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혼인 안 했어? 그럴 나이가 됐잖아."
선자는 종종걸음을 쳐서 다시 한수에게서 멀어졌다. 한수는 따라오지 않았다.
선자가 대꾸하지 않는데도 한수는 매번 선자에게 말을 걸었다.
항상 질문을 딱 하나만 했고, 똑같은 질문도 없었다. 그러나 한수는 선자를 발견할 때마다 목소리가 들릴 만한 거리가 되면 무슨말이든 건넸고 선자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지나쳤다.
선자가 대꾸를 안 해도 한수는 흥미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선자가 농담이나 주고받으려고 했다면 한수는 선자가 평범하다고 여겼을 터였다. 한수는 선자의 자태가 마음에 들었다. 윤기가 흐르는 땋은 머리, 풀을 먹인 흰 저고리 아래 여며진 풍만한 가슴, 단정하게 맨 긴 옷고름, 빠르고 야무지게 딛는 걸음걸이. 선자의 앳된 손에는 노동의 흔적이 확연했다. 찻집 아가씨의 부드럽고 맵시를 부리는 손이나 지체 높은 집안 규수의 가늘고 하얀 손과 달랐다. 선자의 보기 좋은 몸은 다부지고 통통했다. 흰색 긴 소매에 감싸인 팔뚝은 푹신하고 포근해 보였다. 비밀스럽게 감춰진 선자의 몸이 한수를 동요시켰다. 선자의 살결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부잣집 딸도 가난한 집 딸도 아닌 이 여자아이의 태도에는 뚜렷이 다른 점이 있었다. 일종의 단호함이었다.  - P54

"어딜 가든 사람들은 썩었어. 형편없는 사람들이지. 아주 나쁜 사람들을 보고 싶어? 평범한 사람을 상상 이상으로 성공시켜놓으면 돼. 뭐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을 때 그 사람의 본모습이 드러나는 법이거든." - P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