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보이들은 아파르트헤이트 종언 이후 그야말로 지랄 맞은상황에 처해 있었다. 후드에서 태어났다는 건 원래 후드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치즈 보이는 이미 바깥세상을 구경했다.지만, 충분한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바깥에 더 큰 세상이 존재하다는 건 알았지만, 그 세상에 나아갈 수단은 가지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아파르트헤이트 기간 동안 남아공의 실업률이 통계적으로 ‘낮았다‘는 건 이해되는 부분이다. 모두들 노예로 고용된 셈이었으니까. 하지만 민주주의 이후에는 누구에게나 최저 임금을 줘야 했다.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갑자기 수백만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아파르트헤이트 이후 흑인 젊은이들의 실업률이 치솟았고, 50퍼센트에 이르기도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갈 형편이 안 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해당되는 얘기였고, 후드 출신이고 특정한 말투를 쓰면 판매직조차도 얻을 수 없었다. 따라서 남아공의 흑인 거주구에 사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에게 자유란 이런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부모들이 직장에 가거나 말거나 한 상태고, 밖에 나가 골목에서 노닥거리고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하루를 보낸다. 그들은 자유였고, 고기를 낚는 법도 배웠지만, 누구도 그들에게 낚싯대를 주지 않았다. - P303

후드에서의 삶은 또한 스트레스도 적고 편안했다. 모든 정신적에너지가 하루하루를 살아 나가는 데 집중되다 보니, 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필요가 없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걸까? 후드에서는 엄마네 집에 얹혀살며 남들에게 돈을 구걸하는 마흔 살 남자라고 해도 업신여김을 당하지않았다. 후드에서는 결코 자신이 실패작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아도 됐다. 왜냐하면 언제나 자신보다 더 못한 누군가가 존재했기 때문에, 또더 잘해야겠다는 부담을 가지지도 않았다. 아무리 크게 성공한 사람이라도 해도, 자신보다 특별히 더 나을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기력한상태에 머물러도 괜찮다고 느끼게 해줬던 것이다.
후드에는 집단의식도 충만했다. 약쟁이부터 경찰관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서로를 알았다. 사람들을 서로를 보살폈다. 동네의 어떤 아줌마든지 뭘 해 달라고 시키면 반드시 그러겠다고 해야 했다. "이것 좀부탁해도 될까?"란 말이 관용구처럼 쓰였다. 마치 모두가 내 엄마고 내가 모두의 자식이라도 되는 듯이.
"이것 좀 부탁해도 될까?"
"네, 뭐가 필요하신데요?"
"가서 우유랑 빵좀 사다 줬으면 좋겠는데."
"네. 문제없어요"
그리고 그 아줌마가 돈을 주면 가서 우유와 빵을 사다 준다. 특별히 바쁜 일이 있다거나 특별히 돈 드는 게 아니라면 거절하지 않았다.
후드에서 가장 큰 원칙은 모든 걸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기 혼자만 부자가 될 수 없었다. 돈이 좀 있어? 그럼 왜 사람들을 돕지않는 거야? 동네의 늙은 노파가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이 있으면 모두가 팔을 걷어붙였다. 맥주를 살 경우에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한 병씩 돌렸다. 누구든 성공하면 커뮤니티에 어떤 식으로든 이익을 되돌려 줘야한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공개적으로 표적이 되기 일쑤였다.
흑인 거주구는 치안 유지도 자체적으로 했다. 누군가가 도둑질하다 붙잡히면 동네가 처리했다. 누군가가 남의 집에 침입하다 잡히면 동네가 처리했다. 여자를 강간하다 잡히면 동네 사람들에게 붙잡히기 전에 경찰에 잡히길 기도해야 했다. 여자가 맞는 경우에는 사람들이 개입하지 않았다. 맞는 데는 따져야 할 점들이 너무 많았다. 왜 싸웠나? 누구 책임인가? 누가 시작했나? 하지만 강간은 강간이고, 도둑질은 도둑질이었다. 그건 커뮤니티를 훼손하는 짓이었다. - P318

