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합의는 석유 제품에 대한 새로운 국제 질서의 시작을 알렸다.
그것도 OPEC이나 다른 주요 산유국들이 아닌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러시아가 만드는 질서였다. 앞으로 시장은 크게 변화할 것이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정치, 물가,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앞으로 몇 개월 혹은 몇 년 동안 계속 변해갈 테지만, 각자 보유하고 있는 자원의 규모와 극적으로 변해버린 미국의 위치를 고려하면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새로운 석유 질서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어떤 식으로든 계속해서 주도적 역할을 해나갈 것이 확실하다.
- P453

그렇다면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또 다른 핵심 재료인 코발트의 수요는 1,400퍼센트가 늘어나게 된다. 전 세계에서 소비하는 코발트의 50퍼센트 이상은 지구상의 단 한 곳, 콩고 민주공화국의 카탕가(Katanga)에서만 생산된다.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배터리의 성능은 이런 재료들의 순도와 사양이 얼마나 높은지에 달려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병목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공급 과정에 또 다른 부담을 줄 수 있다. 중국은 이미 이런 관련 산업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굳혔다. 그와 동시에 시장이 갖고 있는 잠재력의 규모는 새로운 배터리 기술을 개선하고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자극하고 있다.
- P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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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자기가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몸을 돌릴 만한 가치가 있는 건 하나도 없어요. 그렇지만 나 역시 왜 그러는지 모르는 채 거기서 돌아서 있죠."
- P273

 사람은 제각기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그 누구도 그 피해를 입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늘 스스로를 살펴야지 자칫 방심하다가는 남의 얼굴에 입김을 뿜어서 병독을 옮겨 주고 맙니다. 자연스러운 것, 그것은 병균입니다. 그 외의 것들, 즉 건강, 청렴, 순결성 등은 결코 멈춰서는 안 될 의지의 소산입니다. 정직한 사람, 즉 거의 누구에게도 병독을 감염시키지 않는 사람이란 될 수 있는 대로 마음이 해이해지지 않는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결코 해이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그만한 의지와 긴장이 필요하단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리유. 페스트 환자가 된다는것은 피곤한 일입니다. 그러나 페스트 환자가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것은 더욱더 피곤한 일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다 피곤해 보이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늘날에는 누구나가 어느 정도는 페스트 환자니까요.  - P329

"됐어요." 하고 그는 말하는 것이었다. "그놈들이 다시 나와
"누가요?"
"쥐 말이에요, 쥐!"
지난 4월 이후로 죽은 쥐는 단 한 마리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면 다시 시작된다는 건가요?" 하고 타루는 리유에게 물었다.
노인은 손을 비비고 있었다.
"놈들이 뛰어다니는 것을 꼭 봐야 한다니까요! 정말 기분만점이죠."
그는 살아 있는 쥐 두 마리가 거리로 난 문으로 해서 자기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이웃 사람들의 말로는, 그들 집에서도 그놈들이 다시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여기저기 서까래 위에서 몇 달을 두고 잊고 살았던 바스락 소리가 다시 들려오고 있었다. 리유는 매주 초에 실시되는 총괄적 통계의 발표를 기다렸다. 통계는 병세의 후퇴를 표시하고 있었다.
- P345

 전에는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던, 의사들의 몇몇 조치들 하나하나가 갑자기 확실한 효과를 거두는 듯도 했다. 이번에는 페스트 쪽에서 몰리게 되었고, 갑작스럽게 힘이 약해진 그 덕에 여태껏 그것을 향해 겨누었던 무딘 칼날에 힘이 생긴 것처럼 보였다.  -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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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점과 관련해, 서술자는 여기서 예컨대 옛날이야기에서 나오는 그것처럼 용기를 북돋아 주는 영웅이라든가 빛나는 행동과 같은, 아주 굉장한 구경거리라고는 아무것도 소개할 것이 없으니 얼마나 유감스러운지 모르겠다. 그까닭은, 재앙만큼이나 보잘것없는 구경거리는 없기 때문이다.
무시무시한 불행은 오래 끌기 때문에 오히려 단조로운 것이다. 그런 나날을 겪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페스트를 겪는 그 무시무시한 나날들이 끝없이 타오르는 잔혹하고 커다란 불길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발바닥 밑에 놓이는 모든 것을 짓이겨 버리는 끝날 줄 모르는 답보 상태 같아 보이는 것이었다.
- P236

