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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20세기로 넘어갈 무렵, 늙은 어부와 아내는 가윗돈을 얻을 요량으로 하숙을 치기로 했다. 두 사람 모두 영도라는 어촌에서 나고 자랐다. 항구도시 부산 끄트머리에 있는 폭 8킬로미터 정도의 작은 섬이었다. 혼인하여 사는 세월동안 어부의 아내는 아들 셋을 낳았지만 몸이 가장 약한 큰아들 훈이만 살아남았다. 훈이는 윗입술이 세로로 갈라지고 한쪽 발이 뒤틀린 채로 태어났다. 그렇지만 어깨가 떡 벌어졌고 몸집이 다부졌으며 혈색이 좋았다. 어릴 적 온화하고 사려 깊던 성격은 청년이 돼서도 그대로였다. 훈이가 낯선 사람들 앞에서 습관적으로 갈라진 윗입술을 양손으로 가릴 때면 웃음을 띤 커다란 눈이 잘생긴 아버지와 꼭 닮아 보였다. 이마가 훤하고 눈썹이 먹처럼 진하며, 바깥일을 하는지라 늘 햇볕에 건강하게 그을려 있었다. 훈이는 과묵한 부모와 마찬가지로 말솜씨가 좋지는 않았는데, 느릿한 말투 때문에 어디가 좀 모자란 아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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