후드는 이상하리만치 편안했지만, 편안함이란 위험할 수도 있는것이다. 편안함은 등을 기댈 마루뿐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제한하는천장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 패거리 중 G 역시 나머지와 마찬가지로 직장이 없는 한량이었다. 그러다 괜찮은 옷 가게에 일자리를 얻었다. 매일 아침이면 그는 일하러 나갔고, 나머지 우리들은 그를 놀려 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옷을 제대로 차려입고 나가는 그를 비웃었다.
"오, G. 멋진 옷을 입었는데!" "야, G, 오늘도 백인 남자 만나러 가는 거야?" "야, G. 도서관에서 책 빌려 오는 거 잊지 마라!"
G가 거기서 일한 지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아침, 우리가 벽돌담위에서 노닥거리고 있는데 G가 슬리퍼에 양말만 신고 나왔다. 일하러가는 옷차림이 아니었다.
"여, G. 어떻게 된 거야? 직장은 어쩌고?"
"아, 그 일 그만뒀어."
"왜?"
"내가 뭘 훔쳤다면서 해고했어."
나는 그가 일부러 그랬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다.
우리 패거리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 스스로 자기 앞길을 막은 거라는.
후드는 자체적인 중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절대 누구를버려두지도 않지만, 절대 누구도 떠나보내지 않는다. 떠나려는 선택을하는 순간, 당신을 키워 주고 절대 배신하지 않았던 공간을 모욕하는셈이 된다. 이제 그 공간은 당신의 적이 되고 만다.
후드에서는 일이 잘 풀리기 시작하는 순간이 곧 떠나야 할 순간이다. 후드가 잘나가는 당신을 잡아챌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수단이든 가리지 않는다. 한 남자가 물건을 훔쳐 당신의 차에 몰래 넣어 두고 경찰이 그 물건을 찾아낼 것이다. 당신은 견딜 수 없다. 물론 당신은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더 잘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후드의 친구들을 멋진 클럽으로 데려가면, 그다음에 벌어지는 일은, 누군가가 싸움을 시작하고 당신 친구 중 한 명이 총을 꺼내고 누군가가 총을 맞는 것이다. 당신은 멍하니 서서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하고 묻는다.
이게 후드의 방식이다.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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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열다섯이던 해에 나는 간염에 걸렸다. 나의 병은 그해 가을에 시작되어 다음 해 봄에 끝났다. 묵은해의 날씨가 갈수록 추워지고 날이 점점 더 어두워지는 만큼 나의 몸은 자꾸만 약해져갔다. 새해가 시작되고 나서야 비로소 나의 몸 상태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해 1월은 따뜻했고, 어머니는 나를위해 침대를 발코니에 내다주었다. 나는 하늘과 태양과 구름을 바라보며 뜰에서 노는 아이들 소리를 들었다. 2월의 어느 초저녁에는 지빠귀 노랫소리도 들렸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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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에 대한 우리의 경험은 통각수용체nociceptor라고 불리는, 일종의 뉴런에 달려 있다(noci는 ‘노시‘로 발음되며, ‘해를 끼치다‘라는 뜻의 라틴어 nocere에서 유래한다)." 이 뉴런의 헐벗은 끄트머리(자유신경종말)는 우리의 피부와그 밖의 기관에 구석구석 분포되어 있으며, 유해한 자극들-강렬한 열이나 냉기, 짓누르는 압력, 산, 독소, 부상과 염증에 의해 방출되는 화학물질‘을 탐지하는 센서를 장착하고 있다. 통각수용체들은 다양한 특성(크기, 흥분성, 정보 전달 속도)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특성들은 우리가불행하게도 경험할 수 있는 따끔거림, 찔림, 화상, 욱신거림, 경련, 통증의 풍경을 집합적으로 형상화한다.
거의 모든 동물은 통각수용체를 갖고 있으며, 벌거숭이 두더지쥐도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통각수용체는 개수가 적고, 여러 가지방법으로 불능화되었다."일반적으로 산에 의해 활성화되는 통각수용체를 예로 들면, 벌거숭이두더지쥐의 통각수용체는 산에 의해 되레 차단된다." 캡사이신을 탐지하는 통각수용체의 경우, 벌거숭이두더지쥐도 여전히 캡사이신을 탐지하지만 그 신호를 뇌에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을 생성하지 않는다. 이러한 변화 중 일부는 설명하기 쉬운 것처럼 보인다. 만약 벌거숭이 두더지쥐가 여전히 산성 통증을 느낄 수 있다면, 둥지의 방에 축적된 이산화탄소는 아마도 고통스러운 잠으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캡사이신에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알 수 없어요"라고 파크가 나에게 말한다. 어쩌면 유난히 매운 덩이줄기를 먹는바람에 저항력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비교적 안전한 곳에서 수백만 년 동안 생활한 후,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감각 능력이 쇠퇴했을 뿐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 됐든 그들의 무반응은캡사이신이나 산에 대해 본질적으로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 P187