우리 시민들, 적어도 그 생이별로 말미암아 가장 심한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은 그러한 상황에 길들어 버렸던 것일까? 꼭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들은 감정의 메마름 때문에 괴로워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페스트의 초기 단계 때는 잃어버린 사람을 뚜렷이 기억할 수 있어서 그들이 없음을 애석해했다. 그러나 사랑하는 그 얼굴, 그 웃음, 나중에 생각해 보니 비로소 그이가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그런 어느 날의 일, 이런 모든 것들은 뚜렷하게 생각이 나지만, 그런 것을 다시 그려 보는 바로 그 시간에, 또한 그때 이후 그렇게도 먼 곳이 되어 버린 그 장소에서, 상대방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상상하기란 대단히 힘들었다. 요컨대 그 시기에, 그에게는 기억력은 있었지만 상상력은 부족했다. 페스트가 2단계에 집어들자 그들은 기억력조차도 상실해 갔다. 그 얼굴을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결국은 같은 이야기지만, 그 얼굴에서 살이 없어져 그 얼굴을 자기들의 마음속에서 알아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페스트가 발생한 처음 몇 주 동안은 사랑을 느끼고 싶어도 이제는 허깨비밖에는 상대할 대상이 없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 후에는 그들은 추억 속에 간직해 왔던 미세한 얼굴들마저 잊어버림으로써, 그 허깨비는 전보다 더 살이빠져 버린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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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의 석유 매장량은 세계 최대 규모로 그 양만 보자면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많지만 대부분은 처리하기 까다로운 중질유라 그 생산과 처리에 많은 비용이 든다. 설상가상으로 해외 투자는 끊어졌고 능력 있는 경영진은 베네수엘라를 떠났으며 국영 석유 기업은 당장 필요한 기술과 시설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데다 마두로 정권은 석유 산업을 군부에 내주었다.  - P403

이런 맥락에서 이 나라는 그때까지완 다른 미래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석유와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석유 시장의 변동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경제에서 벗어나자는 것이었다. 좀 더 경쟁력 있고 혁신적이며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는, 한층 다각화된 경제를 통해 지금보다 훨씬 더 세계 경제와 밀접하게 하나되는 것이 목표였다. 우선은 서둘러 젊은 청년 세대에게 일자리 및 사회 참여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극단주의니 반정부 성향에 빠지는 걸 막아야 했다. 그렇게 변화를 이루어야만 중동의 맹주자리를 놓고 다투는 이란에게 대항할 힘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 P422

얄궂은 일이지만 새로운 경제 계획 전체를 이끌어가기 위해 반드시필요한 것이 한 가지 있다. 비전 2030 관련 비용을 충당하고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 다각화를 추진하려면 무엇보다 지금 당장 막대한 액수의 석유 수출 수익금이 있어야 한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20년 이상 걸려서 이룩한 경제 기적을 사우디아라비아는 지금 10년 안에 해내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인력과 자원이 동원되어야 하며 가치 체계는 계층이나 보조금이 아닌 경쟁과 이동,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의 결정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빠른 시일 내에 균형잡힌 선택을 한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우선 변해야 하는 것은 ‘시간‘에 대한 개념이다. 시간을 좀 더 엄격하게 지켜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지지와 젊은 세대의 지속적인 지원이 중요하다. 사회의 좀 더 전통적 부분의 저항을 포함, 변화로 인해 일어날 잠재적 갈등들에 대해 이들이 완충 작용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을 지키려는 이슬람교도들이 이런 변화에 저항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 P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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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오일의 출현으로 석유 산업은 새로운 용어들을 접하게 되었으니 바로 ‘단기 개발‘과 ‘장기 개발‘이었다. 단기 개발의 대표적인 예는 당연히 셰일오일이다. 셰일오일의 경우 가능성 있는 지점을 찾아 개발을 결정하고 석유를 생산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반년 정도이고, 실제로 땅을 파 들어가는 데는 5일에서 6일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또 이전에는 세일 유정 하나를 개발하는 데 1년에서 2년 가량의 시간과1,500만 달러의 비용이 들어갔는데 지금은 모든 비용을 합쳐도 유정하나에 700만 달러면 충분하다. 물론 셰일오일은 유정 하나가 금방 바닥나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선 계속해서 새로운 유정을 개발해야만한다.
반면 장기 개발은 주로 바다에서 발견되는 석유나 LNG 사업에 적용된다. 발견까지 걸리는 시간은 줄잡아 5년에서 10년이며, 제대로 생산을 해내기까지 또 많은 세월이 필요하다. 바다에서 진행되는 이런 장기 개발 계획의 경우 비용은 7억 달러에서 70억 달러, 혹은 그 이상이들 수 있다. 많은 장기 개발 계획들은 대부분 브릭스 시대에 시작되었으며 계획 수립 당시의 손익분기점은 ‘새로운 기즌 인 배럴당 100달러였다. 그렇지만 2015년 내내 석유 가격은 폭락했고 신규 장기 개발 계획들은 모두 연기 혹은 전면 취소가 되었다. - P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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