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영장류는 거의 확실히 이색형 색각자였을 것이다. 그들은 두가지 원뿔세포, 즉 짧은 원뿔세포와 긴 원뿔세포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개처럼 세상을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보았다. 그러나 4300만 년 전부터 2900만 년 전 사이에, 한 특정 영장류의 환경세계를 영구적으로 변화시킨 사건이 일어났다. 그들은 긴 옵신을 만드는 유전자의 추가적 사본을 얻었다. 이것을 유전자 중복gene duplication 이라고 하는데, 세포가 분열하고 DNA가 복제될 때 종종 발생한다. 그것은 실수이지만 ‘행운의 실수‘다. 왜냐하면 여분의 유전자 사본에 진화가 개입해, 원본의 작업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재주를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긴 옵신 유전자에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두 개의 사본 중 하나는 거의 동일하게 유지되어, 560나노미터의 빛을 흡수했다. 다른 하나는 점차 530나노미터라는더 짧은 파장으로 이동해, 오늘날 우리가 중간(초록색) 옵신이라고 부르는 것을 탄생시켰다. 이 두 유전자는 98퍼센트 동일하지만, 2퍼센트의 차이가 ‘파란색과 노란색‘으로만 보이던 세상에 ‘빨간색과 초록색‘이 추가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요컨대 문제의 영장류는 기존의 ‘긴‘ 옵신과 ‘짧은‘ 옵신에 ‘중간‘ 옵신을 추가함으로써 삼색형 색각을 진화시켰다. 그리고 자신의 확장된 시각을 후손들-우리를 포함하는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의 원숭이와 유인원에게 물려주었다. - P142
는 설명하지 않는다. 복제된 긴 옵신 유전자가 중간 파장으로 이동한이유는 정확히 무엇일까? 답은 분명해 보이는데, 그것은 ‘더 많은 색깔을 보기 위해서다. 단색형 색각자는 흑색과 백색 사이에서 약 100등급의 회색을 구별할 수 있다. 이색형 색각자는 노란색에서 파란색까지 약100단계를 추가한 후, 회색과 곱해 수만 가지의 지각 가능한 색깔을 만든다. 삼색형 색각자는 빨간색에서 초록색까지 100개 정도를 더 추가한후, 이색형 색각자의 색깔 수와 곱해 수백만 개로 늘린다. 이처럼 각각의 추가적 옵신은 시각적 팔레트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킨다." 그러나 이색형 색각자가 수만 가지 색깔만으로도 충분히 번성할 수 있다면, 삼색형 색각자가 수백만 가지 색깔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일까? 19세기 이후 과학자들은 ‘삼색형 색각자가 초록색 나뭇잎을 배경으로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과일을 더 잘 발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더 최근에 일부 연구자들은 ‘삼색형 색각자의 이점이 가장 영양가 높은 열대우림의 잎을 찾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잎은 싱싱하고 단백질이 풍부할 때 붉은빛을 띠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설명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영장류는 과일을 먹지만, 과일이 익지 않았거나 귀한 시기에 덩치 큰 좋은 어린잎을 먹으며 버틸 수 있다. "그것은 삼색형 색각의 진화를 위한 완벽한 환경이에요"라고 영장류의 시각을 연구하는(그리고 지난 장에서 보았듯이 간혹 얼룩말의 줄무늬도 연구하는)어맨다 멜린은 말한다. "주요 먹이와 대체 먹이를 찾는 데 유용하거든요" - P143
신호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므로, 동물의 털, 비늘, 깃털, 외골격을 장식하는 색깔은 동물의 눈이 인지할 수 있는 색상에 의해 결정된다. 요컨대 눈은 자연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팔레트를 정의한다. 예컨대 영장류는 어린잎과 익은 과일을 더 잘 발견하기 위해 삼색형 색각을 진화시켰다. 그리고 일단 환경세계에 빨간색이 추가되자, 빨갛게 충혈됨으로써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맨살 부분‘이 진화하기 시작했다. 히말라야원숭이의 빨간 얼굴, 개코원숭이의 빨간 엉덩이, 우스꽝스럽게 빨갛고 대머리인 우아카리원숭이의 머리는 모두 삼색형 색각때문에 가능하게 된 성적性的 신호다. 산호초 주변에 서식하는 물고기 대부분도 삼색형 색각자다. 그러나 물이 적색광을 강하게 흡수하기 때문에, 그들의 민감도는 스펙트럼의 파란색 끝으로 이동한다. 픽사의 <도리를 찾아서>에 등장하는 블루탱같은 산호초 어류 중 상당수가 파란색과 노란색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들의 삼색형 색각을 기준으로 할 때, 노란색은 산호초라는 배경에묻히고 파란색은 물과 뒤섞인다. 스노클링을 하는 인간의 관점에서 볼때, 그들의 색깔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눈에 띈다. 우리가 보유한 특정한 원뿔세포 트리오는 파란색과 노란색을 구별하는 데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고기들 자신과 포식자들의 관점에서 볼 때, 이 물고기들은 기가 막히게 잘 위장되어 있다. - P178
우리의 망막에 있는 광수용체는 다양한 파장의 빛을 탐지하고, 뇌는 이러한 신호를 사용해 색깔에 대한 느낌을 구성한다. 전자의 과정을 연구하기는 쉽지만, 후자는 매우 어렵다. 이러한 간극 (수용과 느낌사이의 간극 ‘탐지할 수 있는 것‘과 ‘실제로 경험하는 것‘ 사이의 간극)은 동물의 시각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감각에 존재한다. 우리는 갯가재의 눈을 해부해 모든 구성요소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낼 수 있지만, 그들이 실제로 어떻게 보는지는 결코 알지 못한다. 우리는 파리가 사과에 내려앉았을 때 어떤 경험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파리의 발에 있는 미각수용체의 정확한 모양을 알아낼 수 있다. ‘동물이 감지한 것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도표로 그릴 수도 있지만, ‘그게 어떤 느낌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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