사람들은 종종 ‘동물계 전체가 고통을 동일하게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색깔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이고 놀라울 정도로 가변적이다. 빛의 파장이 보편적으로 빨갛거나 파랗지 않고 냄새가 보편적으로 향기롭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것처럼, 고통을 주도록 특별히 진화한 전갈 독의 화학물질조차도 보편적으로 고통스러운것은 아니다. 동물에게 부상과 위험을 경고한다는 점에서, 고통은 그들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모든 동물에게는 경계해야 할 것이 있지만, ‘피해야 할 것‘과 ‘용인해야 할 것‘은 종마다 제각기 다르다. 어떤동물이 무엇을 고통스럽게 여길지, 과연 고통을 겪는지, 심지어 고통을느낄 수 있는지를 말하기가 악명 높을 정도로 까다로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P189

‘감각의 원초적 행위와 그에 따른 주관적 경험을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라는 브룸의 말은 옳다. 하지만 그건 차이가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리비가 무엇을보는지‘, 또는 ‘새와 인간이 똑같은 빨간색을 보는지‘에 대한 질문은 철학적으로 흥미롭다. 그러나 통증과 통각의 구별은 윤리적 · 법적·경제적으로 중요한 문제이며, 동물을 잡거나 죽이거나 먹거나 실험하는 것과 관련된 문화적 규범에 영향을 미친다. 통증(또는 당신이 선호하는 경우 통각)은 달갑지 않은 감각이며, 그것의 부재(벌거숭이두더지쥐나 메뚜기쥐처럼)가마치 초능력처럼 느껴지는 유일한 감각이다. 통증은 우리가 회피하려고 노력하는 유일한 감각이고, 약물을 이용해 완화하는 감각이며, 다른사람에게 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감각이다. - P194

그녀는 긴지느러미오징어 longfin squid 북대서양에서 흔히 잡히는 길이 30센티미터의 종에서부터 시작해 그 괴리를 메워 나갔다. 이 동물은 공격적인 라이벌 오징어나 게의 집게발에게 팔 끝을 자주 잃는다. 크룩은 메스로 이 상처를 모방했다. 그랬더니 예상대로, 오징어는 시야를 흐리는 먹물 구름을 방출하며 쏜살같이 도망치더니, 주변 환경과 어울리도록 색깔을 바꿨다. 며칠 후 오징어들은 훨씬 더 빨리 도망치고 숨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들은 인간, 시궁쥐, 심지어 소라게처럼 상처를만지거나 손질하거나 감싸지 않았다. 나머지 일곱 개의 팔을 상처에 쉽게 갖다댈 수 있었지만,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더더욱 놀랍게도, 크룩은 한쪽 팔을 다친 오징어가 마치 온몸이 아픈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동물이 절상태이나 타박상을 입을 경우, 손상된 부위는 아프지만 신체의 나머지 부분은 그렇지 않다. 내가 손에 화상을 입었을 때, 환부를 찌르면 아프지만 발을 찌르면 아프지 않다. 그러나 크룩이 오징어의 지느러미 중 하나를 손상시켰을 때, 반대쪽 지느러미의 통각수용체도 상처 입은 쪽의 통각수용체만큼 흥분했다. 당신이 발가락을 삘 때마다 몸 전체가 촉감에 예민해진다고 상상해보라. 부상당한 오징어가 바로 그런 경우다. "그들은 부상을 입을 경우 온몸이 과민해져요." 크룩이 나에게 말한다. "쉽게말해서 그들은 일상에서 잠재적인 고통의 세계로 이동하는 거예요." 어쩌면 이것이 그들이 상처를 매만지지 않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다쳤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지만, 상처 부위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포유류의 경우, 통증의 국소적 특성 덕분에 취약한 신체부위를 보호하고 관리할 경우 나머지 신체부위들을 갖고서 여생을 잘 지낼 수 있다. 오징어에게 그렇게 유용한 정보원이 결핍된 이유가 뭘까? "하나의 가능성은, "크룩이 말한다. "바닷속의 모든 동물이 오징어를 노린다는 거예요." 부상당한 오징어는 육식성 물고기에게 특히 매력적이다. 눈에 더잘 띄거나 더 쉬운 먹이처럼 보이기 (또는 냄새 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몸 전체에 높은 수준의 경보를 설정하면, 모든 방향에서 들이닥칠 수 있는 공격을 피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전신에 걸친 민감성은 대부분의 신체부위에 물리적으로 도달할 수 없는 동물에게도 의미가 있다.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다면, 지느러미가 다쳤다는 사실을 알아봤자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 P204

