지가 그렇다고 하자, 게으르고 쓸모없는 수녀들이 인민을 위해 봉사하는 유일한 길은 수도복을 벗고 고향으로 돌아가 혼인하는일이라고 조롱한 사람이었다. 그는 권총을 꺼내들고 "나는 도 정치보위부장이다. 너희 반국가 행위자들을 모두 체포한다"고 외쳤다. 그 이후로 할아버지는 한 번도 그 목소리를, 그 얼굴을 잊은 적이 없었다.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객차와 객차 사이의 통로로 나갔다. 할아버지는 바르바라와 바르바라와… 그리고 또다른 바르바라를 생각했다. 그렇게 한참을 서 있다가 다시 객차 안으로 들어온 할아버지는 선반 위에 올려놓은 가방에서 책을 꺼내 자리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글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할아버지의 온 신경은 그 남자에게 가 있었다. 손만 뻗으면 닿을 수있는 곳에 그 남자가 있었다. 그때 할아버지는 미래의 우리를 생각했던 것이리라. 아마도 그랬으리라. 그렇게 기차는 세 시간을 달렸고, 할아버지는 대구에서 내렸다. - P2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