그러나 문어는 다르다. 오징어와 달리, 문어는 몸의 모든 부분을 만질수 있다. 그들은 심지어 아가미를 손질하기 위해 자신의 내부에 팔을 뻗을 수도 있는데, 이것은 사람이 목구멍에 손을 넣어 폐를 긁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개방수역에서 생활하느라 하루도 쉴 수 없는 오징어와 달리, 문어는 컨디션을 회복할 때까지 호젓한 은신처에 숨어 지낼 수있다. 상처를 돌볼 시간과 손재주가 있기 때문에, 문어의 경우에는 상처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리고 크룩이 증명한바와 같이, 그들은 실제로 그렇게 한다. 문어는 팔 끝이 손상될 경우 때때로 팔을 떼어내곤 한다. 그렇게 되면 잘린 끝stump이 주위의 팔보다더욱 민감해질 것이므로, 문어는 주둥이로 잘린 끝을 어루만질 것이다. 2021년에 발표한 최신 연구에서, 크룩은 문어가 아세트산이 주입된 곳을 피하지만 진통제가 투여된 곳에는 끌리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일단 국소마취제를 주사하면, 다친 팔을 손질하던 행동을 멈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룩은 그 논문에서 명백한 결론을 내렸다. "문어는 통증을 경험할 수 있다." - P206

모든 생물은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조건이 너무 차가우면, 화학반응이 느려져 쓸모없는 느림보가 된다. 조건이 너무 뜨거우면, 단백질과 그 밖의 생명 분자가 모양을 잃고 망가진다. 이러한 효과는 대부분의 생명체를 골디락스 존(온도가 딱 맞는 영역)으로 제한한다. 그 영역의 한계는 다양하지만 항상 존재한다. 그래서 신경계를 가진 모든 동물은 온도를 감지하고 반응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
동물들은 다양한 온도 센서를 사용하는데, 이 중에서 가장 철저하게연구된 것은 TRP 채널이라고 불리는 단백질 그룹이다. 그것은 전신의 감각뉴런 표면에서 발견되며, 적절한 온도에 도달하면 열리는 쪽문 역할을 한다. 쪽문이 열리면 이온이 뉴런 속으로 들어가고 전기 신호가 뇌로 전달되어, 우리는 뜨겁거나 차가운 감각을 느끼게 된다. 어떤 TRP채널은 고온에 맞춰져 있고, 어떤 채널은 저온에 맞춰져 있다(차가움은 단순히 ‘뜨거움의 부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 다른 감각이다)."
또한 TRP 채널은 다양한 범위의 온도에 반응한다. 어떤 것은 온화하고 무해한 범위를 탐지하고, 어떤 것은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극단에서 발화한다. 특정 화학물질도 이러한 채널을 작동시킴으로써 열감과 냉감을 생성할 수 있다. 칠리고추에 함유된 캡사이신은 TRPV1-고통스러울 정도로 높은 온도를 감지하는 TRP 채널을 작동시켜 작열감을 초래한다. 박하는 TRPM8이라는 냉감 센서를 활성화하는 멘톨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냉감을 일으킨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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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홀로코스트 Holocaust를배우지 않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은 없다. 역사적 사실뿐만 아니라 그 일이 어떻게, 왜 발생했으며 그 역사적 무게와 의미는 무엇인지도 배운다. 그 결과 독일인들은 자라면서 적절한 역사 인식과 사죄하는 마음을 갖추게 된다. 영국 학교에서도 식민주의를같은 방식으로 다룬다. 이들 나라의 아이들은 이렇게 제국의 역사를 배우면서 이 모두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을 갖게 된다. "참 부끄러운 역사네. 지금은 그렇지 않은가?"
남아공에서는 아파르트헤이트의 잔혹성을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다. 우리는 그것이 비난받아 마땅하다거나 부끄러워해야 할 대상이라고 배우지 않았다. 우리가 그 역사를 배운 방식은 미국과 같았다. 미국에서는 인종 차별의 역사를 이런 식으로 가르친다. "옛날에 노예 제도가 있었고, ‘짐 크로우‘라는 흑인 차별 정책이 존재했고,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등장했지. 그리고 이제는 다 끝났어."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아파르트헤이트는 나쁜 제도였어. 넬슨 만델라가 석방됐고, 이제 다음으로 넘어가자고." 모두 사실이지만,
감정적 혹은 도덕적 영역은 거의, 혹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마치 대부분이 백인인선생님들이 죄다 이런 지시를 받기라도 한 듯했다. "무슨 말을 하든지, 애들을 화나게만들지는 마시오." - P267

 앤드루는 백인이었다. 그의 가족은 교육, 자원, 컴퓨터를 모두 누렸다. 몇 대에 걸쳐 그쪽 사람들이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동안 이쪽 사람들은 움막에 모여 노래를불렀다. 2 곱하기 2는 4요. 3 곱하기 2는 6이요, 랄랄랄랄라." 그의 가족이 당연하게 누렸던 것들이 내 가족에게는 허용되지 않았다. 내게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파는 타고난 재주가 있었지만, 지식과 자원이 없었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었겠는가? 사람들은 늘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가져요! 스스로 뭔가를 이뤄 내라고요!"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대체 뭘 가지고 그 뭔가를 이뤄 낼수 있겠는가?
사람들은 즐겨 말한다. "물고기를 잡아 주면 하루치 식량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요,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주면 평생의 식량을 해결할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하지 않은 말은 이것이다. "물론 낚싯대까지준다면 더 좋겠지만." 이것이 앞의 비유에서 생략된 부분인 것이다. 앤드루와 일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자, 여기 네가 필요한 게 있고 이건이렇게 작동하면 되는 거야"라고 말해 줄 특권층의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앤드루가 내게 CD 라이터를 주지 않았다면 재능만으로는 절대 무엇도 이뤄 낼 수 없었을 것임을. 사람들은 말할것이다. ‘아, 그거 뭐 거저 얻은 거네." 아니다. 그걸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여전히 열심히 노력해야 했다. 하지만 그게 없었다면 나는 가능성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다. - P277

나는 홀로코스트가 의심의 여지없이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잔혹 행위였다고 주장하는 서구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물론, 홀로코스트는끔찍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궁금할 때가 많다. 과연 콩고에서와 같은아프리카의 잔혹 행위는 얼마나 끔찍했을까? 유대인들은 가졌지만 아프리카인에게는 없는 것은 기록이다. 나치는 꼼꼼하게 기록했고, 사진을 남겼고, 영화를 제작했다. 그리고 그것들이 실제 전해 내려왔다. 홀로코스트의 희생자가 얼마나 됐는지 아는 이유는 히틀러가 그 숫자를 셌기 때문이다. 600만 명이 죽었다. 우리 모두 그 숫자를 보면서 경악할 수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인들을 상대로 행해진 잔혹 행위의 역사를 들여다본다면, 명확한 숫자는 없이 오직 추정만이 존재한다는 걸알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추정만으로는 경악하기가 어렵다. 포르투갈과 벨기에가 앙골라와 콩고를 약탈했을 때 그들은 자신들이 학살한 흑인들의 숫자를 세지 않았다. 콩고에서 고무를 수확하다 죽은 흑인들이 얼마나 많을까? 트란스발Transvaal (남아프리카공화국 북동부의 옛 주명 - 옮긴이)의 금과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죽은 흑인들의 수는?」 - P286

"이건 누구를 모욕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게 우리 본래 모습이란말이에요!"
"여기서 꺼져요! 당신네들 구역질 나!"
역시나 그 말이 나왔다. 당신네들. 이제 나는 확실히 알게 됐다. 이 여자는 인종 차별주의자였던 것이다. 흑인 남성이 성적인 춤을 추는 꼴을 가만 두고 볼 수 없었던 거다. 내가 장비를 챙기는 동안에도우리는 말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들어 봐요. 우리는 이제 자유라고.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권리가 있어. 당신들이 우리를 막을 순 없다고요."
"우리들은 당신네 같은 사람들과 이전에도 맞서 봤고, 지금도 여전히 당신네들을 멈출 수 있어요."
그녀의 말은 물론,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의 나치를 언급한 것이었지만 내게는 다른 말로 들렸다. 우리에게는 남아공의 유대인들도 그저 백인일 뿐이었다. 내 귀에는 백인들이 우리를 억압해 왔고 다시 또 억압하겠다는 웬 백인 여자의 협박만이 들렸다. 나는 말했다. "당신들은 절대 우리를 다시 막을 수 없어요." 그리고 여기서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다시는 우리를 막을 수 없다고.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이제 넬슨 만델라가 있기 때문이지! 그분이 우리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어!"
"뭐라고요?"
그녀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때다 싶었다. 나는 그녀에게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엿이나 드셔. 당신네 행사도 엿이나 먹고, 당신네 학교도 엿 먹어. 당신네들 전부 엿이나 퍼먹으란 말이야! 가자,얘들아!"
우리는 그냥 걸어 나오지 않았다. 춤을 추며 나왔다. 허공에 주먹질을 하면서 길가까지 춤을 추며 나왔다. "고 히틀러! 고 히틀러! 고 히틀러! 고 히틀러!" 모든 게 다 히틀러가 너무 죽이는 춤을 췄기 때문이었다. 그의 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열정적이었는데 저 백인들이 진가를 알아보지 못한 탓이었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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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영장류는 거의 확실히 이색형 색각자였을 것이다. 그들은 두가지 원뿔세포, 즉 짧은 원뿔세포와 긴 원뿔세포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개처럼 세상을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보았다. 그러나 4300만 년 전부터 2900만 년 전 사이에, 한 특정 영장류의 환경세계를 영구적으로 변화시킨 사건이 일어났다. 그들은 긴 옵신을 만드는 유전자의 추가적 사본을 얻었다. 이것을 유전자 중복gene duplication 이라고 하는데, 세포가 분열하고 DNA가 복제될 때 종종 발생한다. 그것은 실수이지만 ‘행운의 실수‘다. 왜냐하면 여분의 유전자 사본에 진화가 개입해, 원본의 작업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재주를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긴 옵신 유전자에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두 개의 사본 중 하나는 거의 동일하게 유지되어, 560나노미터의 빛을 흡수했다. 다른 하나는 점차 530나노미터라는더 짧은 파장으로 이동해, 오늘날 우리가 중간(초록색) 옵신이라고 부르는 것을 탄생시켰다. 이 두 유전자는 98퍼센트 동일하지만, 2퍼센트의 차이가 ‘파란색과 노란색‘으로만 보이던 세상에 ‘빨간색과 초록색‘이 추가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요컨대 문제의 영장류는 기존의 ‘긴‘ 옵신과 ‘짧은‘ 옵신에 ‘중간‘ 옵신을 추가함으로써 삼색형 색각을 진화시켰다. 그리고 자신의 확장된 시각을 후손들-우리를 포함하는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의 원숭이와 유인원에게 물려주었다. - P142

는 설명하지 않는다. 복제된 긴 옵신 유전자가 중간 파장으로 이동한이유는 정확히 무엇일까? 답은 분명해 보이는데, 그것은 ‘더 많은 색깔을 보기 위해서다. 단색형 색각자는 흑색과 백색 사이에서 약 100등급의 회색을 구별할 수 있다. 이색형 색각자는 노란색에서 파란색까지 약100단계를 추가한 후, 회색과 곱해 수만 가지의 지각 가능한 색깔을 만든다. 삼색형 색각자는 빨간색에서 초록색까지 100개 정도를 더 추가한후, 이색형 색각자의 색깔 수와 곱해 수백만 개로 늘린다. 이처럼 각각의 추가적 옵신은 시각적 팔레트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킨다." 그러나 이색형 색각자가 수만 가지 색깔만으로도 충분히 번성할 수 있다면,
삼색형 색각자가 수백만 가지 색깔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일까?
19세기 이후 과학자들은 ‘삼색형 색각자가 초록색 나뭇잎을 배경으로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과일을 더 잘 발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더 최근에 일부 연구자들은 ‘삼색형 색각자의 이점이 가장 영양가 높은 열대우림의 잎을 찾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잎은 싱싱하고 단백질이 풍부할 때 붉은빛을 띠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설명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영장류는 과일을 먹지만, 과일이 익지 않았거나 귀한 시기에 덩치 큰 좋은 어린잎을 먹으며 버틸 수 있다.
"그것은 삼색형 색각의 진화를 위한 완벽한 환경이에요"라고 영장류의 시각을 연구하는(그리고 지난 장에서 보았듯이 간혹 얼룩말의 줄무늬도 연구하는)어맨다 멜린은 말한다. "주요 먹이와 대체 먹이를 찾는 데 유용하거든요" - P143

신호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므로, 동물의 털, 비늘, 깃털, 외골격을 장식하는 색깔은 동물의 눈이 인지할 수 있는 색상에 의해 결정된다. 요컨대 눈은 자연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팔레트를 정의한다.
예컨대 영장류는 어린잎과 익은 과일을 더 잘 발견하기 위해 삼색형 색각을 진화시켰다. 그리고 일단 환경세계에 빨간색이 추가되자, 빨갛게 충혈됨으로써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맨살 부분‘이 진화하기 시작했다. 히말라야원숭이의 빨간 얼굴, 개코원숭이의 빨간 엉덩이, 우스꽝스럽게 빨갛고 대머리인 우아카리원숭이의 머리는 모두 삼색형 색각때문에 가능하게 된 성적性的 신호다.
산호초 주변에 서식하는 물고기 대부분도 삼색형 색각자다. 그러나 물이 적색광을 강하게 흡수하기 때문에, 그들의 민감도는 스펙트럼의 파란색 끝으로 이동한다. 픽사의 <도리를 찾아서>에 등장하는 블루탱같은 산호초 어류 중 상당수가 파란색과 노란색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들의 삼색형 색각을 기준으로 할 때, 노란색은 산호초라는 배경에묻히고 파란색은 물과 뒤섞인다. 스노클링을 하는 인간의 관점에서 볼때, 그들의 색깔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눈에 띈다. 우리가 보유한 특정한 원뿔세포 트리오는 파란색과 노란색을 구별하는 데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고기들 자신과 포식자들의 관점에서 볼 때, 이 물고기들은 기가 막히게 잘 위장되어 있다. - P178

 우리의 망막에 있는 광수용체는 다양한 파장의 빛을 탐지하고, 뇌는 이러한 신호를 사용해 색깔에 대한 느낌을 구성한다. 전자의 과정을 연구하기는 쉽지만, 후자는 매우 어렵다. 이러한 간극 (수용과 느낌사이의 간극 ‘탐지할 수 있는 것‘과 ‘실제로 경험하는 것‘ 사이의 간극)은 동물의 시각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감각에 존재한다. 우리는 갯가재의 눈을 해부해 모든 구성요소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낼 수 있지만, 그들이 실제로 어떻게 보는지는 결코 알지 못한다. 우리는 파리가 사과에 내려앉았을 때 어떤 경험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파리의 발에 있는 미각수용체의 정확한 모양을 알아낼 수 있다. ‘동물이 감지한 것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도표로 그릴 수도 있지만, ‘그게 어떤 느낌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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